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6
“그대가 상고 시대의 금제에 재주가 있는 자인가?”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러 회오리바람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냈다. 저물대와 단로였다.
그것을 자세히 살핀 후 챙겨 넣은 뒤에야 그는 상대를 보았다. 구사평의 수준은 이미 결단기 후기의 절정에 이르러 원영기에 아주 약간 부족한 정도였다.
하지만 원영기가 아닌 이상 한제가 손을 쓰기에는 굉장히 쉬웠다. 그는 냉랭한 눈빛을 번득이며 음산하게 말했다.
“내가 바로 이 작은 마수의 주인이다. 방금 이 마수를 산 채로 사로잡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기회를 줄 테니 가져가 보아라!”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회오리바람 안에서 두 번째 마혼이 튀어나와 상대의 앞에 꼼짝 않고 떠올랐다.
구사평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상대의 수준이 자신과 같은 결단기 후기임을 알아보았다. 허나 상대는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매우 방자했다.
구사평은 특유의 신중함으로 작은 마수를 힐긋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
“부끄럽군. 그 말은 그저 우스갯소리였네. 그 마수는 도우의 것인데 어찌 멋대로 빼앗을 수 있겠는가. 괘념치 말게.”
한제는 담담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휘둘렀다. 두 번째 마혼은 곧장 되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한제의 두 눈에 붉은 빛이 번득였다. 극의 신식을 가동시킨 그는 붉은 번개를 쏘아 보냈다.
순간 거대한 신식의 압박이 드리웠다.
뭔가 말을 하려던 구사평은 한제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는 것을 본 순간 긴장감이 치솟았다.
상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단숨에 죽이려 들 줄은 몰랐기에 그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같은 결단기 후기 수준인 주제에! 나라고 법보가 없겠느냐!
그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몸을 빠르게 뒤로 물렸다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곁에 있던 여덟 개의 검은 안개 공이 짙은 안개를 형성했다.
구사평은 일단 상대를 사로잡은 뒤에 다시 대화를 이어나갈 작정이었다. 허나 그가 막 이런 생각을 하던 순간 한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외쳤다.
“소멸!”
한제의 극의 신식은 마치 번개처럼 검은 안개에 침입했다. 그 안개는 극의 신식을 견디지 못하고 곧장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일련의 폭발음과 함께 신식을 가로막았던 여덟 개의 안개 공은 모조리 붕괴되고 말았다.
“펑! 펑!”
구사평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몸을 빠르게 뒤로 물리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혀끝을 깨물어 몇 움큼의 피를 뱉어냈다.
그것으로 붉은색 번개를 막아볼 작정이었지만 피는 내뱉어진 순간 곧장 증발해버려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본 적도 없었던 죽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구사평에게 드리웠다.
그는 아까의 그 검은색 나무토막을 집어들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한제의 극의 신식이 그 나무토막을 공격했다.
검은색 나무토막은 순식간에 파괴됐고 곧이어 붉은색 번개가 구사평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구사평은 몸을 부르르 떨리더니 곧장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낸 그의 두 눈이 다시 번쩍 뜨였다. 그 눈에는 강렬한 두려움의 빛만이 어려 있을 뿐이었다.
그는 두 말 않고 곧장 뒤쪽으로 내달렸다.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않던 한제마저 그 순간은 당황해 엇 하는 소리를 냈다. 극의 신식에 적중당하고도 죽지 않았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수마해 외곽 지역에 있었을 때 상관묵도 신비로운 옥패를 이용해 극의 신식을 통한 공격을 한 번 피한 적이 있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몸을 앞으로 날려 구사평을 뒤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구사평은 깜짝 놀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우, 난 그대에게 아무런 원한도 산 적이 없거늘 어찌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건가?”
그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찼다. 사실 결단기 후기 수준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상고 시대의 금제를 걸 수 있는 사람의 신식을 통한 공격이라면 그가 당해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만약 신비로운 호신 도구가 없었다면 방금 그 공격에 그는 벌써 죽어버렸을 터였다.
상대는 분명 원영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공격 수단은 원영기에 이르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물론 구사평은 상대가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법보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한제는 냉담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여인을 부르기 위해 몇 차례나 사람을 보낸 것은 상고 시대의 금제를 건 자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한데 그를 눈앞에 두고 왜 도망을 치느냐!”
구사평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우, 악의는 없었네. 다만⋯⋯.”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 말을 이었다.
“다만 도우의 도움을 받아 상고 시대의 금제를 걸어 이득을 좀 얻고 싶었을 뿐이야!”
구사평은 굉장히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제의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보낸 검은 옷의 수하도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 한제는 두 눈에 다시 붉은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구사평은 이를 악물며 얼른 다시 입을 열었다.
“도우, 자네와 나 모두 결단기 후기의 수련자 아닌가. 내 말을 들으면 곧 원영을 맺을 수 있게 될 걸세!”
한제의 눈에서 번득이던 붉은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구사평을 빤히 쳐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말을 할 기회를 세 번 주지. 그 안에 날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내가 얼마나 무정한 사람인지 알게 될 거야.”
구사평은 속으로 욕을 지껄였으나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도우도 알고 있겠지만 결단기와 원영기 사이의 차이는 굉장하네. 원영기에 이르려고 영기가 가장 짙은 곳을 찾아가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한제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
구사평은 잠시 머뭇거렸다가 이내 얼른 말을 이었다.
“원영기에 이를 확률을 높여주는 단약을 먹지 않는 이상 원영을 맺는 데에 필요한 영력은 절대 만족시킬 수가 없네.”
한제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번!”
“내게는 아무런 단약도 없지만 영단(靈丹)보다 훨씬 더 진귀하고 강한 것을 알고 있네. 만약 그것을 먹으면 원영을 맺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그건 바로 원영기 수련자들의 원영이야. 내가 알고 있는 곳에는 귀식(歸息) 상태의 원영이 적어도 두 개는 있다고!”
구사평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마지막 말을 쏟아냈다.
한제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지만 마음만은 출렁였다. 귀식(歸息)이란 원영기 수련자가 수련 중 외부 마혼의 침입을 받아 그것과 뒤엉키는 와중에 몸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된 원영이 육체를 일종의 수면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련자를 영력이 단절된 곳으로 데려가 그에게 침입한 존재를 내쫓은 후 수련자를 깨우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귀식 상태인 그보다 수준이 높아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만약 오랜 시간 동안 귀식 상태인 수련자가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원영은 마혼에게 잡아먹히며 사라진다. 그럼 수련자의 육체 역시 썩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귀식 상태의 수련자는 대부분 깨어난다. 다만 수준이 많이 낮아진 상태로 깨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깨어나는 편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귀식은 신선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다. 적어도 한제는 여태까지 귀식 상태의 수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구사평은 말을 마친 뒤 한제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의 표정에서 실낱같은 단서라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제의 표정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에 붉은 빛을 번득이며 구사평을 향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알았지?”
구사평은 내심 한시름을 놓았다. 상대가 질문을 했다는 것은 세 번 안에 납득시키지 못하면 죽이겠다던 제한이 풀렸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정말로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구사평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같은 결단기 후기의 수련자지만 실력의 차이가 엄청나군.’
구사평은 씁쓸하게 웃었다.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
기분이야 어쨌건, 그는 한제의 질문에 얼른 답했다.
“도우, 이야기하자면 길어. 그러니 어디 앉아서 천천히,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나?”
한제는 그를 힐긋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구사평은 곧장 앞으로 날아갔다. 그의 발밑에 모여든 검은 안개가 그를 싣고 산꼭대기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한제도 훌쩍 날아 뒤를 따랐다. 그가 정자에 도착한 뒤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돌로 된 의자 위에 쌓인 먼지가 흩날렸다.
뒤따라오긴 했지만 정자에 도착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에 구사평은 침착한 척했지만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그는 이것이 상대의 경고임을 알았다. 혹여 달아나려 해봐야 붙잡힐 것임을 알리는 경고였다.
한제에게는 무엇보다 원영기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다. 원영기에 이르는 것은 그에게 가장 급하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원영기에 이르기만 하면 곧장 조나라로 돌아가 살생부에 올라 있는 모든 자를 죽이고 그 피로 이씨 가문의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내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등화원은 그의 혼을 뽑고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고 힘줄을 녹이고 살을 발라낼 것이다. 그가 생각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400년 전의 그 비통한 원수를 갚을 생각이었다.
구사평이 손을 휘젓자 술병과 잔이 나타났다. 잔에 술을 따라 입을 축인 뒤 웃으며 말했다.
“도우, 이건 수마해 북쪽에서 잔운과(殘雲果)로 빚어낸 술이라네. 한 번 마시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지. 들게나.”
한제는 상대의 답을 재촉하는 대신 잔을 한참 동안 살폈다. 마치 그 안에 흥미로운 것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이 잔에 든 벽옥색(碧玉色)의 술은 투명하면서도 반짝거리는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한동안 술을 마시던 구사평은 상대가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하자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도우,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일에 대해 물었다면 이 구사평은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야. 허나 도우는 다르지. 자네와 나는 모두 결단기 후기 수련자로 원영을 맺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아니겠나.
이 구사평이 아까 얘기했던 귀식 중인 두 개의 원영 중 하나는 사실 우리 사부님의 것이라네. 혹시 사부를 죽이겠다는 말에 내가 너무 나쁜 놈처럼 보이나?”
말을 마친 구사평이 한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허나 한제는 한참 들여다보던 술잔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뭐가 대수지? 나 역시 해본 적 있는 일이야.”
구사평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사부님은 나를 제자로 받아들일 때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었지. 사부님과 나의 사형은 모두 원영기 수련자로 둘이 폐관 수련을 하던 당시 내가 몰래 쓴 술수에 저리됐지.
그게 벌써 30년 전이야. 내 생각에 두 사람은 이미 마혼에 의해 흩어지기 직전일 것 같군. 그들의 원영을 흡수하면 원영기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은 대폭 높아지겠지.”
천벌 (1)
한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잠시 고민하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게 상고 시대의 금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구사평은 그 말을 듣고 쓰게 웃으며 잔에 있던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뱉어내며 말했다.
“나의 사부님께서 폐관 수련을 하신 곳은 어느 동굴 안이지. 당시 사부님께서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그곳을 차지하셨어.
내가 사부님과 사형이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손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일찍이 아주 오랜 기간 준비를 해둔 덕분이야. 그 동굴에 걸려 있는 금제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연구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습격할 수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