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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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수마해 부근의 초나라였다. 아주 오랜 시간 돌아간 적 없던 곳. 오랜 복수를 완수하고 선계까지 다녀왔으니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회정(回鼎)이 작은 말썽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더 빨리 돌아왔을 텐데… 인적도 없는 황량한 별에 날 데려다줄 줄이야.”
한제가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 더 일찍 돌아왔어야 했다. 하지만 회정에 들어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변고가 생기는 바람에 그는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별에 떨어지고 말았다. 주작성으로부터 멀지 않은 그 별은 하늘이 무척 어두워 고개를 들면 곧장 다른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별에 영력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기이한 파동이 일었는데… 경지가 조금 더 높아지면 가서 한 번 살펴봐야지.”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한제는 밤낮 없이 이동했다. 초나라까지의 거리는 상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성라반은 오직 허무의 공간이나 우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주작성에서는 활성화시킬 수가 없었다.
“성라반은 한쪽이 망가진 데다가 재료도 부족해. 완전히 수리하면 주작성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만약 가능하다면 영변기 수련자들을 만나더라도 쉽게 도망칠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주작국은 왜 지명 수배를 내리지 않은 거지?”
한제는 저물대에서 밀짚모자를 꺼내 썼다.
“이 밀짚모자에 걸린 금제 중 대부분은 활성화시킬 수가 없단 말이지. 이번에 초나라로 돌아가면 연구해봐야겠군. 그리고 대나검종의 제자에게서 얻은 보검으로 금번에 적지 않은 공격용 금제를 첨가할 수 있게 됐지. 그 보검을 세 자루밖에 얻지 못한 것이 안타깝군.”
대나검종의 보검 중 한 자루는 한 제자를 죽임으로써 얻을 수 있었고 나머지 두 자루는 뜻하지 않게 허무의 공간을 돌아다니며 치호와 습득한 저물대에서 얻은 것이었다.
“폐관 수련을 통해 화신기 중기에 이르러야 하고 성라반 재료도 찾아야 하고 밀짚모자도 연구해야 하고 금번도 완성해야 하니, 할 일이 너무도 많구나.”
한제가 쓰게 웃었다.
“고대 신의 땅에 있던 탁삼의 수준은 어디까지 올랐을지… 그자가 고대 신의 땅에서 나오기 전에 날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둬야 한다.”
탁삼과 함께 한제는 천운자도 떠올렸다.
“이번에 선계로 향하면서 미래의 사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천운자 선배는 천운성의 최강자였군. 살기의 수정을 썼던 중년 남자는 천운자의 문하생인 것 같던데 그렇다면 선배님의 제자인 건가? 내 경지가 높아져 천운성으로 갔을 때, 그가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으면 어쩌지?”
한제가 미간을 구겼다.
“그 대나검종의 노인 역시 상당했는데… 문정기의 수련자인가? 안타깝게도 난 문정기 수련자를 본 적이 없으니. 한데 그의 말로 미루어 천운자보다는 약간 뒤떨어지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천운자 선배의 경지는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때 천운자 선배는 내 존재를 알아차렸을까?”
이번 선계에서 얻은 수확은 풍성했다. 다만 선옥으로 만들어진 보탑 안에 있는 여인의 시체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주일의 약속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그 대나검종의 늙은이를 쫓아간 주일 선배는 어떻게 됐을까?”
한제는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했다.
“우(雨)의 선검⋯⋯ 초나라로 돌아간 뒤에는 그 보탑 안에 있는 선검을 꺼낼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지.”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우뚝 멈추더니 착지했다. 그의 전방에는 오래된 전송진이 있었다. 한제는 못내 아쉽다는 듯 최고급 영석 하나를 살피더니 진 안에 내려놓았다. 진은 활성화됐고 그의 모습은 곧 그 안에서 사라졌다.
떨리는 마음
1백만 리 밖에서 한제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저물대를 만지작거렸다. 최고급 영석이 많지 않아 아껴 써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 약탈한 저물대에서 몇 개 얻긴 했으나, 그나마도 스무 개가 채 되지 않았다.
한제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고 어느새 또 한 달이 지났다.
한제는 또 다른 오래된 전송진 밖에 서서 저물대를 만지작거렸다. 막 최고급 영석을 꺼내려던 그는 신식으로 주위를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신중하게 선옥 한 조각을 꺼냈다.
“선옥을 이 오래된 전송진에서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한제는 조심스레 선옥을 전송진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전송진이 여태 보인 적 없던 빛을 번쩍이며 진동했다. 사방에 빽빽하고 세밀한 균열이 일었다. 동시에 한 폭의 허상이 나타났다. 그 허상에는 총 여덟 개의 번득이는 빛이 나타났는데 그중 하나는 반짝이는 빛의 고리를 발산하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점점 더 심해져가는 균열들을 바라보던 한제는 따질 겨를도 없이 그 빛 중 하나를 눌렀다.
순간,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진은 곧장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선옥이 곧장 튕겨 올라 한제의 손에 쥐어졌고 그의 몸은 진으로부터 솟아오른 기이한 힘에 둘러싸인 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 오래된 전송진은 한제가 사라진 뒤 불어온 바람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지면에 남은 것은 한 줄기 옅은 흔적뿐이었다.
이번 전송에 한제는 마치 선계로 이어지는 우주의 통로에 이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의 몸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를 어느 오래된 전송진 안에서 나타났다.
신식으로 주변을 살핀 한제는 깜짝 놀랐다. 이곳은 수마해에서 겨우 80만 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한 번의 전송만으로 몇 개의 전송진을 지나 최소 1천만 리는 이동한 것이다. 한 달 이상 걸릴 거리를 눈 깜짝할 순간에 이동한 셈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손에 쥔 선옥을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순백이 아니라 약간의 잿빛을 띠었고 그 안에 맴돌던 선기(仙氣)도 10분의 1 정도 줄어든 상태였다.
방금 오래된 전송진에 나타났던 허상을 떠올린 한제는 곧장 뭔가를 알아차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오래된 전송진의 진정한 용도인지도 몰랐다. 최고급 영석은 그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전송진으로 옮겨줄 뿐이었으나 선옥을 사용하면 해당 전송진이 연결된 모든 진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그중 원하는 곳을 선택해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전송으로 10분의 1에 해당하는 선기가 줄다니. 내가 가진 선옥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써버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닌데… 이건 전송이 아니라 선기의 낭비가 아닌가. 주작성을 통틀어도 선옥으로 전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한제의 추측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주작성에서 선옥으로 전송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다. 주작국에 있는 네 명의 문정기 수련자 정도는 되어야 거리낌 없이 선옥을 사용해 전송할 수 있었다.
한제는 손목에 찬 구수권을 문질렀다. 홍접과 두 번째 접전을 벌일 때 뇌와는 심각하게 부상을 입어 이미 거의 죽음에 이르러 있었다. 비록 구수권 안에 봉인되어 있기는 했지만 영력을 흡수하는 빈도는 예전처럼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몇 개월에 한 번으로 변한 상태였다. 자신이 지난 며칠 동안 계속해서 영력을 주입하지 않았다면 뇌와는 벌써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모완이 이 뇌와를 잘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때, 마치 그의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구수권에서 미미한 파동이 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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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완은 운천종의 동원(東苑) 누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가야금을 뜯고 있었는데 가느다란 손가락이 현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름다운 곡조가 흘러나왔다.
지난 1백 년이 넘는 세월은 한제에게는 아주 짧은 순간처럼 지나갔지만 모완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얼굴도 지난번과 달리 약간 늙은 상태였다. 사실 석주의 이슬이 없었다면 벌써 백골이 되고도 남았을 나이였다.
“이 1백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난 아직도 결단기 후기에 머물러 있어. 당신이 준 이슬도 이제 소용없지. 난 느낄 수 있어. 나의 몸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간다는 것을⋯⋯ 만약 앞으로 10년 안에 원영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나는⋯⋯.”
모완의 눈에 슬픔이 어렸으나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냈다.
하지만 가야금 소리는 그녀의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가락에는 무력감과 슬픔이 충만해, 듣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이한제⋯⋯ 당신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모완의 눈에 담긴 슬픔이 짙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한제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이 기억들은 그녀가 굳건히 기다릴 수 있게 한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만약 이런 기억조차 없었다면 그녀의 몸은 이미 스러졌을 것이고 그녀의 마음은 이미 죽어버렸을 것이다.
“이한제⋯⋯ 어쩌면 당신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삶과 죽음으로 갈라져 있을 수도⋯⋯.”
모완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눈물을 주륵 흘렸다.
이때, 누각 밖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백발이 성성했다.
“종주(宗主)의 가야금 소리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아⋯⋯.”
그중 한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류비, 종주는 지난 1백 년 동안 원영기에 이르는 데 세 번이나 실패하셨잖아. 드신 단약은 셀 수조차 없을 정도지. 만약 종주께서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30년 전 마지막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벌써 숨을 거두셨을 거야.”
옆에 있던 검은 옷의 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송청, 자네가 말한 그 사람⋯⋯ 아직 살아있을까?”
류비의 머릿속에 냉랭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1백 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공포를 잊을 수가 없었다.
“1백 년 전에 원영기 초기였던 그가 어떻게 죽었겠어. 만약 내 추측으로는 지금쯤 그는 이미 원영기 후기에는 이르렀을 거야.”
송청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두려움은 류비보다 훨씬 컸다. 당시의 꿈에 놀라서 벌떡 깬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휴, 그가 원영기 후기에 이르렀다고 해도 우리 운천종의 운명을 구할 방법은 없겠지.”
류비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송청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외부 수련자가 사흘 전에는 청천문(靑天門)을 멸망시켰다지? 다음 목표는 어디일지 모르겠군.”
“사자 어른도 그자의 신통력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지 않나. 반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더군. 우리 운천종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꼴이지, 뭐.”
류비가 씁쓸하게 말했다.
“네 명의 원영기 후기 대장로 중 30년 전 유 장로는 화신기에 이르지 못하고 죽었고 공손 장로는 지금 생사도 알지 못한다 하니, 참…”
송청이 한탄하듯 말했다.
그때, 가야금 소리가 뚝 끊기더니 누각 안에서 모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선배님들, 안으로 들어오셔서 말씀하시죠. 모완의 몸이 좋지 않아 나가서 뵙기 어렵습니다.”
류비와 송청은 얼른 공손하게 그러겠다고 답한 뒤 황급히 누각 안으로 들어갔다.
모완은 멍하니 가야금을 바라보던 눈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류비가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
“종주님,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가야금은 가장 힘이 많이 드는⋯⋯.”
모완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몸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습니다. 가야금마저 뜯지 않는다면 10년도 살지 못할 거예요.”
류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공손 장로로부터 소식은 없습니까?”
모완이 덤덤하게 물었다.
“공손 장로는 7일 전 그 외부 수련자를 찾으러 나섰다가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송청은 슬픈 낯빛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