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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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역국을 3성 수련국으로 강등시킨 직후, 천우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한제는 설역국을 떠난 뒤 곧장 조용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봉인된 두 개의 잘린 팔을 든 채 석주 공간으로 들어가 사도환의 거대한 원영 아래 섰다.
두 개의 잘린 팔에 걸어둔 봉인을 풀자 그 두 개의 팔은 기이하게 요동치더니 사도환의 거대한 원영 주위를 배회했다.
한제는 눈도 떼지 않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 두 개의 팔이 당시 사도환의 육신에 달려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확신으로 변했다.
사도환의 원영은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약간 떨렸다. 뒤이어 한 줄기 반짝이는 빛이 원영에서 피어올라 곧장 그 잘린 팔을 감쌌다. 잘린 팔은 원신으로 천천히 끌어당겨지더니 결국 원영 안으로 사라졌다.
한제는 사도환의 원영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반투명한 상태였던 원영은 천천히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원영이 밝힌 반짝이는 빛은 흩어졌고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사도환의 원영은 이미 완전한 실체가 되었지만 아직 깨어나지는 못했다.
“당시 사도환은 내가 영변기에 이르기만 하면 그를 깨울 신통력을 가지게 될 거라고 했어. 상세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방법은 선력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군.”
잠시 생각을 정리한 한제는 이어 부모님의 혼백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을 윤회의 굴레에 돌려보내 드려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도저히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한참 뒤,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석주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 잘린 팔은 역시 사도환의 팔이었어. 어쩌면 주작성 어딘가에 아직도 그의 육신이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군. 허나 이원봉의 혼백을 살펴본 결과 그가 두 개의 잘린 팔을 손에 넣은 것은 우연이었어.”
석주 공간에서 나온 한제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거마족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고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거마족 선조에게서 선검을 되찾아와야겠군. 당시 그는 거마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으로 손태에게 이겼으나 그 역시 어린아이의 시체 인형에게 큰 부상을 입었고 심지어 그 시체 인형에 쫓겼으니 생사를 알 수 없다. 허나 그자가 육신을 잃었더라도 분명 새로운 육신을 찾았을 터. 그렇다면 지금 과연 그 육신에 완전히 적응했을까?”
한 발짝 내딛은 한제는 어느 오래된 전송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거마족 선조는 이원봉과는 달라. 스스로 영변기에 올랐고 고대신의 전투 방식과도 유사한 거마족 특유의 신통력이 있지. 그에게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거마족의 먼 조상은 고대신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정리하며 한제는 오래된 전송진 앞에서 멈춰 섰다. 거마족의 땅으로 통하는 전송진이었다.
한제는 어두운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마족 선조의 천부적인 신통력은 영변기 중기였던 손태마저 두렵게 만들지 않았던가? 과연 내가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한제는 그답지 않게 한참이나 고민했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으나 그를 죽이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그자가 새로운 몸에 완전히 적응한다면 먼저 나를 찾아오겠지. 그가 노리는 것은 석주일 테니까.”
한제는 자신이 조나라의 일개 수련자에 불과했던 당시 석주를 발견하자마자 사라져버린 거마족 사신을 떠올렸다. 분명 거마족 선조는 그 사신에게서 상황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이게 지난 2년간 여러 단서를 통해 한제가 내린 결론이었고 이는 사실이었다.
잠시 후, 한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오래된 전송진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선옥 하나를 꺼내 진의 눈 안에 넣었다. 순간 한 줄기 허상의 막이 나타났고 그 빛의 막 위에는 열 개가 넘는 빛의 점들이 끊임없이 번쩍거렸다.
한제는 오른손을 뻗어 그중 하나의 점을 눌렀다. 순간 허상의 막이 사라지고 전송진이 활성화 되었다.
번쩍이는 빛들 사이로 한제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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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 대륙 북부 비로국의 오래된 전송진이 눈부신 빛을 번쩍였다. 그 빛이 사라졌을 때, 한제가 그 안에서 걸어 나왔다.
한제는 전송진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몸을 날려 연혼종 쪽으로 향했다.
연혼종의 세 봉우리는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세 개의 예리한 날처럼 세 봉우리에는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한제는 곧장 아홉 개의 금빛 고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홉 개의 고리가 번쩍거리더니 한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제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제자 구양천, 소종주(少宗主)님을 뵙습니다.”
소종주라는 호칭에서 한제는 이미 둔천이 자신과 한 이야기를 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제는 포권을 취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구양 도우, 둔천 시조를 뵈어야겠는데.”
구양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종주님, 둔천 시조께서는 이미 폐관수련에 들어가셨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깨우지 말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시조께서는 소종주님이 오실 것을 예견하여 제게 두 개의 물건을 맡기셨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저물대를 꺼냈다.
한제는 말없이 그 저물대를 받아 신식으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변했다.
구양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종주님은 둔천 시조께서 내정하신 후계자입니다. 저는 연혼종에서 7백 년 넘는 세월을 수련해왔지만 시조께서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주번(主幡)이 아니라 허상의 분번(分幡)이기는 하지만요.”
구양천은 둔천의 명으로 맡게 된 저물대를 신식으로 훑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만약 연혼종에 대한 충심과 둔천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없었다면 그는 짙은 탐욕에 흔들렸을 것이다.
저물대 안에 든 것은 단 두 개, 바로 옥패 하나와 혼번이었다.
한제는 이어 옥패를 꺼내 신식으로 훑어보더니 둔천이 폐관수련을 하고 있을 핏빛 고리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큰 은혜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함이 담겨 있었다.
이어 그는 구양천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사라졌다.
구양천은 마음이 더욱 복잡해진 듯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금빛 고리 안으로 돌아갔다.
“거마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은 위력이 상당하지만 거마족 선조는 이제 막 영변기에 이른 자야. 신통력을 전부 다 펼친다 해도 상대를 주작성 밖의 허무한 우주로 내보내는 것이 전부겠지.”
한제는 연혼봉 꼭대기에 올라 옥패를 쥔 채 눈을 번득였다.
옥패 안에는 거마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에 대해 둔천이 남긴 상세한 기록이 들어 있었다.
한제는 구양천이 전해준 저물대를 문질렀다. 순간 한 줄기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빛이 번쩍거리며 나타났고 그 눈부신 빛은 30척이 넘는 길이의 커다란 깃대로 변했다.
바람도 없는데 깃발이 펄럭였고 귀신의 곡성 같은 소리가 깃발에서 흘러 나왔다. 사방의 하늘이 순간 더욱 어두워졌고 감히 나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듯 밝은 달마저 구름 안으로 숨어들었다.
“십억존혼번(十億尊魂幡)!”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그 깃발로부터 눈도 떼지 못했다.
이것은 둔천이 저물대에 넣어 준 두 번째 물건이자 한제가 연혼종으로 돌아온 이유였다. 둔천에게서 혼번을 빌려 거마족의 선조를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번은 둔천의 곁에서 함께 폐관수련을 하는 중이고 이것은 주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분번이었다. 위력은 진짜 혼번의 3분의 1정도에 해당하고 단 두 번을 사용하고 나면 흩어져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번의 가치는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한제는 혼번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원신이 부르르 떨리며 체내에서 혼번을 향해 뻗어 나왔고 순간 지옥에 떨어진 듯 온몸이 불에 타는 것만 같았다. 이어 끝없이 펼쳐진 혼백들의 바다로 빠져 들어갔다.
비참함과 고통으로 얼룩진 신음과 고함이 맹렬한 파도처럼 공격해왔다. 한제는 순간 수억 개의 혼백에 공격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대신의 강건한 육신에도 불구하고 그 무형의 공격에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나는 것만 같았다. 그 공격에 그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곧 붕괴할 것 같은 원신의 상태였다.
한제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당초 둔천이 준 옥패에 담겨 있던 쇄신법을 사용했다. 그의 눈에 차차 빛이 돌아왔다.
십억존혼번은 연혼종은 물론 심지어 주작성을 통틀어도 최고의 법보라 할 만했다.
이 법보 역시 사신차나 우(雨)의 선검처럼 모두 독특한 계승법을 통해 활성화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혼번을 제련하는 방법이 바로 쇄신법이었다. 현재 연혼종에서는 한제를 포함해 단 두 사람만이 이 쇄신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신차와는 달랐다. 한제는 전차를 전승받긴 했어도 그것을 완벽하게 활성화하여 사용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 혼번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하지만 사신차에 비하면 그 필요 수준이 낮았다. 본체와 분신을 합체한 지금의 한제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정도였다.
거마족
쇄신술이 한제 안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혼번 안 혼백의 바다에 수몰되었던 한제의 원신이 요사스러운 빛을 번득였다. 그러자 그 원신에 달려들었던 혼백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혼백들 중 보랏빛과 금빛을 번득이며 강력한 힘을 발산하던 열두 개의 혼백이 천천히 한제의 원신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그 혼백들은 한제를 향해 깊이 절을 했다.
한제의 원신은 쇄신법 특유의 금빛으로 번쩍였다.
열두 개의 혼백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자신의 영혼을 헌납한 연혼종의 열두 영변기 수련자들의 것이었다. 화신기 혼백도 수백에 달했고 원영기 혼백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나, 결국 이 혼번이 하늘과 땅을 놀라게 할 정도로 강력한 이유는 이 열두 개의 영변기 혼백 덕이었다.
열두 혼백이 절을 하자 혼번 안의 모든 혼백들이 안정을 찾았다. 이어서 혼백들의 몸에서 발산된 힘이 검은 빛이 되어 순식간에 한제 앞에 응집되었다. 열두 혼백 역시 검은 빛이 되어 달려들었고 이렇게 합쳐진 검은 빛은 30척이 넘는 거대한 허상의 혼번을 이루었다. 영혼의 깃발인 이 혼번을 조종해야 십억존혼번을 조종할 수 있는 셈이었다.
한제의 원신은 손을 뻗어 그 혼번을 쥐었다. 순간 그는 온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원신이 곧장 육신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연혼봉 꼭대기에서 두 눈을 번쩍 뜬 한제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제는 자신의 원신이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혼번을 가지고 있음을 또렷하게 느꼈다. 원신은 그것을 계속해서 제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몸을 날렸고 오래된 전송진이 활성화되자 번쩍 하더니 비로국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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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족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매우 넓었다. 당시 거마족이 주작성 밖에서 이주해 들어올 때 1대 주작과 협의를 통해 하사받은 땅이었다.
거마족에게는 거대한 궁전인 열두 개의 거마천(巨魔天)이 있다. 모두 똑같이 생긴 이 열두 개의 궁전은 높이가 1천 척에 달할 만큼 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