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39
폭발하는 소리에 이어 요병은 비명을 토해내며 반대편 탁자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부서진 탁자 위에서 몸부림을 쳤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선 십삼의 입가에도 피가 흘러 내렸다. 아까 깨진 술병을 집어들 때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억지로 힘을 쓰느라 무리를 한 것이다. 아직 신체 단련술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위력이 다소 부족했다.
십삼이 공격하는 순간, 후포도 오른손을 품에 문질러 수십 개의 작은 깃발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서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닥쳤다.
그 무렵, 나머지 요병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쟁터에서 구른 그들이 내뿜는 살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살기와 험악한 기운이 가득한 가운데 오직 한제와 총령만이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제에게 꽂힌 채였다.
“어떤 촌놈이 감히 고요성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냐?”
요병 중 누군가가 냉소했고 그게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은 맹렬한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동시에 여섯 명이 달려들자 후포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대며 혼번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안에서 대량의 혼백들이 쏟아져 나와 술집을 가득 메웠다. 그 사이로 몸을 훌쩍 날린 십삼이 공격을 시작했다.
“신통술을 부리는군. 이봐, 요력을 써!”
요병 중 누군가가 외쳤다.
요병들은 숙련되어 보였다. 그들은 각자의 요력을 발휘했고 순간 술집 안은 강력한 여섯 갈래의 요력으로 가득 찼다. 30갑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요력들이 성난 용과 같은 기세로 몰아치자 혼백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십삼의 얼굴은 창백했고 후포 또한 긴장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동시에 그들의 눈빛에 결연한 빛이 어렸고 십삼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후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죽는 한이 있어도 선조님의 안전은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둘 사이에 무언의 약속이었고 그 순간 후포는 십삼에 대한 미운 감정도 잊었다.
한데 그때, 말없이 앉아 있던 총령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요력을 거둬! 당장!”
그와 동시에 술집을 가득 채운 여섯 갈래의 요력은 통제력을 잃고 미친 듯이 한제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의 미간을 통해 체내로 들어갔다. 여섯 요병은 아연실색한 채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총령의 시선은 다시 한제에게로 향했다.
한제는 어느새 맑아진 눈빛으로 긴 숨을 뱉어냈다.
“대단한 마념이군!”
★ ★ ★
어느덧 정신을 차린 한제는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그의 수준과 도에 대한 굳은 의지로 미루어, 방금과 같은 경험은 재난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수련자가 도(道)로 닦아 외물로 인해서 움직이지 않는 길이 바로 도심(道心)이다.
기억을 더듬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온 심신이 그 기억에 푹 빠져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한 번 입마 상태를 겪은 뒤 마념을 억제해둔 상태였으나 체내에 봉인된 그것은 한제를 기억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상고 시대 수련자 중 역외천마(域外天魔)에 쓰인 자는 수련자와 하늘 사이에 소통하며 천도를 깨달을 때 하늘에 녹아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또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역외천마가 수련자의 몸에 들어가면 그 수련자의 도에 불을 일으켜 원신을 불태우고 이를 통해 수련자의 수명을 빼앗고 도를 파괴했다. 그렇기에 상고 시대의 수련자들에게 이 역외천마는 두려운 존재였다.
상고 시대 수련자들 이후 수련 연맹이 출현했고 역외천마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체계적인 분석과 이성적인 계산이 대신했다.
수련 연맹은 역외천마에 대해 ‘체내의 마념을 먹고사는 것으로 수련자가 깨달은 천도에 부적합할 경우 부조화로 인해 도심이 불안정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한제에게 방금 일어난 것이 그런 현상이었다. 주작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은 언젠가 사라지고 정신을 차렸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때마침 요병이 출현하여 요력을 내뿜을 때의 충격 덕에 한제는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온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체내에서 요력을 일으켰다. 그 요력은 체내를 빠르게 맴돌면서 선력과 충돌해 하나의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 회오리는 요력이 포함된 선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곳에서 수련자들은 요력을 선옥의 대체품으로 삼았다. 적절히 섞어 넣으면 선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제가 이전까지 요력과 선력을 섞지 않았던 것은 적당한 시기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외부의 요력이 회오리의 힘에 이끌렸고 여섯 요병이 내뿜은 요력을 흡수했다.
설명은 복잡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십삼은 한제가 원상태로 돌아온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후포 또한 긴장을 풀고는 혼번을 거둔 뒤 한제 곁에 섰다.
이때, 요력을 잃고 허약해진 여섯 요병은 경악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으로 한제를 보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넌 누구냐!”
총령이 차갑게 물었다.
허나 한제는 새 술병을 하나 들더니 상대는 본 척도 않고 술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십삼은 품에서 몇 개의 요석(妖石)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후포와 함께 얼른 뒤를 따랐다.
“멈춰!”
그때, 총령이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쾅!
총령의 손이 내려친 탁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부서졌다. 그는 한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엄청난 요력이 뿜어져 나와 술집 안은 온통 요기(妖氣)로 가득 찼다. 이 요기는 마치 실체를 가진 것처럼 허공에서 예리한 칼날로 변해 한제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한제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휘두르며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손짓에 총령이 내뿜었던 요기로 만들어진 칼날들은 곧장 흩어져 사라졌다.
총령은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멀어져가는 한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한제는 곧장 객잔의 방으로 돌아왔다.
지금껏 입마(入魔) 상태의 폐단을 얕잡아본 그는 술집에서 입마가 되었을 때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체내에 선력으로 정신을 집중해 몸 안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체내 곳곳에서 옅은 마념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몰아냈다.
작업은 이틀 뒤 이른 아침까지 이어졌다. 한제는 체내에 선력을 몇 번이나 돌리면서 조금의 마념도 발견하지 못하게 된 후에야 한시름 놓았다.
이때 한제의 앞에는 검은색의 솜뭉치 같은 구체가 세 개 떠 있었다. 이것은 한제의 체내에서 밀려난 마념이었다.
“버리기는 아깝군. 잘 쓴다면 다른 사람의 도를 파괴하고 방어력도 약화시킬 수 있겠지.”
한제는 그 세 개의 마념 덩어리를 저물대에 챙겨넣었다.
“요장이 날 군영으로 안내할 사람을 보내겠다고 한 날이로군.”
혼잣말을 하던 한제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문 밖에서 십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조 어르신, 뵙기를 원하는 자가 있습니다.”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들어오너라.”
이내 방문이 열리더니 십삼과 후포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마흔쯤 되어 보이는 검은 옷의 사내였는데 그가 들어오자 서늘한 기운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그는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한제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 총령님을 뵙습니다. 저는 요장님 휘하의 관사참군(管事參軍)입니다. 요장님의 명에 따라 총령님을 군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허나 그전에 총령님의 영패를 확인해야겠습니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청동색 영패를 꺼내 들어 사내에게 던졌다.
관사참군은 영패를 자세히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영패를 돌려주고는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로 허공에 그림을 그렸고 그러자 이내 붉은 진이 나타났다. 복잡한 진이었지만 한제의 눈에는 익었다.
“전송진이군.”
영패를 저물대에 집어넣으며 조용히 내뱉은 한제의 말에 관사참군은 빙긋 웃었다.
“총령님의 식견은 과연 범상치 않군요. 맞습니다. 허나 총령님과 같은 외부자들의 전송진과는 약간 다르지요. 이 진은 요제께서 직접 만드신 개인 간의 전송진이니까요.”
말을 마친 그는 앞으로 한 발 내딛더니 곧 진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방에 남아 있던 셋 중 십삼이 먼저 진으로 들어갔다. 한제를 지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은 그는 전송진에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먼저 들어선 것이다.
이어서 한제가 진 안으로 들어갔고 후포가 뒤를 따랐다.
침묵의 공포
콰르릉!
한제가 진의 다른 쪽 끝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먼저 도착해 있던 십삼은 그 소리의 충격에 창백한 얼굴로 몇 걸음 물러났다. 며칠 전의 내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은 데다가 눈앞의 광경에 놀란 탓이었다. 그는 체내에서 뭔가 울컥 솟는 느낌에 선혈을 토해내기까지 했다.
한편 후포는 아무런 내상도 입지 않은 상태였지만 십삼만큼 육신이 튼튼하지 못한 탓에 사방에서 몰아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고 체내의 요력도 순간 흩어져 경맥에서 미친 듯이 요동쳤다.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후포는 만약 곁에 한제가 없었다면 곧장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했을 것이다. 허나 한제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체내에서 갈수록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는 요력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부드러운 힘이 밖에서부터 전해져왔다. 그러자 후포 체내의 요력은 경맥 안에서 빠르게 정돈되어갔다.
한제는 후포의 어깨에서 손을 뗀 뒤 발을 굴러 선력을 뿜어냈다. 그의 선력은 십삼의 체내로 들어갔다. 그러자 십삼은 몸이 가뿐해짐은 물론 내상까지 치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야 한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검은 돌로 이루어진 반경 1백 리 군영의 한가운데였다. 1백 리 밖에는 높이가 수백 척에 이르고 무슨 술법을 부려놓은 듯 짙은 요력의 파동이 느껴지는 거대한 성벽이 있었다.
1천 척 떨어진 곳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요병들이 꼿꼿하게 서 있었는데 그들 주위로도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요병들은 1천 명이 하나의 사각형 대열을 이루고 있었고 총 열 개의 대열이 있었다. 그들에게서는 짙은 살기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이 1만 명은 모두 30갑 이상의 요력을 가지고 있었고 개중에는 수백 갑의 요력을 가진 이들도 있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전쟁터에 나가 구른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었다. 각각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은 이들의 살기는 하루하루 쌓이고 쌓여 그들의 뼛속까지 박힌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