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31
두 사람 외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몇몇은 대부분 문정기 절정을 돌파해 음의의 경계에 이른 수련자들이었다.
누구도 이곳에서 나가지 못한다
한참 뒤, 수많은 수련자가 통로 안으로 들어갔을 때, 돌연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비명이 이어졌다. 대지가 진동하더니 순간 통로가 무너져 내렸다.
“이런!”
신공호를 비롯한 이들의 표정은 급변했다.
동서남북 네 개의 조각에서 금제가 모두 해제되고 통로가 모두 무너져 내리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선력이 뇌의 선계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뇌의 선계 조각들 중 아홉 개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그 조각들에서는 다른 진법 문양이 각각 하나씩 떠올랐다.
이 문양들은 각 조각의 대지에 깊게 새겨지면서 짙은 붉은 빛을 발했다. 이 급격한 변화에 뇌의 선계에 있던 수련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순간, 문양이 드러난 아홉 개의 조각 중 하나가 붕괴했다. 내부로부터 기인한, 규열기를 능가하는 엄청난 힘 때문이었다.
이 강력한 기운의 충격에 그 조각의 대륙은 층층이 무너져 내렸고 끔찍하리만치 두려운 기운이 그 조각의 중심에서 튀어나왔다.
주위에서 도망치고 있던 수련자들은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며 조각의 중심에서 튀어나온 것이 팔 한쪽이라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잘린 팔은 아주 오랜 세월 그 안에 봉인되어 있었던 듯했다.
봉인이 풀리면서 자유를 되찾은 팔은 허공을 가로지르며 뇌의 선계의 중심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여덟 개의 조각 중 일곱 개가 연속적으로 무너져 내고 하나의 팔과 두 개의 다리, 왼쪽 눈만 달린 머리,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몸통이 각각 나타나 뇌의 선계 중심으로 향했다.
특히 그 머리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선계의 중심으로 향하는 동안 맞닥뜨린 모든 수련자들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수련자들의 원신을 삼킬수록 머리에 달린 왼쪽 눈은 점점 밝게 번득였다.
그 신체 조각들은 나이법(挪移法)을 사용하는 것처럼 허공에 잔상만을 남긴 채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다.
한제와 이원은 긴 빛을 그리며 서쪽 끝으로 향하던 중 음산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너무나 짙었고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멀리서부터 확산되고 있었다.
“허 형, 저게 대체 뭘까요?”
이원은 긴장한 얼굴로 신식을 펼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저 멀리서 한 줄기 붉은 빛이 나타나더니 미친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원은 찬 숨을 들이마셨다. 그 붉은 빛 속에서 잘린 팔 하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제는 이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번득이는 눈으로 붉은 빛에 감싸인 채 어디론가 돌진하는 팔을 바라보았다.
붉은 빛 속의 잘린 팔은 새빨갛고 다섯 손가락은 바짝 말라 있어 보기만 해도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손가락 끝의 손톱들은 허공을 찢을 것처럼 예리했다.
한제의 눈빛이 닿았을 때, 팔 또한 영혼이라도 깃든 듯 한제를 관찰했다. 그러더니 곧장 방향을 틀어 한제를 향해 달려들면서 손톱을 휘둘렀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다섯 갈래의 긴 균열이 생겨나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하얀 종이 위에 갑자기 다섯 갈래의 금이 생겨난 듯한 광경이었다. 한제는 그 균열에 닿으면 육신과 원신이 갈가리 찢겨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한제는 몸을 빠르게 뒤로 물리면서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체내의 원신이 가동되면서 보라색 전광이 튀어나와 잘린 팔로 달려들었다.
잘린 팔은 보라색 전광을 피하기는커녕 한손에 움켜쥐었다. 한제의 원력이 깃든 보라색 전광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더니 원력이 되어 그 잘린 팔에 흡수됐다.
“허! 번거롭게 구는군.”
한제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더니 입을 벌려 모래알을 뱉어냈다. 그 모래알은 곧장 부풀어 오르며 인장이 됐고 한제의 손짓에 따라 잘린 팔을 향해 돌진했다.
쾅!
인장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잘린 팔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 순간, 잘린 팔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인장을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이 광경을 본 한제는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몸을 뒤로 물렸다. 잘린 팔은 바짝 가까워진 상태였다.
쉬익!
손톱은 또다시 다섯 갈래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잘린 팔에서는 독기를 품은 듯한 피비린내가 잔뜩 풍겼고 한제는 그 기운에 침식당하면서 화끈거리는 작열감을 느꼈다.
다시 한 번 뒤로 물러난 한제는 내심 깜짝 놀란 상태였다. 갑자기 나타난 잘린 팔은 기이하게도 한제가 양의의 수준에 오른 이래 상대한 누구보다도 강했다. 특히 손톱이 만들어내는 다섯 갈래의 균열 사이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바람을 맞을 때마다 원신이 잠시 굳어버리는 느낌까지 받았다.
다섯 갈래의 균열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한제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세 번째 눈에서는 부채꼴 모양의 붉은 빛이 퍼져나가 곧장 다섯 갈래의 균열을 뒤덮었다. 그러자 균열들은 빠르게 사라졌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다섯 개의 암적색 핏방울이 됐다.
한제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낮게 외쳤다.
“정(定)!”
그와 동시에 손등에서 마수의 뼈 도안이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더니 두 눈구멍으로 어스름한 빛을 번득였다. 짙은 살기(煞氣)가 밴 기운도 퍼져 나왔다.
이 살기(煞氣)가 하늘을 뚫고 올라갈 듯 솟아오르는 사이 마수의 뼈는 두 눈으로 어스름한 빛을 번득였고 암적색 핏방울 다섯 개는 회색 안개에 섞여 든 듯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놀랍게도 그 광경은 퍽 아름다웠다.
순간, 다섯 개의 핏방울 중 세 개가 돌로 변했고 나머지 두 개는 곧장 줄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잘린 팔로 돌아갔다. 잘린 팔은 잠시 멈칫하더니 더 이상 한제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방향을 틀어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한제는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돌이 된 세 개의 핏방울을 바라보다가 저물대에 집어넣고는 선검을 꺼냈다. 선검을 쥔 그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잘린 팔을 뒤쫓았다.
저 잘린 팔은 너무도 기이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 팔을 본 순간, 한제는 통로 안에서 봤던 오색찬란한 소용돌이 안의 눈알이 떠올랐다. 그가 보기에 그 둘은 같은 존재의 것인 듯했다.
“양의의 수련자와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팔이야. 심지어는 규열기에 다다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오른손에 쥔 선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참라결(斬羅訣)은 검광이 되어 모든 규칙을 베어버릴 듯한 기세로 허공을 진동시켰다. 이에 한 줄기 균열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양쪽으로 뻗어 나가면서 잘린 팔을 바짝 뒤따랐다.
날아가던 잘린 팔은 흠칫하더니 결인을 그려낸 뒤 뒤쪽으로 손짓했다. 그러자 온 허공에서는 펑, 펑 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린 팔은 반경 1천 척 안의 모든 것을 강한 힘으로 압박하여 무너져 내리게 했다.
한제는 침착하게 거대한 인장을 다시 조종해 이번에는 좀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곧장 잘린 팔을 짓눌렀다.
잘린 팔은 부상을 입은 듯 경련을 일으키며 눈이 부실 정도의 붉은 빛을 번득이더니 빠르게 도망쳤다.
그때, 전방에서 약 일고여덟 명의 수련자 가문 일행이 놀란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수준은 문정기 중후기 정도로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다.
잘린 팔은 곧장 방향을 틀어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뒤이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고 수련자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들의 육신을 파괴한 뒤 원신을 꽉 쥐어 그 안의 원력을 흡수했다. 그러자 잘린 팔은 붉은 빛이 한층 더 짙어졌고 좀 전에 입은 부상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진 듯했다.
한제는 잘린 팔을 쫓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한데 그때, 저 멀리서 또 한 줄기의 붉은 빛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안에는 다리 한쪽이 들어 있었다.
그 다리를 본 순간, 한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방향을 틀었다. 잘린 팔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한제를 뒤쫓지 않고 멀리서 다가오던 다리와 함께 먼 허공으로 사라졌다.
허나 그것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그곳을 가득 채웠던 피비린내는 흩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온 뇌의 선계는 이미 혼돈에 빠져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여덟 개의 신체 부위는 모두 양의의 절정 수준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신통술로도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법보는 약간의 작용을 하는 듯했지만 그 역시 크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신체 부위를 감싸고 있는 핏빛은 작열감을 안기는 독성을 품고 있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 신체 부위들은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의 선계 중앙에 모여들어 하나로 합쳐졌다.
“캬아아아!”
그 순간, 커다란 포효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각 신체 부위가 모여들어 이루어진 자는 백발이 성성했고 얼굴에는 끔찍한 상처가 가득했으며, 온몸은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오른쪽 눈은 없었고 하나뿐인 왼쪽 눈에서는 짙은 한기가 번득였다.
“청수 선군, 나를 가둔 네 봉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흘러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었구나! 게다가 너는 나를 죽일 엄두도 내지 못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를 봉인한 곳에 치료용 진을 배치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오히려 네게 감사해야겠구나. 만약 그 봉인이 아니었다면 선계가 무너졌을 때 나 역시 죽고 말았겠지. 크크큭!”
그는 갑자기 광소하다가 어느 순간 뚝 웃음을 그쳤다.
“청수, 내가 죽지 않았으니 너 또한 죽지 않았겠지. 허나 네가 또 한 번 원고시대 선역이 남긴 봉인의 소용돌이를 찾지 않는 이상 날 다시 가두지는 못할 것이다!”
백발의 사내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또 다시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더니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순식간에 어느 조각에 이르렀다. 당시 한제와 이원이 봉인을 열고 그 아래 드러난 통로로 들어갔던 바로 그 조각이었다. 또한 이 조각은 아홉 번째 봉인이 있는 곳이었다.
사내가 손을 내려치자 대륙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렬한 화염이 그 안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붉은 빛이 번득이며 눈알 하나가 튀어나왔다.
사내는 그 눈알을 잡아 비어 있는 오른쪽 눈구멍에 끼워 넣었다.
“극의 경계는 당시 이 오른쪽 눈에 봉인되어 있었지. 선계의 전쟁 중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으니 그 힘을 보충하기란 힘들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직 내 수준을 1할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니 우선 최대한 선원(仙元)을 회복해야 해.”
그는 두 눈에서 붉은 빛을 번득이며 음산한 냉소를 지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적지 않은 후배들이 생겨났구나. 좋다. 모두 다 삼켜주마. 어느 정도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 허나 그전에 일단 선계의 문을 닫아야겠군. 누구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사내는 비릿하게 웃으며 몸을 훌쩍 날려 허공으로 사라졌다.
★ ★ ★
한제는 이원을 데리고 최대한 속도를 올려 서쪽 끝에 있는 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표정은 매우 묵직했는데 이 뇌의 선계에 뭔지 모를 큰 난리가 날 것 같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수많은 수련자를 마주쳤다. 그들의 목표 역시 선계의 대문이었다. 한제처럼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떠나려는 이들도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허공에서는 수많은 빛이 유성처럼 서쪽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각자 최대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드디어 저 멀리 희끄무레하게 끝도 없이 뻗은 거대한 붉은 번개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련자들은 분분히 나이법(挪移法)을 이용했다.
한데 바로 그때, 저 멀리서부터 붉은 안개가 밀물처럼 밀려들더니 거친 목소리가 왕왕 울렸다.
“누구도 이곳에서 나가지 못한다!”
뒤이어 붉은 안개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바짝 말라 해골 같았고 두 눈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고 그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선력이 허공을 휩쓸었다. 그 선력에 휩쓸린 수련자들은 놀랄 틈도 없이 무너져 내렸고 백발의 사내는 그들의 피와 살덩어리는 물론 원신까지 모두 흡수했다.
“오늘날의 연기사(煉氣士)들이 가진 원력은 너무나도 적구나. 선원으로 전환시킨 뒤에는 얼마 되지도 않겠어!”
백발의 사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선계의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