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크크크! 모든 게 완벽하군.”
대주술사도 뇌물로 구슬렸고, 심판의 날의 주인공이 될 ‘하늘의 태양’의 황제도 왔다.
대주술사가 ‘하늘의 태양’ 황제를 악신이라고 선언만 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일 것이다.
그리고 악신을 섬긴 ‘하늘의 태양’은 오대호 호수 주변에 사는 부족들한테 공동의 적이 되고.
반대로 ‘하늘의 태양’은 황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거고.
‘그때, 내가 전면에 나서 하늘의 태양을 정복한 영웅이 된다면…’
오대호 호수 부족들뿐만 아니라 ‘하늘의 태양’까지 다스릴 수 있다.
설사, ‘하늘의 태양’ 황제가 작은 소란을 피워 오대호 호수 부족 중에 누군가가 죽더라도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오대호 호수 부족들에게 원한과 분노만 살 뿐.
어차피 ‘하늘의 태양’의 황제가 죽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치솟는 불길’은 자신이 만든 덫이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하늘의 태양’ 황제가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한테 둘러싸인 채 마을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치솟는 불길’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 * *
‘많군.’
맵 창으로 난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때마침,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나를 안내한 와이언도트 부족 대전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무장을 해제해야 합니다.”
맵 창으로 본 그의 상태는 처음 만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붉은색 점이었다.
피식!
“그러지.”
난 내가 가진 무기들을 하나둘 꺼내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한테 건넸다.
대검, 곤봉, 단검, 활과 화살.
“됐지?”
“몸을 수색해도 되겠습니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미 내가 찬 무기는 다 줬는데?”
적진 한복판에 왔는데도 기가 죽지 않은 나를 보고 와이언도트 부족 대전사가 순간 살기를 드러내며 곧 두고 보자고 하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드디어 나무 울타리로 삼 중으로 에워싸인 와이언도트 부족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지나가자마자 내 앞에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한테 인질로 잡힌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보였다.
“황‥제 폐하!”
“함‥정인 걸 알면서 왜?”
“우리를 구하려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하늘의 태양’ 사람 다섯 명이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용히 해.”
“이것들이 아직 덜 맞았군.”
뒤에서 그들을 감시하는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이 내가 보는 앞에서 ‘하늘의 태양’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패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퍽! 퍼퍽!
그때, 내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신! 황제 놀이 그만하고 저자들의 목숨을 살리고 싶으면 순순히 손발을 묶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지금은 그게 나을 것 같긴 해.”
방문단의 잡힌 사람들이 저들이 다가 아니었기에 난 고민도 하지 않고,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언제 난폭하게 변할지 모르니까 어서 묶어.”
“네. 대전사님!”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이 재빨리 달라붙더니 손발을 줄로 단단히 묶었다.
그 순간, 와이언도트 부족 대전사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며 주먹을 날렸다.
피할까 하다가 그냥 맞아주기로 했다.
퍼어억!
그의 주먹에 맞은 얼굴이 조금 얼얼했지만, 괜찮았다.
“대추장님께서 온전하게 데려오라고 했잖습니까?”
“대전사님! 참으십시오!”
“다 끝났습니다.”
주위에 있는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이 말리는데도 대전사가 여전히 씩씩거리며 분노를 토했다.
“내가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이 개자식아!”
그의 볼일이 끝났는지 곧바로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이 내 몸을 수색한 뒤 마을 광장으로 데리고 갔다.
“가자!”
두 발도 묶여서 걷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좌측에 다섯, 우측에 둘…’
난 맵 창과 주변을 계속 번갈아 보며 마을 안에 배치된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의 위치를 계속 확인했다.
“악신이다!”
“죽여라!”
어느새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더니 나에게 저주를 퍼붓거나 침을 뱉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아이들한테 이상한 말도 들려왔다.
“천둥새 신이다!”
천둥새라…
정보감찰부에서 제대로 소문을 퍼뜨렸다.
고개를 들어 자연스럽게 맵 창을 확인하던 난 재빨리 뒤를 쳐다봤다.
‘지하 곡물 창고인가?’
조금 전, 내 앞에서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한테 두들겨 맞은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저 지하 창고로 끌려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의 태양’ 사람들을 짐짝처럼 지하 창고에 집어넣었다.
‘다 저기에 있었군.’
난 안도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잠시, 마을 중앙 광장에 들어서자 처참한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의 태양’ 사람 세 명이 커다란 나무 기둥 끝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 기둥 밑에는 마치 화형식을 준비하는 듯 마른 장작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음!’
무엇보다 나무 기둥에 묶여 있는 사람 중에 ‘우직한 곰’의 아내인 ‘붉은 열매’도 있었다.
게다가 얼핏 봐도 다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심안!‘
난 심각한 표정을 재빨리 심안을 발동시켜 그들의 상태를 확인해봤다.
역시나 고문을 심하게 당한 듯 다들 기력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그리고.
‘설마 임신?!’
‘붉은 열매’의 뱃속에서 미세한 기운이 느껴졌다.
임신이 맞다.
난 또다시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 걸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악신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지.’
어느새 난 연회장을 마주 보며 화형식이 치러질 나무 기둥 앞에 섰다.
* * *
나무와 가죽으로 만든 임시 천막 안에 연회가 열렸다.
바닥에 놓인 과일과 음식을 먹으며 각 부족의 대추장과 원로들이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고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 부족에도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찾아왔죠.”
“하하하! 저희 부족은 오타와 부족하고만 거래하려고요.”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 마을 중앙 광장에 악신이라고 불리는 ‘하늘의 태양’의 황제가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한테 끌려왔다.
“…….”
잠시 대화가 중단되더니 각 부족의 추장들이 그를 품평하듯 하나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악신이라서 그런가? 제법 신장이 커.”
“나보다 더 어린 것 같군.”
“악신인가? 천둥새 신인가? 과연 대주술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그때, 오대호 호수 부족들을 초대한 와이언도트 부족 대추장 ‘잔잔한 가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자가 악신이라는 걸 모두가 보는 앞에서 증명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초대했습니다. 보다시피 저자는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악신인 타위스카라입니다.”
각 부족 수장들이 그 말에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그럼, 저자의 영혼인 타위스카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대주술사와 주술사들을 부르겠습니다.”
“잠시만요.”
뒤돌아서는 ‘잔잔한 가슴’을 누군가가 멈춰 세웠다.
‘잔잔한 가슴’이 기분 나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말씀하십시오. 오타와 부족 대추장님!”
각 부족 사람들이 오타와 부족 대추장 ‘잔잔한 바람’을 쳐다봤다.
“악신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데요. 만일 저자가 악신이라면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뻔히 함정이라는 걸 알 텐데, 순순히 제 발로 찾아온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긴 하죠.”
‘잔잔한 바람’이 그 질문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악신이라는 겁니다. 여러분을 현혹하기 위해서.”
“그럼, 저자가 일부러 우리를 현혹하기 위해 거짓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까?”
“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자는 악신이 분명합니다. 남쪽 땅에 있는 부족들이 저 악신 일으킨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이 죽었습니까? 그리고 그 부족들이 저 악신을 믿는 사람들 밑에서 핍박받으며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여러 증거가 있지만,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대주술사가 의식을 진행하면 악신인지 알게 될 테니까요.”
“…….”
뒤돌아서는 ‘잔잔한 가슴’이 뭔가 할 말이 더 남았는지 멈춰 섰다.
“혹시, 저자가 위대한 신인 천둥새라는 이상한 소문을 믿는 거는 아니시죠? 그것도 여러분을 현혹하기 위해 악신이 만들어낸 헛소문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얘기하자면 대주술사가 의식을 치르는 동안 저자의 본색이 드러나 악신으로 변할 겁니다. 그때, 작은 소란을 일어날 수도 있으니 다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이 마을에 많은 전사를 배치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만일이라는 게 있으니 각자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잔잔한 가슴’의 조리 있는 말에 설득당했는지 각 부족 사람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촌톤 부족 대추장님! 또, 궁금한 게 있습니까?”
“네. 만일, 저자가 악신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웬만해선 평정심을 유지하는 ‘잔잔한 가슴’이 답답하다는 듯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의식이 끝나면 여러분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왕 그 얘기가 나왔으니 지금 말하도록 하죠.”
“…….”
‘잔잔한 가슴’이 잠시 뜸을 들이며 각 부족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어차피 악신이 여기에 오든 안 오든 간에 ‘하늘의 태양’은 남쪽 부족들을 정복한 것처럼 우리 오대호 호수 지역에 쳐들어와서 여기 계신 모든 부족과 전쟁을 치렀을 겁니다. 다만, 여러분을 초대해서 악신을 증명하는 이유는 ‘하늘의 태양’에 대한 경각성과 위험성을 알리고. 또, 여기 계신 부족들이 하나로 힘을 합쳐 ‘하늘의 태양’에 핍박받고 있는 남쪽 부족들을 원래의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주목적입니다.”
“그렇군요.”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임시 천막 구석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치솟는 불길’이 무척이나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잘하고 있군.’
이젠 ‘하늘의 태양’과의 전쟁은 절대 피할 수 없다.
모호크 부족 대추장에서 밑바닥까지 떨어진 ‘치솟는 불길’이 드디어 자신의 야망을 펼칠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듯 ‘잔잔한 가슴’이 대주술사와 주술사들에게 의식을 진행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 *
“창조주여! 이자의 영에 숨어있는 악신을 보여주소서! 정령들이여! 이자의 가면을 벗게 해 줬으면 합니다.”
와이언도트 부족 대주술사와 주술사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미친 듯이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가끔 물을 뿌리거니 신성한 나뭇가지로 내 몸을 마구 두드렸다.
“…….”
하지만, 난 지금의 이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듯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내 뒤에 나무 기둥에 묶여 있는 ‘붉은 열매’와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절망한 모습으로 안타깝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제 폐하! 저희 때문에…”
“죄‥송합니다.”
“우리 전‥사들이 복수할 거다!”
그때, 와이언도트 부족 대주술수가 신이 교감하는지 흰 눈동자가 보일 정도로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이‥이자는…”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뭐라고 지껄이는 순간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됐다. 인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