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51)
348화
할 말이 많은 ‘게으른 비버’의 대답이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 척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총에 관한 연구는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그걸 고려해 중간 중간 연구가 막힐 때마다 약간의 힌트를 줄 생각이다.
‘그나저나 전략 자산인 철제 무기가 유출되다니….’
언제고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철제 무기가 유출될 줄 몰랐다.
“이 문제에 관련된 각 행정부서 수장들을 불러줘.”
“네, 황제 폐하!”
그 지시를 내린 후, 심각한 표정으로 보좌관들과 함께 관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관청 회의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내가 지시한 대로 철제 무기 관련된 각 행정부서 수장들이 다 모여 있었다.
국방부, 행정부, 정보감찰부, 자경단.
“오셨습니까? 황제 폐하!”
‘찬란한 노을’이 회의실을 참석한 수장들을 대표해 인사를 건넸다.
“긴급 상황인 만큼 바로 회의에 들어가지. 다들 앉아.”
“네, 황제 폐하!”
내가 회의실 정중앙에 앉자, 수장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정보감찰부에서 ‘신의 무기’가 유출된 것을 제일 먼저 알았다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보고해봐.”
“네, 황제 폐하!”
정보감찰부 수장인 ‘발 빠른 사슴’이 자리에 앉은 채 ‘신의 무기’ 유출 사건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각자의 책상 앞에 놓인 보고서를 보면서 들어주십시오. 저번에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건도 있고 해서, 요즘 상단들을 통해 카이오와 부족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한 상단에서 급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하늘의 태양’의 전략 자산인 ‘신의 무기’가 카이오와 부족에게 유출됐다고. 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카이오와 부족 ‘개’ 전사들 대부분 ‘신의 무기’로 무장됐다고 합니다. 해서, 현재 우리 정보감찰부에서 1급 경보를 발동해 ‘신의 무기’가 어떻게 유출된 건지 조사 중입니다.”
그 후로도 ‘발 빠른 사슴’은 몇 가지 더 조사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결론을 말하면, 철제 무기가 어떻게 카이오와 부족 손에 들어갔는지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였다.
“다른 대평원 부족들은?”
“계속 조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없습니다. 다행히도 ‘신의 무기’는 카이오와 부족한테만 유출된 것 같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 난 빠르게 회의를 진행했다.
“용감한 늑대! 큰돈에 관심 있는 몇몇 전사들이 ‘신의 무기’를 카이오와 부족에게 넘길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방부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래. 특히 카이오와 부족 국경선과 가까운 지역들을 조사해봐. 참고로 은밀히 조사해야 돼.”
“네, 황제 폐하!”
현재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용감한 늑대’는 마치 이번 사건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국방부 잘못이라는 듯 죄책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다음으로 행정부 수장인 ‘찬란한 노을’을 쳐다봤다.
“……전 지역에 있는 무기 창고를 다 조사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중장부로 속일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조사할 계획입니다. 다만, 무기 창고를 다시 조사하고 나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상단이 ‘신의 무기’를 유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행정부 수장과 같은 의견입니다.”
“저 역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회의실에 참석한 수장들이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며 한마디씩 얘기했다.
“상단이라….”
나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며 말을 아꼈다.
“자경단 수장! 무기를 취급하는 상단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해봐. 특히, 다른 부족들과 거래하는 상단들을.”
자경단 수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얘기했다.
“황제 폐하! ‘신의 무기’를 외부 부족들과 거래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근데….”
옆에 있던 ‘발 빠른 사슴’이 답답하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걸 황제 폐하께서 모르시겠습니까? 다만, 다른 부족들과 거래하는 상단 중에 식량을 가장하여 무기를 유출한 상단이 있을 거라는 겁니다.”
“아! 국내에서만 무기를 취급하는 상단 중에서 말이죠.”
“네.”
“그렇다면 그 상단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면 어느 정도 단서가 될 만 한 게 나오겠네요.”
이제야 내가 의도하는 바를 이해했다는 듯 자경단 수장이 얼굴에 활기를 띠며 대답했다.
난 피식 웃으며 정리에 나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밀이 새어나지 않게 극비로 움직여야 돼.”
“네, 황제 폐하!”
긴급회의에 참석한 수장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그때, 마지막까지 회의장에 남은 ‘찬란한 노을’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며 물었다.
“황제 폐하! 카이오와 부족에 유출된 ‘신의 무기’는 어떻게 할 거예요? 개척부대를 파견해서라도 ‘신의 무기’를 거둬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난 잠시 고민에 잠기며 말했다.
“이 사건은 순전히 내부 단속을 제대로 못 한 우리 잘못이 커. 일단, ‘신의 무기’를 불법 유출한 자들을 잡는 게 우선이야. 카이오와 부족은 그다음에 어떻게 해결하지 논의를 해보자고.”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어요.”
‘찬란한 노을’이 한결 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회의장에 혼자 남은 나는 카이오와 부족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잠겼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하지만, 언젠가는 힘을 축적한 카이오와 부족이 움직이겠지.”
그때, 그걸 명분 삼아 우리 ‘하늘의 태양’이 적절하게 대처하면 될 듯했다.
* * *
‘하늘의 태양’ 대평원, 만단 마을.
과거 미주리 강을 중심으로 중계 무역 중심지로 떠올랐던 만단 부족 마을.
지금도 과거의 성세를 이어받아 ‘하늘의 태양’ 아래 무역으로 번창하고 있었다.
중계 무역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단뿐만 아니라 국경을 떠나 다른 부족들과 무역하기 위해 온 상단들도 꽤 많았다.
마을 번화가는 오늘도 상단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 상단이 맞지?”
“맞는 것 같아.”
번화가 구석에서 한 상단 무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두 명의 자경단원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서둘러 비밀 장소로 향했다.
잠시 후, 이 마을에 자경단이 운영하는 비밀 장소에 좀 전에 번화가에 있던 두 명의 자경단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장님! 강력한 용의자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한창 서류를 들춰보고 있던 자경단 조장이 얼굴에 득의 한 미소를 지으며 지난 과거를 떠올렸다.
‘신의 무기’ 유출 사건.
황제 폐하의 명으로 ‘신의 무기’와 관련된 모든 행정부서가 동원되어 몇 달간 대대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국방부에선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섰고, 행정부가 관리하는 전 지역의 무기 창고들이 재조사에 들어갔다.
물론, 워낙 극비로 움직이다 보니 ‘하늘의 태양’ 사람들 대부분은 ‘신의 무기’ 유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용의 선상에 있는 상단과 전사들, 무기 창고 관리자들을 추리고 추려 강력하게 의심되는 용의자들만 남았다.
“상단의 물건을 확인해봤나?”
“네. 교역소 검사관이 확인했지만, 대부분 생필품이나 식량이 전부였습니다.”
“국내에 무기를 공급하는 상단치고는 너무 조촐하군.”
보고하는 자경단원 하나가 확신에 찬 모습으로 나섰다.
“그래서 더욱 의심됩니다. 분명, 어딘가에 접선지를 정해두고, ‘신의 무기’를 유출했을 겁니다.”
‘하늘의 태양’이 워낙 거대하고 영토가 넓다 보니, 모든 국경선에 전사들을 일일이 배치하며 감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주요 요충지가 아닌 곳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국경선을 넘어 다른 부족들과 거래할 가능성이 컸다.
“그 상단의 목적지가 어디지?”
“포니 부족입니다.”
“포니 부족이면 카이오와 부족 영토와도 가깝군.”
“네.”
잠시 건물 안이 정적이 흐르며 저마다 깊은 생각이 잠겼다.
“뭔가 냄새가 나네요.”
“그러게. 카이오와 부족과의 직접 거래가 아닌 포니 부족을 통해 ‘신의 무기’를 얻게 된 거라면….”
“대략 그림이 그려지면서 설명이 되네요.”
지난날, ‘신의 무기’ 유출 사건으로 카이오와 부족 영토와 가까운 지역에 집중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그 사건의 단서나 실마리는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오세이지 부족 마을과 대평원 아파치 부족 마을은 본의 아니게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자경단 조장이 각오가 깃든 표정으로 힘차게 지시를 내렸다.
“이제야, 끝을 보게 되는군. 지금 당장 합동조사단에게 공문을 보내.”
“네. 조장님!”
* * *
‘평평한 강(플랫 강)’ 중류, 대평원.
‘하늘의 태양’의 국경선을 넘은 이 백 명 규모의 상단이 갈대밭으로 우거진 강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정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다시 확인해 봐.”
“네, 상단주님!”
상단 직원들이 주변을 확인하며 안전을 확인하자, 상단주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힘껏 새소리를 냈다.
피리리리리리!
그 새소리가 갈대로 우거진 강가까지 넓게 퍼져갔다.
그때, 갈대숲이 들썩거리더니 등에 짐을 가득 멘 열 명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단한 인사가 오고 간 뒤,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걸 구하느라 힘 좀 뺐소. 값어치를 제대로 계산해 주시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제 손님도 요즘 애가 타는지, 물건 값이 한없이 올라가고 있죠. 거래가 끝나면 약속대로 반을 지급하겠소.”
“고맙소.”
“근데, 무기를 만드느라 요즘 대장간이 한창 바쁠 텐데 직접 오신 겁니까?”
덩치도 크고, 손 곳곳에 굳은살이 박힌 건장한 중년 남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요즘 하도 감시하는 눈이 많아서, 직접 휴가를 내고 왔소.”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 상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선 누구한테 맡기는 것은 위험하긴 하죠.”
대화가 끝난 뒤, 바로 물건이 거래됐다.
“빠르면 겨울, 늦으면 내년 봄에나 보겠네요.”
“더 늦을 수도 있소.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오.”
그리고선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곧 저물 것 같다. 포니 부족 마을에 서둘러 도착하자!”
“네, 상단주님!”
상단주의 지시에 상단 직원들이 이동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다.
한편, 강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하늘의 태양’ 합동조사단이 조원 언덕에 몸을 바짝 엎드린 채 그들의 행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두 무리가 헤어지고 있습니다.”
“단장님! 어떻게 할까요?”
합동조사단원 단장은 얼굴에 갖다 댄 망원경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이걸로는 부족해. 포니 부족, 카이오와 부족과 거래하는 현장을 확보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합동조사단 단장 주위에 참모진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정보감찰부에 연락해서 만단 마을로 돌아가는 저 무리를 감시해달라고 해줘. 만일, 중간에 허튼수작을 부리면 저들을 바로 잡아들여도 된다고 해.”
“네.”
“포니 부족 영토에서 제일 가까운 사단 주둔지에 연락해 지원을 요청하고.”
“알겠습니다. 단장님!”
합동조사단 단장은 모든 지시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상단을 감시한다.”
* * *
포니 부족 마을 외곽, 대평원.
불법 거래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던 합동조사단은 하나같이 충격이 휩싸였다.
‘뭐야? 포니 부족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