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82
183. Prisoner of Love (2)
당장 출발하자는 말을 듣고, 하은성은 오늘 밤 벌어질 일을 예상했다.
지구에서부터 몇 번이고 반복한 절차가 다시금 되풀이되리라.
단순한 루틴이다. 하은성이 영혼 상태로 염탐을 하여 타깃의 위치를 특정한다. 그걸 민준에게 보고하면, 예의 그 무시무시한 쌍 후라이팬을 들고 그가 출동하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걸 동시에 양손에 드는 일은 지양하면서, 은색 팬으로는 머리를 후려치고 수고스럽게도 다시 집어넣은 다음, 그제서야 흑색 팬을 꺼내 세뇌할 것이다.
눈에 훤했다.
그는 유체이탈 준비를 한다.
“네, 그럼 다녀올게요. 왕궁이죠?”
여태 도시를 누비며 탐사한 터라 왕궁 위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왕족들이 머무는 내궁의 방 하나하나까지 다 뒤지지는 않았는데(다크바라의 증언에 따르면 성소가 그런 곳에 있을 리 만무하므로), 오늘은 그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오면 되리라.
“공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 주시면···.”
“아니, 잠깐만.”
당장이라도 출발하려는 기세인 채무자를 민준이 만류했다.
“왜 그러세요?”
“이번에는 특별히 주의할 부분이 있어.”
“네?”
“그리고 공주의 생김새까지 알 필요도 없어. 어차피 구별도 잘 못 하잖아?”
“어··· 그렇긴 하네요. 주의할 게 뭔데요?”
“유체이탈 상태로 내궁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묘한 느낌이 들 거야. 그 위치와 주변 경호 상황을 알아 오면 돼.”
“기묘한 느낌이요?”
“내가 유령이 되어 본 적 없어서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군. 아마도 영체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 넌 지금 순수한 영혼 상태가 아니라 혼과 정신체가 결합한 유령이잖아. 대기 중 마나 농도에 영향을 받을 테니 공주의 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타깃은 평범한 슈탄이 아니라는 거다.”
민준에게 붙잡혀서 모든 진실을 토해 낸 다크바라에 따르면, 유리아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자매를 압도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학문, 언어 능력, 사교술, 정치 감각, 예술적 재능, 신체 발달 등 모든 분야에서 월등했다고.
그런데 개중 어떤 능력은 다른 자매들이 아예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종류였다고 한다.
“유리아 공주는 슈탄 왕실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천재 이능력자라는 모양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윰투스가 묻는다.
“그것이 어떤 능력입니까?”
***
=최상위급 마나 응결 능력이라니··· 솔직히 이건 좀 버겁군요.=
조금 전, 하은성이 윰투스에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민준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관짝 하나와 후라이팬을 들고 나와 있던 참이었다.
용무를 마친 뒤 민준은 관뚜껑을 닫고 후라이팬을 집었다. 의견을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능력자일수록 세뇌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적당한 급이라면 반발을 억누르고 제가 휘어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가 문제가 됩니다. 첫째, 제가 이미 세뇌를 한 대상이 너무 많아서 힘이 분산된 상태고 그중에는 고룡도 몇 명이나 포함된다는 거지요. 둘째, 다크바라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공주의 능력은 차원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뛰어납니다. 위원회에서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에는 나도 동감이야.”
마력, 정신 감응력, 영체 감응력, 정령 친화력, 염동력, 신성력, 신체 강화 능력, 공간 조작 능력, 시간 간섭 능력 등 수없이 많은 갈래로 나뉘는 이능의 공통점은 대기 중 마나 농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구의 1차 집단 이민 때 위원회가 괜히 ‘지구의 마나 농도 상승’을 대가로 내건 것이 아니었다. 지구에 터미널을 건설하고 거대 아티팩트를 설치하여 향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환경을 뒤바꿔 놓아야 했다. 충분한 마나가 존재해야 이능으로 분류되는 모든 힘이 제대로 발동될 수 있기에.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인지하는 대부분의 이능력이 발동하는 매개는 마나다. 그런데 그 매개가 제대로 흐르지 않고 얼어붙는다면?
결과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이능이 약화되거나 무효화되는 것이다. 유리아 공주의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자체로 매우 드문 능력이기도 한데, 위원회가 기겁할 정도로 강력하기까지 하단 말이지?”
유리아 공주는 유년기 시절 이미 위원회로부터 ‘차원 도약 터미널 영구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능력이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던 때였음에도.
=어렸을 때 옆 나라 터미널 행사에 갔다가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고 했지요?=
미혼 여성은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핑계를 들며 집 밖에 잘 나오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오늘날 슈탄의 문화이지만 왕족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덕분에 외국에 갈 수 있었던 유리아 공주는 의도치 않게 사달을 낸 모양이었다.
터미널의 기능을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마도구, 위원회가 직접 설치한 초거대 아티팩트인 ‘유도탑’이 공주의 능력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였다.
그 마도구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운영자 측이 즉시 조치를 취해서 인명 사고는 막았지만, 발견이 늦었거나 도약을 끝내기 직전의 배가 그때 입항 중이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얼마 전 민준의 계획에 의해 차원 틈바구니에서 몰살당한 사령부 선발대처럼 말이다.
“위원회가 바보가 아니고, 마나 응결 능력자가 온다는 걸 사전에 알고 준비했을 거야. 그런데도 유도탑이 영향을 받았단 말이지?”
=나이를 먹고 지금은 더 강해졌을 거라고 했죠. 그만한 힘을 염동력으로 치환하면 산을 진흙처럼 주물럭댈 정도이고, 마력으로 치환하면 도시 하나 불태우기 충분한 힘입니다. 다시 말해서···.=
후라이팬은 고심 섞인 정신파를 흘렸다.
=직접적 살상력이 없다뿐이지, 제가 자기 긍정을 심어 준 그 웨폰 마스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력한 이능력자라는 말씀입죠.=
그 말을 들은 민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솔라다에게 후라이팬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제를 돌리는 대신에 되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힘들다는 거야?”
후라이팬은 지금 이 상태에서 유리아 공주를 추가로 세뇌할 수 있는가?
아시프-1이 대답했다.
=지금 상태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 급 능력자를 세뇌하려면 사전에 고룡 하나의 세뇌를 풀어 놓아야 합니다.=
“고룡?”
민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솔라다 집에서 세뇌한 그 하인 놈들 몇 명을 풀어주는 걸론 역부족인가?”
=죄송합니다. 고룡급으로 하나 정도 풀어줘야 여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영혼 파편을 더 흡수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도 같구요.=
“애초에 그 파편을 더 회수하려고 세뇌하려는 거잖아. 그런데 세뇌하려면 영혼 파편이 더 필요하다니, 답이 안 돼.”
=그렇긴 하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후라이팬은 현실적인 제약 하나를 또 들이민다.
=제가 세뇌한 고룡들 대부분 지구에 있지 않습니까? 실행하려고 해도 너무 멉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저희 가까이에 위치한 녀석은···.=
민준은 방금 뚜껑을 닫은 관을 바라보았다.
=저쪽 세뇌를 풀고 공주를 대신 세뇌할까요? 그런데 한 번 풀린 녀석에겐 저항력이 생길 것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주인의 결정은 빨랐다.
“아니, 저 녀석은 풀어주면 안 돼.”
=하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요. 계속 굶고 다니실 수는 없지요. 저도 이해합니다.=
“유리아 공주에겐 다른 방법을 써 보지. 요 근래 네게 많이 의존하긴 했지만···.”
그리 말하는 민준의 표정에는 근심이나 걱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네가 없던 시절에도 ‘탐문’과 ‘심문’은 내 주특기였으니까.”
=그건 저도 압니다.=
후라이팬은 뒤끝이 살짝 찝찝한 정신파로 중얼거렸다.
=지금보다 좀 거친 방법을 쓰셔서 그렇죠.=
***
민준의 계획은 간단했다.
“처음에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협조를 구한다. 그래도 거부하면··· 또 방법이 있어.”
저항력이 사라질 때까지 초주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군. 하은성은 불행한 공주의 앞날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동시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눈앞의 요원은 처음 만났을 때 죄인들을 심판하는 정의의 사도로 보였다. 지구에서의 그는 분명 공주를 납치하는 테러리스트보다는, 그런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는 일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행보를 완전히 뒤바꿨다. 다만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민준의 눈동자에서 하은성은 몹시도 간절하고도 깊은 갈망을 보았다.
그의 채권자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자신에게는 알려 주지 않은 어떤 염원을 위해서.
‘대체 뭘 위해서일까?’
의문을 가슴 속에 묻어 둔 채 하은성은 민준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공주를 납치해 오는 사이, 윰투스는 여기 남아 다른 공주를 지키고 있기로 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하은성은 왕궁 근처까지 이동해 유체이탈을 했다.
잠시 후.
“쿨럭!”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킨 하은성이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가까이 가니까 영체가 짜릿해지는 구역이 있었어요. 더 가면 못 버틸 것 같아서 마지막 벽까지 넘지는 못했어요. 그 방 안에 유리아 공주가 있는 것 같아요.”
예상대로, 상식 수준을 벗어난 공주의 마나 응결 능력은 정신체(유령)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마나 농도가 지금처럼 높아지기 전에는 지구에서 고스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정신체와 마나 사이 연관은 분명했다. 순수한 영혼 상태가 아닌 이상 영향을 받는 것이다.
“방 근처에 결계 같은 건 따로 보지 못했어요. 유령을 쫓는 결계 말고, 그냥 일반적인 결계도요.”
“공주 가까이에서는 다 약화되거나 소멸되어 버릴 테니까.”
“공백을 몸빵으로 때우려는 건지··· 경비를 선 슈탄은 엄청 많아요.”
“그놈들 눈만 속이면 되겠군. 알겠다.”
화르르!
그림자가 끓어오르며 민준의 온몸을 덮었다. 그가 어둠에 몸을 녹이듯 사라지는 장면을 하은성은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저렇게 모습을 숨겨도··· 결국 공주 방 앞에서 마법이 깨질 텐데?’
하지만 민준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한파가 몰아칠 때 얕은 실개천이나 샘은 금방 얼어붙어 버린다. 그와 대조적으로 깊은 강이나 바다는 극한의 추위를 맞이할 때 표면이 얼어붙을 뿐, 얼음장 아래에서는 무겁고도 강렬한 흐름이 계속된다.
민준의 몸 안을 채운 흑마력이야말로 깊고도 넓은 바다의 해류와 같았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을수록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왕궁에 진입하고 거침없이 나아가다가, 마침내 공주의 능력 영향권 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민준의 은닉은 깨지지 않았다. 마나가 응결된 영역을 새로이 뿜어낸 마력으로 덮어 버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치지 않고 해안을 때리는 파도처럼, 얼어붙은 경계를 휩쓸며 덮는다.
‘이 방향이라고 했지.’
하은성의 추측대로 마법의 공백을 인력으로 메우려는 듯, 일정 방향으로 갈수록 경비 인력이 대폭 늘어나는 것을 민준은 목격했다.
그들 중 누구의 시선에도 포착되지 않은 상태로 공주의 방 바로 앞까지 접근했을 때, 민준은 내심 감탄했다.
‘이건 정말··· 미친 수준이군.’
유리아 공주는 설명으로 듣고 상상했던 것보다도 뛰어난 능력자였다.
화르륵!
파팟!
화르르!
민준의 몸을 덮고 여태 어둠 속에 숨도록 도왔던 그림자는, 급변하여 폭우에 노출된 모닥불의 형상이 되었다. 끊임없이 검은 불씨를 튀기며 사그라들었다 피어오르기를 반복했다. 벽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공주의 장악력 때문에 힘을 잃었다가, 민준이 기름처럼 퍼붓는 흑마력을 연소시키며 살아나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 마력 소모가 심하겠어.’
인지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으로 호위병의 눈을 가린 뒤, 그는 결계 하나 걸려 있지 않은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동시에 그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
기대했던 저항감은 없었다. 마법적인 저항 외에, 물리적인 그것마저도.
문은 너무도 쉽게 열렸다.
‘뭐야?’
옛날 같은 사회상이었으면 모른다. 이 시대를 사는 슈탄 공주의 방문이 열려 있다고?
민준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닫았다. 방 한가운데에 깬 채 앉아 있는 슈탄 여인이 보였다. 다크바라의 자료상 인상착의와 일치했다.
그런데 차림이 좀 이상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요 며칠 외부 일정이 없는 걸 감안하면 의외였다. 미혼 여인들이 항상 입는 실내복, 즉 ‘출산복’이 아니었기에.
공주의 고개가 돌아가고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민준은 저 옷이 외출복치고도 기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체 복면으로 얼굴은 왜 가렸지?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민준은 의구심을 감추며, 위압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아 공주.”
비명을 질러 봤자 외부로 새어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해 뒀지만, 공주의 반응은 너무도 평온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기다렸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뭐?
“인간들이 누굴 보낼까 싶었더니, 예상은 했지만 정말 대단한 능력자로군. 이 많은 감시의 눈을 피해 이곳까지 닿다니.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나를 몰래 빼낼 수 있겠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민준은 당혹스러웠다. 저 말은 그가 여기 오는 걸 미리 알았다는 투다.
설마 알려지지 않은 예지 능력까지 있었던가?
민준은 의혹을 입에 담는 대신, 준비한 말을 꺼내려고 했다. ‘유리아 공주, 순순히 나를 따라오···.’
“자, 출발하지.”
“······?”
그가 말을 뱉기도 전에 유리아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담담한 시선을 민준에게 던진다.
“‘탈것’은 준비했겠지? 성소까지 고도를 높여서 비행할 수 있는 이동 수단 말이야. 몇 번 강조했지만, 마정석 말고 다른 동력을 사용하는 탈것이어야 해. 마정석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작동을 멈춰 버리니까.”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민준은 상대의 말에서 중요한 정보를 건져 냈다.
성소까지 고도를 높인다고?
그 말은 성소가 이곳보다 훨씬 높은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를 암시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왕궁보다 높은 건물도, 산지도 없는데···.
“······!”
민준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하은성이 도시를 샅샅이 뒤져도 성소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유령은 고정 관념에 따라 수평적 영역 내 좌표만 탐색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탐험은, 수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저렇게 침착하게 구는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소란을 피우지 않고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원회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큰 소란을 벌이는 건 그도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마정석 없이도 날아갈 수 있는 탈것이라고?’
마법을 쓰지 않아도 날 수 있는 이동 수단.
민준의 머릿속에 금방 답이 떠올랐다.
그녀의 판단을 흐린 게 무슨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오래 가지 않을 터이다. 그것이 깨지기 전에···.
그는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한다. 천연덕스럽고도 뻔뻔하게.
“물론이죠.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