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05
206. 마음의 발명(The Invention of Heart) (3)
***
이계의 해변가에 앉아 하은성은 오늘 들은 이야기를 복기했다.
밤을 맞은 모래사장 위, 달이 뿌린 시린 빛이 묵묵하게 내리다가 지면에서 푸르게 뭉개지며 번졌다. 묵빛 바다와 푸르스름한 대지. 파도 끝자락이 만드는 꿈틀거리는 경계를 따라 색채의 결벽적인 대조가 펼쳐진다. 눈앞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하은성은 내면을 향해 질문했다.
‘아저씨.’
이 몸 주인은 용족 기준으로는 어린 드래곤이라지만 하은성에게는 아저씨다. 그는 키르그자일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말했다.
‘아저씨는··· 제비족 비슷한 거였군요?’
예상한 대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낮에 하은성은 몸 주인의 형으로부터 그가 어떤 용이었는지 들었다. 그는 외계로 여행을 갔다가 실종되었는데, 용족이 애용하는 고급 휴양지에 간 건 단순히 휴식 목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돈 많고 나이 많은 드래곤 여인을 꼬셔서 재산을 갉아먹는 것. 최종적으로는 결혼에 성공하여 위자료를 뜯어내는 것까지 노렸다.
‘그런데 아저씨.’
하은성은 애도를 금치 못했다.
‘왜 하필 골라도 창천 같은 여자를···.’
지구의 뇌룡, 창천은 몸 주인이 타깃으로 한 프로필과 거의 일치했다.
돈 많고, 남자를 자주 바꾸고, 젊은 용을 밝히고, 수명은(용족 기준으로) 얼마 안 남은 고룡.
하은성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창천은 생전에 용족 사회에서 ‘연하남 킬러’를 넘어 ‘연하남 연쇄 살인마’에 가까운 악명을 쌓았다고 한다. 남자를 그만큼 자주, 많이 바꿨다는 뜻이다. 한국의 금융과 의료를 쥐어 잡았으니 돈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창천이 젊은 남자의 몸을 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추측과 다른 이유로 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비유나 농담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연쇄 살인마였다.
‘대충 예상이 되네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몸 주인은 창천에게 접근했고 분위기가 아주 좋게 흘러갔을 것이다. 마음이 완전히 넘어왔다고 판단했겠지.
하지만 그는 작업 도중에 납치당한 것이다. 고룡의 꼼꼼한 뒤처리는 두 사람이 함께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터다. 증거 말소와 살인멸구는 기본이겠지. 창천은 그런 여자였다.
‘그런데 아저씨.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못 깨어나는 거예요?’
몸 주인의 신상은 알아냈지만 의문 하나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의 영혼은 왜 아직도 잠들어 있는가?
이 육신에 달란트와 하은성의 영(靈), 몸 주인의 영이 공존하던 그 시절. 하은성은 무의식중에 달란트를 소모하여 몸 주인의 영력을 흡수했다. 그 결과 민준이 공언하기를, 그의 영혼은 드래곤에 비견되는 격(格)을 얻었고 말이다.
또한 민준은 이렇게도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몸 주인의 영혼은 회복할 거라고.
그런데 하은성은, 여태 채권자가 장담한 내용이 실현되지 않은 유일무이한 사례를 경험하고 있었다.
‘전 그게 아저씨가 특별한 드래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키르그자일에게 물어보니, 이 몸 주인은 평범하디평범한 드래곤이었다.
그렇기에 하은성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저씨가 특별한 게 아니라면. 이유가 그쪽에 있지 않다면···.’
이유는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그르르!”
그때, 발치에서 촉촉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하은성은 상념에서 깨어 그쪽을 보았다. 민준이 원했기에 하은성과 사제는 멀리 떨어져서 나온 참이다. 함께 움직인 윰투스는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며 명상에 잠겼다. 하은성은 정신을 잃은 그의 이마에서 분출되는 핏물 양이 급증한 걸 확인했다. 당황하지 않고 숙련된 손길로 닦아 낸다.
그러던 중.
화앗!
“아, 복귀하셨네.”
하은성은 바닥에 누운 사제의 몸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섬광이 터지더니, 그 짧은 찰나 하늘이 갈라졌다가 다시 봉합되었다. 갈라진 검은 틈이 완전히 아물기 전, 균열을 통해 영혼 하나가 튀어나온다.
윰투스였다.
사제의 영혼은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몸을 찾아 다이빙했다.
“쿨럭! 그르르!”
유체 이탈을 마친 윰투스가 움찔거리며 경련했다. 잠시 후, 여운에 잠긴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하은성 님. 계속 곁에서 봐주고 계셨군요.”
“제가 유체 이탈할 때도 사제님이 봐주시잖아요. 상부상조죠.”
어깨를 으쓱하며 그리 말한 하은성은, 방금 본 장면이 지워지지 않는지 말했다.
“방금 ‘거기’ 갔다 오신 거 맞죠? 영체 상태로요.”
“맞습니다.”
하은성은 감탄한다.
방금 그가 본 현상은, 사제의 표현을 빌리면 ‘물질적 개입과 영향을 배제한 영체 상태의 차원 도약’이라는 모양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영혼만 차원을 넘었다가 돌아온 것이다. 물질이 차원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물리적 반발력을 이겨 내야 하지만, 방금 윰투스의 정신체는 그런 것 없이 수월히 목적지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런 일이 모두에게 가능하다면 고스트(Ghost)들은 심심할 때마다 외계 여행을 다닐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하은성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저는 그거 못 하는 거죠?”
윰투스는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종교에 귀의하여 신심(信心)을 깊이 다지면 하은성 님도 은총과 은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제가 아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저런 걸 할 수 있다면, 나도 영혼만 지구로 뿅! 날려서 동생들이 잘 지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텐데. 하은성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설명을 더 들어 보니, 그런 일은 하은성이 드림랜드 교단의 교황이 되어도 불가능한 모양이다. 저들이 영체 상태로 갈 수 있는 차원은 ‘엘라후-프라가’라고 불리는 곳, 그들의 신이 잠들어 있는 그곳뿐이었다. 더군다나 그 과정에서 신성력도 엄청나게 많이 소모하는 모양이다.
포기하며 묻는다.
“동료 사제분은 잘 만나셨어요?”
윰투스가 도청 염려 없이 고향 차원 사제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양쪽 다 유체 이탈한 상태로 엘라후-프라가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네, 오랜만에 만나 정보를 교환했지요.”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약간 어두웠다.
“제가 그들을 너무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동안 신성력이 차오르면 엔델리온의 공주를 회복시키느라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민준 덕에 겨우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사이 변경된 부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터미널 설비와 도약선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요.”
엔델리온을 탈것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듣고, 상대는 영혼 상태에서도 까무러칠 뻔했다.
“그리고 화신을 맞이할 준비에 소홀하지 않도록 당부했구요.”
다음 목적지는 윰투스의 고향, 엘라후-프라가 교단 본부가 있는 그곳이었다.
여기서 한 번의 도약으로 도달하는 위치였기에 민준은 바로 가기로 했다. 아시프-1의 다른 조각을 찾는 건 교단에 모아 둔 달란트를 흡수한 뒤에도 늦지 않을 테니.
“그런데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으세요?”
그렇게 질문한 하은성은 놀랐다.
좀처럼 분노를 내비치는 일이 없던 사제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노기(怒氣)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가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사이 분위기가 좀 이상해진 모양입니다.”
“어떻게요?”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참으로 망측하게도, 화신의 존재에 회의를 품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
드워프 전문의, 최택수는 자신이 목도한 기적 앞에 얼어붙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빈다. 그 후 다시 쓰고 봐도 전면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수염을 쥐어뜯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겨우 세 시간 전 면도한 턱을 덮은 까칠한 털은 인간에 비해 놀라운 속도로 자라긴 했지만 아직 손에 잡힐 양은 아니었다. 드워프여도 매일 면도를 해야 하는 몇 안 되는 직업에 종사한 업보였다.
‘맙소사.’
최택수는 그들이 서 있는 응급실 바닥을 빼곡하게 덮은, 곰팡이의 융단을 바라보았다.
검고 희끄무레한 털실 같은 것이 뒤섞인 그것은 병원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사람 옷이나 피부에 붙어 따라 들어온 곰팡이 포자는 여기에서는 성장하거나 증식하지 못한다.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조금 전 젠킨슨 회장이 데려온 청년. 저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쓴 남자 손에서 황금 광선이 폭발하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피바다에 가까웠던 침상 바닥에 곰팡이가 가득 증식한 것이다.
“······.”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는 사람들과,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매를 찡그리는 레드 드래곤 앞에서 청년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이고, 조준 잘못했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금색 섬광이 폭발했고.
‘그러자 이렇게 되었지.’
최택수는 곰팡이 융단에서 고개를 돌려 오늘 두 번째로 발생한 기적을 보았다. 앞선 두 기적을 목격하고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의 귓가에 다른 의료진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바이탈은 안정적입니다. 박정육 씨! 박정육 씨! 제 목소리 들리세요?”
오크 환자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옆구리에 꽂았던 흉관은 자연스럽게 밀려 나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구멍은 깨끗하게 아물었다. 이미 확인했지만 다시 한번 촉진(觸診)한다. 전신 골절은 흔적조차 없고 온몸의 뼈가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복부에 팽팽하게 차올랐던 피도 말끔하게 사라졌고 외상 역시 보이지 않는다. 추가적인 내부 출혈의 기미도 없었다.
최택수는 병원 밥을 먹을 만큼 먹었고, 신성력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경험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것’은 접해 본 적이 없었다.
환자는 완벽하게 회복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에 이런 능력자가 존재한다고?”
청년이 기적을 펼친 직후, 드래곤과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
젠킨슨 회장은 능력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런 식으로 몇 명 더 가능하겠나?’
그러자 마스크 너머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 모르겠어요.’
그 대답을 회장과 의료진은 부정적인 것으로 오해했다. 몇 명이나 더 회복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뜻으로. 그럴 만도 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완벽하게 다시 살려 냈으니.
그런데 이어진 말을 들으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젠킨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명이 됐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잘 모르겠다는 청년의 답은 이런 뜻이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회복시켜야 이 힘이 다 소모될지 모르겠다고.
대충 잘 모르겠긴 한데, 일단은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식에 어긋나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응급실의 누구도 청년의 말을 허풍이라고 비웃을 수 없었다.
최택수는 오크 환자에게서 시선을 떼어 곳곳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이 침상에서 용무를 마친 뒤 젠킨슨의 비서는 응급실 책임자인 그로부터 제일 위급한 환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녀의 인도에 따라 돌아다니며, 눈코입을 가린 ‘기적의 능력자’는 차례로 위중한 환자를 살려 냈다.
“세, 세상에나!”
“살았어! 살아났어! 맙소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요. 이건 제가 어떻게 한 게 아니라···. 저기 선글라스 끼신 남자분이···.”
“어머니! 정신이 드세요? 아흑··· 어머니!”
“맙소사, 이건 기적이야!”
물론 모든 시도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가 아직 자신의 힘을 통제하는 것에 서툴다는 건 이능력이 없는 최택수조차 쉽게 알 수 있었다.
파앗!
“아··· 또 빗나갔네.”
파바밧!
“아··· 지금 거기로 쏘려고 한 게 아닌데.”
그의 손에서 폭발하는 황금빛은 한데 집중되어 목표에 닿는 대신 넓게 퍼져 산란(散亂)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튀어 천장을 관통하거나, 벽면을 뚫고 옆 동 요양병원을 덮어 버리거나 했다.
그 결과, 기적은 응급실 내부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아직 최택수의 귀까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대학병원 구석구석에서는 각종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증 치매로 입원한 인간 노인이 거울을 보더니 자기 몰골에 기겁하며 명료한 목소리로 퇴원 서류를 요구하거나, 교통사고로 팔을 못 쓴다고 진단받은 하프 엘프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멀쩡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경악에 굳어 버리거나, 3년째 식물인간이던 중년 오크가 눈을 뜨고 이미 재혼한 아내를 찾는 통에 간호사실이 뒤집히는 등의 사건들이 속출했다.
그대로 시간이 흐르자 응급실 환자들 치료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목숨을 구한 이들과 보호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지만, 청년은 부담스럽다는 듯 비서진 뒤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바로 자리를 뜨지는 않았는데, 추가로 급한 환자가 이송되는 걸 대비한 젠킨슨의 지시였다.
그사이 응급실의 의사들 몇몇은 아예 치료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 일을 하려고 해도 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택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멍하니, 기적의 사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어떤 신을 모시는 성직자이지?’
만약 저런 사제가 세상에 넘쳐나면 의사는 필요 없을 것이다.
이성으로는 그걸 알면서도, 드워프는 저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
한편, 얼굴을 가린 그 청년을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시선 중에서는 다소의 염려를 담은 것도 있었다.
그 눈길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젠킨슨이었다.
‘대단하군. 예상을 까마득히 뛰어넘었어.’
이미 죽은 경우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그가 홍콩에서 급히 데려온 거미 괴물 막내는 숨이 붙어 있기만 하면 모두 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몇 명이나 더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도 아이가 같은 답을 했다는 것이다.
‘모르겠어요.’
레드 드래곤은 인간을 본뜬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여전히 떨치지 못한 의문에 주목한다.
‘저 아이, 대체 무슨 신을 ‘상상’해서 믿는 거지?’
이미 수차례 질문했으나 막내의 답은 젠킨슨을 만족시킬 정도로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저,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주인을 머릿속에 그렸다고 답했을 뿐이다. 평범한 드래곤은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었기에 젠킨슨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신의 이름도, 교리도, 속성도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 능력을 낸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던진 의문은 약간의 공포심마저 동반했다.
신성력은 신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깊어질수록 강해진다.
헌데 거미용의 막내는 ‘주인’의 개념을 떠올린 것만으로 저리도 강력한 신성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 그가 상상하고 느끼는 신의 정체가 더 구체화된다면?
훨씬 자세한 교리와 신의 존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모든 종교의 창시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저 막내도 스스로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역시 드래곤이므로 젠킨슨은 신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사람의 개념 속에서 존재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저 아이의 공상 속에서, 신의 초상화가 더욱 명료한 붓칠과 선명한 색채로 완성된다면.’
그 능력은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가?
젠킨슨은 경악과 근심 속에, ‘이름 없는 신’을 섬기는 종교의 창시자가 된 시한부 청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