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59
59. 21세기 로빈 후드 (13) >
***
민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헛소리야. 너 때문에 그 여자가 성불했다고? 네가 성직자야? 아니지, 살아있는 사람 성불시키는 건 교황도 못 하겠다. 절대언령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하면 하은성은 우주 제일의 킬러가 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산 사람 몸에서 영혼을 쏙 빼내서 죽여버리면 되니까.
“아니, 진짠데.”
하은성은 얼떨떨한 얼굴로 겪은 일을 설명했지만 민준은 쉽게 믿지 않았다.
“너랑 몸을 두고 싸우다가 의식 깊숙한 곳으로 내팽개쳐진 모양이지.”
그러자 하은성도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 주장이 말이 안되는 것 같았던 모양이다.
“아, 그런 걸까요?”
“그래. 몸에서 뭔가 빠져나간 것도 착각일 거다.”
그는 하은성의 팔다리를 마저 묶었다.
“자, 다 됐으니까 일단 그 몸 버리고 나와 봐. 그러면 겁먹고 숨어있던 영혼이 위로 기어 나오겠지.”
“아! 그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요.”
하은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
“······.”
침묵이 흐르고.
“어? 왜 안 되지? 얍!”
민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하냐?”
하은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왜 이러지···?”
“저기, 지금 우리 시간 없는데.”
“잠깐만요! 긴장해서 그런 가봐요. 요원님, 죄송한데 잠깐만 딴 데 좀 보고 있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더 쫄려서···.”
“······.”
가지가지 한다고 중얼거리며 시선을 돌린 사이 하은성은 낑낑거리면서 몇 번이고 재시도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 온 일이었다. 잠시 빌린 몸에서 다시 빠져나오는 것.
그런데 뒤따라오는 감각이 전혀 달랐다. 여태는 나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살아있는 몸이 영체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손쉽게 튕겨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 작용하는 반발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다. 비유하자면 지선경의 몸이 그를 꼭 붙잡고 놓지 않는 느낌.
“요원님.”
하은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어떡하죠? 저··· 망했어요.”
“뭐가?”
이쯤되니 민준도 이상을 알아차렸다.
“설마 거기서 못 나오겠다는 거냐?”
조용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머리.
“미치고 환장하겠네. 대체 갑자기 왜···.”
그 순간 민준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몸이 빙의된 혼을 밀어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신은 당연히 둘 중에 진짜 주인을 감싸게 되고 그게 아닌 쪽은 배척한다.
그런데, 비록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 단 하나의 영혼만 남아 있다면 육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것마저 빠져나가면 몸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생물의 본능이 그걸 허락할 리 없다.
민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야··· 너 설마 그 이야기 진짜냐? 정말로 그 여자 영혼을 몸 밖으로 쫓아 냈다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진실이라면 전차원계가 뒤집힐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은성은 울상이 되어 말했다.
“진짜라니까요!”
“잠깐 기다려 봐!”
하은성의 증언대로 이 방에 그들 외에는 산 자든 죽은 자든 없다는 걸 민준은 알았다. 그렇다면 쫓겨나간 지선경의 영혼은 어디로 갔는가?
화르륵!
“흐익!”
민준의 두 눈에 백색 불꽃이 지펴졌다. 그대로 흔적을 살폈다. 달란트가 영계로 증발할 때 경계가 무너진 구멍이 남듯 영혼이 성불할 때도 비슷한 것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없다!’
성불한 영혼은 없다. 적어도 이 근방, 요 근래에는.
‘그렇다면···.’
민준은 빠르게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얘가 아무래도 그 여자 영혼을 쫓아낸 게 아니라··· 영혼을 소멸시킨 것 같은데.’
민준이 아는 한 어떤 망령이나 유령도 서로에게 간섭할 수는 있어도 소멸시킬 수는 없다.
유일한 방도는 위원회만 아는 사용법에 따라 우주 화폐를 소모하는 것이다.
달란트.
하은성이 흡수했다고 주장하는 그것.
“너 그 여자 밀어낼 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냐?”
“······무슨 생각이긴요.”
우물쭈물 하면서 말한다.
“밉고, 싫고. 이 여자 때문에 나도 고생하고 동생들도 위험해진 거 생각하면 없던 피가 거꾸로 솟는것 같고··· 그래 놓고 뭐 잘났다고 적반하장으로 바락바락 소리지르면서 자꾸 나보고 꺼지라고 하니까 짜증나고···.”
“없애버리고 싶었겠네?”
“······그랬죠.”
“지금, 몸에서 거부 반응은?”
“이 몸이요? 그런 거 별로 없는데요···. 싱크로가 거의 100%에요. 솔직히 살아있을 때랑 비슷해요. 별의 별 감각이 다 느껴져요. 통증까지.”
그러면서 인상을 찡그리며 허리를 잡는다. 다음 말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이 여자 디스크 환자였나···.
“그래?”
민준의 표정이 더 굳었다. 그리고는 짐작하는 바를 말한다.
“그러면, 네 말과 달리 넌 망하게 아니라···.”
“?”
“사실상 부활한 거 아니냐?”
“네? 그게 무슨···.”
그제서야 하은성도 이 현상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
감전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면서 중얼거린다.
“부활이라구요?”
“그래. 몸이 영혼을 쫓아내지도 않지, 반대로 몸 밖으로 스스로 튀어나올 수도 없지. 자기 육신처럼 감각과 통제권을 완벽하게 손에 쥐었지. 이정도면 그냥 살아있는 거잖아.”
“······.”
하은성은 패닉에 빠졌고 민준은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건 위원회에서 수형자 몸을 갈아치울 때나 가능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혼을 옮겨 심는 일 말이야.’
결과물만 놓고 보면 하은성의 현 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달란트가 소모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거였나? 그러면 굳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달란트 실물만 내 손 안에 있으면···.’
상상만 해도 전율이 흘렀다.
‘수형자들 손에 절대로 달란트가 흘러가지 못하게 통제한 이유가 이거였나?’
그래봤자 돌아갈 육신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곧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한다.
‘아니지, 그건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
수형자가 자신의 본래 육신과 기억까지 포기한다면? 이대로 다른 몸으로 점프 뛰는 방식으로 탈주가 가능할 것이다. 위원회로부터.
그리고.
‘잠깐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자기 처지에서만 현상을 해석하려는 실수를 범했다.
하은성은 이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삶과 죽음, 다시 삶. 이것이 가능함을 안 이상 프로세스 중간에 굳이 죽음을 끼워 넣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죽기 전에 바로 다른 몸으로 뛰어 넘어가면 그만이니까.
그야말로···.
‘자아와 기억의 소멸을 겪지 않는 영원한 삶!’
달란트에 얽힌 비밀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깊고도 위험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어쩌지?’
하은성은 여자 몸에서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상황을 생각하면 거짓말로 치부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되면 백만 달란트를 회수할 방법이···.’
하은성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럼 어떡하죠? 저··· 이대로 살기는 싫은데요. 그냥 옥상에 올라가서 떨어져 죽을까요? 그럼 다시 튕겨 나오려나?”
의외의 말이었다.
“······뭐?”
“진짜 이 몸이 절 주인으로 여기긴 했나봐요. 보통 빙의 할 때 기억 같은 건 접근할 수 없는데··· 지금 이런 저런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지선경의 생물학적인 뇌의 남겨진 기억을 열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은성이 질색하면서 말했다.
“이 사람··· 엄청난 범죄자에요. 아니, 죽인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민준이 생각에 잠긴 사이 많은 부분이 떠오른 모양이다. 하은성의 얼굴이 매우 해쓱해졌다.
“지금 이 여자··· 체포당한 거잖아요? 전 그럼 이대로 감옥에 평생 붙잡혀서 있어야 돼요? 고문당해야 해요?”
“그건 좀 골치아픈 문제군.”
이런 상황을 가정한 법률 따위는 없다.
뇌를 포함한 몸은 그대로이고 죄를 저질렀다는 기억도 남아있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간 영혼은 제3자의 것이다. 어떻게 입증할지는 둘째 치고, 이런 범죄자는 면책받을 수 있는가?
사람의 정신이 단순한 신경 프로세스적 현상이라고 치부하면, 지선경은 10분 전과 물리적으로 동일하므로 존재의 연속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다만 영혼이 발목을 잡는다.
아마도 그녀의 영혼은 소멸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곳에 살아 숨쉬는 육신은 결백한가? 상식적으로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 법적으로는?
“미쳐버리겠군.”
그가 머리를 싸매는 사이 하은성의 표정은 더욱 안 좋아졌다.
“뭐야··· 왜 이렇게 많아.”
계속 중얼거린다.
왜 이렇게. 왜 이렇게 많아. 왜 이렇게 많이 죽였어.
지선경의 손에 의해 직접 살해당했거나 사주로 제거당한 피해자들. 기억을 떠올릴수록 뇌의 연상작용 때문에 비슷한 장면이 깊은 지층으로부터 부유하며 떠올랐다.
“······!”
기억 속에서 많은 눈동자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대부분 레드 스타 활동과 관련 없는 자들이었다.
또한 대부분이 인외 종족이었다. 원망을 가득 담아 바라보는 눈동자. 뼈마디가 저릴 정도로 섬뜩한 비명.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의 뒤틀림. 만족스럽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선경. 그녀가 느낀 희열.
감각과 감정이 한데 뒤엉켜서 그의 목을 졸랐다. 하은성을 역겹게 만들었다. 오크, 죽어간 오크가 너무 많다. 그녀의 사상을 전시하기 위해 죽인 오크, 그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생당한 오크, 그저 분풀이 대상으로 살해당한 오크, 그녀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토막낸 오크.
하은성은 마지막, 혹은 최초에 해당하는 그 기억에 주목했다. 마법진이 있었다. 그 위에 묶인 어린 오크. 눈도 가리지 않고 벌벌 떠는 제물 곁에 마법사들이 서 있었다. 지선경은 칼을 쥐었다. 눈이 마주쳤다.
손 끝에는 두꺼운 것을 뚫는 감각. 축축하고 뜨겁다. 약해지는 몸부림.
그 장면은 하은성 본인의 기억과 겹쳐졌다. 허겁지겁 도망치던 자신. 따라오던 살인자. 마지막 순간 그의 목에 박힌 날카로운 칼날.
“우웨에에엑!”
하은성은 지선경의 몸으로 구토했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 없는지 시큼한 위액만 올라올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채운 것도 없는 위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본 끔찍한 기억을, 그 장면에서 느낀 광기를 모두 비워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흑··· 흐윽!”
민준은 그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간신히 발작 같은 구토를 멈추고 하은성은 고개를 들었다. 일렁이는 시야 너머에 상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하은성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을 말했다.
“이 여자··· 인권연대에요!”
***
극단적인 인간우월주의단체가 세력을 넓히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이 사회에서 해당 사상은 ‘잘못된 것,’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된다. 자신이 차별주의자라고 회사나 지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는 드물다.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밀리에 그 사상에 동조하는 것과 무차별적 테러 행위에 합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따라서 인권연대는 겉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양한 하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을 썼다. 차별주의자 그룹의 한계인, 소수의 인간만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종 척살 대상인 드래곤을 향한 적개심을 가난한 자들의 저항의식과 융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크를 죽이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를 공평하게 재분배해야한다는 운동에는 기꺼이 동참했다. 인권연대가 내미는 손은 매몰차게 뿌리칠 자들도, 21세기판 의적의 원조는 감사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힘이 되고 싶어했다.
레드 스타의 제일 큰 강점은 인외종족도 가입해서 활동한다는 부분이다. 특히 빈민지역에 뿌리내린 특성상 오크의 비중이 높았다. 그들은 레드 스타 뒤에 누가 있는지 상상 못한 채 지시에 따라 도둑질을 했고 노략품 대부분은 인권연대의 곳간으로 흘러갔다.
레드 스타를 위해 일하는 오크들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가 동족을 대량학살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인권연대는 이런 아이러니함을 통쾌한 희극으로 여겼다.
지선경 역시 그러했다.
***
“창천 쪽에서 계속 압박이 들어오고 있네. ‘하찮은 종족’을 위한 정의구현도 좋지만 자기가 맡긴 의뢰는 대체 어떻게 처리하고 있냐고 말이지.”
레드 스타와 오크 갱단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던 어느 하루 민준과 젠킨슨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유령이 지선경 기억을 훑어 진술한 내용은 이민국에게 보고되었고 그걸 토대로 젠킨슨은 레드 스타를 완전히 괴멸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다음 순서는 김광우가 이끌던 오크 갱단이 될 것이다. 그쪽에 풀 독 역시 젠킨슨이 쥐고 있으니까.
다만, 이 구역의 용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창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민준이 그에게 말했다.
“일단 백만 달란트가 날아간 건 사고가 분명해. 더 캐 볼 필요도 없어.”
혹시 지선경 일당이 뭔가를 알고 하은성을 도구로 삼아 음모를 꾸민 게 아닐까 의심했었다. 달란트를 ‘담아 오도록’ 말이다. 하지만 기억을 뒤져본 결과 그런 것은 아니었다.
“걔네들은 달란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어.”
그러니 레드 스타나 인권 연대를 아무리 족쳐봤자 달란트는 돌아오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걸 회수할 열쇠는 하은성이라는 유령에게 있는데, 지금 상태로는 영체로 돌아오지도 못한다.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대로 ‘자살’하겠다고 선포했지만 민준이 말렸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영혼이 하나 밖에 없는 몸이라면, 그냥 산 사람이다. 자신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면 하은성은 두 번째 죽음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전처럼 깨끗하게 영체가 튕겨져 나올까?
두 번째 죽음이 첫 번째 보다 쉬울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혹시 그 충격으로 망령이 된다면? 더 최악의 경우··· 영계로 성불해버린다면?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현상이니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민준은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 중이다.
“지금 상황을 창천에게 그대로 알려줄 필요는···.”
“없지.”
하은성을 창천에게 노출시키기 전에 한가지 해결할 문제가 있다.
젠킨슨은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용의 망령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늙은 오크의 예상과는 달리 젠킨슨은 그 진술서만 가지고 고룡의 목을 날리기를 조심스러워했다. 레드 스타를 무너뜨리는 것과 창천을 공격하는 일은 궤가 다르다. 좀 더 믿을 만한 자가 확인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편, 민준은 창천이 대체 그 망령을 가지고 뭘 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다.
“그냥 본인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서 전남편 망령을 붙잡고 고문한다고? 그만한 퇴마진 유지보수비용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봐. 수전노로 유명한 할망구가 그런 돈 낭비를? 난 그렇게 보지 않아.”
그 마법진이 하은성의 달란트와 공명한 것도 심상치 않고, 대규모 퇴마진을 굳이 은행 본점과 레어 두 군데에 나눠서 설치한 것도 이상하다.
“왜 달란트를 레어에 보관하지 않았지?”
개인 자산이 아니라 은행 자산이기에 그랬다?
설득력이 약하다. 그 정도 꼼수는 얼마든지 동원할 고룡이니까.
“그 망령과 달란트를 가까이 두면 무슨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안 거야.”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창천은 뭔가 알고 있어.”
이 시점에서 레드 드래곤과 외계인의 목적이 일치했다.
창천에게 하은성의 존재를 밝히기 전에, 과연 그 음험한 고룡이 레어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그들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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