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
110화.
[ 벌레처럼 기어 봐라, 이 개새끼들아. 네놈들한테 빌린 돈은 오늘 전부 현금으로 보내 주고 너희들의 몰락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주마······. ]이준희 회장이 남긴 마지막 말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 와. 이준희 회장이 진짜 빡 돌긴 제대로 빡 돌았나 보다. 카메라 앞에서 맨날 점잖은 척하더니 오늘은 완전 돌직구네.
– ㄷㄷㄷ······. 한국 최고 기업 회장이 한을 품으면 진짜 가차 없이 조지는구나. 개 무섭다.
– 괜히 이준희가 아진 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게 아니지. 사람이 똑똑하잖아.
이준희 회장이 가감 없이 보여준 분노에 사람들은 열광하며 동시에 몸을 떨었다. 한 달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집요한 공격을 받으면서도 기회를 노리며 복수의 칼을 갈아온 그 치밀함에. 그리고 그 복수의 칼이 개미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위정자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팝콘을 들었다.
“이······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아르고스와의 블록딜이라니?”
장이 마감할 때까지도 아진 전자의 주식은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그 뜻을 이준희 회장의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이며 축배를 들던 에드워드는 긴급 속보로 쏟아져나오는 뉴스 기사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블록딜의 기준 가격은 아진 전자 주식 한 주당 200만 원. 미친 듯이 상승하던 아진 전자의 주식이 뚫지 못한 그 마의 가격대를 기준으로 아르고스가 매입하겠다는 소식은 대중들에게 한 가지 생각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 대기업인 아르고스도 200만 원에 사들이는데 최소한 그 가격은 넘겠지? 지금 사면 2배는 남겨 먹겠다. 개꿀인데?’
에드워드마저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쳐 가는 생각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지······지금 당장 아진 전자 주식 시간 외 거래가 확인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에드워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에 다급하게 컴퓨터를 통해 아진 전자의 주식 상황을 확인한 직원 하나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헛숨을 들이켰다.
“지금 시간 외 거래 가격이······. 헉!”
말을 끝내지 못한 채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직원을 보며 에드워드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가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에드워드는 그가 할 말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종가 기준 시간 외 거래 상한가인 5%에 엄청난 매수 주문이 쌓여 있습니다!”
이미 장이 끝나버렸기에 가격 상승은 상한가에 묶여 5%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보다는 그 매수 주문의 물량이 문제였다.
“매수 주문 물량이 얼마 정도야?”
사색이 된 에드워드가 다급하게 직원에게 달려들어 직접 두 눈으로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상한가 가격 매수 호가에 세기도 힘들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는 매수 주문 숫자를 보면서. 그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매······매수 주문만 아진 전자 주식 총 수량의 19%입니다······.”
매수 주문 수량을 확인한 직원은 조심스럽게 에드워드에게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샴페인을 터트리며 승리를 자축하던 딜링 룸 안의 모두가 그 직원의 말에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딜런은 그 괴랄한 매수 주문 수량에 기겁했다.
“뭐······뭐라고? 19%? 시장에 풀린 아진 전자의 총 주식은 13% 정도인데 그게 말이 되?”
시장에 풀린 아진 전자의 주식 수량보다도 더 많은 양의 매수 주문이 쏟아져나오며 거대한 벽을 만드는 것을 보며 그는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그럼 어떻게 하죠? 저희가 팔아치운 물량은?”
트레이더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얼굴을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에드워드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어떻게 하냐고?”
그 여직원의 말에 분노가 폭발한 듯, 에드워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살벌한 눈빛을 띠며 말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모니터를 들어 올리더니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면서 소리쳤다.
쿠당탕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야!”
에드워드는 분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모니터를 집어 던지고도 거친 숨을 한참 동안 내쉬었다. 그가 내던져 박살이 난 모니터 잔해들 사이로 직원들은 가만히 서서 그의 눈치만 살폈다.
“우리가 상환해야 할 공매도 수량은······?”
차가운 눈으로 딜런을 바라보며 묻는 에드워드의 말의 그는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관련 내용이 적힌 서류를 찾아보며 빠르게 계산을 했다.
“저······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아진 전자의 주식은 모두······. 1.8% 정도입니다. 그리고······.”
계산기를 두들기며 정확한 수치를 확인한 딜런이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재촉에 딜런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로스차일드 쪽에서 판 아진 전자의 공매도 수량은 5.4%······. 현재 3.6%의 아진 전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정확한 수량으로는 956만 2431주입니다.”
“······.”
그 말에 에드워드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얼마나 휘하 직원들이 신나게 팔아 재꼈는지, 자그마치 천만 주에 달하는 주식을 빚으로 지고 있었다.
“어······어제 갑자기 물밀 듯이 들어오는 매수 물량을 억누르려고 무리한 탓에 피해가 극대화된 것 같습니다.”
바로 하루 전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저점에 쌓아둔 벽을 먹어치우는 강대한 매수 세력을 억제하려고 무리하며 자금을 퍼붓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딜런의 변명에 에드워드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하. 이거 완전히 당했군. 당했어.”
“회······회장님?”
마치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에드워드를 보면서 딜런은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처음 보는 광기 어린 에드워드의 눈빛에 방 안의 모두가 질린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에드워드는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는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부하 직원 모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들 뭐 하고 있나?”
“예?”
뭐 하고 있느냐고 묻는 에드워드의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딜런이 되물었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방 안이 떠나가라 고함을 치며 모두에게 엄포를 놓았다.
“네놈들이 팔아댄 아진 전자의 주식. 반드시 확보해. 연합이고 나발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부 사들여.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개인들 찾아가 개처럼 엎드려 빌며 팔아달라고 사정을 해서라도 모조리.”
불가능한 그의 지시에 방 안 직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런 그들을 광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왜? 못하겠어?”
에드워드의 말에 누군가가 용기 내어 그의 앞에 나서서 말했다.
“회장님. 그건 불가능한 지시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진 전자의 주식을 팔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굳이 오를 주식을 아무리 부탁한다고 팔아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에 모두가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어디에도 부르는 게 값인 주식을 사정사정한다고 팔아줄 호구 새끼는 없을 비정한 세상이기에 아무리 발바닥에 땀이 나게 개처럼 뛰어다녀봤자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크흐흐······ 그래?”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런 그의 말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소름 끼치게 웃었다. 그리고 마치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방 안에 있는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기 시작했다.
“마이크. 피터. 크리스틴, 제니, 밴, 오른, 제이크, 마샤, 그리고······. 딜런.”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을 중얼거리고는 먼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떠나갔다.
“만약 네놈들이 이번 일을 수습하지 못하고 나와 이 회사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나는 절대 혼자 죽지 않을 거야. 반드시 네놈들도 나와 함께 가게 될 것이라는 걸 여기서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지. 그러니 지금부터 그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개처럼 뛰는 게 좋을 거야.”
*
“아아······. 기분 참 멜랑꼴리하네.”
아침 7시. 너무 이른 아침에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허허허······. 민수야. 일어났니?”
밤을 꼬박 새웠는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TV를 보고 있는 아빠가 과하게 나를 반겼다.
“아빠 잠도 안 자고 아침부터 뭐 그러고 계세요? 설마 밤 샜어요?”
내 말에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게슴츠레한 눈빛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으응······. 이거저거 생각하다 보니까 도무지 잠이 안 오더라고.”
“설마 아진 전자 주식 생각한 거예요?”
나를 따라서 아빠가 산 아진 전자의 주식은 모두 8주. 그나마 있는 비상금을 탈탈 털어서 산 아빠의 전 재산은 고작 800만 원 정도였다. 원래 자동차를 바꾸려고 엄마 몰래 조금씩 평생을 모아두었던 돈 1500만 원이 한 달 새에 절반 가까이 하락하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빠는 신이 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엄~. 너도 어제 봤잖니! 이준희 회장이 그렇게 엄포를 놓으면서 지금 인터넷이고 TV고 죄다 난리잖아. 엄청나게 오를 거라고 말이야! 아진 전자 주식은 지금 돈 주고도 못 산다고 사람들이 죄다 난리야.”
그러면서 아빠는 나에게 한바탕 난리가 난 아진 전자 주식 게시판을 보여주었다.
– 아진 전자 주식 급구. 개당 130만원에 삽니다.
– 씨발. 참다 참다 어제 아침에 다 털었는데 장 마감하자마자 이게 뭐냐? 실화냐?
– 죽고 싶다······. 하루만 참을걸······. 과거의 나······. 개새끼······.
– 형님들. 저는 아진 전자 주식 옵션으로 하방에 걸었는데 어떻게 해요······. 장 마감이라 손절도 못했는데. 오늘 한강 가나요?
아진 전자의 하락을 버티다 못해 손절한 사람들부터, 하락에 돈을 건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든 흑우를 잡아 싸게 아진 전자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캬아!! 아진 전자 주식 10개 보유 중! 쏘리 질럿!!!
– 아진 전자 주식 121개 인증한다.
– 봤냐? 이 새끼들아? 내가 말했지? 존버가 답이라고.
그리고 아진 전자의 주식을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는 자들의 승리의 포효까지 뒤섞이면서 그야말로 게시판은 엇갈리는 감정이 교차하는 희대의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여기 이 주식 분석가 말로는 아진 전자의 주식이 1억 원까지 오를 수 있을 테니까 절대 팔지 말고 버티라고 하더라.”
어디 좆문가가 싸지른 글을 보면서 망상에 빠진 아빠를 보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 믿지 말고 적당히 200만 원 넘어가면 팔아버리세요. 이상한 욕심 부리다 된통 당하는 거 모르세요?”
“아니 왜? 지금 사람들이 아진 전자 주식 하나라도 사려고 얼마나 아우성인데?”
내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아빠는 얼굴을 찡그렸다. 물론 이론적으로 아진 전자의 주식이 1억이 가는 것은 가능했다. 공매도를 이미 사용한 이상, 그들은 아진 전자의 주식을 반드시 사서 메꿔야 하는 책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1억 원까지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는 그전까지 아무도 주식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 글을 남긴 사람은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장담하는데 그 글 쓴 사람은 아마 200만 원 넘어가면 아진 전자 주식 죄다 먼저 팔아버릴걸요? 그거 다 사람들 선동해서 자기가 먼저 팔고 도망가려고 쓰는 거예요. 믿지 마세요. 만약 진짜 가격이 1억까지 가면 아마 공매도 친 회사들도 죄다 파산하고 배 째라고 할 테니까요.”
“그······그런가?”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는 아빠를 보며 나는 앞으로 아빠가 주식 투자에 다시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다짐을 가슴 깊숙이 새겼다.
“그리고······. 아진 전자의 지분을 대량으로 들고 있는 연기금이나 아르고스가 가만히 있겠어요? 천만 원만 되도 죄다 팔아버릴 것 같은데요?”
아마 가격이 과열 수준으로 오르면 막대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이 이익 실현을 시작하면서 주식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버릴 것이다. 그러면 또 남 좋은 꼴만 시키는 일이기에 나는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진 아빠에게 냉정하게 가혹한 현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구나······. 난 이참에 집이나 바꿀까 했는데······.”
실망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지나가듯이 말했다.
“뭐 불가능할 것 없지 않아요? 아빠는 고작 8주 사셨지만, 저는 아니거든요.”
“뭐······? 아! 맞아! 너······.”
나도 주식을 샀다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아빠는 깜짝 놀라며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적금까지 죄다 털어가며 150억이라는 거금을 아진 전자에 쏟아부었다는 걸 깨달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그럼 200만 원에 그거 다 팔면 도대체 얼마나 버는 거야······.”
“그 정도에 다 팔면 대충 300억은 나오겠죠? 뭐 세금 떼면 그보다도 더 적겠지만.”
“300억······.”
도무지 상상도 되지 않는 엄청난 거금에 아빠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민수야······. 너는 진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아빠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그러세요? 민망하게.”
나와 아빠는 서로 말없이 TV에 열중했다. 기대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식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그날 9시. 당연한 일이었지만, 아진 전자는 장이 열리자마자 15%의 상한가인 125만 원부터 거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주식 거래를 마감하는 오후 3시까지 거래가 체결된 아진 전자의 주식 수는 모두 59개에 불과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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