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
138화.
블랙 마켓 피바니.
그곳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퍼시발이 듣던 소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드모아젤. 오늘도 평안한 하루가 되셨는지요? 경매 일자가 나왔습니다.”
또다시 연미복과 흑빛 가면의 차림새로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찾아온 클라운은 종이 한 장을 유진에게 건네주며 고개를 숙였다.
“일주일 뒤요? 생각보다 빠르게 잡혔네요.”
“기존에 이 멕시코에서 이루어질 정기 경매를 전격 취소하고 고객님의 상품에 매진하고자 특별 경매로 새롭게 기획했답니다. 부디 만족하셨으면 좋겠군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연신 내며 그는 기대된다는 듯이 방방 뛰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희 피바니에 이렇게 그 소문의 천재 소년 민수님의 물건이 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직접 오셨으면 더할 나위 없는 대접을 해 드렸을 텐데 정말 아쉽군요. 마드모아젤.”
클라운의 말에 유진은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면 밑에 자신의 정체를 이미 알아차린 듯한 그의 발언에 애써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떨리는 눈동자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우리는 이 물건의 출처를 밝힌 적이 없는데?”
퍼시발은 부정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 대놓고 클라운을 쏘아붙이며 그 정보의 출처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신문을 오려낸 듯한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미 언론에 이렇게 화려하게 났는데요?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죠.”
그가 건네주는 신문을 받아 훑어본 유진은 헉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로 명성 높은 천재 소년 김민수가 지난주, 최근 연구하던 신약이 전부 사라졌다며 한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매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그가 개발하고 있던 제품은 다름 아닌 탈모 치료제로 그 어느 것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효과를 가졌다고 단언했다. 실제 극심한 탈모 증세가 있던 그의 아버지가······.
“이······이 인간은 도대체 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유진은 거칠게 신문을 두 손으로 구기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껏 신경질을 부렸다. 자기가 직접 불법 의약품이니까 암시장에다 몰래 내다 팔라고 등 떠밀어놓고 혼자서 이렇게 연구물을 도둑맞은 피해자인 척할 줄은 몰랐다. 유진은 민수의 행동에 뒤통수가 얼얼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뒷골을 붙잡았다.
“크흐흐흐. 역시 반응을 보니 제가 예상한 대로 도둑맞은 게 아닌가 보군요.”
두 손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좋아 죽는 클라운은 유진과 퍼시발을 보며 확신이 섰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 신사분은 잘 모르겠지만······. 마드모아젤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군요. 하지만 이 피바나는 거짓과 위선 속에서 존재하는 환상의 시장. 제아무리 주인인 저라 하더라도 규칙은 지켜야겠죠. 마드모아젤의 가면 밑 비밀은 저의 침묵과 함께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손가락을 입에 대고 비밀을 지키겠다는 손짓을 하는 클라운은 이내 정신 사납게 손뼉을 치며 신나서 방 안을 이리저리 춤추듯이 돌아다니며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엄청난 관심이 지금 피바니로 몰리고 있어요. 민수님께서 모두 계획하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클라운은 그 악마 같은 잔꾀에 상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하아······. 정말이지 지금까지 피바나에서 팔아온 그 어떤 녀석들보다도 더 짜릿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클라운을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유진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기대에 찬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크흐흐흐흐. 고객님들은 모르시겠지만, 이 피바나를 방문하시는 그 수많은 고객님 중에서 대머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가끔은 아무리 조명을 어둡게 해도 깔아도 그 작은 빛마저 반사해서 주변에 뿌려대는 통에 모자를 필수 드레스 코드로 넣을까 고민할 때도 있다니까요.”
클라운의 사악한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유진은 민수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진은 순간 그가 좋아하는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서······설마?”
“이미 피바나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적 있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뒤집어놓는 김민수. 그가 새롭게 개발한 신약이자 실리코프의 불로초를 기반으로 한 탈모 치료제가 이 피바나에 있다고요.”
유진과 퍼시발은 그 말에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불법적인 물건을 다루던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 사이에서 피바나에 민수가 만든 신약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상상조차 안 됐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마드모아젤. 과연 일주일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매에 참여하게 될지 말이에요. 끼히히히히.”
*
일주일.
그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클라운은 매일같이 유진과 퍼시발이 머무르는 호텔에 찾아와 얼쩡대며 시간을 보냈다.
“마드모아젤. 오늘도 저와의 즐거운 산책을 거부하실 건가요?”
“싫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해요?”
“자고로 신사는 여성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가가면 언젠가는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들었죠.”
그 말에 유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적당히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 썩은 오물이 둥둥 떠다니고 더러운 쥐 떼들과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바퀴벌레들이 득시글거리는 그 지하수로를 산책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선 클라운은 여자랑 같이 데이트를 하고 싶거든 장소를 좀 알맞게 정하세요. 전 죽어도 그런 끔찍한 곳은 안 갈 거니까요.”
“저런······. 시궁창의 아름다움을 모르시는 분이셨군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더러움의 악취 속에서 피어나는 푸근함, 그리고 보다 보면 정이 드는 그 쥐들과 바퀴······.”
철컥
“그 입······. 한 마디만 더 놀리면 이거로 쏴 버릴 거에요.”
유진은 진심을 담아 그가 전에 던져주었던 리볼버로 장전하고 겨누며 차갑게 경고했다. 그러자 클라운은 두 손을 들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마드모아젤. 그 총을 저에게 쏘는 건 아직은 참아주시죠. 만약 제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때는 웃으며 제 머리를 그 앞에 대령해드리죠.”
그 말에 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냉소적으로 물었다.
“그 약속을 지킬 자신은 있으세요? 아무리 그래도 50억 달러는 너무했죠? 지금이라도 다시는 저한테 집적대지 않으신다고 약속하시면 목표 가격을 조금은 줄여줄······.”
“이런. 이런. 아직도 저를 무시하시는군요. 마드모아젤. 저는 고작 그런 협박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가면 아래에서 광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클라운이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저는 제 이름을 걸고 절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클라운은 정중하게 에스코트 하는 자세를 취하며 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저와 함께 가시죠. 피바나의 경매장이 이제 곧 열릴 시간입니다.”
유진은 광기 어린 웃음을 내뱉는 그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클라운은 떨떠름하게 내민 유진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그녀와 퍼시발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멕시코 어느 도시 지하에 자리한 비밀스럽게 열릴 경매를 구경하기 위해서.
*
“거짓과 위선의 시장. 피바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초대장을······.”
유진은 그때 그 지하수로 앞에서 연미복과 가면을 쓴 경매 직원에게 클라운이 건네준 초대장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앙투아네트. 자리는 32번과 33번입니다. 부디 이번 경매에서 원하는 진실을 찾으시길.”
원래 판매자는 경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전할 수 없지만, 클라운의 이유 모를 배려로 유진과 퍼시발은 구매자의 자격으로 경매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번호가 적혀진 자리를 찾아 앉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와······. 사람들 정말 많은데요?”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규모에 유진은 놀랐다는 듯이 퍼시발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퍼시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 엄청 이상한 놈이긴 해도 어느 정도 머리는 있는 것 같군······.”
“네? 그 싸이코가요? 도대체 어딜 봐서요?”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봐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
“뭐가······. 아!”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유심히 돌아본 유진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이거 설마······.”
“그래. 죄다 대머리야.”
정말 수백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경매 참여자들의 머리는 하나같이 죄다 맨질맨질해서 한번 쓰다듬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만드는 대머리들이었다. 마치 타코야키들이 일렬로 놓여 있는 듯한 광경에 유진은 순간적으로 클라운이 불평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확실히······. 대머리들이 많을 때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해야겠네요.”
그들의 머리에서 반사된 빛은 사방으로 산란시키며 작은 조명도 훨씬 더 밝은 것처럼 만들어주는 에너지 절약 효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유진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앞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천이 일제히 젖혀졌다.
[ 신사 숙녀 여러분. 거짓과 위선의 시장. 피바니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부디 이곳에서 원하시던 진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저 이곳의 주인 클라운이 오늘 여러분에게 선보일 물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미복을 입은 클라운은 연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며 고풍스러운 비단 위에 쌓인 50개의 탈모 치료제 통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오늘 여러분에게 선보일 제품은 단 한 가지입니다. 다들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천재 소년으로 명성이 드높은 김민수가 직접 개발한 탈모 치료제. ‘자라나라 머리머리’입니다. 여기에는······. 미국 실리코프가 개발한 불로초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현존하는 그 어떤 탈모 치료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죠. ]불로초가 클라운의 입에서 나오자 관객석의 분위기가 일순간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50개 중 하나는 차지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기세가 팽배했다. 그리고 클라운은 그걸 느낀 듯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한 웃음을 내뱉었다.
[ 후후후······. 아주 좋습니다. 고객님들의 그 뜨거울 열정이 여기까지 느껴져 저의 이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는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클라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미······미친!”
“지금 뭐하는 짓이야!”
[ 보세요. 여러분의 그 뜨거운 열기에 아주 활활 잘 타고 있습니다! ]클라운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갑자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더니 무더기로 쌓여 있던 자라나라 머리머리에 불을 붙여버렸다.
화르르륵
사전에 석유라도 뿌려놨는지, 불을 끌 새도 없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녹아내리는 플라스틱 통들을 보면서 유진과 퍼시발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저······. 정신 나간 또라이 새끼가······.”
“정말 미쳤군.”
자라나라 머리머리를 연료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 옆에서 두 손을 쬐는 클라운의 모습을 보며, 그 약을 손에 놓기 위해서 이 머나먼 멕시코까지 온 사람들의 마음속 장작까지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우리를 농락하는 건가?”
“피바니도 이제 한물갔군. 이런 식으로 고객을 우롱하고 무사할 것으로 생각했나?”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일어나서 살벌한 협박을 내뱉는 자들을 보며 클라운은 광기 어린 웃음을 내뱉으며 안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타앙
[ 크흐흐흐······. 진정하시죠 고객님들. 이렇게까지 흥분하시다니. 지금까지 백 번도 넘는 경매를 주최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 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군요. ]공중을 향해 총을 발사하여 주위 분위기를 환기한 클라운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끼익 끼익.
그러자 가면을 쓴 진행 요원 하나가 은빛 수레를 끌며 등장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아직 멀쩡하게 남아있는 5개의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저······저건.”
“으으음······.”
[ 설마 제가 정신 나갔다고 소중한 고객님들을 불러 모아놓고 죄다 불을 싸질러버렸겠어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리가 없죠. 끼히히히.]신이 나서 이 이상 흥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발광하는 그는 관객석에 멍하니 앉아 있는 입찰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 지금부터 다시는 이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을, 5개의 탈모 치료제. 자라나라 머리머리에 대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입찰 가격은······. ]유진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한에 온몸을 떨었다. 클라운은 분명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똑똑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그 광기 어린 눈빛으로 똑똑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한 통에 10억 달러입니다. ]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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