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
139화.
[ 한 통에 10억 달러입니다. ]10억 달러. 입찰가가 한화로 1조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부르자 경매장 안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10억 달러? 지금 장난하나!”
사자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목에 핏줄을 세우며 소리쳤다.
“내가 지금 여기에 이딴 말도 안 되는 쇼를 보러 여기까지 온 줄 알아? 고작 머리털 하나 나는 약을 어디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 터무니없다고요? 고객님께서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이게 정말 재밌다는 듯이 히죽거리며 클라운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 여기 있는 이 물건들의 출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는 천재 소년 김민수가 비밀리에 개발한 신약이라는 걸 알고 있겠죠. 미국 정부가 과할 정도로 반출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는 고농도의 불로초가 함유된 물건입니다.]이미 이 자라나라 머리머리에 관한 논문이 세상에 공개된 상태였기에, 이 치료약에 대한 성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 세계의 대머리들이 드디어 다시 찰랑거리는 머리털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불타오르기 시작할 때,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 미국 정부와 불로초를 생산하는 기업인 실리코프가 이 제품이 상용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들 이미 아시고 계실 겁니다. 이미 FDA와 실리코프가 이번 자라나라 머리머리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고 미국 정보부는 눈에 불을 켜서 도난당한 제품을 회수하기 위해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죠. ]클라운은 재밌어 죽겠다는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여기 이곳에 오신 여러분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왔을 겁니다. 아! 물론 정말 그 머리털 다시 되살려보겠다고 오신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몇몇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을 겁니다. ]그 말에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미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탐색하듯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찔리기라도 하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 방금 일어서신 분? 다시 묻죠. 이 약품의 가치를 얼마라고 보십니까? ]“그······그게.”
[ 물론 가면 속에 숨겨진 여러분의 비밀스러운 진짜 모습은 모르지만, 이 중에서 기꺼이 10억 달러를 내면서까지 자신의 잃어버린 머리카락을 되찾으려는 엄청난 거부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이것들을 단순히 탈모 치료제로 여러분에게 선보인 것이 아닙니다. ]클라운은 기대된다는 듯이 숨을 헐떡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광기 어린 눈을 빛내며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외쳤다.
[ 다시 제품을 소개해보죠. 그 수많은 국가 정보부에서 잠입한 특수 요원들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범죄 조직들도 단 한 번도 입수에 성공하지 못한 미국의 국가 핵심 기술 불로초가 대량 함유된 약품. ]그는 5개의 플라스틱 통 중 하나를 열어 투명한 젤 형태로 되어 있는 약품을 손가락으로 살짝 떠서 문지르며 놀리듯이 물었다.
[ 이 기술을 빼내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얼쩡거리던 국가들은 저희에게 얼마까지 돈을 낼 용의가 있을까요? ]그 말에 이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10억 달러. 내가 먼저 입찰하지.”
“미······미친.”
“저······정말로 정부 요원이 참여한 거야? 이런 불법적인 경매에?”
관객석에서 경악 어린 중얼거림이 터져 나오자 클라운은 이럴 줄 알았다며 미친놈처럼 폭소했다.
[ 크흐흐·········. 끼히히히히히. 역시 이럴 줄 알았습니다. 국가 기관들이 이런 달콤한 먹잇감을 거부할 수 없겠죠. 그 가면 쓴 신사분의 머리는 아직 풍성하신 걸 보니 직접 사용하시려는 건 아닐 텐데······. 과연 무슨 의도로 10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면서 입찰을 하는 걸까요? ]그 말을 시발점으로 이곳저곳에서 입찰을 원하는 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11억 달러.”
“12억 달러.”
“12억 5천 달러.”
“미······미친.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유진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치솟는 가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퍼시발 역시 놀랐는지 침음성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정말 대단하군······. 저런 식으로 바가지를 씌우다니.”
“14억 달러.”
“15억 달러.”
“네! 15억 달러! 더 없습니까? 5. 4. 3. 2. 1······. 낙찰! 첫 번째 상품은 저기 저 손을 듯 신사분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모두 축하의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혼자 신나서 손뼉을 맹렬하게 치는 클라운은 방방 뛰면서 기괴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
“젠장. 이러면 아예 구매할 수도 없잖아.”
“후······. 한 1억 달러 정도면 어떻게든 무리해서 사보겠는데······.”
유진은 무언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은 사람들의 대화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그놈의 머리털이 뭐길래 이런 식으로 그 엄청난 거금을 쏟아붓는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대에 찬 눈을 반짝이며 클라운은 다음 입찰을 선언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까 보다도 더 치열하게 입찰 가격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
모든 경매가 끝나고, 유진과 퍼시발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앞에 앉아 있는 클라운을 쳐다보았다.
“끼히히히히. 마드모아젤. 만족할 만한 판매대행 서비스가 되셨습니까?”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묻는 클라운이었지만, 유진은 말도 안 되는 경매 실적에 그에게 화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정말이지······. 당신은 정말 미쳤네요. 무슨 그 약통 5개를 가지고 100억 달러나······.”
100억 달러. 한화로 10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것도 고작 5개의 작은 플라스틱 통들로 말이다.
“과찬입니다. 마드모아젤. 이것이 바로 경매가 가지는 묘미이죠. 하나 하나 자기가 절박하게 원하는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때 느끼는 좌절감과 압박감.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물건이 남았을 때 드디어 드러나는 그들의 진짜 모습. 그건 언제 느껴도 새롭고 짜릿한 감정이죠.”
온몸이 찌릿 거리는 듯,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로 몸을 감싸는 클라운을 보면서 유진은 마지막의 그 치열한 경매가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18억 달러!”
“20억 달러!”
“23억 달러!”
“25억 달러!”
“이이이······. 30억 달러!”
첫 번째 약통의 자그마치 2배에 달하는 가격에 최종적으로 낙찰하며 최종적으로 그는 유진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넘어 아득히도 목표치를 초과한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다 주었다.
“아무튼······. 고생했어요. 이번 일은 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마드모아젤이 만족하셨다면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다음에도 판매하실 물건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 클라운을 찾아와 주시죠. 아하하하.”
그러면서 클라운은 또다시 유진의 손등에 키스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유진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정산을 해 보도록 하죠. 100억 달러에서 얼마를 수수료로 떼게 되죠?”
“30%입니다. 이 경우에는······. 30억 달러가 되겠군요.”
단 한 번의 경매로 3조와 7조에 달하는 돈을 벌며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되어버렸다. 유진의 경우 자신의 돈이 아니었지만, 클라운의 경우에는 순전히 그가 가져갈 돈이었기에 괜히 입맛이 썼다.
“후······. 알겠어요. 그러면 그 70억 달러는 어떻게······.”
“이미 전부 처리되었습니다. 마드모아젤. 스위스 은행에 개설된 비밀 계좌에 두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유진은 그가 건네주는 스마트폰에 찍혀진 그 엄청난 액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처럼 판매부터 정산까지 완벽하게 모든 일처리를 대신 끝내주는 피바니와 클라운의 서비스는 완벽했다. 다만······.
“마드모아젤. 이제 이렇게 슬픈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는데, 저와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저와 함께 이 지하를 산책하는 기쁨을 누리지······.”
“돈도 받았는데 이제 그만 가죠. 퍼시발.”
그 주인이라는 작자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미친놈이라는 게 가장 큰 흠이었지만 말이다.
“아아아······. 역시나 매정하시군요.”
마지막까지 경멸과 혐오의 눈빛을 보내며 떠나너거눈 유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클라운은 애통하다는 듯이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치만 그 매정함이 저의 심장을 이리도 설레게 만드는군요······.”
클라운의 흑빛 가면 사이로 불길한 눈빛이 번득였다. 그리고 그 시각, 지하수로를 빠져나온 유진은 갑자기 전신에 느껴지는 오한에 두 팔로 몸을 부여잡으며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갑자기 왜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유진은 별 것 아니라고 애써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후로도 환청처럼 아무 이유없이 들려오는 그 괴상망측한 웃음소리를 잊으려고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
“민수님. 저희 왔어요.”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퍼시발과 함께 곧장 민수의 집으로 향한 유진은 피곤한 얼굴로 여행 가방을 한쪽에 던져두고는 민수를 찾아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어? 벌써 왔어요? 생각보다 엄청 일이 쉬웠나 보네요?”
츄리닝과 목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채로 방금 일어났는지, 까치집이 된 머리로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민수를 보자 유진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쉬······쉬웠다뇨? 저희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한탄하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하고도 남을 만큼 힘들었던 여정이었는데, 그 고생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말하자 유진의 잔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물건들 팔려고 저희가 무슨 난리를 겪었는지 아세요? 쥐와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리는 시궁창 속에서 암시장 찾아 엄청 헤매기도 하고. 겨우 암시장 발견해서 보니 주인이라고 하는 놈은 완전히 미친 새끼에다, 경매에서는 상품을 상의도 없이 모조리 불태우기도 하고 또······.”
숨 쉴 시간도 없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유진의 한풀이에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이미 아르고스에게서, 그리고 전화로 그녀가 이미 죄다 보고한 내용이었기에 딱히 새로울 일은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그렇게 떽떽거리지 않아도 되요. 거기에 고생 좀 했어도 고작 그 5통으로 10조 원이나 벌었으면 그럴만한 값어치는 있었지 않아요?”
“그······그건 그렇지만.”
10조 원. 어디 건실한 중견 기업 하나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을 법한 엄청난 금액을 손바닥만한 크기의 통 5개로 벌어들였다. 이래서 제약이나 바이오 산업이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잇었다.
“너무 그렇게 투덜대지마요 벌어들인 돈의 10%씩은 두 사람의 몫인데 그만한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죠.”
“네······? 바······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내 말에 화들짝 놀란 유진과 퍼시발은 뛰어나올 것처럼 커다랗게 눈을 뜨며 되물었다.
“원래는 한 50억 정도만 벌어와도 만족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거금을 벌어올 줄 알았으면 한 1%만 줘도 됐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 할 순 없으니 원래 생각해던 대로 10%씩은 특별 보너스로 떼어줄게요.”
“그······그 말은 지금······.”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유진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음······. 수수료 떼고 가지고 온 게 70억 달러라 했으니······. 각각 7억 달러 정도겠네요?”
7억 달러. 7000억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말에 그 둘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설마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왜요? 농담이라고 할까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 재차 물어보는 유진을 보며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내 말 한마디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나는 손을 내저었다.
“농담 아니에요. 진심으로 벌어오신 70억 달러에서 14억 달러는 두 분의 몫이에요.”
“미······민수님.”
“보스······.”
정말 감동먹은 얼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둘을 보면서 나는 멋쩍다는 듯이 얼굴을 긁적였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으로 돈 먹이는 것 만큼 효과가 직빵인 방법은 없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재벌 기업들이 죄다 사과상자를 애용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요?”
멀뚱히 나를 바라보는 그 둘을 보며 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혓바닥으로 사악하게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악마와도 같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저를 위해서 충성하겠다고 약속하세요.”
“그······그런.”
나는 유진의 미친듯이 떨리는 눈동자에 그녀가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여유로운 얼굴로 그녀의 반응을 즐겼다. 다른 여느 인간이 그러하듯, 그녀도 결국 그 상상을 초월하는 거금에 굴복하여 나의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끝
ⓒ 군만두먹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