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
196화.
정적에 휩싸인 청문회장.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얼이 빠진 표정으로 나를 멍청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고성이 그 침묵을 처음으로 깨뜨렸다.
“증인! 지금 이게 무슨 애들 장난하는 건 줄 아나!”
그 고성에 정신이 돌아온 듯,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들을 보였다.
미친 듯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무언가를 미친 듯이 적어 내리는 기자들. 흥미로움과 놀라움의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보내는 자들과 미지의 두려움과 공포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자들까지. 나는 이들 모두의 반응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다시 여유로운 태도로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장난이라뇨. 의원님.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이번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집어치우고 제대로 된 나라 꼴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저······. 저놈이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먼저 질문에 대해 답변하자면 아르고스는 제가 만든 작품입니다. 오롯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만든 유일무이의 인공지능이죠.”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청문회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미국 국회의원들이 피어슨 행정부의 목을 움켜잡고 아무리 흔들어도 알아낼 수 없었던 온갖 정보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그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제가 미국에서 발생할 테러를 처음으로 사전에 감지한 것을 계기로 피어슨 정부와 한가지 거래를 하기로 했죠. 저의 신변에 대한 보호 조치를 대가로 아르고스를 미국 정부에 무기한 대여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비밀. 아마 미국에 있는 피어슨 대통령이나 헬렌이 보면 아마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지만, 내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그들 대신 내가 직접 모든 사실을 밝히는 게 차라리 더 나았기에 내 입은 거침없이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저를 대신해서 코퍼레이션 아르고스를 CIA의 비밀 요원을 전면에 내세워 사장 행세를 대신하게 했고, 아르고스의 시스템이 내장된 아진 전자의 스마트폰 G-1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면서 미국의 감시망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규모로 확대되게 되었죠.”
내 설명이 끝나자, 멍하니 무언가를 생각하던 한 의원은 순간 흠칫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잠깐. 코퍼레이션 아르고스의 CEO인 미하일이 위장이었다면 진짜 소유주는 그러면······.”
코퍼레이션 아르고스. 전 세계 서비스 가입자만 해도 63억이 넘는, 전 인류의 90%가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마켓 서비스와 가상현실 서비스로 상상할 수 없는 자금을 벌어들이는 초거대 기업이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장조차 하지 않은 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깨달은 이들은 숨을 멈추었다.
“네. 제가 그 코퍼레이션 아르고스의 진짜 주인입니다.”
“······.”
그 말에 청문회장 안은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기자들은 청문회가 진행 중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어떻게 해서든 나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찍어보려고 달려들기 시작했고, 이를 제지하는 국회 직원들과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저······전부 정숙하시오. 우선 청문회 의장으로서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지금부터 모든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도록 하겠소. 각 언론사에서 온 기자분들께서는 조속히 퇴장하고 밖에서 대기하시기를······.”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런 역사적인 특종을 놓치라고? 너네 혹시 정신 나갔냐?”
“만지지 마! 우리 쫓아내면 너희 모두는 이제부터 언론의 공적이다.”
기자들의 로망. 특종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특종을 최초로 목격하게 된 기자들은 자신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국회 직원들에게 눈을 붉히며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기자들의 기세가 너무나도 강렬한 탓에 이들을 내보내려던 직원들이 주춤하고는 어쩌지 못하고 있을 때, 내가 이들을 향한 지원 사격을 날렸다.
“저는 모든 사실을 세상에 떳떳하게 알리려고 해서 왔는데, 이제는 의원님들이 숨기시려고 하는군요.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에 모든 진실을 알리라고 윽박지르며 훈계하시던 분들이 그렇게 위선적으로 행동하시면 부끄럽지 않으세요?”
“저······저 새끼가.”
나를 험악하게 노려보는 국회의원들의 눈빛을 보면서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기자들을 내보내시면 저는 이후부터 모든 질문에 대한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허허······.”
내 단호한 엄포에 의원들은 서로 난처한 듯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는 귀신같이 그들의 눈빛에 담겨 있는 의미를 깨닫고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갑자기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신 거죠? 조금 전만 해도 먼저 물어뜯지 못해 안달들이시더니 제가 아르고스의 지분 99.9%를 가진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하니까 이제 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나요?”
아르고스의 지분 99.9%. 미하일에게 돌아간 0.1%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오롯이 나의 소유로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르고스의 소유로 존재하는 또 다른 지분이 존재한다는 거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진 전자의 지분 중 21% 정도가 아르고스 소유였네요. 혹시 저랑 무슨 뒤에서 협상해서 어떻게 거기에 침이라도 좀 발라보실까 하는 생각이었다면 그냥 꿈 깨세요. 댁들한테 주느니 차라리 미국 정부에다 기부하고 말죠.”
내 말에 의원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나에게 쏟아부었다.
“그······그걸 지금 무슨 말이라고 하나!”
“그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 행위나 다름없네.”
“매국노! 네놈이 그러고도 한국인이냐!”
내 노력으로 얻은 나의 재산을 내 마음대로 처분하겠다는데 그걸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도 모자라 매국노라 손가락질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누가 누구보고 매국노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여기 이 방 안에 있는 사람 중에서 저에게 그런 소리를 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요.”
“뭐······뭐라고?”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증인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청문회를 감상하고 계실 모든 국민 여러분들 모두에게 알려드리죠. 정치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말이죠.”
긴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의원들의 눈을 일일이 하나하나 바라보며 조용히 불렀다.
“아르고스.”
지지직
나의 부름. 그 부름에 청문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순식간에 흑백으로 변하면서 한 가지 텍스트를 띄었다.
– 네 관리자님.
“헉!”
“저······저게 정말 인공지능······?”
“이럴수가······.”
아르고스가 그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자, 사람들의 경악한 반응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놀라기에는 아직 멀었기에 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명령했다.
“프로토콜. 권선징악(勸善懲惡). 가동해.”
– 최고 관리자의 명령 확인. 프로토콜 권선징악. 실행.
내 명령에 떠오른 한 줄의 텍스트. 그리고 곧이어 스크린에 떠오르는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크하하하. 내가 말했지? 선거운동 자금이라는 게 얼마나 빼돌린 방법이 많은지? ] [ 우리 아이, 이번에 총장님이 있는 대학에 원서 냈습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 ] [ 자기야. 혹시 오늘 한가해? 저번에 아내 전화 왔다고 그냥 가서 너무 아쉬웠어. ]영상, 녹음 자료, 사진, 문서 자료.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된 수없이 많은 더럽고 추잡한 비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저······저것들은 도대체······!”
“뭣들 하고 있나! 당장 저거 전원 차단해!”
“이건 전부 조작이야!”
자신들과 관련된 자료들이 스크린에 튀어나오자 당황한 의원들이 기겁하며 어떻게든 막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이는 모두 허사였다.
“당장 막아!”
“꼼짝도 하지 마! 이 새끼들아!”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쏟아지는 엄청난 특종들에 완전히 미쳐버린 듯한 기자들이 알아서 방송 장비들까지 휘두르며 험악하게 컴퓨터의 사방을 차단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이것들이”
기자들의 처음 보는 저돌적인 행동에 당황한 의원들이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프로젝터에는 이내 쏟아지던 무수한 정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흑백 화면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아르고스는 한 가지 텍스트를 스크린에 남겼다.
– 권선징악 프로토콜 완료. 현 대한민국 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선악 판별······. 선 8%. 악 92%. 소돔과 고모라 수준입니다. 즉각적인 정화 작업이 권고됩니다.
그 결과를 보면서 나는 헛웃음을 내쉬며 비아냥거렸다.
“이야······. 국민의 하인을 자처하는 공무원 여러분들 중에서 92%가 악으로 분석된 건 참 충격적인데요? 그래도 선이 한 20%는 될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뿌리까지 썩어 빠진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라가 안 망하고 이렇게 돌아간 게 대단할 정도네요.”
“이건 전부 모함이야! 네놈이 만든 거짓말들이잖아.”
“거짓말? 천만에요. 지금까지 아르고스가 축적해둔 모든 공직자의 심각한 범죄 행위와 비도덕적인 행위들에 대한 증거들을 전부 수집해서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데요? 혹시 뭣하시면 인터넷에 지금 공개한 증거 중 의원님들 것들 여기서 한번 하나씩 차근차근 이야기해볼까요?”
“네놈······. 지금 이게 너에 대한 청문회라는 걸 모르나? 아까부터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하나씩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해 보자고 말하자는 깡은 없었기에 의원들은 목에 핏대만 세우고 고래고래 고함만 쳐 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에게 태연하게 웃으며 답했다.
“무슨 짓이긴요? 당신들이 하는 짓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쇼인지 보여주는 거죠.”
나는 그런 그들을 제쳐두고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까 스크린에 공개되었던 모든 정보는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기를 쓰고 이를 차단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할 정도니까 혹시 전부 사라질까 하는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확인해 주세요.”
그 말에 청문회장 안의 사람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모든 사이트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청문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인공지능은 최소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정보를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중립적이고, 공정하고, 청렴하죠.”
나는 호소하는 목소리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내가 만들어낸 이 아르고스의 가치를 이들이 아닌 개인적인 일반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아르고스가 통치하는 국가가 지금 이 타락하고 부패한 위정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보다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여러분에게 약속드립니다. 지금부터 이 권선징악 프로토콜은 계속해서 가동될 것이며 공직자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이 언제나 청렴하게 있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게 하겠다고 말입니다.”
“저 새끼! 당장 끌어내!”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나!”
내 말에 이성을 잃은 의원들이 날뛰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국회 직원들마저도 말이다. 나는 그런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한 채 카메라를 지켜보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아르고스의 시스템은 언제나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것입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고, 그 어떤 정보도 함부로 노출되지 않게 할 것이며, 공정하게 원리 원칙에 따라서 이용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환한 미소와 윙크를 날리며 마지막 말을 한마디 남기고 청문회장을 떠나갔다.
“앞으로도 아르고스를 많이 애용해 주세요.”
“······.”
민수가 떠나간 이후에도 그 여파가 가시지 않은 청문회장. 모두가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자신의 추악한 비리가 세상에 공개된 것을 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미친 관심종자 새끼······.“
유진은 마치 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사탄의 미소와 윙크가 눈에 어리는 것 같은 환상에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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