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
246화.
난민 사태로 촉발한 한국 사회의 갈등.
이 갈등 속에서 다수의 여론이 원하는 방향이 과연 어떤 것인지 열심히 간을 보던 정부는 갑자기 날아온 사실에 경악했다.
“뭐······뭐라고?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찬성 24%. 반대 76%.
아르고스가 처음 예상했던 수치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번 결과 발표는 핵폭탄을 투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반대가 훨씬 많잖아!”
“이 새끼들······. 고작 24%도 채 안 되면서 지금까지 저렇게 거들먹거리고 있던 거야?”
“이한수 대통령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짓을 한 날이 없네.”
또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민심. 안 그래도 최악의 지지율인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로서도 놀라서 말이 안 나올 만큼 처절하게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나? 지지율이 얼마라고?”
싸늘한 눈빛으로 청와대 홍보실장의 보고를 받은 이한수 대통령이 묻자, 그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처럼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게······. 0······. 0.2%입니다.”
0.2%
지금까지 한 자릿수의 지지율의 성적표를 받아온 이한수 대통령. 하지만 그래도 양심이라도 있는지 맨 앞의 수는 1보다는 컸었다. 그래도 1% 이상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버텨나가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안 그래도 남아 있던 지지세력이 완전히 뿌리 채로 뽑혀나갔다는 것을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콰앙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이런 식의 문제를 만드나!”
정책 홍보와 지지율 관리에 총 책임을 맡은 청와대 홍보실. 하지만 이한수 대통령에게 있어 이 부서는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무능한 놈들의 천지였다.
“내가 지지율이 오르기 위해서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이 어느 것인지 확인해 오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까지 언론에서 밥 먹었다는 놈들이 간단한 여론 동향 파악도 제대로 못 해서 이런 대형 사고를 치게 만들어? 지금 제정신이야!”
이성을 잃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하는 이한수 대통령. 하지만 그의 말에 주눅 들거나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질 것 같은 처참한 지지율을 가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통령님. 혹시 지금이라도 번복하시겠습니까?”
“번복한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이미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국민의 뜻을 오해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금이라도 나아가겠다고 밝히면 어느 정도 피해를 수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양새는 영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태세를 전환하고 이미 날아가 버린 지지율이라도 조금은 챙기자는 조언. 평상시라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그냥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고수했겠지만,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성명 준비하게.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게 된 타당하고 그럴만한 이유를 준비해야 할 거야.”
이한수 대통령의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똥꼬쇼가 지금 화려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
TV 앞에서 나와 무어라 떠들고 있는 이한수 대통령을 바라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렇게 동전 던지듯이 말을 바꾸면 돼? 그냥 남아 있던 지지율이나 확실하게 챙기지. 무슨 박쥐도 아니고, 무슨 틈만 나면 이랬다저랬다 하지?”
대통령으로서는 누가 봐도 신뢰가 가지 않는 행동들. 하지만 그 중에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시민 단체 연합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거대했다.
악착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으며 자비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민 단체 연합.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저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쾌재를 지었다.
“크으······. 이제 외국인들 전부 돌려보내는 건가?”
“안 그래도 요즘 일용직 구할 때마다 자꾸 외국인들이랑 경쟁해야 해서 힘들었는데. 잘됐네.”
“그런데 진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네. 만약 아르고스의 발표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우리는 찬성이 주류 여론이라고 믿고 있었을 거 아냐.”
“그래서 아르고스가 대단한 거지. 진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잖아. 우리도 이참에 북한처럼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조금씩 깨달았다. 여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작되고 선동되기 쉬운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목소리 큰 단체들의 주도로 조작된 여론이 얼마나 상반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말이다.
“민수님. 이한수 대통령이 결국 굴복했네요. 난민들이 많이 유입되는 항공, 선박 경로를 일시적으로 원천 차단하고 기존의 외국인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하네요.”
“아. 저도 그 뉴스 봤어요. 미국은 좀 분위기가 어때요?”
한국 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요즘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는 문제. 광활한 땅덩이에서 엄청나게 긴 국경선을 남미와 맞대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한국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애덤스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경하고 보수적으로 이번 일을 처리했다.
“말도 마세요. 지금 너무 과하다고 할 정도로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내고 있는데, 거기다가 거대한 장벽을 쌓아서 국경 자체를 봉쇄해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고요.”
“그래요? 그거 꽤 창의적인 발상인데요?”
나만 독특한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나만큼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떠오를 줄 아는 애덤스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아마 그러기에는 힘들 거예요. 미국 안에서도 꽤 찬반이 갈리는 문제라서요.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밀고 가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어요.”
“한국은 조금 찬반이 많이 갈리는데, 미국은 팽팽한가 보네요?”
“음······. 글쎄요. 여론 조사가 정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입장 차가 엇비슷하게 나온 건 사실이에요. 그보다 이게 조금 마녀사냥처럼 돌아가는 것도 있어서요.”
“마녀사냥이요?”
“그게 말이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일명 PC 충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위세는 한국의 시민 단체 연합은 감히 비벼보지 못할 정도로 미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자아내는 현실. 그 현실을 유진은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인종차별! 혐오 발언!”
“당신의 주장으로 다른 이들의 기분을 나쁘게 할 권리는 없어요.”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이라고요!”
“당신의 가족이 이런 상황이라 해도 정말 그런 말을 하실 수 있겠어요? 이 위선자!”
조금만 자신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표출한다면, 그가 내뱉은 단어 하나하나까지 트집 잡으며 혐오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이들의 안하무인 한 태도에 애덤스 대통령은 임기 중의 최고의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으음······. 역시 그런 사람들은 어딜 가나 있네요.”
“그렇죠. 물론 뭐 각자 다른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자기들이 잘났다는 듯이 은근히 보여주는 선민의식이나 자신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무식하거나 무지해서 그런다고 매도하는 건 조금 꼴불견이긴 해요.”
경험 속에서 크게 데이기라도 한 적이 있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유진을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그래서, 유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뭐가요?”
“전부 다 쫓아버리고 장벽을 쌓겠다는 애덤스 대통령이나, 아니면 전부 받아줘야 한다는 PC 주의자들. 어디가 더 맞는 말 하는 거 같냐는 거에요.”
내 물음에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
“그 둘 다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아요.”
“왜죠?”
“지금 이건 단순히 한국이나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에요.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와 같이 경제적인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과거에도 돈을 벌러 경제적으로 부유한 외국에서 일하는 모습은 흔히들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하루 일당이 본국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수준의 경제 격차를 보여주는 곳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들의 처지에서는 아무리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보상이 너무나도 달콤하기에 모든 것을 걸고 한번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이제 그러한 경제적 격차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서 이런 움직임이 너무 과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여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계속해서 미국이나 한국, 유럽으로 이주하고 있고, 사람들이 과거와는 달리 자기가 사는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죠.”
경제적 불평등.
단순히 한 나라에서 지역이나 개개인의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지구 전체에서 벌어지는 국가 수준의 불평등. 이 불평등이 이런 문제들이 일어난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짚으며 유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지금 들어온 이들을 다시 돌려보낸다고 하더라도, 아마 그건 그냥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할 거에요. 어차피 그들은 기회만 된다면 또다시 시도할 테니까요. 여기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면······. 현재 국제적으로 격차가 극심한 나라들에 선진국들이 여러 경제 부흥책을 마련하고 지원해 주는 게 더 나을 거에요.”
쉽게 말해서 자기들 나라에서 등 따습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유진의 대답. 하지만 나는 그녀의 대답에 히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거 생각보다 유진도 엄청 순진하네요.”
“······. 뭐라고요?”
“유진의 말대로 그 나라 전체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 줘서 그곳에서 먹고 살 정도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어요. 그런다고 이들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까요?”
“그건······.”
내 말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유진.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와 다르게 확신에 찬 얼굴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인간이란 욕심이 끝도 없어요. 배가 고파서 배불리 먹으면, 이제 맛있는 게 먹고 싶고. 추위를 피해 집을 마련하면 더 나은 거주 공간을 바라게 되죠. 유진의 생각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같은 일이 반복될 거에요.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거. 그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에요.”
인간의 무한한 탐욕. 내가 가진 것보다는 남이 가진 것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기에 나는 이들에게 아무리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더라도 그것들이 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내가 아무리 잘해준다고 잘해줘도, 없는 처지의 사람들은 고마워할 줄 몰라요. 오히려 기가 막힐 정도로 배은망덕하게 나오거나 과한 요구를 계속해서 해 오게 되는 경우가 많죠. 무슨 호구도 아니고 선진국들이 과연 그런 상황들을 용인할까요?”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그럼 무슨 뾰족한 방도라도 있으세요?”
내 날카롭고 집요한 물음에 할 말이 없었는지, 유진은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되려 나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나는 유진의 물음에 사악한 미소를 히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네? 있다고요?”
“네.”
“도대체 무슨······?”
나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진을 보며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손사래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전부 본국으로 송환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일거에요.”
자신의 고향과 터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망쳐 온 사람들. 물론 돈을 벌며 선진국의 복지 제도에 편승해서 꿀을 빨려는 놈들도 있겠지만, 정말 목숨의 위협을 받고 생존을 위해서 도망쳐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구상하는 이 방법은 후자의 사람들이라면 아마 별 불만이 없을 방법이었다. 물론 전자라면 싫어서 미쳐 날뛰겠지만 말이다.
“목숨이 위험해서 살고 싶어 도망쳤다면, 제공하면 되죠.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안전 지대(Sanctuary)를 말이죠.”
지구상의 그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조차 없는 철옹성의 방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기계 행성. 고도의 기후 조작 기술로 완벽한 생태계가 테라포밍 되어 있는 자연 그대로의 성지이자 피난처. 그 완벽한 장소의 유일하고 또 사소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구에 없다는 것. 그것 딱 하나 뿐이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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