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
248화.
느닷없이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와 군사 계엄령.
이한수 대통령은 모든 행정력과 경찰력을 총동원하여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잡아! 저기 도망친다!”
“우리들! 잘못한 거 없다! 그냥 일만 열심히 했다!”
“관광하러 와서 몰래 돈 벌어놓고 뭘 잘못한 게 없어! 이 자식아!”
사상 초유의 검거 작전. 누가 보면 테러리스트 조직 진압이라도 하는 줄 착각할 정도로 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했다. 그리고 형사들 사이에서 법무부 단속 직원들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
“다음에 저기 저 공장도 전부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로 돌아갑니다!”
지금까지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한계 속에 손 놓고 있던 단속 직원들. 아무리 열심히 단속을 나가도 잡히는 것은 새 발의 피. 도무지 뿌리 뽑을 수 없던 이 불법 체류자들을 이참에 모조리 잡아내겠다는 듯, 이들은 조금도 쉬지 않고 자신들이 알던 이들의 근거지를 모조리 헤집고 다녔다.
“으으으! 제발!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일 안 할게요. 조용히 귀국할게요.”
잡히고 나서야 싹싹 빌며 봐달라고 하는 이들. 그들을 보며 단속 직원들이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난민 신청을 하실 겁니까? 아니면 그냥 본국으로 잠자코 돌아가실 겁니까?”
“네······네?”
“선생님께서 난민 신청을 할 건지,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가실 건지 물었습니다.”
분명 이제 이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들었던 난민 신청서. 그 서류 종이를 손에 든 채 팔랑거리는 단속 직원을 보며 불법 체류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제 다시 그 지긋지긋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한국에 머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들은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나······난민! 난민 신청할게요! 저희 난민이에요!”
“마······맞아요! 다시 원래 나라로 돌아가면 우리 모두 죽어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는커녕.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 게 뻔한 상황이었지만, 단속 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그 말에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들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
“저런······. 그러셨구나. 여기 난민 신청 서류입니다. 잘 읽어보시고 작성 부탁드립니다.”
“가······감사합니다!”
“밀지 마! 이건 내 거야!”
누가 뺏기라도 할 것처럼 황급히 종이를 받아들고 다급하게 적어 내려가는 이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몰랐다. 그 종이에 서명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 말이다.
*
“흐음······. 51만 명이라······. 생각보다 꽤 많네.”
대한민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 한 명도 빠짐없이 검거된 불법 체류자들.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대략 절반 정도가 자신을 난민이라 주장하며 새롭게 신청서를 작성한 꼴이었다.
기존에 난민이라고 주장하던 39만 명에 추가로 새롭게 신청서들을 작성한 인원까지 합쳐서 모두 90만 명의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안에서 난민 신청자로서 머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난민은 절대 아니겠지?”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예멘, 시리아, 이란 등등. 수십 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명단을 보면서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 UN에서 규정하는 난민의 기준에 부합되는 이들은 약 8만 2419명. 대략 10% 정도입니다.
진짜 난민으로 추정되는 10%를 제외한 나머지 90%는 가짜. 아르고스 덕분에 정확한 판별이 가능했지만, 만약 이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얼마나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래도 우선 자네가 부탁한 대로 검거한 이들 모두 임시 거주지에 수용해 놨네. 이제 한국 안에서 통제를 벗어난 외국인은 아무도 없을 거야.”
이한수 대통령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보호를 원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이들을 전부 송환하도록 하죠.”
“이미 송환 절차 중에 있네. 아마 일주일 내로 전부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거야.”
“전부 돌려보내고 나면 이제부터 아마 후폭풍을 두려워하셔야 할 거예요.”
이미 군사 계엄령을 내린 이후부터, 이한수 대통령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 이한수 대통령은 또다시 군사 독재 정치를 시작하려는 것이냐! ] [ 대통령의 권한을 마음대로 남용하는 이한수 대통령을 탄핵하라! ]시민 단체 연합. 소위 PC 충들이라 부르는 이들은 군사 계엄령까지 내려가며 집요하게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불법 체류자들을 모조리 색출해내는 것을 보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었다.
“상관없네. 욕은 먹더라도 오히려 내 지지율은 더 올랐거든.”
실제로 그의 조치에 오히려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한수 대통령의 지지율을 다시 이전의 5%를 회복했다. 그래 봤자 얼마 안 되는 수치였지만, 그래도 그는 그 사실에 기쁜 듯 미소짓고 있었다.
“대통령이 돼서 처음으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단 말이지······. 난 그게 그 무엇보다도 기쁘네.”
너무 당하기만 한 것인지. 이런 사소한 것에 진심으로 기쁘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화제를 돌렸다.
“쩝······. 그보다 유럽이 점점 개판이 되어가네요.”
안 그래도 이미 전 세계의 문제로 거듭나고 있는 난민 사태.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을 포함해 유럽 연합 전체로 확대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무정부주의에 빠져버린 중동 일대의 사람들은 제일 가까운 유럽 대륙을 향한 대탈주의 여정을 시작했다.
“유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유럽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가능한 한 모든 도움을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미국과 대한민국과 다르게, 중동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을 완전히 수용하는 결정을 내린 유럽 사회. 이들은 예상한 것보다 통제 불능 수준으로 밀어닥쳐오는 인파 속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 우리는 배가 고프다! 밥을 줘라! ] [ 할랄 음식이 아니면 못 먹는다! 할랄 음식을 줘라! ] [ 이딴 더러운 텐트에서 어떻게 자라는 거냐! ] [ 옷 내놔 옷!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들여 이들에 대한 생필품 지원부터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부터 사회적응을 위한 재교육까지. 어느 것 하나 엄청난 시간과 노력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들을 유럽 사회에 맞게 변화시켜나가야 했지만, 이들은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었다.
[ 어이, 여기는 이슬람 거주지구야! 어디서 감히 술을 팔아! ] [ 우리 아이는 돼지고기 못 먹어. 학교 급식에서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마라! ] [ 이슬람 정당을 수립하자! 이 땅에 이슬람의 문화를 뿌리내리자! ]따뜻하게 환대하며 이들을 보듬어주며 최선을 다해 지원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무리한 요구들.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조금도 버릴 생각이 없고, 타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생각이 없는 이들의 편협한 사고와 성급한 행동들이 점점 유럽 대륙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각종 강력 범죄들.
– 난민들 집단 성폭행 후 도주. 독일 경찰 용의자들 검거.
– 늘어나는 난민과 함께 폭증한 소매치기. 불신에 가득한 사회.
– 런던 한복판에서 난민들 난민 반대 시위자들 집단 폭행.
– 반난민 VS 친난민. 인도주의와 국가 안보. 대립하는 가치.
전 세계의 정보들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아르고스는 유럽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태들 속에서 한 가지 경고를 나에게 보내왔다.
– 유럽 내부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후 극단주의적 애국주의 세력이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39%로 증가합니다.
“큰일이네. 저기도 한번 눈 돌아가면 물불 못 가리는 족속들인데.”
과거에 세계대전만 두 번이나 일으킨 전적이 있는 지역. 저렇게 생각 없이 건들다가 또 무슨 대량학살이나 인종 말살 같은 대참사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나는 아르고스의 경고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유럽 대륙도 날 잡아서 정리를 해 주긴 해야겠네. 아무리 봐도 저기는 알아서 하게 가만히 뒀다가는 똥을 전 세계로 흩뿌릴 것 같아 불안해서 원······.”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유럽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대형 사고가 한두 개가 아닌지라 유독 걱정이 되어 중얼거리자 이한수 대통령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자네 유럽으로 이들을 보내려고 한 거 아니었나?”
“네?”
“유럽 연합이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난민들을 대거 수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나는 자네가 유럽과 잘 이야기해서 이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제대로 말을 해 주지 않자 나름대로 유럽이라고 짐작한 듯한 이한수 대통령. 하지만 나는 그의 물음에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닌데요?”
“그럼 어디로 그 많은 수의 인원을 보내려고······?”
90만 명. 대한민국 전국 8도 중에서 제일 적은 인구가 산다는 제주도의 자그마치 3배나 되는 인구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는 없었다.
“대통령님. 그때 부탁하신 대로 난민들 모두 임시 수용소 캠프 안에 수용해 둔 거죠?”
“그렇네만······?”
“그럼 이제 당장 난민들 빼고 관련자들 전부 철수하라고 명령하세요. 딱 30분 드리죠.”
“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이한수 대통령. 나는 그를 보며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30분 뒤. 그 캠프 안에 있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 강제 퇴거를 집행합니다.”
내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이한수 대통령. 하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수화기를 집어 들고 있었다. 모두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말이다.
*
쾅쾅쾅
투명한 역장 속에 가두어진 난민 캠프. 그 안에 갇힌 외국인들은 연신 투명한 역장을 두드리며 무언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역장 밖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지니, 준비는 다 됐어?”
[ 거의 다 됐습니다. 최종적으로 워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좌표 계산의 오차를 교차점검 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하자고. 어차피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보다는 짧을 거 아냐?”
벌써 이들을 가둔 지도 5일째. 이미 안에 준비해 둔 식량은 바닥이라도 났는지, 투명한 역장 안에서 나에게 텅 빈 음식 봉지를 보여주며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민수님······.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요?”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유진은 이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사 보내는 중이에요.”
“이사요?”
“네.”
“도대체 어디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되묻는 유진. 나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지금까지 간직해 두었던 비밀을 말해 주었다.
“전에 말했던 적 있었죠? 목숨이 위험해서 살고 싶어 도망쳤다면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안전지대를 제공하면 된다고요.”
“······. 그랬었죠. 그래서 그게 왜요?”
“그게 말이죠······. 그 안전지대가 이 지구에 없거든요.”
“네······?”
내 말에 사고가 정지한 듯한 시선을 보내며 말을 잇지 못하는 유진. 그녀가 멍하니 있는 와중에 지니는 드디어 모든 검토를 마치고는 나에게 물어왔다.
“응. 그렇게 해줘.”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하자 역장이 펼쳐져 있는 일대 전체에 이상한 공명음이 울리며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 워프 에너지 충전. 10······9······8······7······6······. ]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외국인들. 그리고 유진은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자······잠깐만요! 그럼 도대체 이들을 어디로 보내시는 건데요?”
유진의 물음에 나는 슬며시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화.성.”
[ 0······. 워프 가동. ]콰아아아아아아아.
눈조차 감히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무리. 그 빛무리 속에서 90만 명의 사람들과 이들을 수용하던 캠프 시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겨우 눈을 뜬 유진의 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누군가 거칠게 잡아 뜯은 것만 같은 황량한 대지뿐이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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