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to 1st prize is the easiest RAW novel - chapter 198
최부장님이 로또 1등이라고?
이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다.
현준이가 최부장님에게 전화했다.
“부장님! 대체 어디십니까! 우리 대표님이 한참 찾습니다!”
최부장의 얘기를 듣던 현준이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암울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닫았다.
“오고 계신답니다. 사고가 좀 있었나 봐요.”
최부장님은 출근 중에 차량 접촉 사고로 늦는다고 했다.
그나마 차대 차끼리 살짝 부딪치는 정도로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 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최부장님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가 급히 서류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댔다.
“아, 썩을 놈의 새끼가, 운전을 그 따위로 하는 새끼가 어딨냐고, 본인 차선도 제대로 못 밟는 새끼들은 저기 뭐야, 운전면허 취소시켜버려야 돼.”
현준이가 최부장님과 맞장구를 쳐줬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 * *
그런데 현준이는 연신 최부장을 의심했다.
현준이가 타이밍에 맞춰 최부장님에게 로또 얘기를 꺼냈다.
“최부장님 로또 확인해 보셨어요?”
“로또? 무슨 로또?”
“저번 주에 회사에서 로또 뿌렸잖아요. 설마 까먹으셨어요?”
현준이가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깜빡하고 있었네.”
“아…”
그러자 최부장은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로또 용지를 꺼냈다.
현준이가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회계팀에서 3등 나왔다는데요. 부장님도 확인 해보시는 게….”
“그럴까? 기분도 지랄 맞은데, 확 1등이나 돼버려라!”
그러자 현준이가 맞장구를 쳤다.
“부장님 1등 되면 전 직원에게 피자 한 판씩 콜?”
“피자 한 판이 뭐냐, 치킨도 쏜다.”
“정말요?”
“그럼.”
그때, 정주임이 최부장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장님, 저는 따로 받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차요.”
최부장의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가정이라고 할지라도 차라니.
“…그 정도쯤이야. 1등 되면 사주지 뭐.”
이참에 나도 손들었다.
“부장님.”
“어이! 김대표!”
“저는 결혼식장에서 신을 구두 하나만 사주십시오.”
“이야, 이거 다들 너무한 거 아냐? 알았다. 내가 그 정도도 못 해주겠어? 사주지!”
최부장이 큰소리를 뻥뻥 쳐댔다.
“부장님, 제가 번호 불러드릴게요. 맞춰보세요.”
“어이, 땡큐.”
현준이가 번호를 불렀다.
“첫 번째 자릿수는 1번이요!”
“오, 1번. 시작부터 좋은데?”
“맞았어요?”
“두 번째 불러봐.”
“9번입니다.”
“9번? 이야, 9번도 있네. 두 개 맞으면 얼마냐?”
“없습니다. 세 개 맞아야 5등 오천 원이요. 지금 두 개 맞으신 거죠?”
“어. 다음 번호 불러봐.”
“11번이요.”
“이야! 오천 원이다 오천 원! 캬하하하!”
최부장이 로또 용지를 보며 웃어댔다.
“살면서 내가 5등을 한번 해보네. 크하하하.”
그러자 현준이가 다음 번호를 불렀다.
“네 번째 19번이요. 맞나요?”
“어? 뭐라고 19번?”
“네!”
그때부터였다.
최부장의 안색이 파래지기 시작한 것은…
“맞아요?”
“어?…어…맞는데, 맞아. 4개 맞으면 얼마냐?”
“4등이요. 와아 그러면 5만 원은 따신 겁니다.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전 직원에게 피자 한 판씩은 안 되더라도, 저희들에게 피자 두 판은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두개만 더 맞으면 1등인거지”
최부장이 설렘 가득한 얼굴이었다.
“네! 다음 번호 부르겠습니다! 24번이요!!”
“24번! 있어, 있다고!”
그의 손이 얼마나 떨리는지 책상이 흔들릴 정도였다.
최부장의 거친 숨소리, 정주임의 토끼 눈, 현준이의 격앙된 목소리,
폭풍전야와도 같을까.
최부장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현준이가 크게 소리쳤다.
“마지막 번호 31번!”
“이야 XXXX발!!”
생전 욕을 하지 않던 분이다.
그런데 로또 1등에 당첨되자마자 최부장은 의자를 뒤로 밀어 재끼며 만세를 하며 크게 욕했다.
“1등이다아아아아!”
사무실이 떠나가라, 아니 도일빌딩이 떠나가라 소리를 쳤다.
“부장니이이임! 으아아아!”
현준이가 최부장님에게 얼른 달려들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밖에서 청소하던 청소부 아주머님들이 사무실 내부를 들여다봤다.
현준이가 최부장에게 안겼고, 이 틈을 타서 정주임도 최부장에게 다가가 안겼다.
삼박자가 어우러져 서로 어깨동무하며 축하했다.
1등,
20억.
저마다 기쁨이 다부졌다.
“부장님 로또가 1등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최부장님에게 말했다.
그러자 최부장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기쁨의 눈물을 닦아댔다.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어이, 김대표…”
그가 기쁨의 숨을 푸욱 내쉬며 나를 꼭 안아줬다.
“고맙다. 이건 다 김대표 덕분이다.”
“…”
“구두고 뭐고, 내가 네 결혼식은 책임지고 해주마.”
“괜찮습니다. 부장님. 그 돈으로 아드님 대학 등록금하고, 아니 편의점 차려주시고 부모님 부양하셔야죠.”
“하아…”
뿌듯했다.
최부장의 어깨가 가벼워져 보인다고 해야 할까.
매번 뻣뻣하고 근육이 뭉쳐있는 것 같았다. 어딜 가도 편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도 했다.
“하아.”
수십 년간의 노고가 단숨에 빠져나가는 듯했다.
최부장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은 휴먼매니저 직원에게 피자가 들어가면서부터 퍼져나갔다.
심지어 깨톡 방도 난리가 났다.
최부장의 로또 1등을 축하해주는 글이 난무했다.
최부장은 저마다 감사인사와 답글을 달며 하루 종일 바빴다.
그런데, 오과장.
왜 안 오는 걸까.
시간을 살폈다.
점심이 넘었다.
그때 오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오과장 대체 어디야?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말이야.”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야?”
-제가 로또 1등에 당첨된 것 같습니다.
“…”
-일단 정주임에게 반차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깨톡을 아직도 안 읽은 것 보니까 전달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당첨금 받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최부장님도 1등 되셨다면서요? 어떻게 이런 일이 두 번씩이나…”
“오과장. 들어와서 얘기하자고.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마, 알았냐?”
-네?
“일단 들어와서 얘기하자.”
-네… 알겠습니다.
로또는 기회다.
이제 정산할 차례인가.
현준이는 사원들에게 피자 한 판씩.
정주임은 자동차
그리고 나는 명품 구두였다.
최부장은 진땀만 뺐다.
막상 1등에 당첨되고 나니, 나갈 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도일 빌딩에서 근무 사원 약 1,500명.
피자 한 판에 최저 이만 오천 원만 잡아도 계산하면 총 삼천칠백만 원이었다.
최부장은 현재 1등 당첨금을 받기 위해 은행 본점으로 향한 상태였다.
“X나타 정도면 괜찮겠죠? 중고로 천칠백만 원 정도면 사던데요.”
“정말 받게?”
“그럼요?”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정주임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다.
약속은 약속이란다.
최부장이 사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입으로 꺼내지 말라는 것.
특히 원청과의 계약시, 구두 계약만큼 조잡한 것 없으니 절대 구두계약은 금지라고 했다.
그런데 최부장은 스스로 떠들었다.
구두 계약 약속을.
피자와 자동차, 그리고 내 명품구두 까지 합하면 오천 오백정도 되려나.
현준이만 울상이었다.
겨우 피자 한 판.
크크.
그러게, 먹을 것만 탐내다 그런 거야.
* * *
최부장의 로또 1등 소식은 조순형 기자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는 피자 한 판을 얻어먹으려는 심상으로 우리 회사로 들렀다.
중성일보 본사와 우리 회사는 차로 10분 거리였다.
로또 1등의 주인공 최부장은 휴먼매니저에 복귀한 뒤 강남 인근의 피자집에 모조리 전화하여 도일빌딩으로 주문했다.
그런데도 모자랐다.
1,500판의 피자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강남역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러 다른 동네의 피자집에도 전화하여 물량 공세를 펼쳤다.
배달 봉고차가 끝도 없이 밀려 들어왔다. 한 봉고차에 피자 백판을 실어 왔는데, 사원들이 달라붙어 입구에서 옮기기 시작했다.
조순형 기자는 이런 광경은 살면서 처음이라며 연신 셔터를 눌려댔다.
그리고 최부장과의 짧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소감 한 말 씀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휴먼매니저가…크흠”
“물 한잔 드시고 하시죠.”
최부장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 한 잔을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휴먼매니저가 평소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복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라면…?”
“뭐, 이것저것 복지 사업도 하고…근로자들 무료 상담도 해주고 뭐 그런 것들이죠.”
“로또 당첨금으로 뭐 하실 생각이세요?”
“부모님 집 리모델링해 드리고, 남은 빚도 마저 갚고, 노후 준비하려고 합니다.”
로또는 소득세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에 20억의 당첨금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었다.
“직장은 계속 다니실 생각이신가요?”
“어떻게 그만둡니까? 제 눈에 흙이 들어가면 이곳에 제 비석을 세울까 합니다. 뼈를 묻고 일할 겁니다.”
비석과 뼈.
최부장은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인터뷰는 인터넷 기사로 바로 올라왔다.
[휴먼매니저 1,500인분의 피자, 로또 1등 당첨자의 플렉스]ㄴ ㅋㅋㅋㅋ 일반인 로또 걸린 기사가 왜 올라오는 거임?
ㄴ 로또 1등 존나 부럽다. 그런데 동네방네 소문내도 되는 건가?
ㄴ 조순형 기자만 휴먼매니저 기사 쓸수 있음. 사내 기자 수준.
크크,
전 국민이 최부장의 로또 당첨 소식을 알게 됐다.
최부장이 로또 당첨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 전화와 휴먼매니저 유선 전화로 전화가 빗발쳤다.
한 푼 좀 달라는 사람부터, 사이비 종교의 협박까지도 있었다.
여느 투자회사는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최부장을 꼬드겼다.
영세 복지 회관에서도 전화가 왔고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어디서 최부장의 번호를 알아냈는지 참 다양 각색한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걱정도 좀 됐다.
특히 투자 회사.
좋은 대박 아이템이 있다며 약 50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꼬드겼다.
혹할 수 있다.
꽤 유명한 투자회사였기 때문이다.
최부장이 혹시라도 투자 회사에 돈을 건넬까 싶었는데, 최부장은 딱 한 마디 했다.
“그렇게 수익률 좋은 대박아이템이면 당신네들이 대출받고 투자하세요.”
그러더니 정말 좋은 투자 아이템이라면 이미 본인 귀에 들어오기 전에 다 팔렸을 것이라고 했다.
하여튼 뚝심이 있는 양반이다.
최부장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
문제는 오과장이었다.
사무실 한편에 조용히 앉아 피자 한 판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매우 초라해 보였는데,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부르고 있을까 싶었다.
그의 표정에 옅은 미소가 담겼다.
겉으로는 좀 심각한 표정이지만, 속으로는 웃고만 있었겠지.
본인 계좌에 20억이 들어있을 테니 말이다.
오과장은 최부장에게 걸려 오는 전화부터 시작해 지나친 주위 관심을 구경하며,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저 묵묵히 상황을 관망할 뿐이었다.
그때 현준이가 피자 한 조각을 물며 오과장에게 다가갔다.
“과장님?”
“응?”
“최부장님 로또 1등 되셨는데, 표정이 영…어둡네요. 로또 확인해 보셨어요?”
일순간 오과장의 동공이 흔들렸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오과장의 성격상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 어 했지.”
“결과가 어떻게 됩니까?”
오과장이 당황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현준이에게 얘기하는 순간 전 국민이 다 알게 될 거다.
“당첨 안 됐어. 꼴등이야. 너는?”
“저도 꽝이죠. 근데 최부장님 진짜 대박입니다. 어떻게 1등을…흐흐.”
“그러니까 말이다. 성실하게 살면 1등이 되나 보다. 너도 노력하면서 살아.”
“으…꼬온대 냄새”
정주임이 오과장에게 말했다.
코를 막으며 손사래를 저었다.
오과장이 기분 나쁠 법도 한데,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정주임? 최부장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냐? 자동차? 좀 심한데?”
“최부장님이 먼저 약속 하셨는데요? 그리고 1등될 줄 알았나요. 저도 모르고 한 소리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진짜 받으려는 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안 그래요 대표님?”
“어…?”
정주임이 나를 쏘아보듯 바라봤다.
정주임에게 자동차가 생기면 좋겠지만…
“그래, 정주임 차는 좀 심했다.”
“대표님 구두는요? 그것도 백만 원 넘지 않을까요?”
“말만 해본거지 뭐. 내가 최부장님에게 그걸 받겠냐?”
“들었지 정주임? 대표님도 안 받으신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자동차는 네가 노력해서 꼬박꼬박 적금 모아서 사라.”
“또 노력 타령. 우윀.”
오과장은 정주임의 놀림에도 개의치 않았다.
여유가 생겼다 이건가. 그의 행동에 대단한 여유가 묻어나 있었다.
오과장이 말했다.
“현준아. 내가 부탁했던 동향 보고서 제출해야지?”
“피자 한 판 좀 먹고 하면 안 될까요?”
“지금 업무 시간이잖아. 그리고 현준아, 너는 이제부터 일 할 때 떠들지 않았으면 싶은데…”
“네?”
“최부장님이 1등 된 건 된 거고, 지금 근무시간에 한 참 떠돌아다니면서 뭐하는 짓이야? 회사가 놀이터니?”
“…”
“죄송합니다.”
“일하자. 다들 앉아.”
“네.”
오과장의 일갈에 정주임과 현준이가 입을 꾹 닫을 뿐이었다.
* * *
오과장에게 고마웠다.
로또 1등 사실을 내게 알려준 것만으로도 나를 신뢰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오과장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왔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대표님에게 먼저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경황이 없었습니다.”
“괜찮아. 오과장. 이해해. 로또 1등 20억이 적은 금액이냐? 나 같아도 멘탈 나갔을 거야.”
“멘탈 뿐이겠습니까. 온 몸에 지진이라도 나듯이 떨리더라고요. 사실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주말 내내 멍하니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퇴사 안하고 계속 다닐 생각인가 보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