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8
137화.
한 시간이 흘렀다.
치이이익-
불에 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으윽, 큭.”
네크로맨서 메리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렇게 흉터가 생기는 거군.’
케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프겠다.
라온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상은 메리뿐만 아니라 하나도 함께 포함하고 있었다.
하나의 온몸에 터질 것같이 불거졌던 검은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팔과 얼굴, 목, 종아리, 모든 곳들의 핏줄이 진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검은 거미줄과 같은 선들이 서서히 퍼지며 그녀의 몸에 새겨지고 있었다.
징그러웠다. 흉측했다.
마치 메마른 대지가 쩍쩍 갈라진 모양처럼, 피부 위에 검은 줄들이 끊임없이 새겨지고 있었다.
“…하나.”
성자는 그 모습을 눈을 부릅뜬 채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끄으, 으.”
하나의 몸이 순간 앞으로 고꾸라지려 했다. 놀란 타샤가 하나의 몸을 잡았다. 하나의 감겨져 있던 눈이 살짝 떠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저, 정신-”
메리는 입을 열어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온몸도 떨리고 있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도 힘에 부쳐 보였다.
치이이익-
하나의 등에 닿아 있는 메리의 두 손은 죽은 마나가 흘러갈 통로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하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치이익-
메리의 두 손은 거멓게 물들어 타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타인의 몸에 죽은 마나가 다닐 통로를 만드는 것.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유일하게 죽은 마나가 지나가는 통로를 지니고, 알고 있는 메리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어느새 케일은 침대 맡으로 다가가 있었다. 그는 초점이 없는 하나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정신 차려.”
하나의 손가락이 살짝 꿈틀거렸다.
아직 하나는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금빛 오러를 거두지 않았다.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공자.”
다크엘프 타샤는 하나를 바라보는 케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둠의 속성을 지닌 엘프인 자신은 지금 하나가 통로를 만드는 일을 도울 수 없었다. 도울 수 있었다면 메리가 죽은 마나에 중독되었을 때 진즉 도왔을 것이다.
직접 도울 수 없으니, 어릴 적 메리에게도 책을 건네 그녀가 네크로맨서를 선택할 수 있게 길을 제시해 줬을 뿐이었다.
“하나, 널 지키는 건 너다.”
케일의 말에 쓰러지려는 하나를 잡고 있던 타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살리고 싶다. 태양신 교단이라 꺼림칙했던 이 여자를 살리고 싶다.
그때였다.
“아.”
타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나가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을 감기 전, 그 눈동자엔 또렷한 중심이 잡혀 있었다.
우우우우웅-
타샤는 저도 모르게 하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나의 몸에서 울림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다시 꼿꼿이 앉았다.
다 뜯겨진 거친 입술에서 거친 숨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죽어.”
케일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는 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파아앗!
마치 생애 마지막 불꽃처럼, 눈을 시리게 만드는 금빛이 하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케일은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목숨을 내놓았군.”
하나는 가진 모든 것, 목숨까지 내걸고서 마지막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케일의 귓가로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 하하-”
신음 소리와 뒤섞인 작은 웃음소리였다. 케일은 검은 로브에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메리가 기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힘을 쏟아내는 하나를 보며 메리는 기뻐했다. 그리고 그에 응하듯 메리의 손이 타는 소리가 더 강하게 들려왔다.
치이이익-
징그러운 소리였다. 동시에 검은 연기가 메리와 하나 두 사람에게서 더 많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케일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살았어.’
그런 감이 왔다.
하나는 산다.
자신의 감은 틀린 적이 별로 없었다.
케일은 황금빛과 검은 연기, 둘이 뒤섞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침대 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옆에 선 성자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흐흑, 윽.”
참 마음이 약하단 말이야.
케일은 마음 약한 성자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성자도 느낀 것이다. 지금 동생은 고비를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고비를 넘을 거라는 것을. 가족이기에 더 선명히 느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는 누구를 향한지도 모를 감사 인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마치 그 인사가 기도 같았다. 케일은 인사를 들으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한 시간이 더 흘렀을 때. 케일은 자신을 보며 일어서는 검은 로브를 볼 수 있었다.
“…살았습니다.”
하나는 한결 편안해진 안색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케일은 메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행동에 침대에서 일어서 케일 쪽으로 다가오던 메리가 멈칫했다. 순간 케일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향했다.
“메리, 네가 살렸다.”
검은 로브 속, 아무도 볼 수 없는 메리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그와 동시에 타샤의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메리!”
메리는 자신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제 몸이 쓰러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누군가 쓰러지려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툭. 툭.
검은 로브 위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생했다. 푹 쉬어.”
케일의 목소리였다. 메리는 망설임 없이 눈을 감았다.
살렸다. 그 단어를 마지막으로 메리는 정신을 잃었다.
케일은 제 품에 안긴 검은 로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잽싸게 앞으로 나가서 쓰러지려는 것을 막기는 했는데.
‘…들지는 못할 것 같은데.’
메리를 들기에는 케일 자신의 근력 상태가 그렇게 좋지 못했다. 두 시간 내내 서 있어서 다리도 아팠다.
케일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타샤와 눈이 마주쳤다. 메리를 향해 달려오던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 케일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타샤.”
“네, 네?”
“바람의 정령으로 메리 옮길 수 있지?”
“아, 네.”
타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정령이면 메리 정도는 운반할 수 있었다. 타샤는 자신의 대답에 미소 짓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제 품 안의 메리를 턱으로 가리키며 타샤에게 말했다.
“옮겨.”
자신은 옮길 힘이 없었다.
그렇게 치료가 끝난 후 두 명이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모두 살았음은 틀림없었다.
***
“공자님.”
케일은 조심스럽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네, 성자님.”
성자가 케일의 대답에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는 침대에 곤히 잠들어 누워 있는 하나의 얼굴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케일에게 물었다.
“그, 네크로맨서분은 괜찮으실까요?”
“네. 괜찮을 겁니다. 타샤 씨가 돌봐줄 테니까요.”
“…다행, 정말로 다행입니다.”
두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미소 짓는 성자의 모습은 실로 성자의 성스러움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그는 제 동생 하나를 바라봤다.
방 안에는 자신과 하나, 잠시 살피러 온 케일만이 있었다.
치료가 진행되던 곳은 난장판이 되어버린 바람에, 하나는 그 옆의 방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잠들어 있었다.
성자는 정신없던 순간이 지나고 밝은 빛 아래 살아 있는 동생을 마주하자, 감격이 밀려옴과 동시에 앞으로의 고난이 떠올랐다.
하나의 얼굴에는 검은 거미줄 흉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죽은 마나 중독에서 살아남은 이였다.
‘제국을 피해 도망쳐도, 결국에는 사람들 없는 곳에서 살아야 하나.’
교단을 벗어나니 제국이 있었고, 제국을 벗어나면 이젠 사람을 피해 다녀야 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한탄을 삼킬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고난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케일의 물음에 성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풀 죽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네, 어둠의 속성이나 죽은 마나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심하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이제 동생을 지켜야지요.”
세상의 핍박을 피해 숨어 다녀야 한다면, 이제 자신이 하나를 지킬 것이고 숨겨줄 것이다. 성자의 입가에 씁쓸함과 기쁨이 뒤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하나의 흉터를 보면 사람들이 속성에 대해 알아차릴 테고 평생을 숨어 다녀야겠지만, 그래도 살았으니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습니까.”
“왜 숨어 삽니까?”
“…네?”
순간 성자는 자신이 케일의 말을 제대로 못 들은 줄 알았다. 그는 하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담담해 보였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라온이 말하고 있었다.
-인간, 저 소드 마스터 깨어난 것 같은데?
케일은 가뿐히 그 말을 흘려들으며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죽은 마나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지요. 그걸 이겨내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기적 아니겠습니까.”
성자는 하나를 바라보는 케일의 눈빛이 평소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케일 공자니까 네크로맨서와 함께할 수 있는 건가?’
다크엘프, 네크로맨서, 그리고 인공 팔을 단 시종, 모두를 거느린 케일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여전히 케일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 역경을 거친 사람일수록 손이 거칠지 않습니까. 그런 거친 흉터일 뿐이라 생각합니다만.”
아.
성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언젠가 사람들은, 세상은 그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을 알아보고 박수 쳐주지 않을까요? 성자님이 메리에게 고마워하듯이 말입니다.”
성자는 마음이 쿵 하고 크게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태양신이 본능에 새겨준 가르침을 어기고 메리를 정화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었다.
그것은 알기 때문이었다.
메리가 어떻게 죽은 마나에 중독되고 어떠한 힘든 과정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그렇게 살아남았음에도 타인을 살리기 위해 고통을 참았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태양신은 신도들에게 말했다.
선은 환한 빛과 같다고.
아무리 인간이 어둠 속을 헤매고 있어도 빛 한 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고.
그저 반쪽짜리 성자로 정해져 교단 안에서 살아가던 성자, 잭.
성자의 머릿속에만 있던 교리가 인간 잭의 마음에 와닿았다.
잭의 입이 열렸다.
“공자, 어둠의 속성에 물든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선이 없을 리 없고, 그렇다면 그 사람도 빛나는 것이지요?”
잭은 케일이 답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케일은 기꺼이 그에게 답해주었다.
“성자님, 곧 그 사실을 알아주는 세상이 올 겁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봐라! 저 소드 마스터 눈썹이 파르르르 떨린다! 깨어나려는 게 맞았다. 역시 나는 위대하다!
이를 무시하며 케일은 성자에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노력하면 그런 세상이 오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성자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속에 강한 의지가 가득 채워졌다.
“꼭 그런 세상이 오도록 노력할 겁니다. 하나와 네크로맨서 님, 모두가 그저 어둠의 속성을 지녔을 뿐. 그들도 사람이고 선하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사람들이 아는 세상이 오도록. 정말 노력할 겁니다.”
성자 잭은 케일이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성자 잭의 어깨너머 침대를 응시했다.
소드 마스터 하나. 그녀가 눈을 뜨고 있었다. 마침내 눈을 뜬 그녀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케일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역경을 이겨낸 이들은 박수 받아야 하죠.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는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
그 말의 의미를 하나는 제대로 알아들었다.
힘겹게, 하지만 망설임 없이 하나는 케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전혀 따스하지 않았다.
살아남았다는 기쁨과 함께 독기, 복수심이 보였다.
“맞습니다. 정말, 케일 공자는 생각이 깊으십니다!”
케일은 마음이 벅차오르는 듯한 성자의 말에 그저 겸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진짜가 된 성자와 목적을 잊지 않은 가짜 성녀를 보며 생각했다.
‘제국 뒤통수 칠 거 하나는 준비했네.’
제국을 뒤흔들 쇼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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