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2
241화.
그 빛은 이내 검은 뼈를 타고서 와이번의 전신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와이번의 몸에서 검은 선이 흘러나왔다.
휘익, 휘이익.
끈적이는 검은 선들이 하나둘 빠른 속도로 뻗어졌다.
“뭐야?”
“왜, 갑자기 검은색으로!”
갑작스러운 변화에 달려들던 곰족들은 멈칫했다. 그 순간 곰족들의 몸이 휘청였다.
“…어?”
휘청이는 곰족의 시선이 제 날개로 향했다.
날개가 기운다.
와이번의 발톱에 흠집이 난 날개. 그 자리가 꺼멓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간 관리자 곰족은 그 광경에 저도 모르게 최한을 쳐다봤다. 어느새 중심을 잡고 편히 서 있는 검사가 입을 열었다.
“죽은 뼈를 네크로맨서 앞에 들이밀면 안 되지.”
파직.
뼈와 뼈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는 날개의 철이 부서졌다.
“어, 어?”
이유는 간단했다.
검은 실에 연결된 뼈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격렬한 움직임에 철로 된 이음새가 부서져 나갔다.
결국 뼛조각들은 날개에서 자유로워졌다.
끼이익, 투둑. 투둑.
그리고 그 뼈들은 검은 실을 따라 한곳으로 향했다.
달칵. 달칵.
마치 톱니바퀴의 톱니들이 하 둘 맞물려가듯, 검은 뼈를 지닌 와이번 위로 하얀 뼈들이 하나둘씩 붙었다. 와이번의 몸이 점점 커져갔다.
“이, 이런-”
곰족의 입술 끝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 내 날개가!”
와이번의 발톱이 가장 많이 닿았던 곰족의 날개가 순식간에 반 이상 사라져가고 있었다. 곰족 수하의 몸이 기울어졌다.
추락.
날개를 잃은 자는 결국 추락밖에 남지 않는다.
떨어질 곳은 검푸른 불구덩이 속.
곰족 관리자는 황급히 움직였다. 그는 손을 뻗었다. 수하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다가갈 수 없었다.
촤아아악!
수하와 그를 가르는 검은 오러.
“크아악!”
곰족은 오러에 베인 제 손을 움켜쥐었다. 고개를 돌리자 최한의 서늘한 눈빛이 곰족을 향해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수하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으아아악!”
추락하는 소리.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건만, 날개를 잃은 수하는 그대로 추락했다.
그게 하나가 아니었다.
와이번에게 달려들던 곰족들, 와이번의 발톱이 닿았던 날개를 지닌 자들. 그들의 몸이 다들 기울기 시작했다.
한 와이번에게 달려들었던 수십이 서서히 아래로,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갔다.
달칵, 달칵.
그 와중에도 하얀 뼈들이 검은 뼈를 덮으며 와이번의 몸집을 키워 나갔다.
그 와이번의 머리를 밟고 선 자.
그자의 난폭한 오러가 곰족 관리자를 겨눴다.
관리자는 그 모습 너머로 떨어지는 수하들이 보였다. 호족에게 날개를 잃은 존재들이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비명과 불.
공포가 하늘을 덮었을 때, 최한은 움직였다.
그의 눈동자는 곰족들과 드워프들을 향했다.
라온과 라크. 둘이 전투 불능인 상태에서 적을 없애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겁먹은 자들이 보였다.
최한은 그 겁먹은 자들 중 명령권을 지닌 존재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곰족 관리자는 뒤로 몸을 피했다.
콰앙, 콰앙!
관리자를 뒤쫓는 길 사이로 광폭화한 곰족들이 덤벼들었지만, 최한과 와이번은 그 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난폭한 검은 오러는 날개를 흉측하게 잘라냈으며 와이번은 입을 벌려 날개를 물어뜯어 버렸다. 하얀 뼈로 만든 갑옷을 입은 와이번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찌이익!
날개가 찢어지며 다시금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기랄!”
곰족 관리자는 저를 쫓아오면서도 한 놈도 살려두지 않는 최한과 와이번의 모습에 기가 질렸다.
그는 어느새 뭉쳐 있는 드워프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겁에 질린 드워프들이 놀라며 무기를 빼 드는 모습이 보였다.
도망도 안 가는 겁쟁이들을 평소라면 욕했을 그였지만, 지금 그는 그럴 틈이 없었다.
사아악.
그를 스쳐 지나가는 검은 오러.
죽을지도 모른다.
공포가 밀려왔다.
공중은 장애물이 없다.
그렇기에 쫓아오는 자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었다.
‘땅으로 가야 하나?’
하지만 왕의 명령이 있었다.
싸우라고.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곰족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동족들이, 수하들이 불구덩이로 빠져들었으나 일단 자신이 저기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제기랄, 제기랄!’
욕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갔다.
왕의 전언이 들려왔다.
곰족 관리자는 도망가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관리자의 뒤를 따라오던 최한은 갑작스럽게 멈춘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미련도 없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오러가 관리자를 향하기 전.
“크하하하! 드디어 오셨어!”
곰족의 야비한 웃음소리가 최한의 귓가에 박혔다.
동시에 최한은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위기감.
혹은 천적을 마주한 약자의 감각.
서늘함의 정체를 깨달은 최한은 곧바로 와이번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외쳤다.
“돌아가. 돌아가야 돼!”
오셨다.
곰족이 그렇게 말할 만한 ‘암’의 존재 중 최한이 아는 이는 누가 있을까?
와이번도, 최한도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들은 한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라크와 라온, 그리고 케일. 가장 약한 일행이 있는 곳으로.
최한이 바람을 가르며 지상으로 향하던 그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파아앗.
마법이 펼쳐지는 소리.
동시에 위기감을 자극하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불기둥의 중앙까지 내려온 최한의 고개가 하늘로 향했다.
검푸른 불의 장벽.
그 위에 나타난 자.
용 혼혈.
백금발의 남자가 파리한 안색에 미소를 띤 채, 전장에 나타났다.
케일은 결국 나타난 용 혼혈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전쟁을 빨리해야 했던 이유.
최대한 적들을 쓸어내야 했던 이유.
-케일 헤니투스, 저자인가?
영상 통신구 너머 왕세자 알베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끊습니다.”
-뭐?
케일은 영상통신 연결을 꺼버렸다. 그리고 옆에 선 로잘린에게 영상 통신구를 넘기며 좌표를 불렀다.
“로잘린 씨, 연결하세요.”
“…공자, 저, 저자가-”
로잘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천재 마법사인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도 용 혼혈의 힘을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왜냐고?
“오랜만이구나.”
용 혼혈은 힘을 숨기지 않고 과시하는 중이었으니까.
로잘린은 에르하벤과 라온이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본 인간이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용들 특유의 분위기가, 마나의 힘이 저자에게서 느껴졌다.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리라는 듯 선명한 목소리.
“로잘린 씨, 어서. 구명줄입니다.”
구명줄.
로잘린은 케일이 말한 영상통신 좌표가 어딘지 단박에 알아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영상통신 연결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케일은 공중에 떠 있는 용 혼혈 마법사를 쳐다봤다.
용 혼혈은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불의 장벽을 준비했을 줄이야.”
검푸른 불꽃에서 상위의 힘을 느꼈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케일을 쳐다봤다.
원래는 여기 올 생각이 없었다.
버러지 같은 드워프 놈들이 지들끼리 하겠다고 생난리를 쳤으니까.
하지만 급히 전해진 도움 요청에 대가를 받고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만족스러웠다.
불의 장벽과 오랜만에 보는 얼굴.
자신과 비슷한 자.
그는 자신과 비슷한 이를 보며 확성 마법을 사용해 입을 열었다.
“이야,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네, 내 동생?”
내 동생.
그 단어에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 새끼, 내가 언제 저 새끼 동생이 된 거야? 그리고 저딴 소리를 왜 이렇게 크게 하는 거야?
하지만 케일은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늑대 소년 라크는 멈칫했다. 제 앞으로 이동해 오는 케일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아니네.”
용 혼혈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확성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용 혼혈의 작은 목소리는 다른 이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러나 라크는 용 혼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보였다.
그 손가락은 라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라크 품 안의 담요 포대기.
쌔액쌔액.
가쁜 숨을 내쉬는 어린 용.
“동생이 아니잖아. 그냥 인간이네. 저게 용이고.”
용 혼혈의 눈빛이 희번덕거리기 시작했다. 저 작은 담요 속에서 피어오르는 그릇의 힘. 저건 용이 그릇을 만들 때 생기는 힘의 파동.
반만 겪어본 파동이었지만, 용 혼혈도 겪었기에 아는 힘이었다. 용 혼혈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차 성장?”
다시 확성 마법을 펼친 목소리가 땅에 울려 퍼졌다. 정확히 케일을 향한 목소리였다.
“죽기 좋은 때네, 응?”
진짜 용이면 정말로 죽이고 싶단 말이야.
하찮은 피가 섞인 반쪽짜리는 완전한 존재가 밉고 증오스러운 법이었다.
용 혼혈의 입꼬리가 한없이 위로 올라갔다.
라크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라온을 꼭 껴안았다. 하지만 라온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라크.”
라크는 제 앞을 가리는 등이 보였다.
케일이었다.
“지금부터 너는 무조건, 절대적으로 내 등만 본다.”
케일은 용 혼혈을 응시했다.
“흐흐흐, 이거 정말 재밌겠는데.”
용 혼혈의 실실 웃는 꼴이 보였다.
케일은 주위도 둘러보았다.
제 등 뒤의 라크와 라온은 전투 불능.
로잘린은 힘을 많이 써 피를 흘릴 정도로 무리했다.
메리와 최한은 멀쩡하지만, 상성상 저 빛을 사용하는 용 혼혈에게 밀린다.
호족도 많이 다쳐서 현재 곰족만으로도 벅차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다. 케일은 저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보였다.
“…공자! 저자가-”
위티라는 제 어깨를 잡는 손아귀 힘에 입을 다물었다.
“위티라, 고래족이 광폭화하려면 물이 필요하지?”
“…마법으로 만든 작은 물로는 불가합니다.”
고래는 바다에 사는 존재. 그들의 광폭화에 물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으며, 필요한 물의 크기와 순수한 물의 힘은 웬만한 마법으로는 턱도 없었다.
물론 마법으로 거대한 물의 힘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현 상황을 살핀 위티라의 표정은 안 좋았다.
“지금 로잘린 씨도 힘든 상태고, 브렉 왕국군 마법사들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파직, 파지직.
케일은 용 혼혈 마법사의 주위에 만들어지는 빛의 구를 보며 생각했다.
용 혼혈과 싸울 존재가 필요하다.
혼혈이라도 용에 버금가는 힘을 지닌 존재.
그 존재와 싸울 존재는 고래족뿐이다.
그것도 고래 혼혈 파세톤은 힘들다.
위티라와 아치.
고래족 차기 왕과 최고의 전사.
그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그의 시선이 용 혼혈 아래 자리한 무너진 벼랑 일부와 불의 장벽으로 향했다.
마법으로 만든 작은 물은 불가하다.
그렇다면.
“저 무너진 벼랑 길이만큼의, 불의 장벽 길이만큼의 해일이면 되나?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광폭화가 불가한가?”
…저 길이만큼의 해일?
위티라는 십 킬로미터까지는 안 되지만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용이 만든 저 거대한 불의 장벽만큼의 해일을 떠올렸다. 그 정도의 힘이라면, 그것도 순수한 물의 힘이 가득하다면.
“…해볼 만합니다.”
그녀는 불의 장벽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용 혼혈을 상대하며 버틸 존재.
그들이 활개 칠 전장이 필요하다.
케일은 천천히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이 보석 안에 담긴 것.
지배하는 물.
순수한 물의 힘이자, 지배자인 고래족에게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힘.
방법은 이것뿐이다.
그는 위티라를 보며 말했다.
“해일을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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