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39
638화.
세즈 왕립 아카데미 앞에는 꽤 넓은 광장이 있었다.
그 광장으로 들어서기 전의 골목길.
“왜? 어색해?”
케일의 물음에 온은 슬쩍 제 머리칼을 매만졌다.
프레도 공작의 아들인 나르 공자 모습의 케일과 인간화한 모습의 온.
하지만 그 모습은 원래 알던 것과 조금 달랐다.
-내가 염색 마법 잘 썼다!
노을을 닮은 붉은색이 두 사람의 머리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별론가?”
케일의 물음에 온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음에 드는데!”
케일과 똑같은 머리 색깔이 마음에 들어 저도 모르게 머리칼을 매만진 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마음이 뒤숭숭한 것도 사실이었다.
안개 묘족.
온과 홍은 전 부족장의 유일한 핏줄이었다.
다만 온이 세상을 눈에 담고 제대로 기억을 할 때부터 가족은 홍뿐이었다.
안개 묘족에게는 돌연변이, 버러지라는 말을 들으며 감시와 외면을 받아왔다.
다만 버러지라고 하면서도 감시를 하는 모습에서 온은 자신과 홍이 원래라면 후계자 위치여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빈틈을 봐서 홍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래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 안개 묘족을 부수러 간다.
‘…어쩌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자신과 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들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때였다.
“생각을 깊게 할 필요 없다.”
온은 무뚝뚝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와 비슷한 키가 된 케일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온, 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그것만 생각해.”
케일은 저번에 3대 금지에 있던 쉐리트 성 앞에서 안개 묘족 족장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온과 홍을 보고 족장이 했던 말들.
‘그 핏줄의 마지막이니, 질기게도 살아남은 것이겠지. 그래도 케일 헤니투스 쪽에 붙었을 줄은 몰랐는걸. 그러니 우리 눈에 띄지 않았던 건가?’
‘더러운 피는 세상에서 사라져야지.’
온은 그 족장이 가족이 아니라고 했다.
‘아마도 전 부족장의 핏줄이 온과 홍이고. 현 부족장은 전 부족장을 밀어낸 자이겠지.’
그리고, 아마도.
‘…지금 족장 놈이 그 자리에 오르며 온과 홍의 가족을 죽였을지도 몰라.’
다만 온과 홍은 살려두었다.
그것이 조금 의문이었다.
어려서 살려둔 것일까?
묘족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부족인 안개족.
가장 은밀하다는 것은 묘족에게 있어 가장 강하다는 것을 뜻했다.
그 안개 묘족에서도 극소수만이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온과 홍처럼 말이지.’
케일은 손을 뻗어 온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말이야.”
온은 케일이 자신에게 시선을 두는 것을 보았다.
“혹시 아카데미 다니고 싶나?”
온이 움찔했다.
-인간아! 나는 아카데미 안 다니고 싶다! 나는 이미 엄청 똑똑하고 위대한 용이다! 인간이랑 놀러 다닐 거다! 세계여행!
케일은 가볍게 라온의 목소리를 흘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뎅-뎅뎅-뎅—
세즈 아카데미에 위치한 종탑의 종이 울리며 여기까지 소리가 들려왔다.
정각 10시를 알리는 소리이자.
1시간.
왕의 연설까지 남은 시간을 뜻하는 소리였다.
케일은 온의 대답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이제 움직여야 했다.
“일단 아카데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뭐, 하고 싶은 건 다 해줄 테니까. 백수를 하든, 공부를 하든 말이야.”
케일은 대충 제 생각한 바를 말하고선 골목길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뒤돌아 온에게 손짓했다.
“안 오나?”
온은 나르 공자 모습의 케일에게서 처음 자신과 동생에게 먹을 것을 주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사람은 인생에 세 번의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온은 그중 한 번이 케일을 만났던 그날이라고 확신했다.
왜냐면 가족이 생겼으니까.
그때, 온의 머릿속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이팅이다! 그리고 걱정 마라! 투명화해서 나도 따라간다! 다칠 일은 없다!
제일 어린 동생의 해맑은 목소리에 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다.
케일의 말대로,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 그렇게 웃으니 인간하고 비슷하다! 사기 치려는 거냐? 나도 알려 달라! 같이 하고 싶다!
온은 라온의 투정에 더 짙은 미소를 그리며 케일에게로 갔다.
두 사람은 곧바로 세즈 왕립 아카데미 정문으로 향했다.
그 길은 시끄러웠다.
“다들 좀 물러나세요! 국왕 폐하께서는 11시가 되어야 나오신단 말입니다!”
“줄을 똑바로 서세요! 이런 식이면, 퇴장시켜버릴 겁니다!”
아카데미 측 사람과 왕실 측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 거참 나도 앞으로 좀 갑시다!”
“비켜요, 비켜!”
“와. 오늘 국왕 폐하를 뵙는 거야? 연설도 듣고?”
“당연하지! 여기가 명당이라고!”
수많은 왕국민들이 몰려들어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엄마, 우리 국왕 폐하께서 제일 강하지?”
“그럼~ 여기가 기사의 나라야. 거기다가 국왕 전하께서는 소드 마스터시잖니?”
“맞아! 최고로 강한 기사!”
현 국왕 바케헤.
그는 기사의 나라에서 소드 마스터였다.
강한 왕. 그것만으로도 그의 인기가 치솟을 요인이었지만, 그는 5년 전. 왕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한 가지 법안을 설립하였다.
‘검술 훈련소를 설립하라!’
세즈 왕국 곳곳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검술 훈련소가 세워졌다.
모든 비용은 왕실에서 제공하는 이 시설.
‘신분과 빈부의 차이 없이! 누구나, 원하면 검을 배울 수 있도록 하라!’
‘또한 재능이 있는 자는 예비 기사 훈련소로 보내어 그 재능을 떨치게 뒷받침하여라!’
현 국왕 바케헤는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주었고, 그 덕에 그가 재위한 5년 동안 고아에서 기사로, 가난한 평민에서 성공한 기사로, 꿈을 이뤄낸 자들이 이제 결실을 이뤄내며 하나둘 나타났다.
“…그래서 인기가 상당하지.”
그 인파에 스며든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였다.
“응? 아카데미 생이 여기 왜 있지?”
케일과 눈이 마주친 왕국민이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린 순간.
케일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초조한 얼굴로 그는 뒤에 온을 데리고서 인파를 헤쳐 나가려고 애쓰는 척했다.
“잠시만요! 저희 들어가야 하거든요! 잠시만, 비켜주세요!”
케일의 간절한 목소리, 그리고 아카데미 생임을 뜻하는 교복에 주변의 시선이 그와 온에게로 향했다.
그런 두 사람에게로 갑옷으로 무장을 한 기사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거기! 학생!”
케일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원래라면 아카데미는 정문에서 직원의 철저한 확인을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지.’
너무 인기 많은 왕 탓에, 광장부터 닫힌 광장 문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그 때문에 아카데미 직원들은 정신이 없었다.
‘원래라면 직원에게 확인을 받아야겠지.’
하지만 그럴 경우 혹시 들킬지도 몰랐다.
“기사님!”
케일은 잘되었다는 듯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세즈 왕국 기사의 팔을 붙잡았다.
기사는 대번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학생으로 위장한 침입자일 수도 있었으니까.
“너희는 왜 여기-”
그러나 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팔락!
그의 앞에 학생증과 더불어 의원 진단서가 나타났다.
“어제 아파서, 잠시 밖에 나왔어요! 오늘 꼭 연설을 듣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을까요? 제발요.”
케일은 등 뒤의 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생이 꿈이 기사거든요! 꼭 전하를 뵙고 싶다고 해서…. 그런데 저를 간호한다고 함께 나오는 바람에. 어떻게 안 될까요?”
-인간, 연기 잘한다!
기사는 너무나도 절박한 표정의 소년을 보자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지만, 조금 경계심이 누그러들었다.
‘…안색이 안 좋군.’
마법으로 위장할 수 없는, 창백한 안색의 소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나이도 어려 보이고.’
마법으로 염색이나 신체 일부분을 변형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성인에서 아이로 나이 자체를 속일 수는 없었다.
‘용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그리고 용이 우리 전하를 칭찬하러 찾아오면 몰라도, 해를 끼치러 올 일은 없지.’
그래도 할 것은 해야 했다.
세즈 최고의 기사 바케헤 왕이었지만, 기사는 주군을 지켜야 했으니까.
“일단 따라와!”
그는 일단 아파 보이는 소년과 그 뒤에 선 동생을 데리고서 정문 근처로 갔다.
“좀 물러나세요!”
“뒤로, 뒤로!”
정문 역시도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고, 기사는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여기 얘들이-”
천막 안으로 들어서던 기사는 직원 하나 보이지 않는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다들 모여든 사람들을 정리하느라 뛰쳐나간 듯했다.
“…하긴 올해 따라 진상이 많지.”
유독 올해 들어 국왕을 보겠다고, 앞으로 가겠다고 진상짓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인간아! 버드네 용병들이 일 잘한다!
물론 그 진상들은 위장한 용병들이었다.
“크흠.”
기사는 제 중얼거림을 혹여 케일이 들었을까 싶어 힐끗 눈치를 봤다.
그때, 케일이 초조해하면서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저희처럼 국왕 전하의 존안과 말씀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겪고 싶은 것 같아요! 그치?”
“응, 오빠.”
-우아! 둘 다 연기 잘한다! 최한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최한, 연습해야 한다!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에 기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확인 검사 좀 하자.”
그는 직원 대신 자신이 검사를 하기로 하였다.
기사는 차례대로 놓인 마법 기구로 다가갔다.
“순서대로, 학생증 검사를 하고 더불어 오러와 마나 검사도 한다.”
평소라면 마법 기구를 통해 학생증 진위 여부만 판별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국왕의 연설이 있는 날이니만큼 오러와 마나도 검사하였다. 혹시 모를 암습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학생증을 여기에 대.”
“네.”
케일은 학생증을 마법 기구에 놓았다.
“음.”
당연히 진짜라고 떴다.
-히히. 마법 기구에 간단히 살짝 마나를 뒤틀었다!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일을 해낸 용, 라온 덕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마나와 오러 검사도 가뿐히 통과했다.
온과 케일.
두 사람의 힘은 오러, 마나와는 전혀 연관이 없었으니까.
“음.”
기사는 학생증도 진짜, 더불어 힘이라고는 없는 두 어린 남매에게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따라오렴.”
어느새 부드러워진 말투로 그는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작은 쪽문을 열었다.
지금은 정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음? 부단장님? 이 애들은?”
쪽문을 지키던 기사들은 케일과 온을 보고는 둘을 데려온 기사를 쳐다봤다.
“내가 검사 다 했어. 학생증도 진짜고 마나도 오러도 없더라.”
“아. 그렇습니까?”
세즈 왕국 최고의 마법사.
최상급 궁정 마법사가 만든 마법 기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용이 아니면 그걸 조작할 수 있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용이 뭣 하러 아카데미 학생증 진위 판별 기계를 조작하겠나?
“자, 들어가라.”
기사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님! 덕분에 동생에게 귀한 시간을 줄 수 있게 되었어요!”
감격한 소년의 표정에 기사는 피식 웃었다. 그때, 온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꼭 부단장님같이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어요.”
“크흠, 큼! 뭐 한 게 있다고. 얼른 들어가! 이제 30분도 안 남았어!”
쑥스러워하면서 얼른 가라고 휘젓는 손에 케일과 온은 부단장과 기사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선 헐레벌떡 걸음을 옮겼다.
“…쟤들은 학생 맞는 것 같군요. 지도 없이 움직이기 힘든 복잡한 곳이 세즈 아카데미인데 거침없이 움직이는 걸 보면요.”
“그렇지. 길도 잘 찾고.”
기사들은 케일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록된 지도를 알 수 없었다.
-오! 인간아, 건물이 다 이쁘다!
라온 말대로, 세즈 왕립 아카데미의 건물들은 그 역사만큼의 세월을 담아 고풍스러움을 풍겼다.
하지만 케일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저기군.”
이리저리 복잡한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 마침내, 정문과 일직선상에 놓인 아카데미 내 광장에 도달했다.
대리석이 깔린 광장.
그곳에는 높은 연단이 있었다.
‘저기가 왕의 자리군.’
그 연단 앞에 귀족들의 자리가 있었고, 그다음 아카데미 수뇌부와 뒤따라 학생들이 열에 맞춰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싼 기사를 비롯한 병력들.
‘10분.’
어느새 연설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음? 너희는 뭐야?”
제일 뒤쪽에 있던 기사가 얼굴을 구기자, 케일은 냉큼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시 화장실을 좀-”
“시끄럽고, 얼른 가서 줄 서!”
“네!”
케일은 온의 손을 잡고선 얼른 원래 자리라는 듯 1학년생들 줄 중 가장 뒤에 섰다.
“앞에 서.”
“…응.”
온이 케일 앞에 섰고, 케일은 주위를 살폈다.
그때,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용들 잠입 완료다!
보고는 이어졌다.
-론 할배랑 비크로스도 잠입했다고 한다! 몰란 가 완료!
-버드가 개구멍으로 들어왔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하나둘. 동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잠입에 성공한 순간.
둥-두웅- 두웅둥-
북소리를 시작으로 경건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
동시에 저 멀리 일직선상에 놓인 정문 밖으로 왕국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케일의 시선이 연단으로 향했다.
한 사람이 천천히 올라서고 있었다.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자.
왕으로 올라선 후에도 검을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고, 갑옷을 입고 국정을 돌보는 자.
세즈 최고의 기사.
그리고 소드 마스터.
왕국민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선정을 베푸는 선왕.
바케헤.
5년 전 그가 왕으로 즉위한 해, 초대 왕을 기리는 넥스 산에서 신비로운 안개 무리가 조금씩 펼쳐지더니 올해부터는 산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를 두고 왕국민은 새로운 신화가 펼쳐질 것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케일은 그 정보를 듣자마자 알아챘다.
‘저놈.’
지금 연단에 올라서는 저 왕.
‘저놈은 왕이 되기 전부터 하얀 별하고 동맹을 맺었던 거야.’
그리고 왕이 된 뒤에는 넥스 산을 하얀 별에게 넘겼을 터.
하얀 별은 안개 묘족을 통해 차츰차츰 저 넥스 산을 자신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개가 산을 다 덮었다는 올해부터 저 산에 안개 묘족이 터를 내렸겠지.’
프레도 공작이 석산 전체가 제물을 가두는 장소라고 했으니까.
두웅 두웅- 둥–!
마침내 왕이 연단에 올라서 모두를 내려다봤다.
음악이 멈췄고, 모든 이들이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왕은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가 마법 확성 장치를 통해 아카데미, 나아가 광장까지 울려 퍼졌다.
“모두 고개를 들라.”
케일은 고개를 들며 앞에 선 온에게 속삭였다.
“온. 안개를 펼쳐.”
온은 고개를 끄덕였고 케일의 입꼬리가 기대감으로 올라갔다.
조금씩.
사람들은 모르게, 아주 조금씩 하얀 안개가 곳곳에서 맺히기 시작했다.
이 하얀 안개가 마침내 케일이 선 이곳과 저 연단을 모두 덮쳤을 때.
모든 것은 시작되리라.
그리고 그 시간은 빠르게 찾아왔다.
“음? 갑자기 웬?”
가장 뒤편에 서 있던 몇몇의 사람들이 안개의 존재를 알아챘을 때쯤.
“강하게.”
케일의 지시가 떨어졌고.
온과 라온이 입을 열었다.
“쉬운데.”
-나도 한다!
쏴아아아아-
갑작스러운 바람과 함께 안개가 급작스럽게 덩치를 키우며 일대를 뒤덮음과 동시에 왕이 있는 연단으로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휘이이이-
그때, 케일의 발목에 바람이 회오리쳤고 그의 몸이 안개와 함께 연단으로 향했다.
목표는 바케헤 왕의 생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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