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2
5. 결혼 상대(2)
“집에서 해준 거야? 시골에 내려갔다 왔어?”
“마른 반찬은 가져온 거고 나머지는 내가 만들었어. 하루 세끼 집에서 먹는 것이 편해서. 혼자 음식점에서 밥 먹으려면 어색해서 집에서 먹는 것이 편해.”
더구나 연예인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알아보는 것이 귀찮았고 언제 복귀하는지 묻는 것이 싫어 음식점에 가지 않았다. 시켜 먹는 것도 1인분을 시키면 배달하지 않거나 눈치를 주었다.
“그러면 인기 스타가 만든 음식이 어떤지 먹어볼까?”
식탁에 반찬을 꺼내고 된장국을 데워 퍼놓고 밥도 펐다. 항상 혼자 먹다가 두 사람이 먹으려니 이상했지만 쓸쓸하지 않아 좋았다. 더구나 그것도 여자라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맛있는데. 된장국도 잘 끓였는데. 요리는 언제 배운 거야?”
“합숙이 끝난 후부터 혼자 살았잖아. 1주일에 두 번 도우미 아주머니가 청소와 빨래는 해주는데 음식은 하지 않았어. 그 때부터 내가 직접 했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레시피도 다 나오고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이나 깨나 참기름, 고춧가루 등은 집에서 가져오기도 했고.”
“너야 혼자 다니면서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 결국 집에서 먹으려면 만드는 수밖에. 아니면 시켜 먹거나.”
“혼자 먹으려고 시키면 배달도 잘 안 해주지. 자장면 한 그릇 배달시키면 대부분 배달 안 해줘. 돈을 더 내야 하거나. 그렇다고 먹지도 못하는데 여러 가지 시킬 수도 없고. 혼자 살면 먹고 사는 것도 만만치 않아.”
“그렇겠다. 나야 근처에 대학 친구들도 많으니 다르지만. 굳이 혼자 먹을 경우에 시킬 일도 없고 그냥 가서 먹고 오면 되니.”
한동안 조용히 식사를 했다. 김희경도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퍼놓은 밥을 전부 다 먹었다.
“커피 마실 거야?”
“그렇게 해. 밥 먹고 바로 마시는 것은 괜찮으니.”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를 탔다. 군대 가기 전에 커피메이커를 산 경우도 있는데 너무 번거로워 잠시 쓰다가 결국은 포기했다.
“너는 집이 어디지? 방배동이라고 했던가?”
“응, 여전히 거기 살고 있어. 학교 다닐 때 살던 곳은 아닌데 그 옆에 빌라로 옮겨 갔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대학 과 친구랑 같이 살고 있고. 크기는 여기랑 비슷하겠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네. 회사 다니는 것은 힘들지 않아?”
“뭐, 매일 그렇지. 적응이 되어 그리 어려운 것은 없어. 월말이나 월초에 실적집계 하느라 조금 정신이 없지만. 너는 사귀는 사람 없어?”
김희경이 조금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연애 한 번 못했는데 무슨 여자야? 멤버 중에는 시간만 나면 여자를 만난 애도 있지만 난 성지은 선배하고 있지도 않은 스캔들 나고 학을 떼서 아예 여자들과 연락도 하지 않았어.”
갓 스무 살인데 다섯 살이나 많은 여자와 스캔들이 나자 두렵기까지 했다. 허무맹랑한 허위기사라고 판명이 났지만 한 번 소문이 나자 없어지지 않았다. 군대에 갔을 때도 심심하면 애인인 성지은이 면회 오지 않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아이돌도 아닌데 사귈 생각은 없어?”
“뭐, 그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내 처지에 여자 만나는 것도 그렇지. 너는 사귀는 사람 없어?”
“나도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마주 보고 뭐라 말을 하기 바라는 것을 보자 마음이 무거웠다. 뭔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솔직히 말하자. 너 나 좋아하지? 네가 말은 안 했지만 내가 그것도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티 났어? 그냥 팬이라고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그걸 모르냐?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단지 부담스러워서 모른 척 한 것이지. 아무리 시골 친구라고 해도 10년 가까이 쫓아다니는데. 더구나 군대 간 이후에는 그렇게 노골적인데.”
박재선이 그렇게 말을 하자 김희경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 되었다. 거절을 하는 말이 나올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 번 거절당하면 기회마저 사라지기에 말도 못하고 주변만 맴돌았다.
“그래서? 부담스러우니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라면 그냥 전화로 바쁘니 연락하지 말라고 하지 굳이 이렇게 만날 필요는 없지. 같은 동네 사람인데 어른들마저 불편할 것인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냥 만나보자. 내 상황이 좋지 않아 네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박재선은 밀고 당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통보하듯이 말을 했다. 자신의 좋지 않은 상황을 알렸는데도 만나러 오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다행이다. 평소와 달라서 불안했는데.”
“아휴, 이 소심한 여자야. 맨날 주변만 빙빙 돌고.”
박재선은 그렇게 말하고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다가갔다. 소파는 둘이 앉기 딱 적당한 크기였기에 가깝게 밀착이 되었다. 에어컨을 켠 상태라 문제는 없었다.
“그냥 이렇게 좀 있자.”
박재선은 김희경의 어깨위로 손을 올려 끌어당기면서 밀착을 했다. 김희경은 다소 어색한지 억지로 끌려가는 것처럼 몸을 기대었다. 둘은 그렇게 밀착을 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반팔 셔츠를 입은 상황이라 서로 맨살이 맞닿아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서로를 의식할수록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저 접촉만으로 흥분지수가 상승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라 회사 가지 않지?”
박재선의 질문에 김희경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
월요일이 되자 박재선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해서 외과를 방문했다. 전에 비해 몸이 좋아졌기를 바랐다. 느낌상 그런 것 같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이 없을 수도 있기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몸 상태가 어떤가요?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이 처지는 것 같은데 어떤 운동이 좋은가요?”
재선은 전에 다니던 외과에 가서 상담을 했다. 무턱대고 함부로 운동하는 것은 위험했다.
“얼마 전에 살폈지만 관절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할 것 같으니 CT촬영을 하도록 하죠. 일반 엑스레이 사진으로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발목과 무릎, 총 4곳에 대한 정밀 검진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훈련을 하다보면 무리하게 움직인 면이 있어 그리 나아진 것이 아니었다.
다시 이틀 후에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갔더니 상당히 좋아졌다면서 엑스레이 사진으로 파악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관절이나 연골은 한 번 손상이 되면 잘 재생이 되지 않는데 갑자기 좋아졌다는 말을 했다.
“젊어서 그런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회복이 되었어요. 저번에 찍은 엑스레이는 왜 이렇게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한 번 다시 촬영을 해보죠. 제대한 직후에 찍은 사진이랑 이번 CT랑 두 개가 너무 차이가 나요.”
결국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전에 찍은 사진이랑 비교 했다. 뼈의 형상을 비교하니 같은 사람을 찍은 사진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보였다. 그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어, 이상하네요. 쉬어서 그런가? 엄청나게 회복이 되었어요? 같은 사람을 찍은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에요.”
의사는 이상하다고 두 사진을 비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선은 자기가 산삼을 먹은 것이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몸이 좋아진 것을 느꼈는데 사실로 확인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성대도 달라진 것 아닐까? 말하는 것도 목이 막히지 않고 거북한 느낌이 완전 사라졌는데.’
외과의사는 결과적으로 오진을 한 상황이라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고 한동안 더 살펴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다시 열흘 후에 보자면서 결론을 유보했다.
재선은 몸이 좋아졌다고 하니 피트니스 센터로 가서 등록을 했다.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객님의 경우 비만은 아니기에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또한 굳이 근육을 키울 목적이 아니라면 가벼운 러닝과 코어근육을 가볍게 단련하는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요.”
박재선은 군대 가기 전에 관절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했고 결국은 해체한 샤이닝로드의 제이슨이 자신임을 밝혔다.
“그러면 재활훈련에 중점을 두도록 하죠.”
아이돌이나 아이돌연습생의 경우 과도한 연습을 하다가 관절이나 인대의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기에 그런 고객이 많다면서 자신들이 그런 일에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너무나 말을 매끄럽게 해서 사실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아이돌로 활동할 때 그런 곳에서 훈련한 경험이 있기에 혼자 해도 되지만 혹시라도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일단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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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은 집으로 들어와서 먼저 퇴근한 룸메이트 양채연이 지그시 바라보자 시선을 피했다.
“너 사실대로 말해.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도 끌고 가지 않았는데 시골집에 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더구나 네님도 서울에 있어 거기 갈 이유가 없잖아?”
김희경은 주말 내내 박재선의 집에서 보내었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붙어있었다. 혹시라도 같이 사는 양채연이 걱정할지 몰라 금요일 밤 10시 경에 급한 일이 있어 시골에 간다고 전화를 했는데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그냥 차를 끌고 가기 그래서···.”
“변명을 해도. 시골에서 버스 타려면 20분이나 걸어야하고 배차 간격도 한 시간에 이상이라 차 없이 갈 수 있는 동네가 아니라면서. 거기다 읍내서 면 단위까지 간 다음에 또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두 시간이나 걸리는데. 택시타면 가는데 2만 원, 오는데 2만 원이라면서?”
무려 5년째 같이 사는 친구라 너무나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같이 보낸 거야? 성공한 거야?”
“몰라. 너랑 더 이상 말 안 해.”
더 이야기를 해봤자 파탄만 드러낼 수밖에 없으니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각기 따로 방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런 점에서 좋았다.
“밥 먹게 나와. 너 오기를 기다렸으니까.”
옷을 갈아입다가 전날의 일을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후다닥 옷을 입었다. 물론 여름이라 반바지에 민소매 티라 간단했다. 피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기에 옷을 갈아입자 밖으로 나갔다.
“키스 마크는 없네. 남자들은 생각 없이 흔적을 남긴다는데.”
“그런 것 아니라는데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한다.”
“딱 보면 답이 나와. 누가 뭐라고 하나. 어제 들어올 때 네 얼굴이 딱 배부른 강아지 표정이었어.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어. 그러면 빤한 거 아니야?”
“그래. 걔랑 같이 있었다. 올 겨울에 식 올릴 생각이다.”
“뭐? 벌써 거기까지 진도를 나간 거야?”
“이야기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막상 둘이 하룻밤을 보내고 나자 서로 스스럼이 없어졌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고 최대한 빨리 과정을 진행해 결혼을 하기로 했다.
당장 결혼을 하면 살 집과 생활비가 문제지만 박재선이 사는 곳도 두 사람이 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고 생활비도 두 사람의 생활비를 합치면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사는 집도 내년 봄이면 계약이 끝나니 친구와도 문제가 없었다.
물론 언제까지 박재선이 돈을 벌지 못하고 소비만 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을 했다. 바로 결혼하자는 것을 보면 벌어놓은 돈도 제법 있어 보였다.
“너무 빠른 것 아니야? 연예인이라면 사귀는 사람도 많았을 것인데, 나중에 바람피우는 것 때문에 속 썩이는 것 아니야?”
“스캔들은 없었잖아. 걔랑 친한 친구와도 친한데 절대 여자랑 그런 일은 없다고 했어. 유인석이 알지?”
“아! 걔랑 같은 동네라고 했지. 너 좋다고 했던 애 아니야? 그러면 삼각관계 아니야?”
“그냥 친한 관계지. 걔 부산에서 여자 친구 생겼어.”
말은 지방근무가 필수여서 부산에 갔다지만 실은 김희경을 잊기 위해 떠난 것으로 보였다. 박재선은 몰라도 김희경은 그런 기색을 눈치 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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