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90
190. 아빠 (2)
김희경은 언제 출산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래서 장모가 올라와서 몸조리를 해주기로 했다. 장인은 불편하다고 오지를 않았다. 번거로우니 나중에 세이레가 지나면 본다는 말을 했다.
박재선은 인천에서 여섯 시경에 콘서트가 끝나자 바로 집으로 왔고 씻고 식사를 하자 아홉시가 되었다.
“오늘 인천에서 콘서트를 했지? 잘 되었어?”
“특별한 것은 없었어. 어디 아프지는 않지?”
“아직은 별로. 집에 울 엄마 있어서 불편해?”
“전혀. 그래도 집에 계시니까 내가 안심할 수 있고 콘서트도 하는 거지. 안 그랬으면 항상 불안했지. 장모님도 네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으려면 답답하겠어.”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하루가 금방인데. 그간 못한 이야기도 하고. 엄마가 이것저것 음식을 하기도 하고. 지낼만해.”
“도우미 아주머니는 계속 오지?”
“장을 봐오고 청소도 하고 그래. 예정일은 이틀 남았는데 그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김희경은 월요일에 출산예정이라는 말을 하면서 그대로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 박재선도 여유롭다는 이야기였다.
“다행이도 이번 주는 인천이라 저녁에는 집에 올 수 있어. 안 그랬으면 지방에 있어 더 걱정했을 텐데.”
“초산이면 좀 늦어진다는데 그러지 않는 것 같아.”
“사람마다 조금 다르다고 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김희경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복통을 호소했고 장모에게 상황을 말하자 산통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결국 짐을 챙겨 사전에 예약을 해둔 산부인과로 갔다.
“애가 성질이 급한지 벌써 돌아누웠어요. 머리가 거의 다 돌아갔어요. 아직 양수도 터지지 않았어요. 초산이라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의사가 진료를 하더니 예정보다 하루 이틀 늦거나 빨라지는 것은 정상이라고 했고 산모나 아이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재선은 옆에서 같이 있어 주었다. 겨울이지만 산실이 다소 더워서 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모는 추운기색이라 덥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지켜봐야 했다.
“산실이 덥지. 이렇게 해야 몸이 풀리고 산모나 아이한테 한기가 들지 않아. 산모는 여름에도 오한이 나.”
장모가 땀을 흘리는 박재선을 보고 그렇게 설명했다. 산모가 산통으로 힘들어 하는데 덥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서 시골집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 와 있다고 하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올라온다고 했다. 굳이 지금 올라올 것 없이 날이 밝으면 오라고 했지만 바로 출발한다고 했다.
두 시간 후에 어머니와 아버지마저 당도했고 네 사람은 새벽까지 기다려야 했다. 다들 집에 들어가서 쉬라고 했지만 그냥 있겠다고 하여 같이 있었다. 장인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장모 말로는 한 번 잠자리에 들면 전화도 받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일곱 시간의 진통 끝에 새벽 네 시에 아들을 낳았고 어느 사이에 소문이 나서 기사로도 올라갔다.
잠시 새벽에 눈을 붙이고 아침에 인천으로 출발했다.
“득남 축하해요.”
“재선이 드디어 아버지 되었네.”
“이제 너도 고생일 거야. 배 안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을 거야. 이거 컨디션 챙기기 힘들 텐데.”
사람들마다 각기 한 마디씩 하면서 축하를 해주었다. 그 사이에도 전화가 계속 왔고 김운찬이 대신 상대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도 찾아와서 뭐라도 한 가지 건지려고 했다. 콘서트 취재를 하러 온 김에 같이 취재를 하려고 했다.
기자들의 질문 대부분이 아이의 이름은 뭐로 할 것인지 물었고 아직은 모른다는 대답만 하게 되었다.
박재선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이 없는 상태로 공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굳이 리허설을 하지 않아도 되어 자신의 공연만 챙기면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콘서트가 끝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정리하라 말하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잠깐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살펴보고 김희경이 입원한 병실로 갔다. 아직 몸이 전부 회복되지 않아 치료가 필요했다.
산후조리원 이야기가 나왔지만 하루 정도 병원에 있다 그냥 퇴원하여 집으로 가기로 했다. 산모나 아이가 건강해서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집에서 조리를 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2~3일 동안 장모가 있어 주기로 했다.
“오늘 정신없었겠다. 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했을 것인데.”
“그렇지, 뭐. 가면서 자고 대기실에서 좀 쉬니 괜찮아졌어. 오늘은 굳이 리허설을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지. 기사 봤어?”
“응, 여기저기 기사가 많이 나왔더라고. 아이 이름을 뭐로 할지 많이 묻더라. 뭐라고 지을 거야?”
가장 당면한 일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이기도 했고 기자들의 질문도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나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돌림자가 끝자로 석錫이나 진鎭, 가운데 글자로 현鉉이라고 하는데 맞출 것인지 그냥 좋은 듯으로 지을지 생각해 봐야지.”
“그런 것도 있지. 그러면 자기는 재자가 무슨 재자야?”
“있을 재在, 흙 토土 항렬이지. 그 밑이 금金자 항렬이고. 우리 집안은 금수목화토金水木火土로 내려가.”
“그런 것은 언제 알아둔 거야?”
“옛날에 할아버지에게 족보 보는 법을 배웠어. 우리 할아버지 별거 많이 알았잖아.”
“하긴 그렇다. 노래도 잘하시고 장구도 잘 친다고 했지. 상가집 일도 많이 하시고. 이것저것 많이 하시는 분이셨어.”
“그랬지. 아버지, 어머니 일하시면 나 데리고 같이 놀아주기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노래도 많이 배우고.”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자신의 어릴 적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있었다. 낮에 병실을 지켰던 부모와 장모는 집으로 가서 쉬라고 했다.
다음날 오전에 김희경과 아이는 퇴원을 했고 박재선도 같이 동행을 했다. 온돌에 몸을 지지는 것이 좋다는 장모의 주장에 전기장판을 깔고 그 위에 자리를 마련했다. 산모에게 맞춰 집안 온도를 높이면 너무 덥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희경은 아이를 낳느라 피곤한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고 아이는 원래 잠이 많은 것이 당연한지 강보에 둘러싸인 채로 쌔근거리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뭔가 느낌이 달라 그 이유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마침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애의 몸 안에 나노머신이 있어? 이게 자연증식 현상인가? 나노머신의 영향으로 정자에 유사 나노머신이 형성된 경우에 자연적으로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만 아주 드문 경우라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한동안 애를 살폈다. 그러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노머신 자체가 물질과 반물질反物質의 중간인 반물질半物質을 이용한다. 내 몸에 반물질사념체가 들어오면서 그런 양분이 쌓였기에 유사반물질이 형성되었고 생식기에 자연스럽게 유사나노머신을 생성한 것 같다. 임신 후에도 그 기운을 계속 접했기에 자연 증식이 일어난 것 같다.’
박재선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아이를 살폈다. 박재선이 복용한 것처럼 생체컴퓨터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몸의 면역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도 같았다.
‘나노머신을 복용시키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라도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증식 나노머신은 생체컴퓨터 기능이 없으니 안타깝군. 생성을 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용캡슐이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데.’
나노머신에 각종 프로그램이나 지식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전용 장치가 필요했다. 나노머신은 기본형으로 제작이 되고 특수 기능, 일종의 재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전용장치였다. 그런 장치는 캡슐형으로 각종 보완작업을 하여 나노머신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이론이나 관련 내용이 떠올랐지만 적당한 것이 없었다.
‘오버테크롤로지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기술로는 만들 수가 없다. 그러보니 몇 년 안에 나노머신 연구의 시발점인 코로나의 유행이 도래하는데 그게 문제구나.’
코로나 관련 백신은 수도 없이 개발을 했지만 일반 백신으로는 수도 없이 일어나는 각종 변이를 잡을 수는 없었고 결국 결국은 분자단위의 면역항체를 개발하였고 그것이 초기의 나노머신의 원형이었다.
‘일단 입력 장치는 나노머신을 만드는 것보다 그리 어렵지 않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나노머신에 이식할 프로그램 자체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박재선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너무 욕심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인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것인지도 몰랐다.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포기를 했지만 미련이 남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나노머신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의 복제를 시도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뭔가 장치가 필요한데 그걸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시간을 두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었다. 아울러 그런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희경과 아이가 자고 있는 것을 보다가 거실로 가서 내려가지 않은 부모와 장모와 같이 자리를 했다. 자는 사람 옆에 계속 앉아 있기도 그랬다.
“형님은 좀 있다 내려오신다고?”
“먼저 내려가. 아무리 그래도 시어머니보다 내가 조금 편할 것이니, 내가 있어야지? 있으면 애 맘이 불편할 거야.”
“바깥사돈은요?”
“혼자서도 잘 먹고 살으니 그런 걱정은 말어. 나 있으면 부엌 근처도 가지 않지만 없으면 혼자 맛있는 것 다 해먹어. 나도 좀 먹게 해달라고 하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이러는 사람이야.”
장모는 장인이 맘에 들지 않는지 푸념을 했다.
“애 이름은 어떻게 지을 거야? 작명소 갈래? 요즘은 바로 출생신고 해야 해서 빨리 이름을 지어야 한다면서?”
“돌림자가 석과 진이라면서요. 그것 따라서 짓죠.”
“영진이나 우진, 철진, 이런 식으로 말이냐?”
“진자보다 석자가 나을 것 같고, 민석이 어떨까 합니다.”
“가까운 집안에 그런 이름은 없으니 문제는 없겠다. 웃어른도 같은 글자는 없고. 부르기 편하고 놀리지 않을 이름이면 되지. 마지막으로 애 엄마하고 의논하고.”
둘이 그런 이야기를 하자 장모나 어머니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옛날 사람들이라 그런지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요즘 큰 공연을 해서, 어제도 인천에 갔다던데 잘 했어?”
“잘 했죠. 참 이번에 서울서 할 때는 다들 오시라고 했는데 오시는 거죠? 형님들이나 동서들도 온다고는 하시던데.”
“애 아버지가 미적거려서 한 마디 했더니 못이기는 척 온다고 했어. 그 때 애도 보면 되겠군. 마침 세이레가 될 때니. 아까 전화했더니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르는데, 애들 방문 앞에라도 금줄을 치라고 해서, 참. 요즘 누가 금줄 친다고.”
시골이고 나이를 들어서 그런지 아직도 그런 것을 챙기는 사람이 있었다. 그걸 말하는 것을 보면 무뚝뚝한 장인도 부부간에는 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아, 여기 팬카페에 이런 게 올라오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득남 축하 게시물을 보여주었다. 고추와 숯을 일러스트로 그려 금줄을 형상화한 카드가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축하를 해줘요.”
“네 팬도 많나 보구나.”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한 다섯 번째 정도 됩니다. 아직은 멀었어요. 솔로로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1위와는 격차가 커요.”
다들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박재선의 일이 궁금해서 그런지 많은 것을 물었고 적당히 대답을 했다. 하지만 재산이나 회사의 매출 등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하여 와전되지 않도록 했다.
“오늘은 일 없어? 회사 안 가도 되는 거야?”
“오늘은 따로 일정이 없어요. 오늘 예정일이라 마침 일정을 비워두었고요. 내일은 미룰 수가 없어 방송국에 가는 일정이 있지만 오후에 나가면 되고요. 회사 일은 급한 것도 없고 정 급하면 전화 하라고 했어요.”
박재선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점심을 먹을 시간은 아니니 아내와 아이 옆에서 잠을 좀 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