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92
192. 아빠 (4)
“손 탄다고 말이지? 조금만 지나면 안아달라고 보챈다고?”
“응, 처음에 생각 없이 예쁘다고 안아주면 나중에 엄청나게 고생한다고. 지금이야 조막만하지만 금방 큰데. 회사 일은 바쁘지 않아? 기획사는 연말이 가장 바쁘잖아.”
“바쁘지. 그래도 아주 바쁜 것은 아니야. 전에도 절반은 연습실에서 작업했고. 홍정민 대표님이나 유희정 팀장도 있고 매니지먼트 파트는 유지한 팀장이나 김운찬 실장도 있고.”
박재선은 작곡이나 프로듀싱 관련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는 이관을 한 상태였다. 최근에는 공동대표지만 총괄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연말 행사는?”
“다들 많이 준비해야지. 편곡이 문제지만 굳이 내가 다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있잖아. 박광석씨도 있고 새로 온 김희천씨도 잘 하는 편이고. 작업한 것 검수만 하면 되지.”
“자기도 많이 나갈 것 아냐? 어디어디 나가?”
“요청은 공중파, 종편, 케이블 해서 10여 개는 되는데 한 다섯 개 정도만 골라서 나가야지. 일부는 서로 겹치기도 하고. 그동안 콘서트를 하면서 했던 것도 있고 그동안 했던 무대도 있으니 그걸 적당히 재활용하면 되지. 그동안 발표한 노래도 많으니 그것 중에 일부만 가지고 나가면 되고.”
“29일인가는 드라마와 가요가 겹치는데 드라마만 나갈 거야?”
“가요 쪽에서도 꼭 나오라고 하는데 입장하고 이동해서 무대를 꾸미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하는데 사고 날 수도 있어 그냥 거절하려고. 거기가 MBS인데. 그래서 오히려 고민이긴 해.”
지난 1년 동안 MBS와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 그것 때문에 보이콧을 했다는 소리가 나올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위험하면 그냥 하지 마. 그렇게 해도 되잖아?”
“그렇게 해야지. 일단 방송국과 이야기를 해봐야 하고.”
“거기서 대상을 수상할 것 같아?”
“가능성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남자연기자 부문 최우수상에 이름은 올랐다고 하니 기대는 하지만.”
“자기가 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자기가 연기로 상을 받을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하나 하고 있잖아. 이러다가 흑역사만 남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괜히 이상한 캐릭터 하나 넣었나 싶기도 하고. 다들 기피하는 역할이라 하려는 사람이 없는데 나까지 거부하면 이율배반적인 것도 같고. 자업자득이지.”
“조금 그렇더라.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김희경도 말을 하다가 실실 웃어댔다. 시나리오도 먼저 몇 번이나 읽어봤던 상황이니 어떤 캐릭터인지 알고 있었다.
앤 플로린은 나중에 발표한 곡이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서 휴식을 갖지 못해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방문을 했다.
“득남 축하해요. 아이 선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제가 잘 몰라서 그냥 애 엄마가 쓸 것으로 준비했어요. 사실 나도 선물로 받은 것인데 비슷한 것이 하나 더 있어서요.”
앤 플로린이 내민 것은 명품 핸드백이었다. 브랜드만 봐도 꽤나 고가로 보였다.
“고맙네요. 나도 챙기지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거절하지 않고 챙겼다. 김희경이 명품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선물을 사오면 괜히 비싼 것을 사왔다고 타박을 하면서도 좋아했다.
“이번에 발표한 노래, ‘클릭’이 인기가 좋아서 조금 바빴어요.”
“3위까지 올랐던데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해 아쉽네요.”
“항상 1위를 할 수는 없죠. 그래도 크리티컬 러브 못지않은 음원 판매를 했어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면 더 올라갈 것인데 사실 너무 지쳐서 적당히 TV에만 나간 상황이에요.”
“무리할 필요는 없죠. 그래도 이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래도 꽤나 바쁘게 움직였어요.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워낙 넓어 이동거리가 많아 힘들었어요.”
“그건 어쩔 수가 없죠. 이번에 공동 CEO 한 분을 영입했는데 인사를 하도록 하죠. 저번에 인사를 시켜주었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일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그런 말을 하면서 자리를 권했다. 그런 다음 홍정민 대표를 불러서 소개를 해주었다. 둘은 만나자 바로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홍정민 대표도 영어는 기본적으로 잘 하는 편이라 따로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홍정민 대표는 역시 앤 플로린의 앨범을 챙겨 와서 사인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철저했다.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면 되지 않아요?”
“그렇게 하죠. 그것이 서로 최상의 조건일 것이니 말이에요.”
전과 달리 서로 조건을 가지고 따질 필요는 없었다.
“일단 세 곡을 준비했어요. 서로 이메일이나 웹하드로 파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서로 만나서 하는 것보다 답답할 것 같아 그냥 오기로 했어요. 대략 5일 정도 시간이 있어요.”
“그렇게 해요. 회사 안에 있는 연습실 하나 지정해 드릴게요.”
“그러면 저야 좋죠. 같이 작업할 때는 여기서 하면 되겠군요.”
“그것도 방법이죠.”
세세한 것은 동행한 변호사가 계약서를 꺼내 설명을 했고 기존의 계약서와 대조하면서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서명을 했다.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 계약이라 박재선이 서명을 했다. 음악이나 창작과 관련된 부분은 박재선이 관할하기로 했기에 홍정민 대표는 나서지 않았다.
같이 왔던 사람이 나가고 박재선과 앤 플로린은 노래를 같이 들으면서 작업의 방향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
“미완성의 곡이군요. 이걸 완성하려면 쉽지 않겠는데요.”
“저도 작업이 잘 되지 않아 그냥 들고 왔어요. 사실 그냥 오려다가 제가 원하는 곡이 뭔지 보여주려고 가지고 왔어요.”
“아이디어는 괜찮은 것 같은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것도 같아요. 의욕이 앞선 느낌도 들고요.”
“그렇죠? 머리에서는 뱅뱅 도는데 악보로 옮기면 제대로 되지를 않아요. 혹시 감이 잡혀요?”
“일단 내가 한 번 작업을 해볼게요. 대충 뭘 원하는지 보이니까요. 그런 다음 이야기를 다시 하죠. 어디서 머물 거예요?”
“호텔을 잡으려고 했는데 지은이가 같이 있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어요. 헤스먼드 변호사는 먼저 돌아갈 것이고 유리나는 같이 있을 거예요.”
“집이 꽤나 넓으니 같이 있어도 문제는 없겠군요.”
“그리고 전에 보니 새롭게 연습실도 꾸며 놓아 음악작업을 할 수도 있어요. 노래를 한다고 음향시설을 했더군요. OST를 연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거기서도 작업이 가능할 것이니.”
“그럼 지은이 만나러 갈게요. 제가 옆에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오늘도 촬영이라고 하더라고요. 참, 같이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촬영은 없어요?”
“모레 있어요. 아직 촬영 스튜디오가 마련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촬영을 못하고 있어요. 나는 분량이 그리 많지가 않아 한 번에 몰아서 찍기로 했고요.”
앤 플로린이 떠나자 미완성의 곡을 놓고 분석을 하기로 했다. 원본을 그대로 두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뭘 놓쳤는지 감이 오기에 수정을 해나갔다.
“벽을 넘은 것 같았는데 역시 이 부분에서 헤매네. 이래서는 결국 나랑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더구나 이런 스타일은 생소한 사람이니 쉽지 않겠지.”
힙합의 자유로움을 가미한 발라드를 작곡하려고 하니 역량이 따라주지 않고 있었다. 나탈리아 캐튼이 부른 ‘러브 홀릭’과 비슷하면서도 독창적인 멜로디를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올랐던 악상을 기록하기 위해 서둘렀다. 그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니 서둘렀다. 한동안 집중해서 작업을 마쳤다.
몇 번이나 다시 듣고 작업을 해나갔다. 순식간에 파일이 20여 개나 만들어졌다. 수정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파일을 만들어서 저장을 하여 아이디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했다.
다음날 앤 플로린에게 연락을 했다. 전날 작업을 하고 묵혀 두다가 아침에 다시 한 번 수정을 했다.
“일단 들어봐요. 원하는 곡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수정을 했으니. 내 짐작이 맞을지 아니면 엉뚱할지 그건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고 곡을 들려주었다. 대략 2분 정도의 길이에 불과했다. 나중에 편곡을 하면 필요한 길이로 늘릴 수가 있었다.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구상한 곡이 바로 이런 것인데. 난 아직 멀었나 봐요.”
딱 한 곡을 듣자 감탄을 하면서 호들갑스럽게 반응을 했다.
“힙합은 잘 모르기에 그런 것이죠. 정통도 아니고 발라드에 힙합을 가미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다음 곡도 들어봐요.”
역시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탄성을 질렀다.
“멜로디도 조금 바꿨어요. 첫 곡과 멜로디가 조금 유사한 면이 있어요. 자기 복제 수준은 아니지만 유사한 면이 보여서. 원래 곡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원래 곡으로 작업한 곡을 들려주었다. 처음 노래와 멜로디가 약간 유사했다. 다시 한 번 이전에 들려준 곡을 들려주었다. 그래야 뭐가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도 괜찮군요. 두 개를 킵해 놓고 검토해 볼게요.”
세 번째 곡을 들려주었다. 이번 노래는 힙합이라고 할 정도로 전과 곡조가 달랐다. 하지만 기존 힙합과 큰 차이가 없어 가장 많이 손을 댄 곡이기도 했다.
“아마 생각한 것과 다를 것입니다. 기존의 곡을 완성한다면 이런 형태가 될 것이지만 기존의 싱잉랩과 너무 유사해 구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박재선은 역시 중간에 만들었던 곡을 하나 들려주었다. 비교를 하라는 의미였다. 처음 곡만 살리고 나머지 둘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의 노래 자체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잡아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걸 토대로 다시 한 번 구상했던 곡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바랍니다.”
박재선은 USB에 곡을 넣어 주었다. 물론 비교했던 곡까지 전부 다 넣어 다섯 곡이 되었다.
“평가를 하자면 처음 들었던 노래는 A, 뒤에 들은 둘은 B라고 할 수 있죠. A수준은 되어야 수록곡으로라도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가지고 가서 본래 생각했던 방향이 있다면 수정을 해봐요. 잠재력은 S급 수준이니까.”
그렇게 말을 마친 다음에 새로운 파일을 열었다.
“저번에 만난 후에 돌아와서 몇 곡을 작업했습니다. 앤이 작업한 것과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작곡했던 노래를 들려주었다. 전날 들려줄까 하다가 곡 상태가 워낙 엉망이라서 뒤로 미뤄둔 상태였다. 당장 들려주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도 되지만 참고를 하라고 들려주기로 했다.
“수록곡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틀곡 수준은 나오지 않더군요. 일단 참고만 하십시오.”
박재선은 자신도 썩 맘에 들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실제로 음반에 쓴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계속 작업할 생각은 없었다.
총 네 곡이지만 멜로디만 있기에 30초 정도로 짧았다. 편곡한 것도 있지만 멜로디를 확실히 들려주기 위해 원곡을 보였다.
“둘은 재즈스타일이네요. 그리고 나머지 둘은 조금 어린애들이 좋아할 멜로디고요.”
“필요하다면 다른 스타일로도 편곡이 가능합니다. 그거야 기술적인 면이고 비트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고요.”
“제가 한 번 다듬어 보면 안 될까요? 뭔가 떠오르는 것도 있고요. 그러면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은데.”
“이것도 넣어드리죠. 곡을 완성하는 것보다 어떤 곡을 만들지 감을 잡고 아이디어를 창출했으면 합니다.”
박재선은 1월에도 상당히 고된 작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성과를 낸다면 자신에게도 득이기에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모레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요. 하루로는 힘들 것 같고요. 물론 제대로 작업을 할 자신은 없지만요.”
“그거야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해요. 이번에는 그냥 방향만 잡도록 해요. 본격적인 작업은 1월에 와서 합시다.”
박재선도 콘서트를 하고 연말행사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작업을 못한 상황이니 그 때 집중하여 작업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그저 감을 잡으면서 아이디어만 정리한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