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00
200. 따뜻한 연말연시 (8)
“전파연구소나 청화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들까지 나섰지만 사실상 제품을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우전자는 1년에 2회 제품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기에 3년이면 무려 6회의 리모델링을 건너 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그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정우전자에게 공장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의 실력으로 복제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 일본이나 미국도 경제적인 이유로 사실상 포기한 부분입니다. 연구소를 만들고 연구원이 10년 이상 해당분야를 연구해야 따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레이징생의 임무 자체가 한국의 기술 자료를 취합하여 중국에 보내는 것이라 그런 분야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중화의 반도체 굴기는 의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각종 전자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셈블리 제품을 단순 조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개발할 능력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저 사양의 제품은 가능할 것이지만요.”
레이징생은 정색을 하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무나 일찌감치 본색을 드러내서 일을 그르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 시간을 두고 최소 3년 후에, 즉 지금 정도에 일을 벌였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
우첸칭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미 한 번 당한 사냥감이 다시 올가미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적당한 방법이 없었다.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돈을 버리는 것보다도 못한 짓이란 말이 도는 상황에서 첨단 산업의 신규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 열리는 KDS의 가요대축제는 무려 3시간 30분에 달하고 3부나 되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다. 총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전통가요까지 포함이 되었다.
그렇기에 트로트를 부르는 문세운까지 출동을 하여 JS엔터의 아티스트 일곱 팀이 전부 다 출연을 하기로 했다. 한해 제법 활동한 40여 팀의 아티스트 중에 7개 팀이니 대단한 활약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리허설은 오후가 되자 드레스리허설로 이어졌고 박재선은 자신의 무대연습을 간단히 마치고 대기실에 있으면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대표님, YB엔터 서승길 대표가 잠시 시간 좀 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운찬 실장이 다른 사람이 있기에 다른 때보다도 훨씬 깍듯한 태도로 말을 전했다. 박재선은 한동안 말이 없이 고민을 했다. 만나는 것이 득일지 실일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만나죠. 어디서 만나자고 합니까?”
만나는 것을 거부하면 그것으로 또 이상한 소문을 낼 것이니 일단 만나기로 했다. 대신 신중하게 대응하기로 작정했다.
“저쪽에 있는 대기실에 있다고 합니다.”
“갑시다.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소형 녹음기 하나 주기 바랍니다. 나중을 위해 녹음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승길은 유희성보다도 4~5년 정도 선배로 가요계에서는 제법 연륜이 있는 인사였다. 박명한과 비슷한 연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박재선이 일반 가수였다면 까마득한 후배기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 위치도 아니었다.
박재선이 지정된 대기실로 가니 YB엔터가 사용하는 세 개의 대기실 중에 가장 작은 대기실로 안내가 되었다. 거기에 자리를 잡고 행사 무대 준비를 감독하는 것 같았다.
박재선이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은 대기실 밖으로 나갔고 둘만 남게 되었다. 둘은 인사를 하고 대기실의 의자에 앉았다.
“박 대표 오랜만이군.”
“현장에서 활동을 하지 않으시니 따로 뵐 일은 없죠. 제가 샤이닝로드 멤버로 활동할 때,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뵌 것 같습니다. 서로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상황이고요.”
박재선은 가수로서 만나는 것이 아닌 기획사 대표로 만나는 것이란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하여 초면부터 반말을 건넨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아, 이거 샤이닝로드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로 생각하여 편하게 말을 했는데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라고 하지만 실수가 아니라 떠본 것 같아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거기서 편하게 말하라고 해서 숙이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이돌 멤버로 활동할 때 봤고 지금도 가수로 활동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데 갑자기 연락을 하셨다니 어떤 용무가 있습니까?”
박재선은 다소 사무적인 어투로 응대를 했고 그러면서 슬쩍 서승길을 바라보았다. 다소 건방진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 생각하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한참 후배가 건방진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겉모습은 태연한 척 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고 있었다. 포커페이스를 하려고 하지만 실패한 것 같았다. 박재선은 대놓고 도발한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우리 YB 엔터 소속인 황용권과 며칠 전에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용권이가 조금 과한 소리를 한 것 같은데 걔가 평소에도 생각을 하지 않고 말하는 편이라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건 소속사 대표로 내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YB가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승길의 말에 박재선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책임을 전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노리는 것이 있었다. 그렇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말실수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마치 유신시대에 판금조치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설마 가수가 노래를 내는데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건 황용권씨 생각이지 우리 YB엔터와는 무관합니다. 그는 그저 YB엔터와 계약한 한 명의 아티스트에 불과하며 그것도 이제는 아닙니다. 며칠 전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오보일 가능성은 없는지 살폈고 기사의 신빙성이 높기에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의식한 행동 같았다.
“알겠습니다. YB엔터테인먼트의 의견이 아니라는 대표님의 말씀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걱정을 했는데 오해가 풀려 안심이 됩니다.”
박재선은 천연덕스럽게 응답하여 YB엔터가 더 이상 그런 수작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뒤로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공개적으로 시비를 걸기는 쉽지 않았다.
서승길은 박재선이 영 못마땅한 기색이지만 발작하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러면서 염두를 굴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가지 못한 상황이고 하고자 하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우니 답답해 보였다.
결국 박재선의 단호한 태도 때문에 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고 다시 한 번 YB에 소속된 황용권의 일탈행위에 대하여 서승길의 뜻이 아님을 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서승길과 이야기가 있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무대 공연이고 소속 가수들이 제대로 준비하도록 하면서 대기했다.
“오늘 서승길 대표를 만났다면서? 뭐래?”
유희성도 공연에 초대를 받은 상황이었다. KDS는 아이돌 외에 솔로가수도 많이 초청을 하여 무대를 꾸몄다. 대기하는 시간에 대기실로 찾아왔다.
“YB엔터는 황용권 선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더군요.”
구구절절 말을 할 필요가 없이 그 한 마디로 정리했다.
“꼬리자르기로 선을 그었다는 말이지? 그럴 수밖에 없지. 너도 조심해. 그 선배도 그냥 당하고 넘어갈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 기획사 만들어서 지금처럼 키웠지.”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그날도 일방적으로 당한 것인데.”
박재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람은 때리고 나서 그런 소문이 나면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맞을 짓을 했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와. 그러면서 역으로 더 앙심을 품고 또 다시 패려고 하지. 그래서 아예 입을 꽉 틀어막으려고 해. 깡패가 감옥 갔다 출감하면 가장 먼저 하려고 하는 일이 신고한 사람에 대한 해코지야.”
“그런 사람마저 제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죠.”
“어쨌든 올해도 잘 한 것 같은데, 축하한다. 국내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바로 미국에 갈 거야?”
“그럴까 했는데 로보틱스와 뮤지카세븐과 같이 일본에 갈까 합니다. 제 노래 중에 일본에서 먹힐 노래도 있고요. 걔네들만 보내는 것보다 같이 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면 연초에 정규 내는 거야?”
“일본 갔다 와서 정규를 내고 단독콘서트를 할까 합니다.”
“드라마가 1월말에 방영된다면서. 그것은 문제없어?”
“그것 때문에 2월에 간다고 하는 것이죠. 촬영도 문제이고 OST도 마감을 해야 하니. 선배님도 OST 하나 부르실래요?”
“괜찮은 노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 네 노래라면 다들 줄을 설 텐데. 한 번 젊은 애들이 필요하면 네 소속사가 아닌 다른 기획사 메인보컬들을 섭외해 봐.”
유희성이 그런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요?”
“서로 상생이 필요해. 떡 한 조작이라도 나눠줘야 그나마 불만이 사라질 거야. 아마 잘 되면 이번 일도 그럭저럭 봉합이 될 수 있어. 네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저들도 마지못해 잡는 모양새가 그나마 최선이야.”
“알았어요. 연말 행사가 끝나면 홍정민 대표님을 내세워서 다른 기획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그냥 만나는 것보다 그런 건이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소속 가수들이 불러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드라마의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좋은 선택을 할 필요도 있었다.
“팬덤이 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섭외하면 그들을 동원할 수도 있어. 연기자로 캐스팅하는 것보다 오히려 호응이 좋을 수도 있지. 또한 음원수입도 커질 수 있고. 소속가수가 부르면 수수료를 먹으니 전체적으로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알겠습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한 번 생각을 해보죠. 이런 것까지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니, 참.”
“그게 현실이야. 골목에서도 상권을 놓고 얼마나 치열하게 다투는데. 자기 밥그릇이 위험해지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어.”
한해를 마치는 좋은 날인데도 그런 것으로 골치를 썩여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잘 되는 것에 대한 세금이려니 하기로 했다.
박재선은 재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집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식사도 할 겸해서 사전에 예약을 한 음식점에서 간단히 회식을 했다.
“회식까지 했어?”
“회사 앞에서 간단히 식사하면서 반주를 했지. 연말 행사를 무사히 끝냈으니 정리하는 의미로 모였어. 일부는 노래방으로 간다고 하는데 나야 그 자리에 있으면 그래서 그냥 일어났어.”
대표가 아니라면 같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들 불편할 수 있었다. 집에 김희경과 아이가 있으니 그걸 핑계로 나왔다.
“잘 끝나서 다행이다. 그보다 문제없었어? 다른 기획사에서 텃세부려서 짜증이 난다면서?”
“특별한 것은 없었어. 황용권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그날 오후에 일이 터지고 그 후에는 문제가 없었어. 시비 거는 사람이 없으니 무난했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았고.”
그러면서 YB엔터 서승길 대표를 만났던 것을 언급했다. 황용권을 응징한 것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런 이야기가 와전될 수도 있기에 말하지 않았다.
“너무 우리가 잘 나가서 그러는 거지? 올해 다른 기획사는 대부분 매출이 줄었다면서?”
“제로섬게임이지. 더구나 중국시장이 한한령으로 막히면서 20% 정도 감소를 했으니 다들 어려운 것 같아.”
“한한령은 풀리지 않았어?”
“풀린 것 같지만 그들을 믿을 수는 없지. 한두 팀이 가서 공연을 하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한한령 초기에 갔다가 봉변당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입국을 거부당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SNS에 올린 글까지 꼬투리를 잡아서 감금을 하고 그로 인해 난리가 나기도 했다. 그러니 중국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이런 상태라면 피곤할 것인데.”
“OST를 공유하는 정도가 어떨까 해.”
그러면서 유희성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하고 홍정민 대표와 그것에 대해 논의한 것을 이야기했다.
“좋을 것 같아. 아이돌 팬덤을 시청자로 끌어들일 수도 있고.”
“나도 다른 기획사의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그것으로 어느 정도 불만을 해소했으면 해서.”
“저작권 수입은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 대본도 좋고 제작도 잘 하면 시청률도 잘 나올 것이고 거기다 빵빵한 애들이 OST를 부르면 음원 판매도 높을 것이고.”
“한 20곡 정도 되는데 기획사에 세 곡 정도 주어야지. 중소 기획사도 서너 곡 정도 주고 나머지는 우리가 소화하면 되고.”
“벌써 새해이네. 내일, 아닐 오늘은 뭐 할 거야?”
“잠시 회사에 나가야지. 연말 행사를 정리해야 하고 신년 사업계획도 살펴보고.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아직 장인, 장모는 집에 있기에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