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02
202. 명품 조연 (2)
“일단 조금 다듬고 난 후에 오철환 감독에게 보여줘요. 물론 그 전에 계약을 해야겠지만.”
“문제없는 거죠? 사실 여러 곳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연락은 오지만 걱정이 많아요. 오철환 감독이나 레이크스튜디오가 많이 밀어준 면도 있잖아요.”
“다음 작품도 준비를 해야 하고 대본 찾는 감독도 많으니 문제는 없어요. 그리고 차질이 발생했던 제작도 정상화가 되면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도 잘 되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고 유지은과의 계약을 약속했다.
박관석과 최우철은 통역 한 사람을 대동하고 약속된 호텔로 이동했다. 우첸칭이 머무는 명동의 한 호텔이었다. 새해 초하루부터 일을 해야 하지만 상대가 시간이 없다니 어쩔 수 없었다.
우첸칭은 레이징생과 통역 한 명을 대동하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았지만 그리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기에 인사말을 하면서 서로 탐색만 한동안 진행이 되었다.
“우리가 정우그룹 관계자를 만나자고 한 것은 저간의 좋지 않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면 해서입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라 봅니다. 과거의 일에 대한 해결 없이 미래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박관석이 정색을 하고 따져들었고 통역으로 나온 직원이 그대로 통역을 했다. 직원도 이미 그동안 얽힌 일을 다 알고 있기에 통역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정우그룹에서 항주에 투자를 했던 것을 압니다. 그 건은 다소 애매한 문제가 있었지 않습니까? 더구나 철수 과정이 석연치 않고 이후에 좋지 않은 문제가 있어 사업 주체도 이후에 교체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까?”
당시 합자회사도 현재는 폐업을 하고 항주공장은 다른 업자가 소유한 상황이었다. 구린 구석이 많은 상황이라 공장 자체를 매각하고 당시 합작하던 회사는 흔적도 없이 분해가 되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증거인멸을 위해 그런 조치를 했다.
“그래서요? 그 문제는 해결을 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박관석의 질문에 우첸칭은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정우전자와 직원들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아니었다. 그 진실을 부정하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바로 긍정을 하면 그것도 문제였다.
“과거를 이야기하면 더 이상 미래에 대해서는 논의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오해를 풀고 공동의 이득을 도모할 필요가 있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문제가 되었던 건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 나가면 될 것이라 봅니다.”
부정도 긍정도 못하고 그저 과거를 묻자는 이야기만 했다.
“전에도 몇 번 이런 자리가 있었습니다. 2년 전에 린후이 대사님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기 계신 레이 부대사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런 자리에 나왔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박관석은 만나기야 하지만 항주공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설사 해결되어도 믿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정우그룹에서는 임직원들도 중국에 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용무로 가는 것까지 어쩔 수는 없지만 회사 업무로 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업체의 경우에는 신용거래도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금수령 문제도 있고 A/S 문제도 있기에 거래를 금지한 상황입니다.”
크레임을 걸고 대금지급을 거절하거나 무조건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리콜을 요청하면 문제였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귀찮게 할 방도는 많았다. 더구나 감독당국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대단히 많았다.
“나중에 다소 오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밝혔고 그와 관련된 부분은 관계를 개선하면서 손실을 보전해줄 것이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옆에 있던 레이징생이 끼어들었다. 중국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전조치를 할 것이라 암시하면서 거래금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압박했지만 정우전자는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건의 전모를 그대로 밝히는 것이 우선이지 않습니까? 고작 3~4년 전이고 중국 공안의 능력이라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지 않는 이상 이런 자리는 의미가 없습니다. 잘못된 사법행위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박관석의 말에 레이징생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우첸칭은 단호한 표정으로 한동안 박관석 일행을 노려보았다.
“그 문제는 우리 중국에서 알아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손실에 대하여 적절한 보전조치도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저장전파유한공사에서 운영하는 항주공장의 정상화에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중국 정부와 당은 과거의 일은 불문에 붙이기를 원합니다. 그것으로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대립을 청산했으면 합니다.”
항주공장의 일은 잘못이 있더라도 더 이상 문제를 삼지 말고 처분만 기다리라는 식의 말이었다. 증거인멸과정에서 이미 그들은 처벌을 했다는 말이었다. 그저 손실의 보상 문제만 논의하자는 말이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 정우그룹이 철수하는 과정에 벌어졌던 모든 석연치 않은 일들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먼저입니다. 그 이후에 그 일에 관계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실질적보전이니 불문이니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어물쩍 처리하는 것이 가진 자들의 처리방식이지만 역시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중국은 정부나 당의 책임에 대해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우그룹에서 대국의 면을 세워주기 바랍니다. 이 정도 했으면 멈출 때가 되었다 봅니다. 더 이상 반목을 해서 득이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이미 당시에 문제를 일으킨 자들은 다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 정우전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그렇게 해야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 당시 공안이나 정부, 당의 책임자가 그 일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박관석의 요구에 우첸칭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중국의 내정의 문제입니다.”
“알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과의 거래 문제는 정우전자나 정우그룹 내부의 경영 문제이니 더 이상 논의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달라진 것이 없으니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요.”
박관석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중국의 태도에 결국 대화를 종료하기로 했다. 더 들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달라진 것이 없지 않습니다. 이미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대부분 감옥에 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어떻게든 책임을 물었다고 봅니다.”
“당시 항주 공안국장인 펑리허, 항주시장인 루첸광 정도는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일을 주도한 것이 그 둘이라 들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위일 수도 있겠지만요.”
박관석의 지적에 우첸칭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펑리허는 공안국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정법의 판공주임을 맡고 있었다. 대법관 정도의 위치라고 보면 되었다. 루첸광은 현재 간쑤 성의 성장으로 재직 중에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몰랐다고 하지 마십시오. 몇 번이나 우리 회사 사람들이 면담을 하기도 했고 무고하다는 증거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기각시킨 것이 그들이니 말입니다. 사실상 모든 일을 주도한 것이 그 둘이라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첸칭은 난감하다는 표정이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건은 결코 양지로 나와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그런 입장이라면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입장과 귀측의 입장이 다르고 서로 양립할 문제가 아닙니다. 전면적인 거래 중단으로 유·무형의 손실이 입겠지만 거래를 하면서 입을 피해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박관석은 단호한 어조로 제안을 거절했다. 현재 궁지에 몰린 그들의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그런 제안을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 돌변할지 몰랐다.
박재선은 새해가 되자 연습실에서 OST 작업을 하고 소속 아이돌의 녹음 작업을 했다.
“너희들 제대로 하지 않을 거야? 아이돌 6년차인데 그런 식으로 하면 어쩌자는 거야? 제대로 노래가 되지 않잖아?”
레쎄의 녹음을 하다가 박재선은 소리를 높였다. 곡을 준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제대로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모닝 기준으로 보면 준수한 편이지만 박재선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녹음을 하고 믹싱을 하면서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은 편법이었다.
“너희들이 보컬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그룹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나이가 되어서 갓 데뷔한 애들과 비슷한 보컬능력을 보여서는 안 되지. 물론 모닝에서 낸 노래보다 지금의 수준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에 멈춰서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어.”
레쎄가 노력한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대하는 수준이 되지 않았는데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이번에 노래를 낸다면 위로 올라가야 했다. 새롭게 데뷔한 것도 아니기에 참신함이 떨어지니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승부해야 했다.
“다시 연습 해. 일단 3일을 줄 거야. 그 때까지 되도록 해. 내가 원하는 것은 기교가 아니야. 바로 적절한 감정을 담아야 해. 그게 안 되면 백날 노래를 해도 껍데기에 불과해.”
“감정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슬픈 가사는 슬프게, 기쁜 내용은 기쁘게, 쓸쓸한 풍경은 쓸쓸하게 했는데요.”
조윤희가 나서서 한 마디를 했다. 물론 그런 감정을 아예 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 간에 편차가 커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너희가 부르는 노래는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잖아? ‘슬픈 추억 속으로’는 너희 여섯이 슬픈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어. 화자는 둘이야. 그걸 여섯이서 나눠서 부르고 있지. 같은 여자라도 한 명은 차였고 한 명은 찼어. 그 차이를 두어야 하지. 셋과 셋이 한 묶음이 되어야 하는데 각기 따로 놀고 있어.”
“녹음을 할 때도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해서 녹음한 것과 편집으로 짜깁기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어 그러니 제대로 해. 이번에 뭔가 보여줘야 하잖아.”
그러면서 셋씩 두 묶음으로 나뉘었다.
“아울러 너희는 각기 감정을 적절하게 담아야해. 차이고 후련한 것과 차고 후련한 것은 비슷하면서도 달라야지. 서로 대비가 되어야 해.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고.”
박재선은 여자라서 그런지 프로듀싱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곡에 담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그것을 표현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곡을 보면 알 거야? 곡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기고 너희는 그걸 표현해야 해. 각기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야. 다 같이 잘 해야지. 곡 안에서 누가, 누가 잘 하나 하고 있으면 그건 잘 하는 것이 아니지. 보컬의 통일이 필요해. 그렇다고 특색을 죽이면 안 되지. 그럴 거면 솔로 가수가 부르면 되지. 가창력 좋은 솔로 가수는 많아. 지연 선배 정도면 이 노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해. 물론 희원 선배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그들을 다그쳤다.
“6인 6색이면서 한편으로 조화를 이뤄야 해. 그렇지가 못하면 그저 그런 아이돌 노래로 끝나고 말아. 너희 수준이 뮤지카세븐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어떨까? 난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팬들은 가차 없어. 그런 말을 듣지 않아야 할 거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다듬어.”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도 완전히 이해를 못한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할 때 부르는 것처럼 부르라는 말이야. 편곡과 믹싱으로 아무리 짜깁기를 해도 그렇게 제대로 부른 것과 차이가 나. 너희도 그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어야해.”
그렇게 말하고 레쎄를 돌려보내었다.
박재선은 레쎄가 나가자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쓴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적당히 노래를 내보냈다가 발매 후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는 그들의 미래가 없었다. 이번에 대중이 감탄할 정도로 앨범을 내야 재기가 가능했다. 그로 인해 JS엔터나 박재선마저 평판이 엉망이 될 수 있었다.
“왜? 쟤들 뭔가 문제 있어?”
마침 박지연과 오희원이 녹음실 안으로 찾아왔다.
“조금 그래서요. 열심히는 했는데 방향이 좀 맞지 않아서 다시 연습을 하라고 했어요. 한데 일도 없는데 갑자기 왜 왔어요?”
“신년이라 그냥 나왔지. 집에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더구나 연말에 신경전을 계속 벌였잖아? 그것이 걱정되기도 하고.”
걱정된다는 표정이지만 호기심이 더 강해 보였다. 뭔가 사건이 없는지 살피러 나온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