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07
00306 역관광이란 무엇인가? =========================================================================
꺼지지 않는 불꽃, 영원히 타오르는 염화(炎火).
이 세상에 실재(實在)하는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화정(火正).
마음 같아서는 워프 게이트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타격하고 싶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능력도 있다. 화정은 신화계급의 권능이고, 내 의지에 따라 파괴할 수 있는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가 점거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계획이 틀어졌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이미 훼손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즉 워프 게이트를 점령할 수는 있지만, 파손을 확인한 사용자들이 책임의 화살을 내게 돌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해서 괜한 오해는 피하고 싶었기에, 나는 일부러 방어막을 찢는 것과 최대한 앞쪽에 나와있는 부랑자들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부랑자들이 방어에 일관함으로써 상황은 비등비등했지만, 사용자들이 공격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이 정도만 해줘도 충분히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열화검은 지체 없이 허공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기세 좋게 타오르는 화정은 맑은 음색을 뿌리며 순식간에 사용자들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그리고 부랑자들이 쳐놓은 대규모 방어막에 다다른 순간,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급격이 강하를 시도했다.
똑같이 100개의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폭격 범위가 좁을수록 더욱 많은 화력을 쏟아 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화정의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화륵! 화르륵!
“이, 이건 또 뭐야! 실드, 실드!”
“으, 으아아아악!”
거창한 폭발도 일어나지 않고, 화려한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화정은 그저 내 의지에 따라 충실히 움직여주었다.
수십 개의 열화검이 모조리 목표지점에 내리꽂혔다. 대규모로 쳐져 있던 반투명한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간다. 마법사들의 원호 아래서 사용자들의 접근을 저지하던 부랑자들이 순식간에 지면을 나뒹굴었다. 화정에 의해 일어난 불길로 워프 게이트 주변이 환히 밝아지고, 열화검을 몸에 꽂은 놈들의 비명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갑자기….”
“기회다! 쳐라! 워프 게이트를 탈환하자!”
지금껏 든든히 버텨주던 보호막이 깨졌다. 사용자들의 진입을 방해하던 부랑자들이 무력화됐다. 방어막이 깨진 것 영향을 받았는지, 뒤에 있던 마법사들 중 몇 명이 비틀거리는 게 보인다. 철벽 같던 입구가 완전하게 개방된 것이다.
사용자들 중 일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뱉었지만, 목숨에 위협을 느낀 집념은 무서웠다. 소강에 빠진 것도 잠시. 그들은 곧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파도처럼 우르르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후미에서 뒤따라 들어가며, 부랑자들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남은 놈들은 사용자들에게 맡겨도 되겠지.’
중앙광장에서처럼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워프 게이트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범위에 벗어나있던 놈들과 간신히 정신을 차린 놈들이 몇몇 보이긴 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미 봇물처럼 터져 들어가는 중이었다. 어떤 전술도 순서도 보이지 않는 마구잡이 식 돌격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
“밀지마! 밀지 말라고 이 씨발새끼야!”
“차례를 지키세요! 들어온 순서대로 가자고요, 좀!”
“죽어라, 이 개 자식들아!”
“크아아악!”
사방에서 수백의 사용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서 그런지 워프 게이트 내부는 무척이나 혼잡했다.
실은 혼잡 정도가 아니었다. 곧장 워프 게이트로 달려가는 사용자들, 쓰러진 부랑자들에게 달려가는 사용자들, 그리고 필사적으로 저항하고는 있지만 사면초가에 빠진 부랑자들.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고함과 비명이 뒤섞여 워프 게이트를 왕왕 울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오로쓰로스 부츠를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앞을 보아하니 곧 있으면 사용자들로 꽉꽉 들어찰 낌새가 보이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워프 게이트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지체 않고 대지를 박차 올랐다.
“악! 누가 내 머리 밟았어!”
‘미안.’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용자 한 명이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는 게 보였다. 한 번의 도약으론 살짝 부족한 감이 있어 아무데나 발을 내질렀는데, 마침 얻어걸린 모양이었다. 속으로 간단히 사과한 후 나는 다시 전방을 쳐다보았다.
워프 게이트는 시시각각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몇 명의 사용자가 달라붙어 있음에도, 포탈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워프 게이트 부근으로 착지한 순간 들려온 하나의 울부짖음은, 내가 이전부터 느꼈던 불안감을 구체화 해주었다.
“워, 워프 게이트가 작동이 안돼요!”
‘이런 제기랄.’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워프 게이트로 달려갔다. 워프 게이트 자체는 멀쩡했다. 어디 한군데 파손된 곳도 보이지 않고 이음새도 제대로 연결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부랑자 놈들이 워프 게이트를 작동하는 마법 진을 건드렸을 것이다.
“무슨 말이야? 왜 작동이 안 돼?!”
“빨리 포탈 열지 않고 뭐하냐!”
“모, 모르겠어요…. 왜…. 왜….”
“비켜봐요! 제가 해볼게요.”
내부는 삽시간에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아직 워프 게이트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뒤편에 있는 사용자들의 아우성까지 겹치자 이건 혼란 정도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혹시 복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마법 진 부근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었다.
“크흐흐흐흐흐흐흐….”
소리의 진원지는 바닥이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 바닥을 훑어보자, 사용자들의 발에 밟혀있는 부랑자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걸치고 있던 장비는 이미 넝마가 된지 오래였고, 피 웅덩이 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었다.
“꼴 좋다 씨발 놈들…. 크흐흐…. 쿨럭! 쿨럭!”
“너희들, 도대체 워프 게이트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무슨 짓? 마법 진을 건드렸다, 이 멍청한 년아. 어디 여기 실컷 있어봐라. 곧 외부에서 달려오는 인원들에게 몽땅 죽을 테니까…!”
“이 자식이…!”
“차라리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어때? 킬킬!”
퍽!
누군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무기를 내려쳤는지, 부랑자의 머리가 움푹 패이며 피 분수가 솟아올랐다. 그대로 눈을 까뒤집는 놈을 보다가, 나는 바로 제 3의 눈을 활성화했다.
완전한 파괴가 아닌 훼손 정도라면, 어쩌면 이른 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손상 정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마법 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포기하자.’
그리고 허공에 표시되는 워프 게이트에 대한 정보와 손상률을 확인한 순간, 나는 바로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워프 게이트에 관한 전문가가 있었는지 정말 기가 막히게도 훼손해놓은 상태였다. 엄밀히 말하면 복구는 가능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불가능하다. 못해도 이틀은 수리에 달라붙어야 할 정도로 마법 진은 깔끔하게 파훼되어있었다.
삼 방향에서 들려오는 고함은 이제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한시가 급했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부를 꽉 메우는 사용자들을 헤치며, 나는 다시 입구를 향해 도약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성문을 통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럼 어느 문으로 가느냐가 문제인데….’
“수현!”
“오빠!”
빽빽한 사용자들을 뛰어넘어 입구에 다다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직 워프 게이트에 들어오지 못했는지, 고연주를 비롯한 클랜원들이 모여있는걸 볼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깊은 밤. 어둑한 하늘은 도시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는 어둡지 않다. 사방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은 어둠을 몰아내고 도시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불빛이 비추는 도시의 거리는, 흡사 한 폭의 지옥도를 연상케 할 만큼 끔찍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산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더미엔 싸늘히 식은 시체들이 이리저리 걸려있었다. 시체들에게서 흘러내린 피는 벽을 타고 내려와 웅덩이를 만들었고, 점차 시내로 줄기를 확장하는 중이었다.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를 모으면 작은 언덕 하나는 만들 수 있음에도, 살육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한쪽은 닥치는 대로 학살을, 한쪽은 구슬피 울부짖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 간간이 저항을 시도하는 사용자들도 보였지만, 이내 부랑자들의 무자비한 공격에 속절없이 몸을 뉘였다.
학살이 횡행하는 도시. 비명과 광기와 시체와 핏물이 흘러 넘치는 거리. 그런 거리의 중앙로를,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타이츠를 입은 한 명의 여성이 여유롭게 가로지른다. 여성의 정체는 바로 백서연이었다.
마치 모델과 같은 걸음으로 거리를 걷던 백서연은,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차분히 숨을 내쉬면서 입가에 만족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다시 뜬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금 이러한 상황이 그녀에겐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와, 너도 진짜 미친년이다. 넌 지금 이 상황에 그 생각이 나냐?”
“미친놈. 누가 누구보고 미친년이래? 그럼 네 손에 그건 뭔데?”
한동안 거리를 활보하던 백서연은 어느 지점에 이르러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거리가 떠나가라 지르는 고함소리에, 방금 전까지 즐거워 마지않던 얼굴이 살며시 찌푸려진다.
이윽고 한쪽 방향을 바라보는 백서연의 얼굴엔 자못 한심하다는 기색이 뚝뚝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얇은 한숨과 함께 허리춤에 걸려있던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한 손에 단단히 쥐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백서연의 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두 명의 남녀가 한창 말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이런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태평히 말다툼을 벌이는 건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둘의 주변에 쓰러져있는 시체의 수와 각각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본다면 아주 이상하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야, 얘 지금 몇 살이나 되었을 것 같아? 아무리 많이 쳐줘도 초등학생이야. 아니, 애초에 사용자가 맞기는 해? 차라리 죽여라 죽여.”
“그게 뭔 상관이야? 그리고 네 손에 쥐고 있는 그건 뭐냐고.”
“이년은 딱 봐도 성인이잖아. 그리고 난 너처럼 그런 변태 같은 짓은 안 한다. 아무튼 잔말 말고 빨리 죽여.”
“지랄. 이렇게 귀엽고 어린 남자애를 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니? 아무튼 얘는 내가 가질 거니까, 너나 잘하세요.”
“얼씨구 얼씨구.”
둘의 대화가 기가 막혔는지 백서연은 아니꼬운 목소리를 내었다. 두 명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윽고 백서연을 보는 남성과 여성의 얼굴에 뿌연 절망감이 어렸다. 각각의 손아귀에는 척 봐도 어려 보이는 소년과 성숙한 미모를 뽐내는 여성이 머리채를 뽑힐 듯 쥐어 잡혀있었다.
“어, 언니.”
“누님 오셨습니까!”
“개뿔이. 다른 놈들은 죽자고 임무수행을 하고 있는데, 간부라는 놈들이 잘들 하고 있다. 응?”
“그, 그게 아니라….”
여성이 머뭇거리는 순간, 백서연의 신형이 쏜살같이 쏘아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곤 이내 오른손에 쥔 단검을 섬광같이 휘둘렀다.
뻥!
이내 강렬한 빛이 한 번 훑었다 싶은 순간, 빵빵한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거리를 세게 울렸다. 소년의 머리는 잘게 으깬 수박처럼 터졌고, 분홍빛 뇌수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소년의 머리를 쥐고 있던 여성은 멍하니 손을 들어올렸다. 어느새 여성의 손아귀에는 한줌 머리카락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잠깐 그것을 바라보던 여성은 이내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신경질을 부렸다.
“아, 언니!”
“시끄러.”
“아 진짜…. 서른 명 중에서 겨우 한 놈 건졌는데….”
옆에서 연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백서연은 전혀 아랑곳 않은 채, 이번엔 남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성은 그녀의 시선을 받자마자 고개를 미친 듯이 휘저었다.
“누, 누님! 안 돼요!”
하지만 백서연의 매끈한 다리는 주저 없이 허공을 갈랐고, 그녀의 발등은 잡혀있던 여성의 턱에 정확히 닿았다.
으드득!
“깍!”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성숙한 여성의 목이 기형적으로 뒤틀렸다.
이윽고 몸을 축 늘어뜨린 여성을 보며 남성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누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너희들이야말로 너무하지. 지금 습격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약탈 질이야?”
백서연은 허공에서 발목을 한두 번 돌리고는 쭉 뻗은 다리를 다시 곱게 접었다. 남성은 잠시 그 각선미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앞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는지 바로 대답했다.
“현이 형님이 마음껏 약탈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습격이 끝나고 해도 된다는 소리였지.”
“아 누님이 한 명당 스무 명만 죽이래 매요. 보세요. 저랑 해연이가 지금까지 백 명을 넘게 죽였는데….”
남성은 정말 억울하다는 말투로 한쪽 거리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다른 거리는 비명이나 발자국소리로 가득한데, 유독 이곳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백서연은 남성이 가리킨 방향으로 흘끗 시선을 돌렸다. 과연 그의 말대로, 거리는 널려있는 시체의 수는 확실히 100구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휴. 아무튼 까불지 말고, 가인이는 어디 있어?”
“가인이? 그러고 보니 어디 갔지? 아까까지만 해도 시체 앞에서 무릎 꿇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던데.”
여성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대답하자, 백서연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째 내 아래 있는 애들은 다 이상한 애들밖에 없니. 시체를 들여다보질 않나, 습격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오입질을 생각하질 않나…. 후유.”
“에이, 광장도 성공했다고 하고, 워프 게이트도 성공했다고 연락 받았잖아요. 상황을 봐도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는데…. 좀 봐주시죠 누님. 못 참겠어요.”
백서연은 촉새처럼 끼어드는 남성을 한껏 째려보다가,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하여간 말은 청산유수야. 근데 얼마 전에 몇 명 던져주지 않았어? 맞아, 대표 클랜 애들 포획했었잖아? 그때 사제가 네 취향이라면서 득달같이 달려가놓곤.”
“아아, 확실히 그랬어요. 근데 못했어요. 아니, 안 했지요.”
“왜?”
“차례를 기다렸는데, 내가 딱 이백 번째였거든요. 근데 딱 보니까 할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구멍은 구멍대로 벌어져있고, 몸은 하얀색으로 범벅이 돼 있고…. 축 늘어진 게 꼭 실 끊긴 인형을 보는 것 같아서….”
딱따구리처럼 말을 잇던 남성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왜 그래?”
“누님. 뒤요.”
남성이 가볍게 턱짓으로 가리키자, 백서연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뒤쪽으로는 언제 나타났는지 백치미가 감도는 얼굴을 하고 있는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백치미였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백서연은 여성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완전히 몸을 돌렸다.
“가인아? 넌 또 어디 갔다 왔어?”
“언니. 큰일.”
“어디 갔다…. 응?”
“광장. 워프 게이트. 연락. 안 돼.”
그 말을 들은 순간, 세 명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백서연은 미간을 약간 좁히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광장. 워프 게이트. 연락. 안 돼.”
백서연의 물음에, 백치미 여성은 수정구를 들어올리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여성을 바라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동수. 이해연. 잡담은 그만하자. 그리고 조금 이르지만, 지금 바로 애들 모아. 모으는 즉시 광장이랑 워프 게이트로 달려간다.”
“지금요? 아직 완전히 점령한 건 아닌데…. 이 구역 정리하고 들어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차라리 좌우방향 약탈 조 애들은 남기는 게 어때요?”
“그렇게 해.”
휘이익!
동수라고 불린 남성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신호를 불었다.
그러자, 이때까지만 해도 사방팔방에 흩어져있던 그림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하하, 뮬의 탈출은 워프 게이트가 아닌 성문으로 이루어집니다. 어제 후기에 말씀 드렸듯이 다음 회에 성문성 나갈 것 같습니다. 과연 수현 일행은 어느 성문으로 탈출을 할까요? 눈치 빠르신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알아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대로 떠나기에는 조급 섭섭하겠지요? 😀
아, 그리고 요즘 들어 너무 걱정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부랑자들 걱정 좀 해주세요. 부랑자들이 서운해하고 있습니다. ㅜ.ㅠ(?)
『 리리플 』
1. 미월야 : 1등 축하합니다. 하하. 1등이 참 쉬우시군요. 그 쉬운 것,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ㅜ.ㅠ
2. 안솔 : No. 지금 체력 올 인하면 98포인트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6포인트에요. 🙂
3. 시즈프레어 : 그렇지요. 뭐 솔직히 ‘지금’ 사용자들 중에서 1:1로 수현과 그나마 대적할 수 있는 사용자는 다섯명도 채 안되니까요. 그것도 화정을 사용하면 뭐….
4. 훈제달팽이 : 어떡해요. ㅜ.ㅠ 수현이 이제 성문을 통해서 탈출할거예요. 그런데 이건 걱정을 좀 해주셔야해요. 수현이 말고 부랑자들을요.(?)
5. 메를리위 : 호오, 혹시 저번에 유리켄느 님의 지인이신 분이 아니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6. 시드엘 : 조, 좋은 예지력이십니다. ㅎㄷㄷ. 하, 하지만 저에겐 아직 비장의 수가 몇 개 더 남아있지요!
7. 피네이로 : 네. 백한결은 확실히 강해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수현이 체력 101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백한결이 아무리 최종병기로 각성한다고 쳐도 수현에게 개 박살 납니다. 물론 수현이 전력을 다한다는 가정이 있어야겠지요.
8. LOVE가을 : 수정 완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_(__)_
9. 輝雅 : 다음회를 기대해주세요. 수현의 은밀한(?) 돌파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후후.
10. 에르시리나 : 네! 여기 리리플 바치겠습니다! 로유X라는 말씀만 아니었다면 더욱 기쁜 마음으로 리리플을 바쳤을 겁니다. ( –)
11. Lea : 후후. 행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능력입니다. 특히 행운 101로 업그레이드된 후 더욱 미묘해졌죠.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Lea 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말씀해주신 것 중에는 1번이 일부 맞습니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행운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하.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