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4
00034 보스 몬스터. =========================================================================
3백만이 넘는 골드 포인트가 모여 있다고?
한순간 당최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나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세라프가 한 말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특전을 부여하고도 남은 포인트가 있었다는 건가. 그 정도로 포인트가 많았던가 싶었지만 납득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후반부 수많은 업적을 달성 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드 포인트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마지막 제로 코드를 얻었을 때도 엄청난 액수의 골드 포인트를 지급 받았던 것 기억이 있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 이었다.
“잘됐네. 그럼 사용자 전용 상점 목록 좀 불러봐. 여기서도 불러오는 건 가능하잖아.”
“Yes.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지급할게 남은 보상이 남아 있습니다.”
“또?”
내 물음에 세라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스 몬스터 말입니다. 지금 바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세 내용은 메시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세라프는 말을 끝내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내 앞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업적! 수많은 가능성 있는 예비 사용자들을 살해한 통과 의례의 포식자, 보스 몬스터를 처리 했습니다. 업적 개수가 하나 추가 됩니다.』
『자유 능력치 2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사용자 전용 골드 포인트 5만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사용자 전용 골드 포인트는 소환의 방 또는 대도시 내 사용자 전용 상점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헐.
업적 개수나 5만 포인트는 그렇다 치고서라도 자유 능력치 포인트를 지급 받은 건 말 그대로 쾌거나 다름없었다. 초반 임무 보상으로 능력치 포인트를 바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봤자 3개월간 사용자 아카데미 시설을 졸업하고 얻는 4포인트 밖에 없다.
그 외의 방법이라고 해도 내가 알고 있는 건 얼마 안되고 다들 시간이 걸리는 것들인데 말 그대로 대박이 걸린 것이다. 과거 이뤘던 21개의 업적 중 능력치 포인트를 지급한 업적이 꼴랑 한 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나는 신나는 얼굴로 세라프를 바라보았다.
세라프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내 앞으로 사용자 전용 상점 목록을 띄워주었다.
『사용자 전용 상점』* 사용자 전용 골드 포인트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김수현 보유 골드 포인트 : 3,834,720 GP』
* 1. 무기(▽)
* 2. 방어구(▽)
* 3. 장신구(▽)
* 5. 그 외 장비(▽)
* 6. 물약(▽)
* 7. 영약(▽)
* 8. 주문서(▽)
* 9. 재료(▽)
* 10. 소원(필요 GP : 1,000,000 GP)
* 11. 기타(▽)
막 물품을 고르려고 했으나 내가 찾고 있던 물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아차 하고는 세라프를 보며 입을 열었다.
”77,777 골드 포인트를 상점에 무상으로 지불할게. 금액 맞췄으니 빨리 숨겨진 것들 다 드러내.”
예전에 우연히 GP를 77,777 만큼 사용한 사용자가 있었는데 그때 숨겨진 비밀을 발견했다고 한다. 77,777 GP 히든피스라고 불리는 이것은 사용자 상점의 숨겨진 장비 목록을 단 한번에 한해서 드러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웃기는 점은 그때 그 사용자는 남은 GP가 없어 구매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액수를 넘은 사용자들도 같은 처지라나.
“…그건 또 어떻게 알았습니까.”
“보스 몬스터가 목숨을 구걸하면서 알려주더군.”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실행하는 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발 화정 같은 이상한 행동은 지양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세라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곱게 눈을 흘기고는 말을 이었다.
“…77,777 GP를 지불 받았습니다. 단 한번에 한해, 숨겨진 목록을 전부 드러냅니다. 사용자 김수현의 남은 GP는 3,756,943 포인트 입니다.”
세라프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가볍게 손을 한번 저었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활성 목록이 갱신된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일단 볼 것도 없이 바로 영약 쪽을 클릭했다. 혹시라도 체력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영약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윽고 촤르르 페이지가 길어지는걸 보며 나는 차분하게 하나씩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 이런 것도 있었어? 엘릭서는 하나쯤 구비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데 가격이 30만 포인트네. 흠. 특수, 잠재 능력의 랭크를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이것도 괜찮다. 가격 50만 포인트. 살만하네.
다른 사용자들이 보면 억 소리가 나올 만큼 비싼 GP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구매하고 있었다. GP는 모으는 게 아니라면 바로 바로 쓰는 게 이득이다. 특히 이런 기회는 흔치 않게 오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GP를 소비할 작정이었다. 다만, 절대로 소원을 살 생각은 없었다. 소원을 사용하는 건 내 신념에 위배 되는 행동이고 무엇보다 사용자를 살리는걸 제외하면 쓰잘데기 없기 때문 이었다.
“하. 능력치 포인트 6을 주는 영약이라. 가격은 90만 포인트. 세라프, 이거 세 개 사고 싶은데.”
“불가합니다. 숨겨진 목록들은 구입하는 즉시 목록에서 사라집니다. 즉 한 물품당 하나씩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약 부분을 제외하고 2개 이상 구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 말은 내가 능력치 포인트 상승의 영약을 사면 다른 구매자들은 다시는 살 수 없다는 소리였다. 조금 아쉽기는 해도 나만 먹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으니 이만 양보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한동안 1번부터 11번까지 차분하게 살펴본 후 다음과 같이 구매 목록을 정할 수 있었다.
* 천사의 눈물(x 1) : 능력치 포인트가 6만큼 새롭게 생성된다. 추가된 능력치 포인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900,000 GP)
* 엘릭서(x 2) : 모든 상태 이상 회복. 모든 체력과 마나 회복. 죽지만 않은 상태라면 어떤 사람이든 살릴 수 있는 효능이 있다.(600,000 GP)
* 비전의 영약(x 1) – 스킬 포인트 상승 : 특수, 잠재 능력의 랭크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 다만, 고유 능력은 해당 되지 않는다.(700,000 GP)
* 체력 상승의 영약(x 1) : 체력 능력치 포인트가 2만큼 상승한다. 다른 능력치 포인트는 올릴 수 없다.(200,000 GP)
* 무검(x 1) : 고대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검. 사용자에게 귀속 되는 기능이 있다. 실체는 정령 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모든 차원에 있는 존재를 타격할 수 있으며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현세에 검신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절삭력이 굉장히 뛰어나며 웬만해서는 부러지지 않는 튼튼함을 자랑한다. 자체 복원의 성능도 지니고 있다. 또한 무검으로는 전 속성에 대해서 100%의 마법 공격과 마법 방어를 소화해낼 수도 있다.(1,200,000 GP)
* 홀 플레인 골드 환전(10 GP당 1골드) : 10000 GP → 1000골드
『총 구매 비용 3,610,000 GP 입니다. 구매 시 환불은 불가능 합니다. 구매 하시겠습니까?』
“응.”
『구매가 완료 되었습니다. 사용자 김수현님의 남은 GP는 146,943 GP입니다. 사용자 전용 창고로 전송이 완료 되었습니다. 사용자 전용 창고는 소도시 어디에서라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후우. 한동안의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세라프는 양 손으로 어여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저 정도로 좌절하는 세라프는 처음 봤기 때문에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세라프. 어디 아프냐? 왜 울어.”
“…사용자 김수현.”
“왜.”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사용…. 다른 건 그렇다고 해도…. 하필이면…. 무검을…. 하아….”
한숨을 폭폭 내쉬는 세라프를 나는 이상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사용한 이유는 당연이 다음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GP는 다시 벌면 그만이고. 정당히(?) 벌고 계승한 내 GP로 사고 싶은걸 샀는데 도대체 저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라프는 내 눈길을 느꼈는지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담담히 나를 응시했다.
“무검은…. 겉보기에는 수수한 검 입니다. 외양이 화려하면서도 좋은 기능이 있고, 또한 성능이 좋은 무기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무검을 선택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검의 외양에 집착하는건 머저리 들이나 하는 짓이니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어. 좋은 기능이 없는 건 아쉽지만 검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전투를 굉장히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거든. 특히 이 검을 이용하면 나는 전 속성에 대해 100%의 마법 공격과 마법 방어가 가능하게 돼. 화정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이만한 검도 없지. 튼튼하고, 복원 되기도 하고. 왜. 이제 와서 걱정돼?”
내 조롱에 세라프는 쓸쓸한 웃음을 짓고는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조금 걱정이 되는 편 입니다. 사용자 김수현은 강합니다. GP로 구매한 모든 장비를 사용한다면 지금 먼저 들어간 최상위권 사용자들과 비교해도 윗선으로 평가 받을 정도입니다. 어쩌면 정점에 선 사용자들과도….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홀 플레인의 사용자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집단도 적잖은 편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이 내 가슴을 쿡 찌르고 들어왔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 씹고 말았다.
“무슨 소린지 알겠어. 튀어나온 송곳은 표적이 되기 마련이지. 걱정 말라고.”
“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잠시 세라프의 얼굴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시간 어느 정도 남았어?”
“통과 의례를 통과한 후 이제 두 시간 조금 넘었습니다. 원하신다면 홀 플레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나는 명상이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명상은 자기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거지만 한번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막 가부좌를 틀고 내면으로 침잠하려는 순간 이었다. 눈을 감으려는 찰나 세라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사용자 김수현.”
“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빨리 말해.”
세라프는 여전히 톡 쏘아 붙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용자 김수현은 저를 싫어하는 겁니까?”
얘는 또 무슨 소리래. 나는 다시 눈을 뜨고 불편한 얼굴로 세라프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런 흰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짐작 되지 않았다.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세라프는 바로 말을 덧붙였다.
“저는 사용자 김수현만을 위한 안내하고 원호하는 도우미 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귀찮게 참견하고 간섭하는 천사일 뿐인데.”
“통과 의례에서의 당신은 일행들에게 믿음직스럽고, 차분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사용자 김수현의 진짜 모습입니까? 아니면 저와 대화할 때가 진짜 모습입니까?”
나는 잠시간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하였다. 굳이 말하면 지금이 나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통과 의례에서는 컨셉을 잡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나는 그녀가 궁금한 질문이 어떤건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은 천의 얼굴을 지닌 동물이지.”
혹시 또 쏘아 붙이는 게 아닌가 싶었는지 내가 조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자 세라프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소리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잘해주고,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잘해줄 필요가 있을까?”
내 말에 세라프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대답했다.
“선이 명확히 그어진 생각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사용자 김수현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단 한번도 저를 호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적이 없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선을 긋지마. 인간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소리겠지?”
세라프와 대화를 할 때 편한 점은 대화가 바로 바로 이루어진다는 점 이었다. 따로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내가 한 말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름의 합리적인 분석을 한다. 세라프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해 했습니다. 오늘 좋은 가르침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인간을 멋대로 납치하고 너네 들 실험 도구로 쓰이는 사람한테 뭘 바라는지. 나 참. 아무튼 더 이상은 말 걸지 마.”
내 말에 세라프는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결국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는 곧바로 생각을 깨끗이 비운 후 바로 명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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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