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50
00349 전조 : 패, 승, 패, 승, 승 =========================================================================
첫 타깃은, 고연주의 앞에 가장 먼저 달려 나오다시피 한 남성 사용자였다.
1. 이름(Name) : 이찬희(3년 차)
2. 클래스(Class) : 진혼의 암살자(Secret, Assassin Of Requiem,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
4. 소속 단체(Clan) : 아사신(Assasin, Clan Rank : A Zero)
5. 진명 · 국적 : 죽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5)
7. 신장 · 체중 : 176.3cm · 63.7kg
8. 성향 : 중립 · 중용(True · Neutral)
1. 고연주 : 536 / 600
(능력치 포인트가 0포인트 남은 상태입니다.)
[근력 89] [내구 90] [민첩 97] [체력 85] [마력 93] [행운 82]
2. 이찬희 : 524 / 600
(능력치 포인트가 0포인트 남은 상태입니다.)
[근력 88] [내구 82] [민첩 96(+1)] [체력 84] [마력 94] [행운 80]
‘괜찮네.’
홀 플레인에서 ‘강하다.’라는 의미는 클래스, 능력치, 능력(고유, 특수, 잠재)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찬희의 클래스와 능력치는 합격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어서 나머지 둘을 보려고 하는 순간, 나는 잠시 제 3의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김덕필이 나를 향해 손을 불쑥 내밀었기 때문이다.
“담배 좀.”
“…….”
한순간 가운데 손가락을 살포시 얹어줄까도 생각해봤지만, 나는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얌전히 연초 한 대를 꺼내어 휙 던져주었다. 하지만 김덕필은 마치 돌고래와 같은 몸놀림을 보이더니 이내 허공에 뜬 연초를 입으로 잡아채는 묘기를 선보였다.
“나이스 캐치!”
이윽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채 유유히 문을 향하는 김덕필을 보며, 나는 잠시 동안 할 말을 잊고 말았다.
“하하. 예전에 아카데미에 있을 때부터 느낀 건데, 사용자 김덕필은 머셔너리 로드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그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문득 등 뒤로 서진우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나는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곤 심드렁히 입을 열었다.
“아 예…. 그런데 고려 로드가 안 보이시는군요. 볼 일이 있다고 하시던데.”
“아. 방금 전까지 계셨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곧 돌아오신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시는 건 어떨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마침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 이 기회에 안면도 익혀놓을 겸 말이죠.”
자리에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건가.
서진우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비어있는 자리에 대충 앉은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왕 기다리기로 한 거, 다른 사용자들의 정보를 살피는 알찬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해서, 나는 아까 보다 말았던 세 명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조용히 서 있는 남성은 아까 봤던 대로 ‘진혼의 암살자’ 이찬희였다. 고연주를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성은 ‘닥터’ 손시혁, 그리고 신나는 얼굴로 수다를 떠는 여성은 ‘간호사’ 강예빈이었다. 고연주와 한창 해후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넷이 제법 친분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찬희는…. 아, 적이었지. 나중에 고연주를 따라갔던 걸로 알고 있고…. 손시혁과 강예빈은 2인 1조 활동으로 유명해진 애들이었나? 얘넨 기억이 조금 흐릿한데….’
나는 손시혁과 강예빈의 사용자 정보를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둘은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거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자세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아마 사망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도대체 무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넷의 수다는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깐 입맛을 다시고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타로 카드를 만지는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과, 그 옆에 죽은 듯 고개를 수그린 음침한 남성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응?’
문득 왼편에서 누군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눈길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한 명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쳤음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에 꼭 다문 도톰한 입술이 돋보인다. 코는 높지만 끝은 둥그렇다. 거기에 가늘고 맵시 있는 허리와 길고 매끈하게 뻗은 다리를 보면, 분명히 날씬한 느낌을 주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눈동자와 분위기였다.
여인의 눈은 세라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요했지만, 눈매가 살짝 치켜 올라가 있어서 그런지 약간 화나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자, 왠지 모르게 거만하고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흡사 차가운 북풍한설을 보는 느낌이었다.
1. 이름(Name) : 남다은(4년 차)
2. 클래스(Class) : 검후(Secret, Queen Of Sword,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
4. 소속 단체(Clan) : 천둔(天屯, Clan Rank : B Plus)
5. 진명 · 국적 : 검의 여왕, 남성 혐오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4)
7. 신장 · 체중 : 168.5cm · 48.5kg
8. 성향 : 냉정 · 상처(Cool · Scar)
1. 김수현 : 564/ 600
(능력치 포인트가 자유 능력치 6포인트 남은 상태입니다.)
[근력 96(+2)] [내구 92] [민첩 98] [체력 92(+2)] [마력 96] [행운 90(+2)]
2. 남다은 : 543 / 600
(능력치 포인트가 0포인트 남은 상태입니다.)
[근력 93] [내구 78] [민첩 95] [체력 91] [마력 94] [행운 92]
나는 침음을 흘릴뻔한 것을 간신히 삼킬 수 있었다. 1회 차서 위명은 익히 들었지만, 장비의 보조를 받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의 능력치를 보인다는 것은 확실히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얘는 내구 능력치가 발목을 잡네.’
마치 체력 문제로 허덕일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아무튼 그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대단하고, 궁금한 것도 많은 여인이었다. 내 ‘검의 주인’이라는 진명과 비교해 ‘검의 여왕’이라는 진명도 궁금했고, 성향 중 ‘상처’가 표기된 것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남다은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허공을 쳐다보는 것을 시선을 피했다는 것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실상은 사용자 정보를 본 것이지만 말이다.
벌컥.
“이런. 약간 늦었군.”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보자 고려 로드가 도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셔너리 로드는 계시는가?”
이어진 물음에, 나는 얼른 제 3의 눈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
고려 로드는 들어오자마자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지휘자 소집의 해제를 선언했다. 지금 이곳에 모이기로 한 몇몇 클랜 로드들에게 개인적으로 사정이 생겼다는 게 이유였다. 다른 부대와 연계해서 편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 뭐라고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뭔가 에둘러 말한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동부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바로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마음이 급한 것은 알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허술하고 구멍이 많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당장 지휘자 소집을 해제하는 것만 봐도 아직 명령 체계가 명확히 잡혀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왜 첫 전투에서 동부가 대패를 당했는지 알 것 같군.’
물론 이 불만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에서 나오는 불만이었다. 1회 차 시절 한소영은 전쟁 하나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다. 과감할 때는 한없이 과감했지만, 일단 상황과 여건만 된다면 굉장히 정돈된 과정을 보여주는 게 바로 ‘철혈의 여왕’이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머셔너리 로드.”
초췌하다 못해 눈 그늘이 진하게 배인 고려 로드를 보며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하기야 한소영이 한창 날아다니던 시절은, 이미 사용자들간에 ‘전쟁’이라는 개념이 확립되고 익숙해진 시절이었다. 지금의 사용자들은 아직 ‘원정’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막상 출정 일이 다가오니까 정신이 없어서 말입니다. 준비는 다 끝냈는데 왜 자꾸 문제가 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애초에 철저하게 준비를 하던가. 나는 목구멍 끝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괜찮습니다. 항상 바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그래도 변명을 해보자면, 이효을이 건의를 제안해서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중입니다.”
“건의요? 준비는 거의 다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아. 그렇기는 한데 갑자기 변수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유능한 사용자들을 따로 뽑아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데 그러려면 지금 편성에 조금 손을 대야 해서 그렇지요. 함부로 사용자들을 차출하면 최대한 맞춘 균형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윽고 고려 로드는 깊이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낮은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둘이서만 있으니 하는 말인데. 솔직히 저도 이번 전쟁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효을이 말하는 바도 어렴풋이 알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지만…. 이효을의 말을 들어서 지금껏 손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약간 의외의 기분을 느끼며 고려 로드를 응시했다. 사실상 그는 이번 전쟁에서 죽을 운명이었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동부는 대패 후 적들에게 추격을 받게 되는데, 추격을 막는 역할에 고려 로드가 참가했다고 한다.
사후 세인의 고려 로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괜찮았다. 조금 직선적이고 우직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클랜 로드로서의 그릇과 기량은 가지고 있었다고. 어떻게 보면 외부적으로 드러난 면은, 나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른 인물이었다.
“일단 그 문제는 지금 당장 결정할 수가 없는 노릇이기에,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출정이 급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를 호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아.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본론을 깜빡 잊고 있었군요. 실은 머셔너리 로드를 따로 남긴 이유는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부탁이요?”
내 반문에, 고려 로드는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탁은 다름 아닌 백서연에 관해서입니다. 그녀를 잠시 양도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클랜들이 내부의 첩자를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요.”
“별말씀을. 아무튼 잘 처리됐다면 다행이네요.”
“그렇지요. 그럼 원래대로라면 다시 돌려드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제가 알기론 백서연이 이스탄텔 로우의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살려둘 생각은 없고, 가능하다면 출정 전에 처형할 생각입니다.”
나는 평소 생각하던 대로 대답했다. 그랬을 뿐인데, 갑자기 고려 로드의 안색에 어려있던 피로가 약간이나마 가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고려 로드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그러면…. 혹시 이벤트 좋아하십니까?”
‘다행이라고?’
고려 로드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눈앞의 그는 미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
시간은 흘러, 어느덧 드디어 출정식을 가지는 날이 밝았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황금 사자의 뻘 짓으로(정확히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기에.) 억지로 출병을 앞당긴 것이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출정식을 치르는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부 도시 전체에서 모여든 사용자들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조한 티를 팍팍 풍기는 중앙 광장에 설치된 제단 주변으로는, 이번 전투에 참여하는 16000명의 사용자들은 소속된 부대에 따라 나름의 오와 열을 맞추고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장소는 구름 인파가 몰린 탓에 발 디딜 틈도 없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때, 갑자기 엄청난 환호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환호의 중심에는 바로 고려 로드와 그를 뒤따르는 수행인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한 명의 여성 사용자를 끌고 오는 중이었다.
이윽고 정 중앙에 도착한 고려 로드는 곧바로 제단에 올랐다. 나는 얼른 고개를 빼어 제단을 살폈다. 그러자 그곳에서 수행인원들이 끌 고온 백서연을 중앙에 꿇어앉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윽고 약간의 준비에 시간을 소요한 후 고려 로드의 출정 연설이 시작되었다.
– 친애하는 동부 사용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껏 많은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고려 로드의 말문이 열린 순간, 소란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이어지는 환호. 음성 증폭 마법을 이용했는지, 고려 로드는 그 환호 속에서도 또렷한 발음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 지금 상황은….
조용히 연설을 듣고만 있자, 문득 오른편에서 서 있던 고연주가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수현. 왜 거절했어요?”
“예?”
“이벤트요. 제법 주목 받을 수 있었을 터인데.”
“글쎄요. 이벤트 자체는 상관없지만, 주체가 되는 건 별로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나는 간단히 대답하고는 중앙에 고개를 숙인 백서연을 응시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척 봐도 그녀의 상태는 엉망에 가까웠다.
이리저리 찢겨진 옷과 산발이 된 머리카락. 그것을 보자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여러 클랜에 양도되는 동안 수많은 사용자들의 손을 탔을 것이다. ‘성별’에만 초점을 맞추면 백서연은 확실히 매력 있는 여성이었으니까.
– …때문입니다. 그러면 잠시 이곳을 봐주십시오. 지금 여기에 꿇어앉아 있는 부랑자가 누군지는 알고 계실 겁니다. 이 부랑자는 북 대륙을 혼란에 빠트리려 한 장본인 중 한 명인 백서연입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 하하. 백서연이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는, 예.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한창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머셔너리 로드. 사용자 김수현이 사로잡아왔기 때문입니다. 잠시 이 자리를 빌어, 머셔너리 로드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 순간 주변을 둘러싼 여럿의 시선이 잔뜩 꽂히는 게 느껴졌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열화와 같은 연호.
오오오오오오오오!
김수현! 김수현! 김수현!
‘뭐 어쩌라고.’
내 이름 부르지마.
김수현! 김수현! 김수현!
그만해. 제발.
“오. 우리 여보 이름 부른다. 수현. 손이라도 흔들어줘요.”
“싫습니다.”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내가 살짝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에 반해서, 고연주의 음색에는 신난다는 기색이 잔뜩 어려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내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조금씩 잦아들 즈음. 그제야 나는 간신히 제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새 고려 로드는 백서연에게로 다가가 햇살을 받아 번쩍이는 검을 빼어 든 상태였다.
– 우리는 이번 전쟁에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 출정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묻겠습니다. 백서연은 부랑자입니다. 이 부랑자를 우리는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 맞습니다. 흔히 어디 클랜에서는 부랑자를 교화한다, 다시 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부랑자는 사용자들의 적이고, 무조건 말살해야 할 명백한 주 적입니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면, 부랑자 말살 계획에 대해서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말입니다….
깨알 같은 황금 사자 클랜 디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 로드의 연설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는지, 사용자들의 죽이라는 연호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그 연호에 발맞춰 그가 검을 서서히 올리는 것이 보인다.
– 그럼 지금부터.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 동부 도시의, 바바라의 출정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이어진 출정 선언과 동시에, 사용자들의 열광이 최고조로 달한 순간.
고려 로드는 들었던 검을 단칼에 내리쳤다.
푸확!
깔끔한 일격이었다.
백서연의 머리가 잠시 허공을 나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으로 데굴데굴 구른다. 그녀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흩어진 가느다란 피 분수가 허공을 아름답게 휘날렸다.
– 지금 바로 동문 부대부터 출발하겠습니다. 다들 위치로!
백서연은 처형당했다.
백서연의 공개 처형과 함께, 비로소 바바라로의 본격적인 출병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역시 의도적으로 전개 속도를 올리니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나네요. 중간중간이 비어버린다는…. -_-a 그래도 생략에는 후회가 없어요. 앞으로 전쟁을 진행하면서 다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니 그때 보충하면 될 것 같거든요. 아마 하나씩 세세하게 적어나갔다면…. 아직 편성에 멈춰있겠지요. ㅋㅋㅋㅋ.
이번 챕터는 바바라로의 여정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할 생각입니다. 3주를 3회로 압축해야 하는 만큼 또 골머리를 싸매야겠네요. 😀
『 리리플 』
1. 데바란 : 1등 축하합니다! 하하. 수고는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털보아제 : 저도 1등은 무리에요. 저는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포기하면 편합니다! 암요!
3. 요수리 : 왜용. ㅋㅋㅋㅋ. 강예빈. 이름 예쁘잖아요. ㅋㅋㅋㅋ.
4. 유온. : 원래 검후 이름도 수현이었다요. 동명으로 하려고 했다가 중간에 바꿨다요. 하하하다요. 이 말투 참 마음에 든다요. 저도 쓰게 해주세요다요.
5. 겜뭰 : 후후후후후후후후. 이 코멘트를 기다렸습니다! 이미 구상을 끝냈거든요! 과연 언제 나올까요? 그것을 비~밀~!(퍽퍽퍽퍽!) @_@
6. 엘네이드 : 엇. 저 여자 아니에요. 남자입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그리고 메모라이즈는 저는 600회로 예상하는데, 독자분들은 최소 800회라고 하시더라고요. 흠.
7. 석양s : 이번 전쟁에서 뇌제의 본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이제 동생 바보는 적당히 우려먹을 생각이거든요. 🙂
8. 천겁혈신천무존 : 자, 잠시만요. 제가 다 이해합니다. 그런데요. 백한결은 남자입니다. 왜 수현이가 남자를…. -_-;;;;
9. hohokoya1 : 아하하. 언젠가 완결 전에는 꼭 연참으로 독자분들의 뒤통수를(?) 치겠습니다!
10. 치아바타 : 그럼요. 맞는 말씀이세요. 꼭 주인공만 하렘일 필요는 없죠. 다른 남자도 하렘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여자도 역 하렘이 있을 수도 있지요. 🙂 아. 유정이는 안현에게 줄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면 전의 회상 내용을 삭제해야 해요. ㅎㅎㅎ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