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394
00393 Epilogue 4/4 : “모두 다 같이요.” =========================================================================
* 오늘 후기는 꼭 읽어주세요.
“그럼 이것으로 1차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5일째 되는 날.
오전에 시작된 바바라의 회의는 개최 2시간 만에 파(罷)함을 선언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마냥 짧다고는 볼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러나 회의에 참가한 사용자들이 한 클랜의 로드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알찬 회의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내 입장에서는 별 소득 없는 회의였으니까.
그래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회의의 결과는 나름 합리적이었다. 가장 급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방향도 아주 나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도주 중인 연합군 잔당들이 남아있었고, 침략으로 황폐화된 도시는 무려 5개에 이르고 있었다. 그에 따라 동, 남, 북부는 잔당의 추적과 침략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걸 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기타 사용자들의 구호 활동과 포로 관리 등 기타 전후 처리는, 차후 2차, 3차 회의를 거치면서 차차 해결하는 걸로 입을 모았다.
역할 배분 또한 나름 합리적이었다.
예를 들면 이번 전투에서 기존 전력을 온전히 유지한 해밀 클랜은 잔당의 추적에 참가한다. 아마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편성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해 피해가 큰 고려 클랜의 경우는 도시에 남아 구호 활동을 돕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어찌됐든.
어차피 머셔너리 클랜은 자유 용병 클랜. 전쟁이 끝난 것을 기점으로 용병의 임무는 끝났다. 이후 머셔너리 클랜의 행보를 결정하는 것은 오롯한 나의 권한이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난, 어느새 반의 반도 남지 않은 회의실의 인원을 확인하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회의가 끝난 이상 더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으니.
회의실 밖 황금 사자 클랜 하우스의 입구는, 막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인원들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바로 도시로 돌아가려는지 걸음을 바삐 놀리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모여 짐짓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그렇게 가득한 인파를 가로질러 걷는 도중, 문득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가는 길마다 모여있는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예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기에, 고개가 절로 기울어지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일단 밖으로 나가겠다는 마음에 걸음 속도를 한층 높이려는 순간이었다.
“머셔너리 로드.”
“머, 머….”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과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흘끗 시선을 돌린 순간, 나는 한두 번 눈을 깜빡이고 말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옆으로 두 명의 여인이 다가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 명은 이스탄텔 로우 로드, 철혈의 여왕 한소영.
다른 한 명은 검후, 검의 여왕 남다은.
두 여왕이 함께 있는 자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으면서도 생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나요?”
“머, 머셔너리 로드….”
이어진 한소영의 인사에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일순 왜 둘이 같이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인사를 받았으니 멍하니 있는 것은 실례였다.
“오랜만입니다. 이스탄텔 로우 로드. 검후.”
한소영은 한두 번 고개를 끄덕이곤 내 앞으로 두어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은은한 향기가 코를 물씬 찔러들 정도의 거리였다.
이윽고 한소영은 고요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오늘 머셔너리 로드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어요. 고생하셨어요.”
“네? 말이라뇨?”
“이번에 활약이 대단하셨다는 소문이요.”
이어지는 말에 나는 눈이 동그래지는 것을 느꼈다.
활약했다는 말이 틀려서가 아니었다. 분명 활약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을 터. 더구나 서부에 있던 한소영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의문은 삽시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한소영의 말을 곱씹은 순간 곧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까 느꼈던 이상한 시선들도 이해가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군. 소문이라.’
하기야 그 정도로 난리를 쳐댔는데 본 사람이 없으면 이상한 일이겠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쓰게 웃었다.
“글쎄요. 저로서는 개인의 활약보다는…. 전쟁 중 지키지 못한 클랜원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적어도 지금은요.”
“그래요. 나 활약 대단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겸양의 의미를 담은 대답이었다.
“…미안해요.”
“아….”
그러나 두 여왕이 받아들인 의미는 달랐는지, 그녀들은 동시에 안타까운 기색을 내비쳤다. 나는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에 속으로 반성했다.
그리고 까닭 없는 한숨을 쉬었을 때였다.
“머셔너리 로드.”
문득 손등에서 느껴지는, 서늘하면서도 한없이 보드라운 감촉.
깜짝 놀라 시선을 내리자, 어느새 양손으로 내 손을 감싸 쥔 한소영의 고운 손길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고요하면서도 일말의 위로가 담긴 음색이 흘러들었다.
“그 심정 이해해요. 이번이 처음이라면 아마 많이 힘드실 거예요.”
“아…. 네.”
“지금 느끼시는 심정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가, 감사합니다.”
나는 태연한 척 애쓰며 고개를 숙였고, 다급히 손을 빼었다. 순간 손에서 약간 잡는듯한 느낌이 전해졌지만, 이내 순순히 놓아주는걸 느낄 수 있었다.
‘손.’
갑작스레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곧바로 속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화제를 돌릴 겸 시선을 돌리자 이내 검후가 눈에 밟힌다. 그녀는 두 손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무척 고민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혹시 전쟁 중 머리를 다친 게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왜….”
“아.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재빠르게 대답하는 한소영. 한두 번 고개를 주억이자, 이내 그녀의 입술이 다시금 열렸다.
“앞으로 이스탄텔 로우는 서부 도시를 기점으로 포위망을 구축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혹시나 검후께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한소영은 순간 검후를 설핏 쳐다보고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현재 소속되신 클랜에 큰 미련이 없다고 하셔서요. 겸사겸사 권유 중이었어요.”
이내 시원하게 인정하는 한소영을 보며, 나는 단박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겸사겸사라.’
구변 좋은 이유를 들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검후 영입에 생각이 있다는 소리였다. 하기야 검후 정도면 누구나 탐낼만한 인재이고, 김덕필에게 듣기론 현 소속 클랜과 큰 접점도 없다 하니 제법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인재 욕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소영인만큼, 홀로 다니는 검후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으리라.
아무튼 한소영에게 가는 거면 큰 상관은 없기에, 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럼…. 어쩌면 앞으로 모니카에서 종종 뵙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그때였다.
“아, 아니요.”
남다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소영의 빤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오로지 나만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냥….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생각 중이에요.”
“음….”
나는 미묘하게 부정하는 검후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현 소속 클랜은 거의 망했고…. 남성 혐오증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극에 이를 정도의 혐오증은 아닌듯했다. 실제로 전쟁 전 특별 조장의 임무를 맡기도 했으니, 그냥 어느 정도 거부감이 생기는 정도로 생각되었다.
‘아니면…. 설아가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어서 그런 걸지도.’
혹은 내가 착각하는 거일 수도 있고.
머리를 스치는 시답잖은 생각에 픽 웃고는, 나는 상념을 깨었다. 그리고 아주 살짝 입술을 내민 채 무표정한 얼굴의 한소영을 보며, 약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대로 둘의 밀고 당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검후가 이스탄텔 로우로 가는 것은 길게 보면 나에게도 이득이었다.
“사용자 남다은. 말씀대로 현 클랜에 묶인 몸이 아니라면, 모니카에 한 번 와보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머셔너리도 모니카에 자리를 잡을 때 이스탄텔 로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머셔너리요? 모니카에요?”
귀엽게 따라 대답하는 검후를 보며, 나는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 그러고 보니 전쟁 중 제 클랜원들이 신세를 지지 않았나요?”
“신세랄 것까지는….”
“아니요. 무척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도움을 받은걸요.”
괜찮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 검후는 홰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쌤쌤인가?’
일순 고개를 갸울였지만, 어쨌든 검후가 아니었다면 내가 도달하기 전 애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혹시라도 이스탄텔 로우 로드를 따라 모니카로 오시게 되면, 머셔너리에 꼭 한 번 들러주세요.”
“그, 그래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생명의 은인인데요. 검후라면 당연히 환영하겠습니다.”
“…정말이요?”
드디어 보이는 반응에 나는 한 번 크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떻게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었지만, 모니카를 언급한 것은 이스탄텔 로우를 겨냥한 말이었다.
혹시나 해서 한소영을 살피자, 내밀었던 입술을 들이밀고 약한 헛기침을 하는 그녀가 보였다.
나는 속으로 실컷 웃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할 일이 있으니 해후는 적당히 나누고 갈 길을 가는 게 좋았다. 또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오지랖은 적당히 부리는 게 예의였으며, 이 정도 해주었으면 한소영이 충분히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점차 쏠리는 시선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유 아닌 이유였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한소영은 서너 걸음 나에게서 물러났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나는 이번에는 먼저 인사했다.
“네. 그럼 살펴가세요. 나중에 모든 일이 끝나면 한 번 뵈었으면 좋겠어요.”
“네. 전 곧 뵙도록 할게요.”
‘?’
뜻 모를 남다은의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내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넨 후,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입구를 나섰다.
이제 나에게는 머셔너리 클랜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을 뿐이다.
*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후 나는 머셔너리 하우스로 향해 빠르게 걸음을 놀렸다. 수정구로 곧 도착한다고 연락을 넣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오늘 아침 일찍 고연주를 보냈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들 하고 있으리라.
다만 내가 도착했을 때 한 가지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신상용의 죽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
중간중간 뛰어서 그런지 머셔너리 하우스에 다다르는 것은 금방이었다.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고요 그 자체였다. 왠지 모르게 절로 긴장감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나는 뜻밖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클랜원들이 보였다.
정원 한 구석에 놓인 신상용의 무덤 앞에, 모든 클랜원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열어젖힌 문을 이내 조심스레 닫았다.
일견 느끼기에도 클랜원들 사이론 애처로우면서도 엄숙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누구도 말을 않고,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따금 무덤을 응시하는 클랜원들 중 일부가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나는 입구에 선 채 잠시 동안 클랜원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모든 클랜원들이 나와있다는 것에서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흘러오는 건 분명히 슬픈 기운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예전처럼 마냥 힘없는 분위기가 아닌, 뭔가를 결심한듯한 정숙한 얼굴들.
그렇게 한동안 클랜원들을 응시하다가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수….”
“클랜….”
들어온 기척을 느꼈는지 몇몇 클랜원들이 돌아보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인 채 거리를 천천히 줄여, 유령처럼 그들 사이로 녹아 들었다.
이윽고 보이는 무덤 앞 광경에, 나는 약한 신음을 삼키었다.
무덤의 앞에는 안현이 꿇어앉아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은 모습이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안현은 그대로 허리를 숙여 두 번 절을 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녀석은 눈을 떴다. 그리고 침착히 몸을 돌려 정확히 나를 돌아보았다. 아마 내가 온걸 진작에 알고 있던 모양이다.
“형님. 100만 골드 포인트를 모이면 사용자 상점에서 소원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
“형님. 상용이 형을 살리고 싶습니다. 아니, 꼭 살려 보이겠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것치고는 조금은 뜬금없는 말. 그러나 안현이 말을 꺼냄과 동시에 모든 클랜원들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갑작스레, 어깨가 묵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불현듯 5일전의 내가 떠올랐다.
‘일단 그만하자.’
‘제발…. 제발 그만하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꾸나.’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상입니다. 여기서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푹 쉬는 것을 권합니다. 그럼 해산.’
문득 그때 그렇게 말했던 게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말했으면 안됐는데. 회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 적어도, 신상용에 관한 문제는 확실히 매듭지었어야 했다.
나는 침착히 고개를 돌려 클랜원들 한 명 한 명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임한나나 고연주나, 왜 그렇게 나를 걱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신상용의 문제를 앞두고, 다가오는 미래와 마주할 수 없는 자신에 도망쳤다.
나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안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녀석의 눈동자는 쉴 새 없는 일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원래는 살릴 생각이 없었어. 그게 바르다고 생각했거든.”
“…….”
“…쉽지는 않을 거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예.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안현은 즉답했다. 정말 확고히 결심했다고 느끼자, 나는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를 단칼에 결정했다.
“좋아. 네가 살리는 건 말리지는 않으마.”
일순 안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나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다만 한 가지는 약속해다오.”
“약속…. 이요?”
“추후 신상용을 살렸을 때.”
신상용이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너에게 어떤 상황이 찾아오든…. 무조건 감내하겠다고.”
역시나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안현은 순간 아리송한 얼굴을 보였다. 그러나 일단 살리겠다는 열망이 강한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현의 약속을 확인한 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갑시다.”
“수현. 우선 식사는….”
“아니요. 1차 회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바로 3층 회의실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말았다.
이윽고 다시 말을 잇기 직전, 설핏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오전에 끼었던 짙은 안개가 걷히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런 창공을 가로질러 높이 솟은 해는, 정원에 환한 햇살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그냥 식사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다 같이요.”
이내 길게 드리워진 햇살을 따라, 나는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1. 아직 1부가 완결난건 아닙니다. 세라프의 시점에서 추가로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으며(386회 회상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해당 내용은 내일 바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즉 다음 회가 진정한 1부 완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 에필로그에서 “왜 이 부분이 나오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겁니다.(예를 들면 수현이 형에게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 그러한 부분은 내일 1부 완결 후 외전 형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3번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3. 원래 휴재는 한 달 정도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는 작가 분이 너무 길다고 말씀하셔서 2주로 줄였습니다.
그런데 시기가 조금 애매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내일 연재 후 2주를 휴재하면, 12월 초부터 2부 연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 기말고사가 12월 14일에 계획되어있습니다. 즉 그때는 또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해서, 일단 11월 15일(금요일)에 1부를 완결한 후 16일(토요일), 17일(일요일)은 쉴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 외전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1부와 2부 사이에 약 2년 정도의 시간 공백이 있는 만큼, 그 사이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며, 각 에피소드는 파트마다 독립적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4. 다음 회가 1부 완결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그동안 죄송했던 게, 10월에 제 앞가림이 힘들었던 지라 쪽지나 코멘트에 달린 질문에 답변을 못 드렸습니다. 393회는 모든 코멘트에 대해 리리플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질문해주시면 스포일러가 아닌 이상 무조건 답변합니다.(다만 로*미가 들어간 코멘트는 제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