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486
00485 The Downfall Of The Koran Union. =========================================================================
코란 연합의 입장 발표가 있고 나서, 사태는 조금 완화되는듯했다. 박태진이 그날로 조사단을 꾸려 떠난 것도 있거니와, 일각에서도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리 있다 생각한 사용자들 사이로 자숙의 여론이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벌집 같던 북 대륙도 약간은 진정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과연 누가 알았을까? 그 기간이 채 2주일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박태진이 떠난 지 1주일이 흐르고, 또 1주일이 흘렀을 즈음. 새로운 사건이 북 대륙을 강타했다.
처음 출발했을 때만 해도 연합 조사단은 나름의 인원을 구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한창 용이 잠든 산맥으로 가고 있을 거라 생각한 조사단이, 돌연히 서너 명 소수의 인원만 남은 채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일부는 초주검 상태로 말이다.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그들이 사건의 진상은커녕 연합 내 남벌과 아르테미스에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순간, 북 대륙은 또 한 번 크게 들끓었다.
그렇게 연합이 도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무렵, 중앙 관리 기구는 재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연합에서 더는 이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지금부터 공식적으로 개입하겠다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자체로 조사단을 구성해 파견한 것이다. 물론 용이 잠든 산맥으로 향하는 조사단은 아니었고, 이번에 새로 발발한 사태를 밝히려는 조사단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2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즈음, 돌아온 중앙 조사단의 발표는 북 대륙을 커다란 충격에 빠트렸다.
– …이번 습격 사태는 남벌 클랜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중앙 관리 기구에서는 두 가지 의문을 쟁점으로 이번 사태를 조사했습니다. 첫 번째는 왜 연합 조사단이 유적 앞에서 야영을 했는가. 두 번째는 왜 남벌이 같은 연합의 조사단을 습격했는가 입니다. …수 클랜의 박환희 및 생환한 서너 명의 사용자를 소환해 심문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어느 사용자의 양심 선언에 따르면, 이번 조사단은 애당초 진상 조사가 목적이 아닌 유적 발굴이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언으로 미루어보아, 이번 남벌의 습격 원인은 아마 이번 머셔너리 사태를 둘러싼 갈등이 터진 것으로 추측하며….
*
남부 소 도시 코란.
연합 회의실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엄숙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회의실을 채우는 사람의 수가 확연히 적다는 것이다. 한때 16명이 서 있던 회의실에는 이제 고작 3명만이 남아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박태진은 이번 모종의 습격 사태로 실종된 상태였고, 백두산은 사망이 확인됐다. 신혁은 감옥에 있었으며, 사공 운현과 구현규는 연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말인즉슨, 이제 남은 인원은 총 3명이라는 소리였다.
상인 조합 클랜 로드 서지환은 침중한 안색이었고 백화 클랜 로드 민백화는 처연한 빛을 띠고 있었다. 도대체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는 얼굴들이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민백화는 간간이 걱정하는 빛을 비췄는데, 원인은 얼마 전 아끼는 클랜원 중 한 명이 홀연히 사라진 사실에 있었다. 신혁과의 내연 사실과 머셔너리에 의뢰를 준 사용자가 송희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한편, 아르테미스 클랜 로드 우설희는 좌불안석이었다.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자꾸만 손톱을 깨물고 있다. 왜냐하면 이번 습격 사태는 남벌 클랜이 주를 이루었지만, 아르테미스 클랜도 상당수 포함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왜 습격을 했는지 해명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사실 우설희는 약간 애매한 입장이었다. 아니. 방관을 했다고 해야 할까?
신혁의 충복들이 몰래 찾아와 증거를 보여주고 동참할 것을 권했으나,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우설희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름 현명한 판단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이 일부 클랜원들을 끌어들이리라는 걸 예상하고도 통제를 하지 못했으니, 결국 아주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러한 사실을 밝혔다가는 정말로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에,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 딱 잡아떼는 중이었다.
회의실에는 여전히 어두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설희야.”
그러다 문득 서지환이 나직이 침묵을 깨트렸다. 얼굴에는 우울한 빛이 가득했고 목소리는 한없이 가라앉아있다. 이제는 손톱을 넘어 손까지 씹던 우설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냐? 왜 애들이 태진이를 습격했는지. 왜 애들이 용이 잠든 산맥으로 가지 않고, 왠 유적 앞에 있었는지 말이다.”
“모, 몰라요. 모른다고 했잖아요. 저, 정말, 정말로 몰라요. 그냥 조용히 자숙하고 있었는데, 걔들 멋대로 벌인 일이란 말이에요…. 아 몰라요! 모른다고요!”
사실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모르는 상태였지만 우설희는 후자에 초점을 맞췄다. 박태진이 왜 갑자기 유적에 갔는지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얼굴에 정말 억울해하는 빛이 드러나, 서지환은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후…. 당최 머셔너리 사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 아니 그전에, 뭘 알아야 해명을 하든지 말든지 할게 아니냐. 그런데 당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니….”
서지환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갑갑함이 드러나 있었다. 너희도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라는 어조였다. 그러나 말할 수 있을 턱이 없다.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르니 할 말이 없고, 한 명은 입을 여는 순간 신혁과 똑같은 꼴이 될 것이다.
결국 서지환이 재차 한숨을 흘리는 것으로 회의실에 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탁!
불현듯 누군가가 다급히 복도를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한 명이 달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오는듯했고, 소리 또한 너무 급박해 회의실에 있던 세 명이 절로 문으로 고개를 돌렸을 정도였다.
쾅!
“큰일났습니다!”
이내 문이 거칠게 열리는 것과 동시에 십 수명이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서지환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사태가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인데, 또 일이 터졌다고 한다.
“또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머셔너리에서, 연합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선전포고라는 말이 나온 순간, 서지환의 안색이 딱딱히 굳었다. 마치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 같았다. 그것은 비단 서지환뿐만이 아니었다. 민백화도, 우설희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을 멍하니 벌린 것이다.
서지환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봐.”
“마, 말 그대롭니다. 연합 조사단이 용이 잠든 산맥에 가지 않고 유적으로 갔다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코란 연합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중앙 관리 기구에서는? 아무 말도 없어?”
“모, 모르겠습니다. 아,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
조용하던 회의실은 삽시간에 어수선해졌다. 서지환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입술만 짓씹고 있었고, 들어온 사용자들은 저마다 말을 꺼내며 대응을 요구했다.
그때였다.
“다들 조용히 해!”
탕, 탁자를 세게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사용자들은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숨을 씩씩 내뱉는 우설희가 서 있었다.
“선전포고? 씨발 하라 그래! 나도 이제 못 참아!”
“설희야, 진정해라!”
서지환이 드물게 소리 높여 외쳤다. 어느새 우설희의 머리는 산발이 된 상태였고, 입술이나 손끝에서 피도 흐르고 있었다. 근래 너무 극한에 몰린 나머지, 현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눈을 부릅뜬 우설희는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진정? 진정하라고?!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요? 박태진이랑 신혁이 벌인 일인데! 둘이 개싸움 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우설희!”
“씨발, 뭐! 저쪽에서 먼저 선전포고했다잖아! 오히려 좋잖아? 응? 어차피 사용자 정보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잖아! 머셔너리? 끽해야 50명 안팎이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됐다고 해도, 남은 애들 전부 끌어 모으면 못해도 수백 명은 돼! 그냥 이 기회에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밟아버리잔 말이야!”
“너 정말…! 하….”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여긴 탓일까. 서지환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마를 짚었다. 우설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휙 고개를 돌려 외쳤다.
“뭐해? 애들 안 모으고? 선전포고했다며? 그럼 응수해야지?”
서릿발 같은 명령이 떨어졌으나, 사용자들은 주춤하며 서로만 번갈아 보았다. 설마 정말로 전쟁을 하게 될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러한 기색을 느꼈는지, 우설희가 얼굴을 와짝 일그러뜨렸을 때였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다시, 복도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담겨있는 일말의 불길함을 느꼈던 탓일까. 벌컥 화를 내려던 우설희의 눈에 잠깐 의아한 기색이 서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사용자가 들어와 헐떡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크, 큰일났습니다! 해밀 클랜에서도 연합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공방 동맹의 자격으로 이번 전쟁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머셔너리 클랜의 선전포고에 이어 해밀 클랜의 선전포고가 이어졌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그러나 채 놀랄 틈도 없이, 또다시 복도를 울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역시 헐레벌떡 들어온 사용자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소리쳤다.
“이, 이스탄텔 로우 클랜에서도 선전포고를 했다고 합니다! 머셔너리와는 공방 동맹으로 이, 이번 전쟁에 참가한다고…!”
머셔너리와 해밀의 선전포고. 거기다, 이스탄텔 로우까지 선전포고를 했다고 한다.
아주 잠시지만 회의실에 고요한 정적이 찾아 들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일반적인 침묵과는 차원이 다른 뜻 모를 조용함이었다.
“아…! 이, 이…!”
이내 무언가 말을 하려던 우설희는 별안간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주저앉은 정도가 아니었다. 어느덧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고 입은 더없이 벌어진 상태였다. 그러더니 결국 풀썩, 힘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수많은 시선이 바닥으로 쏠렸다. 간간이 꺽꺽 숨막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진환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중앙 관리 기구에 다녀오마. 중재를 요청하겠다.”
그리고 지금껏 꾹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침통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죄송합니다. 머셔너리 로드. 원래 일찍 찾아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사태가 있다 보니….”
“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저 머셔너리 클랜의 선처만을 바랄 뿐입니다.”
“선처라….”
불 붙인 연초를 탁탁 털며 나는 선처라는 말을 되뇌었다.
앞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깊숙이 숙인 서지환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똑같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세 명의 사용자가 있었다. 민백화, 우설희. 그리고….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광고하려는 듯 온몸에 붕대를 둘둘 두른 박환희.(사실 회복 주문이 있는 만큼, 꼭 저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않고 있자, 불현듯 박환희가 살그머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살며시 웃어 보였다. 나는 웃지 말라는 의미로 정색했고, 박환희는 찔끔한 얼굴로 도로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바로 어제 내가 발표한 선전포고 때문이었다. 신혁은 예상대로 유적 발굴에 부풀어있던 박태진을 습격해주었고, 살아 돌아오게끔 조치한 몇 명의 사용자는 진상을 밝혀주었다. 물론 진짜 진상이 아닌, 내가 의도한 진상.
명분이나 사용자들의 반응은 더는 볼 것도 없었다. 선전포고를 마무리 지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는 현재 사태를 정확히 반영한 말이었다. 기껏 자숙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는데, 연합은 결국 그것마저도 멋지게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사용자들의 분노는 어마어마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선전포고가 이어진 이후, 중재는커녕 아예 콱 밟아버리라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정도랄까.
사실 내심으로는 연합에서 한 명이 픽 돌아 응수하는 상황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아주 멍청한 놈들만 있는 건 아니었는지, 놈들은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발 빠르게 중앙 관리 기구로 달려가 중재를 요청했다.
‘야! 김수현! 너네 진짜 전쟁하려는 건 아니지?’
‘뭘 안 해. 그쪽에서 응수하면 해야지.’
‘응수 안 해! 응수 안 한다고!’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연합에서 중재 요청 들어왔어! 너 분명 마지막에는 개입하게 해준다고 했었지? 그러니까 이제 좀 끝내자, 응? 제발!’
‘쯧. 아쉽네.’
문득 어젯밤 이효을과의 통신이 떠올라 나는 잠시 킥킥 웃었다. 허겁지겁 연락해 길길이 날뛰던 게 꽤 웃겼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선전포고를 완전히 거둔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잠깐 보류한 상태라고나 할까? 일단 약속한 바가 있는 만큼 중앙 관리 기구의 중재를 받아들였는데, 당연히 중재에도 절차가 있었다. 즉 코란 연합에서 머셔너리가 내건 조건을 이행한다면 그제야 중재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윽고 다시 앞을 바라본 순간, 나는 아차 하고 말았다. 사과 겸 협상을 하러 온 네 명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무릎 꿇은 것도 힘들 텐데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려니 얼마나 힘들까.
“아, 미안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아무튼 고개들 드세요. 부담스럽네요. 하하하.”
비로소 말이 떨어지자, 네 명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나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는 약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네 분이 함께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남벌과 세렌게티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와 아르테미스는, 이렇게 같이 있어도 괜찮습니까?”
이것은 얼마 전 신혁이 박태진을 습격한 사건을 겨냥한 말이었다. 남벌이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사망자를 확인한 결과 아르테미스 클랜원도 어느 정도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우설희의 안색이 보기 안쓰러울 만큼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휘휘 고개를 젓더니 한없이 불쌍해 보이는 얼굴로 애원했다.
“아, 아니에요 머셔너리 로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저는요, 이번 사태랑은 아무 관련도 없어요. 제발 믿어주세요.”
“그래요? 그럼 저번에 성과와 관련해서 찾아온 건 어떤 의도였습니까?”
정곡을 찔린 탓인지, 우설희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목울대만 움직이며 병신처럼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뭐, 됐습니다. 굳이 안 들어도 알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더 말을 잇는 건 시간 낭비 같아, 나는 바로 말을 끊으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말했다. 어차피 우설희의 처리는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방관한 세 클랜은 적당히 눈감아줄 요량이었으나, 직접적으로 관계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처리할 생각이었다. 물론 머셔너리의 기준으로 말이다.
“사실 머셔너리의 조건은 이미 중앙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그쪽에서도 연합에 전달했다고 들었는데, 오늘 굳이 찾아오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예. 확실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건은 현재 연합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부담이 있는지라, 조금 완화해주실수 없으실까 하고 찾아 뵌 것입니다.”
내 말에 답한 사용자는 가장 앞에 있는 서지환이었다. 아무래도 박태진과 신혁이 없는 이상, 현재 남은 연합을 이끄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1회 차 에도 몇 번 들은 기억이 있어, 나는 적당히 머리를 끄덕였다.
“완화라. 이런 자리에서 완화라는 표현은 옳지 못합니다. 다만 첫 조건이 감당키 어렵다면, 다른 조건이 있을 뿐이지요. 어때요. 한 번 들어보시렵니까?”
“…경청하겠습니다.”
경청하겠다는 말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조건은, 바로 남부 자유 연합의 해체입니다. 즉 코란에서 물러나라는 말이지요.”
============================ 작품 후기 ============================
이번 파트는 아마 다음 회에 끝날 것 같네요. 남은 건 협의, 그리고 박태진, 신혁, 송희선, 우설희의 처리 정도니까요.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니, 아니다. 그냥 오늘 깔끔하게 끝내버리는 게 낫겠네요. 차라리 오늘 한 편 더 올려서 이 파트를 아예 끝내버리고, 내일부터 새로운 파트로 접어드는 게 낫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적으러 가겠습니다. 다만 저도 잠은 자야 하니, 오후쯤에 업데이트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