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3
00063 Mage and Alchemist(Rare)(2) =========================================================================
“이번이 내가 너희들한테 주는 마지막 경고란다. 다음부터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을거고.”
“…….”
“그냥. 휴. 아니다.”
“그냥 어떻게 되든 말든.” 이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가까스로 삼키고 말았다. 그래도 그동안 같이 행동한 정이 있는데 조금 심한감이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나도 모르게 애들을 돌보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에 염증을 느낀것 같았다.
예전에 온 몸에 둘렀던 날카로움이. 부동의 마음이 점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고작 이런 소꿉 놀이를 하기 위해 회귀한게 아니었다. 이깟 던전에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알게모르게 나태하게 변하는 내 자신을 다잡고 싶었다.
애들은 숨소리마저 죽인채 물끄럼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색색이는 소리와 상처 받은 눈망울들이 보이자 마음이 혹했지만 바로 속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힘있는 목소리로 바로 입을 열었다.
“방금전에 들린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라믹이다. 설명은 유정이가 했으니 넘어가겠어. 다만. 좌우로 두개의 석상이 있을거다. 그게 바로 함정이니 사정 보지 말고 발동하기 전에 부숴버려.”
굳이 발동할때를 기다려 애들한테 경험을 쌓게 하는게 아닌, 가장 효과적인 전법을 채택했다. 말을 마친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애들 또한 허둥거리며 내 뒤를 따라왔으나 그에 아랑곳 않고 나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빠른 걸음은 어느새 뛰는 걸음으로 바뀌고 어느정도 거리가 줄어들었다 싶자 나는 바로 검을 빼어들었다. “챙.” 하는 청량한 금속음이 나고 동시에 사늘한 검광이 주변을 흩뿌렸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가 나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자 또 하나의 통로가 눈 앞에 보였다. 통로 사이를 거침 없이 통과하자 예상대로 공터에는 오른팔이 널부러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용자 한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날린 검파가 정통으로 들어간 모양 이었다.
“도…도와주세…크엑!”
나는 애들이 나설 틈도 없이 바로 앞으로 튀어 나가 라믹의 목을 잘라 버렸다. 목이 잘린 라믹의 양 옆에는 두개의 석상이 우직하니 서 있었는데, 가고일이나 기타 몬스터가 아닌 갑판 갑옷을 입은 인간형 석상들 이었다.
라믹을 죽였다고 함동이 발동 하지 않는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한 석상을 노리고 검을 찔렀다. 무언가 “그그긍.”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짝 팔을 들던 석상은 내 검이 찔러 들어오자 안광에 번쩍이는 빛을 흘렸다. 그러나 그 뿐 이었다. 내 검은 석상의 중앙부를 깨끗하게 관통해 핵을 박살냈다. 한번 비튼후 쑥 뽑아내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핫!”
안현 또한 가만히 있는건 아니었다. 어느새 몸 주변으로 사늘한 기운을 조용히 풍기는게 다시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은 하나의 석상을 향해 안현은 나를 따라 깊숙히 창을 질렀다. 마력을 가득 담았는지 창은 부담없이 돌갑판을 부수고 들어갔다. 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창을 빼낸 석상의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걸 확인한 후 나는 바로 몸을 돌렸다.
“다음. 바로 간다.”
이번에는 별로 체력 손실이 없는 편이라 나는 바로 다음 공터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안현은 내 뒤로 따라 붙었지만 유정과 솔은 그저 멍한 얼굴 이었다. 그네들은 점액질로 변한 라믹과 석상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우리들의 몸이 멀어지자 후다닥 달려오는 기척을 느꼈다.
“다음은…고블린 무리구나. 무난해. 다들 진형 잡고. 이번에는 렌가들을 칠때와 비슷하게 들어간다.”
다음 공터는 말 그대로 고블린들의 소굴 이었다. 그러나 마냥 만만하게 볼 수는 없는게 고블린 주술사 한마리와 놈을 경호하는 홉 고블린들이 있었다. 저정도로 조합을 갖춘 고블린 무리들이라면 신규 사용자들이 상대하는데 꽤 애를 먹었겠지만 아쉽게도 나한테 통하는 얘기는 아니었다.
공터 안으로 침입한 후 나는 빠르게 대형을 이탈해 고블린 주술사 한마리와 주변을 지키던 홉 고블린들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고블린들을 유인해 대형 안으로 합류한 후 바로 돌격해 들어갔다. 수가 좀 많기는 했지만 초반에 칠흑 전갈과 칠흑 늑대든 난이도 높은 몬스터들을 상대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이끄는 지도자를 잃은 고블린 무리들을 해치우는건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 없었다.
전투 종료 후 고블린들이 쏜 독침에 당한 현을 해독하면서 우리들은 휴식을 취했다. 안솔이 안현을 치료하는 동안 나와 유정은 공터를 돌면서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뒤지고 다녔다. 반짝이는걸 좋아하는 놈들인 만큼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나 방어구는 하등 쓸데가 없지만, 챙겨본 결과 그래도 확실히 수익은 있었다.
애들의 분위기는 한껏 가라 앉아 있었다. 저하된 사기를 끌어올릴겸 나는 고블린들 한테서 찾아낸 것들을 보여주었다. 금화는 별로 없어 30골드 정도 밖에 얻지 못했지만, 보석이 세 알이나 나온 것이다. 주머니에 꽁쳐둔 오팔 두 알과 고블린 주술사의 지팡이에서 뽑아낸 붉은 사파이어 하나.
나는 작은 오팔 한알을 던졌다 받으면서 입을 열었다.
“봐봐. 오팔의 알이 조금 작긴 해도 빛깔이 탐스럽잖아. 이정도면 알당 적어도 20골드는 받을 수 있어. 두 알이니까 40골드. 그리고 이 굵은 붉은 사파이어는 한 70골드는 나갈걸? 그리고 금화 30골드를 합치면 총 140골드. 우리 네명이 3달동안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모은 돈을 전부 합쳐도 10골드가 조금 넘는데. 이 한번의 전투로 열네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은거라고.”
“그럼 더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렇지. 이보다 더한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지. 어때. 이제 왜 이렇게 사용자들이 이렇게 던전 탐험에 목을 메는지 어느정도 감이 오지?”
보석을 보자 유정은 눈을 반짝였다. 안현은 엄청난 수익에 놀란듯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얼굴 한켠에 안심하는 빛이 서린게 아무래도 내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든데 다들 안도하는것 같았다. 애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정말로 나를 믿고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또 나긋하게 나가면 분위기가 헝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렌가, 라믹, 고블린 소굴을 거친 후 우리들은 말 그대로 거침없는 전진을 보였다. 안현의 치료가 끝나자 바로 출발한 것이다. 애들도 딱히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방금전 직접 수익을 얻은 만큼 다음에는 어떤것들을 얻을지 기대감도 들 것이다.
또다시 나온 통로를 통과한 후, 다음에 맞이한 공터는 거미들의 소굴 이었다. 시커먼 털이 숭숭 나오고 군데군데 칠흑 빛깔을 내뿜는 껍질들을 보니 일반 거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놈들 같았다. 특히 하나같이 누런 진액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걸로 보아 체내에 독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상대하기 까다롭기는 하지만 이곳만 통과하면 왠지 다음에 목적하던 장소에 도착할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많은 던전을 거친후 보이는 일종의 체감이라고 봐도 옳았다. 대망의 연금술사 본거지. 서둘러 통과하고 싶은 마음에 막 공터로 한 발자국 들여 놓았을 때였다.
툭! 데구르르….
“삐아!”
갑자기 천장에서 뚝 떨어진 녹빛 구슬 하나가 솔의 머리를 맞고 바닥을 굴렀다. 솔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바로 난리를 떨었다. 나는 재빨리 발로 차 구슬을 걷어낸 후 천장으로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으….”
“저, 저…뭐….”
반사적으로 나를 따라 고개를 올린 애들은 곧이어 침음성을 흘리며 아연 실색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입만 쩍 벌린채 손가락으로 가리키켰지만, 따로 말을 잇지도 못하고 있었다.
천장에는 사용자 한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양 팔에 흰 실이 묶인 채 축 늘어진게 아무래도 거미줄 같았다. 사용자는 여성 사용자 였으며 몸에 걸친 옷이 거의 찢기듯 걸레 조각으로 변해 있었다. 문제는. 여성 사용자의 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다는 것이다.
그 상태를 확인한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하지만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 땅을 기반으로 감지만 펼친터라 허공에 매달린걸 알아챌 수 없었다. 점유만 했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스스로의 안일함을 자책한 후 나는 제 3의 눈을 활성화 시켰다. 신체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일단 본 바탕이 인간인만큼 사용자 정보를 불러오는건 가능했다. 겸사겸사 정보를 뽑아낼 생각도 있었다.
1. 이름(Name) : 정지연(2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Runner)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Babara)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0)
7. 신장 · 체중 : 161.3cm · 54.5kg
8. 성향 : 중립 · 중용(True · Neutral)
* 누군가의 장난질로 신체에 변이가 일어난 상태 입니다. 지속적인 상태로 내구, 체력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현재 손실은 진행중 입니다.
* 주요 신체 변이 부위는 회음(會陰) 입니다. 현재 강제 수태(受胎) 상태 입니다.
* 여성 사용자의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거미들은 해당 사용자의 마력을 흡취하며 성장한 후 태어납니다.
“으어…아으아…어….”
지연의 신음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그녀의 회음 부위가 조금 벌어지더니 이내 허공에서 초록빛으로 번들거리는 구슬들이 또르르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알들은 꾸물꾸물 대다가, 이내 날카로운 다리들이 덩어리를 찢고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애들은 처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내 하나 같이 분노를 불태우는 기세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성향의 영향을 받은것 같았다.
정지연의 볼록해진 배와 허공에서 떨어지는 구슬, 아니 거미의 알들. 애들 또한 이 알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스로 파악한 것이다. 특히 유정이와 솔이는 같은 여성 사용자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배는 될듯한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 또한 안타까운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직 풋풋한 20살이고, 한창 아름다움을 피울 시기인 여성 한명이 저렇게 되서 안타깝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아직 2년차인데 저정도 능력치면 가히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 일행에 필요한 마법사이기도 하고. 손실된 능력치를 전부 더해보니 도시에서 봤다면 앞으로 같이 다녔을지도 모를정도로 나름 성장성이 좋았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과거형에 불과했다. 지금의 나한테는 단순히 거미 괴물을 생산하는 모체에 불과했다. 언뜻 엘릭서가 생각났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지금 여기서 쓰는건 너무나 아까웠다. 그렇다면. 아마 본인을 위해서라도 죽여주는게 더 나을것이다.
물론 열심히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솔직히 귀찮았다. 뭐. 제법 예쁘장하기는 해도 솔직히 좀 싸가지가 없어 보이는게 맘에 들지 않았다. 동료가 될 확신도 없는 사용자한테 귀한 엘릭서를 쓰거나 또는 원상태로의 회복을 위한 수고를 들이기가 싫었다. 그저 얼른 던전을 끝내고 도시로 귀환하고 싶을 뿐. 이게 바로 내 진정한 속마음 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깜빡 졸았더랬습니다. 평소에 잘 안조는 편인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너무 뻐근해 찜질방을 갔더랬습니다. 온탕에 몸을 담구니 뼈다귀가 녹는 기분이…. 사우나도 하고 나오니 몸이 조금 가뿐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목이 타듯 말랐습니다. 땀도 많이 나구요.
오는길에 맥주 두캔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실컷 마시기는 했는데 이상하게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타는것 같더라구요. 이상하게 멍한 정신이라 바닥으로 고개를 숙인채 담배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피가 나더라구요.
아무래도 조만간 병원을 한번 가봐야 될것 같습니다. 하하하.
음…. 그리고. 전개는 이정도 속도면 만족 하시려나요? -_-a
『 리리플 』
1. 사람인생 : 1등 축하합니다. 드디어 예전의 1등 코멘터의 영광을 되찾으셨군요. 하하하.
2. 망치로때리뿔라 : 하하하. 그저 저는 도망갈 뿐 입니다. ㅌㅌ!
3. 라무데 : 문제는 애들이 지금 전혀 반발을 안한다는거죠. 갓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새를 따르는것처럼. 하하하.
4. 뿌잉뿌잉a : 뿌잉?
5. 콰르량 : 어…천편이면…흠. 흠. 흠. 구미가 당기는데요? 하하하.
6. 슬피우는영혼 :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신화 연참좀 부탁 드립니다. 특히 북유럽신화요. 하루에 소소하게 5편씩만 연재해주세요.(진심.) ( –) ~ ♪.
7. 설비연 : 코멘트 감사합니다. 코멘트 앞으로 자주 달아주세요~. 🙂
8. GradeRown : 네. 라믹은 기척을 알아채는데 귀신 같은 몬스터 거든요. 대외 반응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다른 부분이 발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9. 야누스 :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성장할 아이들 입니다.
10. 프란딜 : 확실히 한별이가 없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저도 얼른 김한별과 재회하는 장면을 쓰고 싶네요. 다만 전개 속도를 올리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 터라…솔직히 조금 고민이 됩니다. 저번에 사용자 아카데미 부분도 2편으로 스킵했다가 진행부에 문제가 터지더라구요.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코멘트좀 많이 주세요! 그리고 추천도…☞☜)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