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2
00072 펫 하나 만들기 프로젝트 =========================================================================
내가 정신을 잃을뻔한 이후 우리 일행은 부산을 떨며 던전을 빠져 나왔다. 그 와중에 이미 쓰러진 두명의 사용자가 잊혀질뻔한 불상사가 있었지만, 다행히 비비앙이 알려줌으로 한명씩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여지껏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걸 보니 중간에 비비앙이 야료를 부린게 틀림없었다. 내가 째릿하게 노려보자 그녀가 은근슬쩍 내 눈을 피하는걸보니 확신이 들었다.
“오라버니. 몸은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던전을 나온 이후 숲을 걷던 도중 안솔이 불안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연신 나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는게 어지간히 걱정을 하는것 같았다. 예쁜 소녀의 걱정은 내 마음을 기쁘게 했지만, 지금 나는 머리속이 어수선했다. 화정의 힘과 내 체력의 상관 관계가 내 예상을 훨씬 빗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솔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나는 사용자 한명을 다시 들처 업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유정도 나와 솔이의 대화를 들었는지 앞장서던 도중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 힘들면 그냥 내가 업을게. 저번에 마나 역전 현상도 그렇고…너무 마음에 걸리잖아.”
“괜찮으니까 앞이나 잘 봐. 나랑 현이 지금 사용자를 한명씩 업은 이상 가장 중요한건 너라고. 물론 여차하면 일단 땅에 두면 되지만 급작스러운 기습에는 어쩔 수 없어.”
“칫…누가 몰라서 그래? 걱정 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주변은 안전해요. 뮬로 가는 지름길인 만큼 내일안에 도착할 수 있을거에요.”
비비앙이 끼어들자 유정은 그녀를 한번 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 엄한데 화풀이하는 유정을 보며 조금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현재 내 머리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힘을 사용한 직후 나는 탈진 상태에 빠질 뻔 했다. 현기증이라 치부하기에는 강도가 너무나 높았다.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앞으로 이런일이 반복된다면 더이상 가볍게 치부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아직 남은 능력치 포인트가 있지만 알게 모르게 근력, 민첩, 마력에 투자하고픈 마음이 있었던터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가 깊은 생각에 잠긴걸 알았는지 안현은 묵묵히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의 등에는 정신을 잃은듯 축 늘어진 여성 사용자 한명이 업힌 상태였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안현을 보며 나는 꼭 기공창술사를 찾아주겠다고 마음먹은 후 다시 생각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능력치 포인트는 내 능력 밖을 벗어난 일 이었다. 남은 포인트를 체력에 전부 때려박고 내가 알고 있는. 그러니까 앞으로 얻을 포인트를 최대치로 계산하면 어떻게든 90은 맞출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나 그뿐 이었다. 101능력치가 주는 매력은 너무도 커 도저히 한순간에 포기하기 힘들었다.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고 안을 깨끗이 비웠다.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인만큼 일단은 현재의 상황으로 눈을 돌리는게 더 나을것 같았다. 지금 중요한것은 던전안에서 얻은 물품과 구출한 사용자 두명, 그리고 비비앙의 치료를 위한 도시로의 귀환이었다. 그리고 잠깐 휴식 후 폐허의 연구소로의 탐험 준비도. 굳이 내 능력치 고민이 아니라도 할일은 산더미처럼 있었다. 첫 단추는 나름 잘 꿰었으나 한번의 엇나감으로 모든것을 잃을 수 있는게 홀 플레인 이니까.
어쨌든 뮬로 돌아간 후 오늘 하루는 쉬면서 속을 가다듬기로 결정했다.
생각을 비우고 멍한 얼굴로 애들을 차례로 바라본다. 문득 여자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안을때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안을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서로간 살을 섞는 따뜻한 쾌락을 맛보고 싶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유정의 앙칼진 얼굴. 그 아래로 기다란 생머리와 불룩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통과의례때는 머리카락이 저만큼 길지는 않았는데. 긴것도 정말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솔의 천진한 얼굴과 하얗고 가느다란 목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조그맣고 앙증맞은 입술도…. 막 비비앙에게로 시선을 돌리던 나는 이내 앗차하고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애들한테 무슨 생각을 품은거지?
욕구 불만인가. 조만간 여자를 하나 안아 욕구를 해소할 필요를 느꼈다. 오랜만에 나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졌다. 나는 한숨을 내쉰 후 자꾸 아래로 밀려 내려가는 사용자를 다시 들처 업었다. 그나저나 아직 이 사용자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군.
던전을 나온 이후 계속 화정과 내 능력치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에 생각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굳이 앞장서지 않은 이유도 다른데 신경을 쓰기 싫어서 그랬었다. 해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락지은 만큼 나는 바로 제 3의 눈을 활성화 시켰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실컷 치료를 받아서인지 아까처럼 머리가 띵하는 느낌은 없었다.
1. 이름(Name) : 신상용(2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Expert)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Babara)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마방진의 진리를 추구하는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8)
7. 신장 · 체중 : 183.7cm · 69.2kg
8. 성향 : 질서 · 중립(Lawful · True)
1. 이름(Name) : 정하연(2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Expert)
3. 소속 국가(Nation) : 바바라(Babara)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호수의 물방울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6)
7. 신장 · 체중 : 166.5cm · 42.8kg
8. 성향 : 질서 · 선(Lawful · Good)
흠? 별 생각 없이 봤는데 나는 눈을 휘둥그래 뜨고 말았다. 둘다 마법사였고, 2년차임을 감안하면…괜찮다. 처음에는 무슨 깡으로 칠흑의 숲 안으로 들어갔나 싶었는데 능력치를 확인한 후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갑자기 뮬로 오는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가 활동했던 곳이고(따지고 보면 활동 안한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기공창술사를 찾으러 온건데, 인재면이든 물적인 면이든 예상외의 수익을 속속이 거두고 있었다. 나는 문득 솔이로 시선을 돌렸다. 맹한 얼굴로 자박자박 걸음을 걷는 솔이의 행운과 관련이 있는건가?
등에 업은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둘의 처우에 대해 고민했다. 둘 모두 영입하면 그래도 꽤나 쓸만한 사람들 이었다. 즉시 전력감인것도 마음에 들었고, 2년차가 한계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능력치가 전부 개발된건 아니었다. 4,5년차 이후에는 정말 올리는게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개인에 따라 올릴 여지는 약간 남아 있었다.
능력치도 좋고, 성향도 괜찮다. 자세한건 나중에 정신을 차린 후 얘기를 해야 겠지만 둘 모두 영입할만한 대상임은 틀림 없었다.
*
던전을 나온 이후, 꼬박 하루를 걸은것 같다. 하루밤을 꼬박 새명서 강행군을 하느라 모두 심적으로 지쳐 있었지만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체력 훈련을 받은 만큼 다들 낙오없이 따라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비앙이 알려준 길은 정말로 획기적인 지름길 이었다. 하긴 100년 이상 숲에서 산만큼 왠만한 지리는 빠삭하게 아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 일로서 애들도 약간이지만 비비앙을 다르게 보는것 같았다.
오후 늦게 귀환을 시작했고 하루가 걸렸으니 해가 저무는 시간에 귀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우리가 처음 거쳐왔던 평야를 보고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들도 이 평야는 기억에 있는지 한층 빠르게 발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오는동안 일행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나는 생각할거리가 많아 별로 말을 하지 않았고, 안현 또한 사용자 한명을 업은 상태라 힘이 배로 들었는지 거친 숨만 몰아쉴 뿐 이었다. 그런만큼 유정과 솔은 초조한 얼굴 이었고 비비앙은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가라앉은 분위기가 나쁘단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불편한감은 있었다.
우거진 숲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서둘러 평야로 난 길을 따라 길을 걸었다. 저기 멀리서 뮬이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시간대라서 그런지 이리저리 사용자 무리 한두명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들은 뮬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점점더 늘어나고 있었다. 마침 딱 밤이 되기전 시간에 맞춰서 온 것이다. 바바라쪽으로 사람이 많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남아있다는 것에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용자들이 꽤 있음을 느꼈다.
애들 또한 오랜만에 사용자들을 보는지 시선을 어디에 둘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저 사용자들이랑 똑같아. 초보 티 내지 말고 의연하게 들어가.”
나는 지친 목소리로 어정거리는 애들을 재촉했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도시와 사용자들이라서 그런지 고개를 휘휘돌리고 있던 비비앙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문득 시선 몇몇이 우리들에 모이는걸 느꼈다. 비비앙은 처음에는 나체 상태였고, 일단 간단하게 죽은 정지연한테 벗긴 속옷과 로브만 걸친 상태였다. 정지연보다 키가 큰 탓에 꽉 낄 수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몸의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얼굴도 나름 아름다운 편이고 몸도 괜찮은 편이니 몇몇 험상궃은 남성 사용자들은 대놓고 끈적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비비앙을 보고 눈짓을 했다. 그녀는 반색을 하며 내 옆으로 딱 달라 붙었다.
“야. 안 떨어져?”
“오라버니 지금 힘드신거 안보이세요?”
아니 도대체 너네들 왜 그러는데. 눈에 쌍심지를 키며 이를 바득 가는 두 여성 사용자를 보며 비비앙은 찔끔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지켜보던 안현은 쯧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이유정. 안솔. 너네들 도대체 왜 그러냐. 사람 민망하게. 심정은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일단 형이 말한것도 있으니 너무 몰아세우지 마라. 보는 내가 다 불쌍하다.”
안현이 말이 끝나자 애들의 질투가 한층 더 폭발하고 있었다. 안현. 저 눈치 없는 놈. 비비앙은 얼굴이 확연히 밝아진 얼굴로 안현을 보며 헤헤 웃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 이었다. 그래도 유쾌하고 솔직한 구석이 있어 유정이나 솔이랑 꽤 친하게 지낼것 같아서 데려왔는데 왠지 시작부터 삐걱이는게 영 불안했다.
주변은 한창 떠들썩했다. 이번엔 허탕을 쳤네, 길이 안좋았네, 다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다들 입만큼은 쉬지 않고 떠들고 있었다. 간혹 우울한 얼굴로 돌아오는 사용자들도 있었는데 아마 탐험에서 동료를 잃은 모양 이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고, 곧이어 멀리서만 보였던 뮬의 성벽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 우리들을 보았을때 인사를 했던 거주민 경비병들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용자들을 보며 경례를 붙이는 그들을 보며 우리들은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첫 탐험을 마치고 뮬로 돌아온 것이다.
============================ 작품 후기 ============================
하하. 안녕하세요. 다들 설은 잘 준비하고 계신지요.
일단 오늘 한편 올립니다. 연참을 약속드린 만큼 오늘 한편을 더 올릴 예정입니다.
아. 그런데. 지금 바로 또 콩나물 까러 가야 되서요. 후딱 까고 또 뭐 시키시기 전에 얼른 도망쳐야 겠습니다. 이것도 지금 심하게 구박 받으면서 겨우 써서 올립니다. 뭔 집안이 이리 떠들석한지 원.
수정과 리리플은 추후에 한꺼번에 모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양해 부탁 드립니다. 그럼 수북히 쌓인 콩나물을 까고 얼른 73회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제가 잘 도망칠 수 있도록 독자분들의 기원을 바랍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