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994
00993 외전 3. 장난, 연기, 성공적. =========================================================================
1. 이름(Name) : ‘신의 그릇’ 김수현(5년 차)
2. 클래스(Class) : 검의 군주(Arousal Secret, Sovereign Of Sword,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자유 용병(Free)
4. 소속 단체(Clan) : Mercenary(Clan Rank : S Zero)
5. 진명 • 국적 : 1. 神血(1/66536)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9)
7. 신장 • 체중 : 181.5cm • 75.5kg
8. 성향 : 중립 • 중용(Neutral • Moderation)
1. 신의 흔적
화정이 일시적으로 벗어난 상태입니다.
단, 구천(九天)급 신이 스스로 새기고 간 흔적 탓에 김수현의 심장은 화정(火正)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거할 수 없습니다.
1. 제 3의 눈(Rank : EX)
1. 심검(心劍)(Rank : S Zero)
1. 백병지왕(百兵之王)(Rank : S Zero)
2. 쓰러질 수 없는(Rank : EX)
3. 심안(정)(Rank : EX)
4. 검신(劍神)의 가호(Rank : EX)
5. 염화(炎化)(Rank : – )
(잔여 능력 포인트는 0포인트입니다.)
1. 결.
2. Apud Migra Eego Gladium.
3. 해류마(海驑馬), 가리온(加里溫) 소환.
4. 군주여, 호령하여라.
와, 정말 언제 봐도 화려한 능력치….
가 아니라.
사용자 정보.
오랜만에 보는 사용자 정보는 너무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응….”
세라프 역시 알아서 정보를 읽는지 허공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한데 두 눈이 서서히 찌푸려지는 것은 좋은 변화가 아니라는 뜻일까?
“변한 것도 있지만…. 삭제된 정보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랬다.
변한 부분도 있고 사라진 정보도 상당수다.
이러한 변화는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왜냐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변화였으니까.
하지만 세라프는 숨길 수도, 숨길 필요도 없는 상대니 뭐….
그때였다.
“거기다 화정 님께서 장난까지 ….”
한참 동안 허공을 응시하던 세라프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이지?
“장난이라니?”
“사용자 정보는 읽어 보셨는지요.”
“당연히…. 잠깐만, 혹시 이 이상 현상의 범인이 화정이라는 소리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혹시나 싶어 물어봤지만 세라프는 단박에 부정했다.
“화정 님께서 심장에 흔적을 남기신 것과 사용자 정보가 변한 것은 서로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네가 방금 그랬잖아. 장난이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주저주저하던 세라프는 곧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이 흔적은 ‘찜’의 개념이라 보시면 됩니다.”
“찜?”
“단어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말인즉 이 인간은 내 것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지요.”
“…누가 날 건드린다고?”
“아마 지구의 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닐까요?”
“나 참…. 뭐야 그게.”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왜 장난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뭔가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더니, 고작 이런 의미였어?
“아무튼, 칭호나 진명도 변했지만…. 고대 무녀의 각인이나 마력 활성화, 또 카리스마 효과는 아예 사라졌어. 어떻게 생각해?”
“간단합니다. 효과가 더 이상 발생할 소요(所要)가 없기 때문입니다.”
“?”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현이 스스로 느끼기는 어떻습니까?”
세라프의 반문에 눈을 들었다.
“확인 결과 확실히 고대 무녀의 각인은 지워졌고, 마력 활성 효과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무력이 떨어지신 것 같습니까?”
난 곧바로 머리를 가로저었다.
회로를 따라 흐르는 마력은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고, 마력 활성은 과장 좀 보태서 무한으로 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약해지기는커녕 훨씬 강해진 기분이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의 전쟁터에서 무시무시한 수련을 쌓고 온 허준영을 압살한 것이 그 방증일 터.
“제가 보기도 그렇습니다. 현재 수현의 신체는 못해도 테라 일전에서 보였던 신위의 갑절은 낼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있어봤자 소용없으니 사라졌다는 말인가?
나쁜 말 같지는 않은데….
“아니. 내 말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렇게 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말입니다만.” 힘주어 말한 세라프는 마침내 허공에서 시선을 거두고 날 바라봤다.
“사용자 정보 중 호칭과 진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말은?”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괜찮으니까 말해봐.”
흔적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를 정리해보자.
신살자의 호칭은 신의 그릇으로 변했다.
정상, 검의 군주, 마성이 사라지고 ‘1/66536’이라는 의미 모를 진명만 남았다.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세라프는 한층 조심스러워진 태도로 입을 열었다.
“혹시 수현이 특전으로 화정을 요청하셨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응.”
“그럼 제가 반대했던 것도요?”
“아아…. 위험하다고 말렸었지.”
그게 뭐 어쨌냐는 투로 대꾸하는 순간 세라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Yes.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구천 급 신의 힘을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것도 신병이기 급의 외물(外物)로 통하는 형식이 아니라 체내, 특히 심장에 직접 담겠다는 건 더더욱 어불성설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도 알 텐데. 화정을 감당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관하겠다는 의미였어. 힘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빌리는 형식이었고. 그리고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게 나뿐만은 아니잖아? 형도, 임한나도, 차소림도 있는데.”
어째서 문제가 된다는 거지?
나름 반론을 펼쳤으나 세라프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호명한 세 명의 사용자는 필요할 때만 잠깐 불러 쓰는 강신의 방식이었습니다. 그조차도 신의 힘을 일부 빌리는 것에 불과할 뿐, 신을 온전히 담은 것도 아니었지요. 그러니 상시 신을 품고 있던 수현과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수현은 염화 발동으로 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한 것도 너덧 번. 무엇보다 그때마다 신의 생명력을 받아 목숨을 구한 적도 여러 번이지 않습니까.”
“…….”
게헨나가 생명력을 나눠준 걸 말하는 건가.
“오천(五天) 급에 해당하는 치우천왕 님의 힘은 그렇다 치더라도, 게헨나 님과 화정 님은 구천 급의 신. 무려 창조신과 같은 반열에 서는 두 분의 힘이 수시로 들락날락한 신체가, 어느 순간 일종의 그릇으로 변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현의 변화를 어느 정도 설명할 거리가 생깁니다.”
들리는 목소리가 점차 희미해지는 가운데, 불현듯 세라프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감이 잡혔다.
“어쩌면…. 수현은 이미….”
거기까지 말한 세라프는 순간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조금이지만 슬프게 느껴지는 미소를 짓는다.
“아니,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앞서나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신이 된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역사상 전례를 통틀어 딱 한 번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내가 사용하는 갑옷이 치우천왕의 갑옷이던가.
유일하게 인간에서 신이 됐다는.
“…….”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긴 이야기를 나눴으나 세라프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실 일말의 기대는 품었지만 어차피 해답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애초 십천의 존재라는 제로 코드도 확답을 못하지 않았는가.
뭐 답도 안 나오는 골치 아픈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만 화제를 돌리는 게 낫겠지?
“어쩔 수 없네. 당분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심하는 수밖에…. 그나저나 세라프?”
“네?”
“난 그렇다 치고. 넌 이제 어떡할 건데?”
“……?”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던 걸까.
세라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네 말마따나 이 시점에서 다른 천사는 전부 천계로 도망갔잖아.”
“그렇…. 습니다.”
“그리고 너도 원래 제물이 될 뻔했지만, 제로 코드의 변덕으로 존재하게 된 거고.”
“…….”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터.
내 문제도 문제지만 앞으로 세라프의 거취 또한 문제였다.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물어본 건 오 년 전 멋대로 한 행동의 복수라고 해야 하나.
한편으로는 직접 듣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가,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현은 절 되찾겠다고 선언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제로 코드 덕분에 쉽게 되찾았고. 그래서 앞으로 거취를 결정하자는 거잖아.”
“…….”
“흠, 흐음. 그래, 차라리 너도 걔들처럼 천계로 돌아가는 건 어때?”
짐짓 진지한 체하며 말하니 세라프의 표정이 점점 볼만해진다.
“그, 글쎄요. 별로 문젯거리가 될게 있습니까? 마침 수현의 문제도 있으니 당분간 이대로 제단에서….”
“설마, 계속 도우미로 있겠다는 건 아니지? 그냥 천계로 가는 게 낫지 않아? 내가 제로 코드를 획득했으니 네 직위도 꽤 올라갔을 거 아냐.”
“…수, 수현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기는 한데.”
심지어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태도를 보이자, 세라프의 낯에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렇게 태연을 가장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세라프의 모습을 충분히 즐긴 후,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고, 아내들이 날 찾을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럼, 한 번 계속 생각해봐.”
물론, 몸을 돌리기 전.
“수…!”
제단으로 손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아침의 하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산뜻한 기분이 들 만큼 푸르렀다.
소환의 방에서 돌아와 신전을 나오기까지 나와 세라프는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장난이 좀 지나쳤나 싶을 즈음.
“수현….”
세라프의 말문이 홀연히 열렸다.
하지만 난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
여러 아내와의 생활을 통해 하나 배운 게 있다면 부부는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
유치하다 욕해도 좋아.
오 년 전의 충격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잠깐만, 내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왠지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켜는 기분인데.
“수현은 제가 천사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알고 계시겠지요.”
불현듯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가운데, 예의 고요한 음성이 이어졌다.
“이제 악마는 소멸했고, 홀 플레인에서의 제 의무는 끝났으며, 사라졌어야 할 전 수현 덕분에 다시 존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이 끝나는 동시에 따스하고 포근한 감촉이 등을 덮는다.
날개인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이 흡사 날 살살 달래는 것 같아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인간?”
이어지는 말이 아주 살짝 충격적이라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왜?”
천사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날개도 따뜻하니 좋잖아.
“왜냐면 천사는 인간의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구나.
천사는 인간의 아이를 낳을 수 없구나.
하긴 서로 종족이 다르니….
“…….”
…어?
“천계나 천사로서의 직위 같은 건 이제 더는 미련 없습니다.”
불현듯 정신을 차렸을 때 걸음은 어느새 멈춰져 있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세라프도 가만히 서 있었다.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선선한 아침.
“앞으로 인간이 돼서 당신의 아이를 낳고….”
흐르듯 불어오는 봄바람.
“그리고….”
흰 계단을 한가득 비추는 축복 같은 햇살 아래, 세라프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한 명의 아내로서 수현을 남편으로 모시며 백년해로하고 싶습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12월 13일에 올리고 일주일 안으로 올리기로 약속했는데, 이주일도 넘어서 올리게 되다니….
시간이 많아지면 글 적는 것도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2013년 학교 다니면서 연재할 때는 오후 6, 7시에 집에 와서도 정시 연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제가 봐도 답이 없네요.
그때의 간절함과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아니 찾아야겠지요.
안 그래도 너 계속 이따위로 할 거면 그냥 때려 치고 공부나 하라는 말도 들었으니(아마 코멘트를 보셨나봐요…;), 다시 채찍질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