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66
광마전생 (166)
흡기공(吸氣功).
이는 내기를 빨아들이는 무공이다.
하지만 이런 흡기공의 경우 대부분 서로 간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내공을 건네주는 쪽도 힘을 발휘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내기를 몸속에서 강제로 빨아들이는 흡기공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흡마공(吸魔功)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이름 그대로 마공으로 정파에서는 익히지 않는 무공이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타인의 기운을 강제로 뺏어 오는 것이기에 그 기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힘에 취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러한 마공을 정파 중의 정파.
그것도 오대세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팽가의 가주가 쓰고 있으니 이는 모용진의 말대로 무림이 미쳤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또 한 번 날아오는 팽여운의 공격에 모용진은 방어 대신 한 발자국 크게 물러서며 공격을 회피했다.
“백두철 관주님.”
느닷없이 백두철을 부른 모용진은 그와 두 눈을 맞추더니 일부러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흡마공(吸魔功)은 이곳 무림 정파에서 금지된 무공이 아닙니까? 한데 왜 팽가의 가주께서는 흡마공을 사용하고 있는지요?”
모용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크게 놀랐고 백두철 역시 두 눈을 크게 떴다.
“흡마공이라니……?”
모용진의 말에 백두철은 팽여운을 유심히 살펴봤으나 그에게는 이렇다 할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 제가 도를 잡았을 때 제 내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모용진의 말에 일부 팽가의 인물들이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했고 모용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팽가의 인물들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모용진은 놀랍게도 팽여운의 공격을 이리저리 회피하고 있었다.
팽여운의 패도적인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가볍게 피해 내고 있는 모용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모용진의 등 뒤에서 한 인물이 뛰쳐나왔고 그는 바로 팽가의 무사 중 한 명이었다.
갑작스러운 급습.
이는 모용진의 입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팽가에서 빠르게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 결단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급습은 모용진에게 완벽한 명분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대협! 위험하오!”
급습을 본 백두철이 황급히 검을 빼 들고 뛰쳐나갔지만 이보다 더 모용진의 검이 빨랐다.
어느새 손에 검을 쥔 모용진은 그 급습을 가볍게 회전하는 것으로 회피해 버리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사의 목을 베어 버렸다.
서걱!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무사의 머리.
이를 본 사람들은 그 완벽하고도 깔끔한 마무리에 모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시비도, 습격도 그리고 그대들의 목숨도 팽가에서 먼저 건 것이오.”
카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팽여운의 도를 막아 낸 모용진은 놀랍게도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조금 힘을 받아 주더니 역으로 팽여운의 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대들이 먼저 나를 죽이려 했으니 이건 명백한 정당방위다. 그러니 후회는 저승에 가서 하도록.”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팽여운의 도를 쳐 낸 모용진은 자세가 무너진 팽여운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명백히 살초이며 이여립이 팽여운을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에 팽가의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앞서 달려 나온 자.
그는 바로 모용진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쾅!
간발의 차이로 모용진의 검을 막아 낸 이는 바로 주작학관의 관주이자 팽가의 장로인 팽기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급하게 뛰어든 나머지 그는 큰 내상을 입고 말았고 곧바로 입가에서 핏물을 쏟아 냈다.
“잠…… 잠시만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대협! 우리는 모두 정파입니다! 같은 식구끼리 싸우면…… 쿨럭!”
푸욱!
팽기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모용진의 검이 팽기문의 배를 뚫는 소리였다.
“저희가 언제부터 같은 식구였습니까? 그리고 지금 흥분하고 있는 것은 제가 아닌 팽가의 가주 팽여운입니다.”
그대로 검을 뽑아낸 모용진은 차가운 눈으로 팽기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쉽지만 저는 제 목숨을 노리는 자들을 절대 살려 두지 않습니다. 하물며…….”
팽기문을 옆으로 밀쳐 버린 모용진은 그대로 검을 내지르더니 팽기문의 등 뒤에서 다시 공격해 오는 팽여운의 어깨를 찔렀다.
“그 대상이 마공을 익힌 마인이라면 더더욱 말이지요.”
콰득!
모용진의 검에 어깨뼈가 갈려 나갔음에도 팽여운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에 모용진은 확신했다.
팽여운이 지금 어떤 특별한 마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이 아무리 광기에 휘말린다고 해도 고통은 느끼기 마련.
하지만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광기라면 마공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어깨에 검히 박혔음에도 도를 휘두르려는 팽여운의 모습을 보며 모용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군.”
그대로 팽여운의 왼팔을 잘라 내 버린 모용진은 그대로 팽여운의 가슴을 발로 차 쓰러뜨리더니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강기를 흩뿌렸다.
콰작!
아주 가볍게 휘두른 검이었지만 그 검 끝에서 일어난 강기는 다가오는 팽가의 사람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객잔 한 귀퉁이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순식간에 열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자 구경하던 사람들 역시 비명을 지르며 객잔 밖으로 뛰어나갔고 어느새 객잔 안에는 백두철과 모용진 그리고 팔이 잘린 팽여운만이 남아 있었다.
한쪽은 피바다. 다른 한쪽엔 팔이 잘린 팽가의 가주. 그리고 검을 들고 싸늘한 눈으로 팽여운을 응시하고 있는 모용진.
백두철은 다급히 팽기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지만 그 역시도 이미 죽어 있는 상태였다.
“대협, 이제 그만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무리 팽가가 대협의 목숨을 노렸다 한들 이는 너무나도…….”
“백두철 관주님, 그것 아십니까?”
“예?”
“저는 운이 좋은 남자입니다.”
모용진이 무어라 말을 이어 가려는 그 순간 쓰러졌던 팽여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괴성을 내질렀다.
“죽여 주마!”
내기를 실은 강렬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전부 사그라들기도 전에 팽여운은 모용진을 향해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일도단명(一刀斷明)’.
그것은 오호단문도의 절초로서 일도로 목숨을 끊어 낸다는 이름을 가진 극강의 패력을 담은 초식이었다.
쿠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천장과 바닥을 동시에 가르는 거대한 강기.
하지만 모용진은 피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듯이 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걸 일도단명이라고 펼친 것인가? 한심하군.”
그렇게 말한 모용진은 놀랍게도 팽여운과 완벽히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검을 휘둘렀다.
모용진의 손에서 펼쳐진 오호단문도의 절초.
하지만 모용진의 검에서 뿜어진 검기에서는 그 어떤 강렬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콰앙!
팽여운의 도강과 모용진의 검기와의 충돌.
그 충격에 객잔 전체가 크게 흔들렸고 엄청난 먼지가 백두철의 두 눈을 가렸다.
“대협? 괜찮습니까?!”
잠시 후 먼지는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이여립이 걱정되었던 백두철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어디선가 돌풍이 일어나며 먼지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마침내 맑아진 시야.
돌풍에 놀라 눈을 감았던 백두철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쪽 벽면이 완전히 날아간 객잔.
그리고 그곳엔 팽여운이 반으로 갈라진 채 쓰러져 있었고 그의 앞에 서 있는 모용진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괜찮으십니까, 대협? 어디 다치신 곳은…….”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관주님, 이것 좀 보셔야 할 듯합니다.”
모용진의 말에 백두철은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다가갔고 천천히 모용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팽여운의 시체가 보였다.
그것을 본 백두철은 크게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럴 수가…….”
백두철을 이토록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옷이 뜯겨 나가 드러난 팽여운의 몸 때문이었다.
흉측하게 잘려 나간 팽여운의 상체.
그런데 그곳에는 그보다 더 끔찍한 검은 심장 같은 것이 오른쪽 가슴에 붙어 거칠게 뛰고 있었다.
마치 아직 살아 있다는 것처럼.
“아쉽지만 팽가의 가주가 마공을 익힌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 흉측한 것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으니까요.”
* * *
갑자기 벌어진 이여립과 팽여운의 생사결.
그로 인해 무호제는 이틀이나 지연되었다.
모용진의 신고로 팽여운의 시체를 본 무림맹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그 움직임이 팽여운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림맹은 이를 덮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백두철과 모용진에게도 무림에 큰 혼란이 올 수 있으니 그 어디에도 발설하지 말라며 단단히 일렀다.
어차피 그럴 거라고 예측하고 있던 모용진은 이를 받아들였고 백두철과 모용진은 그날 하루 종일 무림맹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무림맹의 조사관은 다시 한 번 둘에게 발설을 금한다는 말을 하며 모용진과 백두철을 풀어 주었다.
그렇게 정문에서 다시 재회한 모용진과 백두철.
둘은 따로 나뉘어 조사를 받았기에 어제 그 사건 이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좋게 끝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백두철의 말에 모용진은 피식 웃더니 백두철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다.
“모두 관주님께서 좋게 말씀해 주신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이걸 좋게 끝났다고 해야 하는 겁니까?”
모용진의 말에 백두철 역시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팽가의 가주가 알 수 없는 마공을 익혔다.
이것은 정파 무림인에게 있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희가 더 이상 파고드는 것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무림맹이 나섰으니 윗분들이 알아서 처리하실 겁니다.”
더 이상 연루되지 않는 게 좋다면서 모용진에게 조언을 남긴 백두철은 피곤한 얼굴로 먼저 돌아갔고 모용진 역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고민에 빠진 듯한 모용진의 모습.
그는 실제로 지금 왠지 모를 찝찝함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를 이토록 고민을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때의 석연치 않은 상황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왜 하필 내가 그 객잔에 소면을 먹으러 갔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게다가 그 팽여운이 내게 먼저 시비를 걸어올 이유도 없을 텐데……?”
게다가 더 이상한 것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다 먹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팽여운이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객잔 내에 있었던 인물들도 어딘가 이상했다.
보통 무림인의 싸움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 자리에 남아 구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근처에 있다가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은 나가지 않고 마치 관찰하듯 모용진과 팽여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씁……. 그냥 내가 민감한 건가?”
모용진이 찜찜해하며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는 그 시각.
이런 그를 멀찍이 떨어져 감시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용진과 함께 있었던 백호학관의 관주 백두철이었다.
“이여립, 그대는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