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67
광마전생 (167)
모용진의 뒤를 밟은 백두철이 은밀하게 향한 곳.
그곳은 바로 무호제가 열리는 낙양석가장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담을 넘어 손님이 머무르는 객원 쪽으로 향한 그는 객원의 보초를 서고 있는 무사에게 호패를 보여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조용히 객원에 입성한 백두철이 마주한 자.
그는 바로 무당파의 장문인인 태허진인이었다.
“보고는 들었습니다. 깔끔하게 처리하셨더군요. 이여립 그자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백두철의 대답에 태허진인이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더니 그에게 던져 주었다.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들고 만적성(萬積成)에 가시면 보상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만적성이란 무당파가 있는 무당산 근처에서 가장 큰 표국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향후 그대의 거취 또한 호북 무림맹 분타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놨으니 임기가 끝나시면 그쪽으로 가게 될 겁니다.”
“호북…… 무림맹 분타주 말이십니까?! 제, 제가 어찌 그런 자리를…….”
무림맹에도 지역별로 여러 분타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분타가 바로 호북이었다.
이는 무림맹에서 지금의 학관주보다 최소 여섯 단계는 높은 직책이었고 아무나 감히 오를 수 없는 그런 자리였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다만 저랑 약조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이 백두철 앞으로 충정을 다해 태허진인을 모시겠습니다.”
태허진인을 향해 크게 절을 올리는 백두철.
이에 기분이 좋아진 태허진인은 백두철에게 약주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했고 당연히 백두철은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안주와 술이 들어오자 둘은 서로 소소한 잡담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약주를 마시고 조금씩 술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백두철은 그 술기운에 힘을 입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장문인……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제가 주제넘는 것인지 몰라 조금 조심스럽지만 어째서 팽여운인지가 궁금합니다.”
무척이나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팽여운은 그들과 같은 통합무림에 소속된 사람이었고 게다가 하북팽가라는 큰 가문을 움직이는 가주였다.
그는 통합무림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존재였는데 왜 태허진인이 굳이 손을 써서 그를 제거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백두철이었다.
“흐음……. 백두철 관주, 통합무림에 들어오게 되신 지 이제 얼마나 되셨습니까?”
“……오 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대가 보기엔 어떻습니까? 이 통합무림이라는 단체가 아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런 조직으로 보이십니까?”
“예…….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만…….”
“혹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한때 서로 죽이려 안달이 났던 사도련과 마교 그리고 무림맹이 손을 잡고 이리도 긴밀하게 움직이다니. 이는 사실상 물과 기름이 섞였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확실히 태허진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백두철 역시 통합무림에 발을 들였을 때 그저 그렇구나라고 생각만 했을 뿐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는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뭔가 비밀이라도 있다는 것입니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비밀이야 많지요. 통합무림은 어떠한 목적으로 같이 움직이는 것뿐. 실제론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그런 단체가 아닙니다. 지금 앉아 있는 저와 백두철 관주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공성대사와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지금 이처럼 그들 모르게 계획을 꾸미고 밀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지막 남은 술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태허진인은 백두철을 보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팽여운, 그는 공성대사의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통합무림이 공성대사 그자의 손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가져서야 되겠습니까? 가끔 이런 견제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그럼…… 이여립 그자도…….”
“맞습니다. 그 역시 이미 공성대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람이지요. 겉으로는 관심이 없는 척하고 있지만 뒤로는 이미 모두 손을 써 둔 상태입니다. 이제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대화가 왠지 모르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었지만 태허진인이 결론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성대사에게 두 개의 검을 쥐여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태허진인은 이여립과 팽여운의 대립을 통해 하나의 검을 없애려 한 것이었고 백두철을 이용하여 이를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
탕!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태허진인이 백두철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더니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그러니 관주, 이여립을 잘 감시하십시오. 그는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우리의 적입니다.”
* * *
태허진인과 백두철의 밀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고 태허진인이 머무르는 방에서 빠져나온 백두철은 들어왔을 때처럼 담장을 넘어 조용히 석가장을 빠져나갔다.
“대체 무슨 말을 저리 돌려 하는 거야? 그냥 ‘언젠간 다 쳐 죽일 놈들이다!’라고 말하면 될걸. 하여간 이놈의 말코 놈들이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깐.”
담장을 넘자마자 짜증 섞인 말을 내뱉는 백두철.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평소 백두철의 중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얇고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
잠시 후 얼굴을 부여잡은 백두철은 껍질을 벗기듯 안면을 뜯어냈고 놀랍게도 그 속에는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투둑.
인피면구를 바닥에 떨어뜨린 그의 정체는 바로 통합무림의 한 축이자 혈교의 주인인 ‘혈마(血魔)’였다.
“쯧……. 정파 놈들의 속셈이 뭔지 궁금해서 잠입했는데 괜히 시간만 버렸군.”
원래 그의 목적은 태허진인의 아래에 몰래 숨어들어 정파 쪽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 통합무림 내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사파와 정파의 사이가 극에 치달은 상황으로 당장 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공성대사가 아직도 마교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른 사파들 역시 공성대사가 자신들을 이용만 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나둘씩 반기를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였고 그 맨 앞에는 마교의 천마와 혈교의 혈마가 앞장서 있었다.
“하여간 겉으로 깨끗한 척하는 놈들이 속은 더 시꺼멓단 말이야. 언제 터질지 모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들끼리 파벌 싸움이라니. 그것도 공성대사와 그 태허진인이 이러고 있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이는 혈마에게 있어서 나름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더 이상 파고 들어갈 것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잠입은 이만 끝내기로 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통합무림 내에 사파와 정파가 아무리 대립을 한다고 한들 이 단체가 터져 나가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만큼 공성대사가 쥐고 있는 것은 엄청난 것이었고 모두가 그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혈마 역시 그걸 공성대사의 손에서 빼앗아 오는 그날까지 통합무림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이처럼 백두철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도 정말로 정파 내에서 뭔가를 캐내려고 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심심했던 그가 천마의 제안에 자처해서 나선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정파에 이런 재미있는 놈이 있을 줄이야. 광기에 찌든 팽여운을 단칼에 베다니. 그것도 팽여운과 똑같은 오호단문도로 말이지…….”
고개를 돌린 그가 바라본 것은 이여립의 숙소가 있는 방향이었다.
“모처럼 재미난 걸 발견했는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울지도?”
* * *
백두철로 변장한 혈마가 태허진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시각.
공성대사는 법당에서 홀로 염불을 외고 있었다.
낙양에서 머무르던 그가 소림의 숭산으로 돌아와 이렇게 염불을 외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분노를 삭이기 위함이었다.
팽여운과 하북팽가.
그들은 공성대사의 말이라면 목숨도 내던지는 충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어제 일어난 그 사건 하나 때문에 공성대사는 그들을 모두 내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여립과 팽여운이 싸운 것은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여립이 이긴 것도 공성대사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팽여운이 죽은 것과 그의 시체에서 마공의 흔적이 발견된 것.
이것은 공성대사에게 있어 크나큰 타격이었다.
빠각!
순간 그것이 떠오른 공성대사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그 힘에 묵주가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바닥을 구르는 수백 개의 구슬들.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오는 염불은 멈추었고 법당은 고요한 침묵에 휩싸였다.
“후우…… 나무아미타불.”
긴 한숨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공성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가부좌를 틀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자꾸만 가슴에서 화가 울컥 치솟아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는 공성대사였다.
지금 공성대사는 뭣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누가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자신의 계획은 꼬여 갔고 뭔가가 해결될 만하면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마교에 내어 줘야 할 곤륜은 갑자기 사천당가가 통합무림을 배신하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게 되어 버렸고 그 사천당가를 어떻게 해 보려고 하니 또 친왕 쪽에서 제지가 들어왔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꼬인 매듭을 풀려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더니 마교와 사도련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난리를 피웠고 사천을 손대지 못하게 만든 친왕은 언제쯤 계획을 실행할 수 있냐며 자신을 압박했다.
그러던 와중 가장 믿고 있던, 자신의 오른팔과 같았던 이가 어제 사망했다.
그것도 통합무림으로 새롭게 들일 신성에게 말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팽여운이 마공을 익힌 것까지 드러났으니 공성대사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성대사가 주눅 들거나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이런 통합무림을 한데 모이게 한 패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게 있는 한 절대로 다른 이들이 그를 배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여립이 나타난 이후 청화 진인과 태허진인의 태도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칠 수도 없는 이들이었다.
“원불 있는가.”
“부르셨습니까, 방장님.”
공성대사의 부름에 단박에 뛰어 들어오는 원불.
널린 구슬들을 피해 공성대사의 뒤에 선 원불은 그 자리에 서서 공성대사의 말을 기다렸다.
“오늘부로 팽가는 정리하도록 한다. 팽여운이 마공을 익힌 것은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통합무림에 관한 것도 철저히 입단속 시키도록. 이 일은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야. 특히 친왕 전하께는 절대 전해져서는 아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팽여운에게 내어 준 그 비급, 잊지 말고 회수하도록. 행여라도 그 비급이 무림에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원불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팽가라는 조력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쉬웠으나 어차피 팽가도 공성대사에게 있어서 그저 소모품 중의 하나였다.
아니, 어쩌면 그에겐 무림 전체가 소모품일지도 모른다.
그가 속에 품고 있는 야망은 이 중원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큰 것이었으니까.
“조금만 버티면 된다. 앞으로 조금만 더. 마교가 곤륜을 집어삼키고 장강의 물이 불어나는 그날. 나는 이 무림의…… 아니, 이 중원의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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