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05
광마전생 (205)
“감히 네놈이 본좌를 우롱하다니!”
입으로는 분노를 표출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천마.
이를 본 모용진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더니 천마를 도발하듯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하지만 이러한 도발에도 천마의 머릿속은 지금 놀라울 정도로 차갑게 식어 있었다.
‘어떻게 천마신권을 알고 있는 것이지? 게다가 그는 천마군림보와 비슷한 것을 사용했다. 최소 천마의 후계자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을 대체 어떻게…….’
외적으로는 크게 분노한 듯 쌍심지를 켜고 불을 내뿜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천마.
이는 그의 최대 강점 중의 하나인 연기였다.
그가 천마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안팎이 다른 이 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외적으로는 거칠게 여러 감정을 표현하지만 머릿속은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는 능력.
이게 무슨 강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일반적으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에 가장 크게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여 천마는 상대의 방심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천마들은 그 말투도 어디서 배우는 건가? 그렇게 좌좌거리면 입이 피곤하지 않아?”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구나!”
모용진의 말에 잔뜩 분노한 듯 천마가 발을 구르자 또 한 번의 맹렬한 진동이 대지를 흔들었고 그사이 천마는 어느새 모용진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내 주먹을 보고 피한 것도 모자라 금나수로 붙잡은 자다. 게다가 각법의 허수까지 알 정도로 천마에 대해 빠삭한 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그의 기운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자는 확실한 고수다.’
천마의 주먹은 분노하여 마구잡이식으로 뻗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모용진이 그 연기에 속아 넘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천마의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의 예측과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니 모용진이 또 한 번 주먹을 낚아채건 피하건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벌어진 일은 천마의 예측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모용진의 가슴에 내려 꽂힌 천마의 주먹.
놀랍게도 모용진은 천마의 공격에 그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그 주먹을 받아 내고 있었다.
모용진이 순순히 주먹에 맞아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천마가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는 순간.
빠르게 이성을 되찾은 그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왜냐하면 주먹을 맞은 모용진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마가 연기를 하며 펼친 주먹이라고 해도 그 주먹은 천마신권의 초식 중의 하나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형체도 남지 않을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제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이를 정통으로, 그것도 심장이 위치한 가슴에 맞았다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주먹을 모용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몸으로 받아 내고 있었고 심지어 입가엔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마빡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연기력이 뛰어난 것은 인정하나 그럼 그 오른손을 안 보이게 잘 가렸어야지. 뭐 그래 봤자 소용없었겠지만.”
“큭!”
모용진의 말에 천마는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오른 손바닥을 휘둘러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치직!
천뇌수라장(天雷修羅掌).
강렬한 뇌기가 그의 복부에서 터져 나갔고 환한 불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그 빛은 모두의 눈을 부시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천뇌수라장. 역시 머리 굴릴 때부터 알아봤는데 너도 아는구나 천마신권이 별 볼 일 없는 무공이라는 것을.”
천뇌수라장의 위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것은 물론 천마의 앞으로 거대한 뇌기의 파동이 몰아쳐 흙과 모래 알갱이들이 자글자글 불타오를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또 모용진은 아무런 방어 없이 그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물론 그도 피해를 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천마의 손이 닿은 곳의 옷이 불타올라 떨어져 나갔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곳에서 드러나게 된 모용진의 탄탄한 복근은 그가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걸……맨몸으로 받아 냈다는 것인가……?”
“그럼 내가 죽어서 귀신이 되어 너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거겠냐?”
그 순간 모용진은 천마를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고 이에 천마는 깜짝 놀라며 이를 방어하려 몸을 내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모용진의 손가락은 천마의 이마를 강타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 손가락에 그 어떠한 무공도 실려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천마는 모용진의 손에서 어떤 지법(指法)이 펼쳐질지 몰라 호신강기를 몇 겹으로 두르기까지 했는데 모용진의 손가락은 그냥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매우 기분이 나쁜 손가락.
손가락으로 천마의 이마를 밀어낸 모용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마, 방금 넌 죽었다.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 거야 그러니 이만 전력을 다하는 것은 어때? 이제 슬슬 지루해질 참이니까.”
이는 천마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수모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모용진의 말을 분노 따위로 엎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모용진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모용진이 눈을 크게 뜬 순간 천마는 잠깐이나마 느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
그것은 살면서 누구에게서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고 일순 호흡이 멎게 만들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이미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천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잘못되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침묵.
모용진은 이 침묵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는 천마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용진은 그의 선택권을 줄여 주었다.
“그 마교가 무림맹과 손을 잡았다기에 제 잘난 맛에 사는 천마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였나 했더니 너는 검이 아니라 머리로 그 자리에 오른 거였구나?”
“…….”
“하지만 안심해라. 내가 지금 그 머릿속의 고민을 해결해 줄 테니까. 내 아내. 설백을 건드리려 한 그 순간부터 네게 선택지는 없었다. 죽거나 죽이거나.”
모용진의 말대로 천마의 고민은 삽시간에 해결되고 말았다.
그가 곧바로 검을 빼 들지 않았던 이유.
그것은 천마신권과 천뇌수라장을 맨몸으로 막은 이 괴물 같은 사내를 검을 뽑는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검을 뽑지 않은 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는 천마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전대 천마들과 다르게 굉장히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천마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으니까.
“그런가 애초부터 선택지는 없었던 것인가.”
체념한 듯이 검 손잡이를 쥐는 천마.
하지만 그의 처연한 목소리와 다르게 그가 내뿜는 기세는 검을 쥐는 순간 명확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의 등에서 치솟는 거대한 마의 기운.
마치 검은 폭풍을 몰고 오는 듯한 그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그의 푸른 눈동자 역시 붉게 물들어 갔다.
붉은 눈동자.
그것은 흔히 마공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혈안(血眼)으로 그 기운에 따라 색의 농도가 달랐는데 원래부터 벽안이던 천마의 눈동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붉어졌다.
스르릉.
천마의 손에 뽑혀 나오는 파천검(破天劍).
검붉은 색을 띠는 그 검은 한철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붉은 기운을 띠는 것은 수많은 피를 묻혀 온 검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알고 있는 자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천마가 검을 뽑았다는 것은 상대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검을 보고 기억하는 자는 천마를 굴복시킨 자이거나 천마를 죽인 자.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파천검이 완전히 뽑혀 나오는 순간 대기가 한층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엄청난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숨…… 숨이…….”
그 살기와 위압감에 이를 보고 있던 일부 사람들은 쓰러지기까지 했고 어떤 이는 제대로 호흡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마가 괜히 천마가 아님을 모두에게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모용진은 여유롭게 천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반가움마저 스며들어 있었다.
“오랜만이네 파천검. 임시 대용으로 딱 좋을 것 같네.”
파천검을 보고 모용진이 보인 반응.
그것은 단순한 검에 대한 평가였다.
모용진은 신검(神劍) 천일(天佚)을 찾기 전까지 파천검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쒜에엑!
그 순간 모용진의 귓가로 들려오는 파공음.
놀랍게도 모용진은 보지도 않고 자신의 사각으로 날아오는 어떠한 것을 잡아 냈는데 그것은 바로 또 다른 파천검이었다.
“그 천마가 이런 치졸한 기습까지 할 정도라니 마음이 많이 급한 건가 아니면 원래 그런 놈인 건가.”
모용진의 뒤로 날아온 검은 바로 천마가 몰래 그를 공격하기 위해 뿌려 둔 검이었다.
이는 이기어검((以氣馭劍)이라고 하여 검을 손에서 떨어뜨려 상대를 공격하는 어검술(馭劍術)의 극으로 검술의 극에 달한 이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럼 지금 천마가 쥐고 있는 파천검과 모용진이 쥔 파천검의 차이는 무엇인고 하니 사실상 그 두 검은 차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파천검은 한 자루가 아니었고 열두 자루의 모든 검을 합쳐서 파천검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이다.
천마가 검을 들어 올리자 그의 등 뒤에서 수십 자루의 파천검이 날아올라 마치 날개처럼 펼쳐졌고 모용진이 손에 쥔 파천검 역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웅웅거리며 떨고 있었다.
보통 이기어검을 알고 있는 무림인이라면 그 검을 쉽게 놓아 주지 않겠지만 모용진은 너무나도 쉽게 검을 놓아 주었다.
그 검을 돌려받은 천마는 살짝 놀라면서도 모용진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경계했다.
“본좌의 손에 검을 들려 놓고선 너는 아무런 무구도 손에 들지 않는 것이냐?”
“무구? 이 양손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보이는데 굳이 꺼낼 필요가 있을까?”
모용진의 말에 천마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더 사나운 기세를 내뿜자 모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자신의 명예를 지켜 달란 것인가. 확실히 눈썰미도 있고 머리도 좋고, 어쩌다가 네놈 같은 녀석이 천마가 된 건지 참…….”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말투를 내뱉은 모용진은 뒤를 쳐다보더니 당철삼을 향해 무언가를 가리켰고 당철삼은 그 손짓을 보고 무언가를 손에 들더니 모용진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왔다.
그렇게 모용진의 손에 쥐어진 무구.
놀랍게도 그것은 검(劍)도 도(刀)도 아닌 창(槍)이었다.
날이 달린 언월도도 아닌 그냥 끝이 뾰족한 평범한 창.
이에 대해 천마는 한 번 더 언성을 높이려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창을 손에 쥐는 순간 풍기는 기세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용진의 얼굴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표정과 여유로운 미소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눈빛과 단단하게 굳은 얼굴만이 있을 뿐.
“내 아쉬움 속에서 희망을 찾지 마라. 어찌 됐든 넌 내 아내를 건드렸고 내 손에 무기를 쥐게 했으니 이제 곧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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