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21
광마전생 (221)
설백.
내가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자 무척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무서운 아내.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 황녀를 이렇게 쉽게 길들일(?) 줄이야.
“누가 물어보면 언니가 어떻게 하라고 했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옳지. 착하다, 착해.”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황녀는 설백을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홍련도 그렇고 황녀도 그렇고, 하룻밤의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지…….
다음 날만 되면 사람을 저리 바꿔 놓으니.
신기한 일이었지만 솔직히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그녀에게 그렇게 끌렸고 얼떨결에 혼인까지 맺고 있었으니까.
설백은 외모만큼이나 내적으로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
우리는 해가 뜨자마자 서녕을 떠났다.
다음 목표는 감숙에 위치한 난주.
원래라면 난주에서 곧장 섬서에 위치한 화산으로 이동해 황하강을 타고 빠르게 산동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황녀를 태원에 데려다줘야 했기에 곧장 태원을 향하는 육로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이동하자 설백의 곁에서 걷던 황녀는 다시 내 품으로 이동해 있었다.
황녀인 그녀는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해 본 적이 없을 테니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런 그녀가 지금 기댈 수 있는 인물은 나와 설백뿐이었다.
“잘 자네.”
“그러게.”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귀여운 딸 하나 낳아서 같이 기르고 있겠지?”
“컥…….”
예상치도 못한 설백의 말에 놀라 내가 헛기침을 하자 설백이 도끼눈을 치켜뜨며 나를 쳐다봤다.
“왜? 내가 후계를 낳아 주겠다는데, 싫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아이라니,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내 성격상 그리고 무림인이라는 이유로 내겐 항상 적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단 한 번도 가정을 이룬다는 것 자체를 꿈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을까? 내가 해야 할 일이 워낙에 많아서 말이야. 아직 복수는 시작도 하지 못했고…….”
“걱정 마. 내가 있으니까.”
나는 그녀가 알아서 육아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해빙궁의 대장군이자 공주인 이 설백 님이 흑천파에 있으니까. 가가의 계획도 그 복수라는 것도 금세 이룰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황녀를 품에 안은 채 설백과 잡담을 하며 고개를 넘는 그때, 수풀을 헤치며 두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어젯밤 정보 조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홍련과 흑련이었다.
“사문방과 독약전 그리고 흑룡파가 이미 무너졌다?”
“예. 아무래도 부군사는 흑도들을 모조리 정리할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럼…… 남은 것은 시귀와 흑천뿐일 것인데……. 흑천에 붙잡혔다라…….”
홍련의 보고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흑천이 성아를 어떻게 붙잡았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성아는 지금 화경의 극에 달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는 고수였다.
아무리 도원영이 강하다고 해도 그녀에겐 한 수 접어 줄 수준일 게 분명했고 그녀가 거닐고 있는 은월령의 사자들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만일 흑천과 부딪쳐 성아가 패배했다면 그녀는 죽었으면 죽었지 이렇게 쉽게 붙잡힐 위인이 아니었다.
도저히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내 생각은 절로 시귀 독진에게로 향했다.
별호와 이름으로 봐서는 독을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진법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나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흑도들에 대해 꼼꼼히 조사했고 그중 가장 눈에 가는 이가 바로 시귀 독진이었다.
무공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데도 무리를 이루지 않고 단신으로 흑도를 대표하는 인물에 이름을 올린 자.
그만큼 그의 진법은 일류의 것이라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성아는 지금 진법에 잡혀 있나 보군.”
“진법 말씀이십니까?”
“유미옥은 후환을 모조리 없애고 싶었겠지. 하지만 시귀 독진이 진법에 능한 자임을 모르고 무턱대고 그를 상대하다가 통째로 진법에 이끌려 들어간 모양이군…….”
“시귀 독진이 진법에 능한 자였다니……. 흑제 님께서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별거 아냐. 녹림에 박혀 딱히 할 것도 없던 시절에 조사했던 거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음……. 내가 직접 내려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는걸?”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령주님을 구출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아니, 구해야지. 하지만 내가 직접 내려가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이야.”
나는 흑련과 홍련에게 좀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홍련은 지금 곧바로 절강으로 내려가 적의 동태를 살펴봐. 많은 인원이 독진의 진법에 갇혀 있을 테니 그 진법의 크기가 꽤 클 거야. 그리고 흑련은 곧장 하북으로 가서 그녀를 데리고 절강으로 내려가 홍련과 합류하도록. 홍련은 흑련과 합류할 때까진 절대 먼저 그들을 공격하거나 진법에 접근해서는 안 돼. 동태만 살펴보는 거야.”
“그런데 그녀라고 하시면……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누구냐니? 우리 흑천파에 진법에 빠삭한 사람이라면 제갈영 한 사람밖에 없지 않아?”
제갈영은 현재 흑천파의 군사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그 전에 그녀의 직업은 바로 학관의 관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것도 진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선생.
어쩌면 제갈영이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곳에 너희들이 가면 은월령의 모든 실력자들이 모이게 되고 그렇다면 절대 무력으로 흑천 따위에 밀리는 일은 없을 거야. 마음 같아선 내가 가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너흰 어떻게 생각하나?”
“흑제 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녀들의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들도 이번 일에 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내가 지금 직접 내려가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사, 그럼 저는 하북으로 가 군사님을 모시고 내려가겠습니다.”
“저는 곧장 절강으로 내려가 상황을 살피겠습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인 둘은 동시에 양쪽으로 갈라져 사라졌고 나는 그녀들이 떠난 곳을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그냥 내가 직접 갈 수만 있었더라면……이라고 생각했어.”
“최선을 선택한 거잖아. 그녀들을 믿어 줘. 내가 보기에 저 두 사람은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니까.”
설백의 말대로 그녀들은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그리 개운하지 못했다.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으면 싶기도 했다.
“황녀도 데려다줘야 하는데 넌 하남에도 들러야 하잖아.”
“하남……? 아…….”
워낙 많은 일이 있어 깜빡 잊고 있었는데 나는 가는 길에 무림맹에도 들러야 했다.
기록관에 들러 그곳에 숨겨져 있는 정보를 알아내고 기록관을 태워 석산우의 마음을 얻어야만 했으니까.
사실 굳이 석산우의 마음을 얻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굳이 그게 아니어도 기록관에 볼일이 있었다.
그곳엔 천기린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을 것이고 그럼 신검 천일의 행방도 알 수 있을 테니까.
그 외에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더 좋고.
이렇게 생각해 보니 고작 몸 두 개로는 부족한 것 같군.
한 세 개는 더 필요하겠어.
“아주 일복이 터졌구만…….”
* * *
모용진이 청해에서 감숙 그리고 녕하, 섬서를 넘어 산서에 도착했을 땐 무려 오 일이나 지난 후였다.
원래라면 사흘 안에 산서에 도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황녀가 있었기에 절로 그 진행이 느려진 것이었다.
산서에 도착하자마자 모용진이 가장 먼저 받아 든 것은 당철삼과 흑련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당철삼에게서 온 서신은 하북에 잘 도착했으며 제갈영에게 배분받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가꾸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흑련에게서 온 서신은 제갈영과 함께 절강으로 내려간다는 보고였다.
곤히 자고 있는 황녀를 등에 업은 채 서신을 모두 읽어 내려간 모용진은 간단하게 답신을 보내고는 곧장 태원을 향했다.
하지만 그가 태원을 향한다고 해서 모두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모용진은 곤륜에 곧바로 하북으로 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으라고 했고 설백 역시 같이 보내려고 했으나 그녀는 이를 거절하며 모용진을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태원을 향하게 된 것은 모용진과 설백 그리고 황녀 셋뿐.
진유혼은 곤륜의 무사 몇몇을 호위로 보내려 했지만 모용진은 괜찮다고 사양했다.
그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눈에 띄어 봤자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셋이서만 도착한 태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모용진은 피식 웃었다.
“오랜만이네. 여전히 여기 사람들은 바쁘구만. 뭐가 저리 할 일이 많은 것인지…….”
“음? 가가도 여기에 살았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옛날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들렀던 곳이거든. 혈교니 뭐니 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딱히 이곳에서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 항상 여기 올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곤 했으니.”
“괜히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말고,”
“옙.”
모용진은 황녀에게 원래 있던 곳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넓은 태원 전체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에 모용진은 우선 근처의 정보상을 향하려 했는데, 그때 문득 거리에 걸린 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용모파기와 여목공주(麗目公主)라는 글자.
그곳에는 황녀를 찾는 방이 내걸려 있었고 관련된 정보를 알려 주거나 황녀를 찾아올 시 큰 사례를 하겠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거기다가 큼직하게 찍혀 있는 황실의 직인까지.
“역시 황녀가 실종되었는데 찾지 않을 리가 없지. 다행이네.”
“그러게. 정말 다행이다.”
황녀를 찾는 방이 걸려 있음을 보고 모용진과 설백은 저도 모르게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마음 한편엔 혹시 황궁에서 그녀를 내친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용진의 등에 업힌 황녀는 어느새 다시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가까운 관아로 오라……. 이제 가까운 관아만 찾아가면 그만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직접 데려다주기엔 조금 그렇지?”
“혹시 모르는 일이니 조심하는 편이 좋겠지.”
“그럼 관아가 어딘지 확실하게 알아 두고 그 근처에서 보내 줘야 하려나.”
생각 외로 손쉽게 풀려 가는 상황.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관아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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