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177
7화 천하 통일을 위한 사전 포석
바둑을 둘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포석(布石)이다. 집을 많이 차지하도록 맥점에 돌을 깔아 놓는 것을 말한다. 이를 세상사에 차용하자면, 앞날을 위해 미리 손을 쓰는 행위다.
“이끼, 진척 상황은?”
“예, 형님. 지금까지 총 5개 증권사와 쇼당 중입니다.”
“쇼당?”
“네, 형님. 쇼당.”
“무슨 국적 없는 소리야? 화투 치냐?”
“형님, 무슨 꼰대 같은 소릴 하십니까?”
“…….”
한순간 꼰대가 된 공사홍.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거 일본말 そうだん(소우단: 상담)에서 왔다는 설도 있지만요. 실제는 영어 쇼다운(Showdown)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요. 제가 요즘 뒤늦게 열공 중이죠. 히히히.”
별 시답잖은… 의문의 1패다.
“됐고, 이건 회장님 특명이다. 실수하면 안 돼.”
“명심하고 있습니다, 형님. 그런데…….”
“뭐?”
“제가 워낙 몰라서 얘들에게 무작정 시키고는 있는데, 옵션 거래가 도대체 뭡니까?”
흠… 경험이 없는 이끼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할지, 공사홍은 고민이 되었다. 단번에 개념을 알려 주기에는 너무 복잡한 거래가 옵션이기 때문이었다.
“이끼야, 하긴 그렇다. 전면에서 일을 진행하는 네가 모르면 안 되지. 아주 쉽게 설명하마.”
“네, 형님.”
“우선 옵션이 뭘까? 듣기는 흔하게 듣는데 막상 이해를 하려면 어렵고 무지 헷갈리는 거래 방식이다. 그렇지?”
“네, 도통 모르겠습니다.”
“그래, 옵션(Option)은 ‘권리’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권리요?”
“응, 미리 정해진 조건과 일정한 기간을 설정한 뒤 상품이나 유가증권 등을 사고파는 권리… 선물, 스왑, 옵션으로 분류되는 일종의 금융 파생 상품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
“조금 더 들어가면 옵션은 살 수 있는 콜(Call) 옵션과 팔 수 있는 풋(Put) 옵션으로 나뉜다. 또 더 깊이 들어가면 콜 옵션도 매수가 있고 매도도 있다. 풋 옵션 역시 매수와 매도가 있다.”
“아이고! 머리 복잡해.”
이끼 다다시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평생 부동산 쪽 일만 해 온 이끼다. 복잡한 금융 용어가 나오자 뇌가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굳이 더 깊이 알 필요 없다. 나중에 ‘주가 지수가 오를 것이다’에 투자하면 콜 옵션, ‘주가 지수가 떨어질 것이다’에 투자하면 풋 옵션. 이것만 기억해라.”
“아! 상승하면 콜 옵션, 하락하면 풋 옵션이란 말이죠?”
“그래, 거기에도 복잡한 수 싸움이 필요하지만, 일단 그렇게 정의하면 된다.”
그래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
“그렇다면 회장님은 ‘일본 주가 지수가 박살 난다’에 배팅하는 거네요?”
“빙고! 거기에만 집중해라. 나머지는 뉴욕의 전략 팀에서 다 알아서 할 거다.”
“그런데 형님, 배팅하는 돈이 너무 엄청납니다. 만약 일본의 모든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는다면 한쪽은 무조건 뒤집니다.”
“응, 우리가 죽든가… 아니면 열도가 가라앉든가… 둘 중 하나겠지.”
“……!”
살벌한 이야기다.
한 나라를 통째로 박살 낼 수도, 아니면 세계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회장님도 휘청거릴 수도 있는 승부 아닌가?
이끼 다다시는 참지 못하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자그마치 12년이 걸리는 거래, 그러니까 12년 후를 예측하는 거래… 이해가 안 됩니다. 이런 도깨비 같은 거래를 도대체 왜 하는 겁니까?”
지금까지 조곤조곤 알아듣게 설명하던 공사홍의 이맛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끼는 공사홍을 너무 잘 안다. 저건 위험 신호였다.
“이끼야, 불쌍한 이끼 다다시. 네 옆에 그나마 형이 있어서 다행이다.”
“예……?”
“이 새끼, 딱 10년 전 너를 찾았을 때 생각해 봤냐? 그 쥐구멍 같은 부동산 사무실, 말라비틀어진 컵라면 껍데기… 형은 잊혀지지 않는다.”
“에이, 왜 또 옛날 흑역사를 들추고 그러십니까?”
“너, 지금 도쿄 아키하바라에 떡하니 빌딩 사서 갓물주 됐어. 페라리를 타고 다니고, 집도 대저택에… 응? 주위에서 다들 사장님 사장님 하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이제 공사홍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자, 이끼 다다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이 형님, 온화한 인상과 달리 진짜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린다. 게이오 대학에서 같이 럭비부를 할 때 정말 무수히 두들겨 맞은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다.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회장님이 결심하고 지시하면 그대로 따른다. 그런데 너는 생각을 하는구나. 이끼야, 이 불쌍한 이끼야. 너를 어찌하랴? 응?”
“죄, 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그래, 정답을 알고 있네. 그저 따르면 되는 거야. 그 돌대가리 이리저리 굴리지 말고, 알았냐? 이끼야!”
“넵,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회장님이 어떤 것을 노리고 이렇게 일찍부터 포석을 까는지 형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아. 그게 회장님과 우리의 차이다. 그분은 생각을, 우리는 행동을… 12년이 아니라 100년 후의 결과도 오직 회장님이 결정하는 거다.”
“넵, 제,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지금 누리는 부귀영화, 다 회장님이 주신 거다. 너 스스로 얻은 건 이 형과의 인연으로 회장님 울타리에 들어왔다는 거… 그나마 네가 우직한 놈이라 이런저런 실수를 다 눈감고 있다만… 선을 넘지 마라, 다시는!”
이끼 다다시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아니 조금 지렸다. 그만큼 공사홍의 인상은 사나웠다.
‘아이고, 살 떨려. 사홍 형은 저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불독이네. 조심하자, 자나 깨나 불조심.’
* * *
“으음!”
“으으음!”
“거 좀, 따라 하지 마.”
“답답하기는 똑같은 입장이라서…….”
“무슨 의도일까?”
“으으음!”
“거… 제발 신음 소리 그만 내고, 쫌!”
JP모건의 당대 회장 로버트 모건. 그룹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핵심 참모가 저렇게 빌빌거리니, 짜증이 난 것이다.
“노골적으로 정체를 드러내?”
“네. 분명히 K 미르 컴퍼니 캔디 팍입니다.”
“캔디 팍? 하필 이름을 지어도 원 참. 한국 이름 풀 네임이 하송 팍인가?”
“네, 명함 보셨습니까? 버젓이 사탕을 새겨 넣었습니다.”
“또라이군… 어떻든 옵션거래를 요구한다?”
“네. 너무 어이없는 조건으로요.”
“어떤 점이 어이가 없나?”
“첫째, 옵션 청산일이 너무 깁니다.”
“두 번째는?”
“금액이 너무 큽니다.”
“또 있나?”
“우리에게만 제안한 게 아닙니다. 멕쿼리, 리만 브라더스, 베어링, 시티… 뭐 금융사라고 이름 붙은 곳은 다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옵션 거래라… 천하의 마이다스 킴이, 왜?’
이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살 떨리는 거래다. 글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인데… 그 여파가 무서운 거다.
이기면 홀랑 먹겠지만, 지면… 만약에 지면… JP 모건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무조건 파산이다.
그래도 차마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말이 안 되는 겜블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100%… 어쩌면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 줍기와 같은 것이었다.
“이봐.”
“네, 회장님.”
“마이다스 킴이 바본가?”
“천재죠.”
“그러면 갑자기 모친을 잃고 삶에 환멸을 느껴서 자살하려나?”
“너무 나가셨습니다. 이제 갓 31살에 세상을 다 가진 놈이 뭐가 아쉬워서 죽는단 말입니까?”
‘하아… 이런 놈을 전략가라고 스카우트한 내가 병신이지.’
“그래, 마이다스 킴은 공인된 찐 천재야. 그리고 멘탈도 강해. 나이도 젊어. 돈이야… 쩝! 세상에서 제일 많아.”
“그렇죠.”
“그런 놈이 왜 이런 겜블을 걸었을까?”
“제가 알면 여기서 머리 싸매고 있겠습니까? 대책을 보고했겠죠.”
“…….”
“모르니까 회장님께 의견을 청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나가! 이 병신 새끼야.”
의문투성이다.
마이다스 킴은 타고난 승부사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것이라 누구도 상상치 못할 때, 사우디와 오만의 석유 두 달치를 선점했다.
그리고 세븐시스터즈와 목숨을 건 겜블을 벌였다.
그 결과 세븐시스터즈는 다 저승으로 떠났다. 비록 회장 생존 시까지 경영권을 보장받았지만, 마이다스 킴에게 홀랑 잡아먹히고 말았던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
독일이 갑작스러운 통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과감히 배팅했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독일의 국채를 다 사들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움직여 유럽 연합이 본격적으로 창설되도록 압박한 후, 또 더 큰 배팅으로 유럽 중앙은행까지 먹어 버렸다.
유럽을 정복한 것이다.
징기즈 칸처럼 칼을 휘두른 것도 아니고, 히틀러처럼 총을 쏜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돈으로, 엄청난 돈질로 홀랑 삼켰다.
그리고.
최근 JP 모건조차 휘청였던 사건의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 빌어먹을…….
너무 방심했었다.
메리웨더가 지난 10년간 변함없이 경이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었기에 간과했었다. 그가 메리웨더의 실질적인 보스라는 사실을.
그 회사를 기막힌 타이밍에 월가의 악동 조지 소로스에게 팔아 치웠다. 누구도 불곰이 배째라를 시전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는 딱 자기 조국을 살리기 위해 던진 550억 달러를 고스란히 회수한 셈이다.
기막힌 놈이다.
마치 미래를 정확히 읽고 있는 듯, 족집게처럼 예측하고 행동하는 그를 보면서 전율이 일었다. 진짜 무서운 놈이다.
지금 메리웨더는 거의 폐인이 되었다. 연일 은행 감독국과 세무국, 하다못해 FBI 금융 범죄 조사국에 출두하느라 좀비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큭큭큭!
봐라, 저기 소르스 빌딩 꼭대기 층이 캄캄하다.
로버트 모건도 조지 소로스가 자신을 호적수로 삼고 매일 30분 늦게 퇴근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부러 불을 끄고 시간을 체크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소로스 빌딩이 매물로 나왔다.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생 모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한 번 배팅을 잘못한 대가로 소로스는 거지가 되어 버렸다.
막판에 FRB가 나서는 바람에 메리웨더나 조지 소로스 모두 형사소추는 피하겠지만… 이미 명성에 크랙이 간 이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
누구도, 단 1달러도 맡기지 않을 거다. 그럼 금융맨으로서 인생 쫑 난 거지.
하여튼 마이다스 킴의 속셈을 더 파악해야 한다.
자칫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자신이 메리웨더나 소로스 꼴이 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마이다스 킴은 사자의 이빨과 살모사의 독을 동시에 가진 놈이니까.
* * *
그 시간, 시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친구, 오셨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부주석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뭘… 아직 힘도 없는 자리, 덕분에 겨우 숨을 쉬게 되었네.”
“5년 만에 얼굴을 비춘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니, 당시 친구가 아니었다면 오늘 후진타오는 없다고 봐야지. 벌써 제거되었거나, 아니면 어디 시골로 하방되어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을 거야.”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혈색이 좋아 보여 다행입니다.”
둘이 마주 보는 모습이 따뜻하다.
왠지 시혁은 장쩌민이 싫었다. 그래서 처음 만남부터 삐딱선을 타고 대했다.
장쩌민이 먼저 백기를 들고 관계 개선을 하지 않았다면, 원수처럼 미워했을 수도 있었다.
당시 장쩌민은 막 권력을 넘겨받았지만, 천안문 사태의 후유증으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보복이 두려웠다.
그때 미국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특보가 온다는 소식에 맨발로 환영했건만, 시혁은 그런 장쩌민에게 빅엿을 연달아 먹였으니…….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장쩌민과 시혁은 극적으로 화해를 하고 말았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처럼 먼저 배를 보이며 드러눕는 장쩌민을 차마 걷어차지 못했다.
장쩌민은 그런 시혁을 달래기 위해 후진타오를 불러 합석을 시켰고, 그런 관계로 후진타오가 살아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웬일인가? 드문드문 통화는 했지만, 직접 찾아올 정도면 천지개벽할 일이 생기는 모양인데 말일세.”
“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호오! 드디어 내가 자네를 도울 일이 생겼단 말이군.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뭐든 말만 하시게.”
시혁은 후진타오의 온건한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짱깨치고는 은혜를 잊지 않고 보은하려는 자세도… 괜찮은 인물이다.
“부주석님, 주석에 취임할 날이 이제 5년 남았습니다. 그때 중국을 제게 주십시오.”
뜨악한 표정의 후진타오.
아무리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지만 이건… 너무 뜬금없는 말이다.
“주, 주, 중국을 달라고?”
“네. 제가 한중일 삼국을 합친 경제권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때 주석님이 한 팔을 거들어 주셔야겠습니다.”
“한중일 삼국 경제권?”
“네, 저는 천하를 통일하고자 합니다. 지금 유럽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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