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05
5화 워런 바핏의 재등장
“아부, 아부.”
“어이고, 또 쌌어?”
“우리 딸은 똥도 향기로워.”
“미쳐… 빨리 갈아욧!”
“우후훗!”
행복한 가정의 모습.
아빠는 딸의 똥 냄새도 향기롭게 느낀다. 실제 그렇다. 스스로 최면에 빠지는 것이다.
팔짱을 끼고 시혁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엘리.
좋네, 산다는 게 이런 거지.
내 딸이지만 정말 예쁘긴 하다. 세상 어떤 인형도 미리내보다 더 예쁠 수는 없을 거야.
이쁘기만 한가?
저 꼬물이의 아빠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마이다스 킴이다. 엄마는? 전 세계 유태인들의 정신적 지주 로스차일드 가문의 큰딸. 대대로 축척한 재산을 다 합하면, 시혁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 양쪽의 찬란한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아이가 바로 미리내. 금수저? 비교할 수 없지. 다이아수저도 비벼 볼 상대가 아니다.
그야말로 태양을 물고 태어난 아이다.
“시혁 씨.”
“응.”
“고민하지 마.”
“응?”
“그만 가 보라고.”
“…….”
“가정에 충실한 남편… 퇴근하면 같이 장을 보고, 아이랑 놀아 주고, 설거지를 하는 거. 당신에게 바라지 않았어.”
“…….”
“너무 내 눈치 보지 마. 당신만 쳐다보는 눈들이 몇인데 나 혼자 독점하는 거, 그건 사치지. 그래도 미리내 생각해서 살살해. 당신은 이미 정상에 올랐어.”
시혁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저 엘리가 고마울 뿐.
하지만 솔직히 배가 고프다.
지금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시혁에게 정상은… 아직 멀었다.
* * *
이변은 없었다.
빌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다. 원래의 역사처럼 르윈스키와의 염문설도 사전에 차단한 덕분에 스캔들로 번지지 않았다.
클린턴은 재선이 확정되는 순간, 시혁에게 전화를 해 왔다.
[빌입니다.]“아! 프레지던트,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아닙니다. 모두 킴 회장님 덕분입니다.]“하하하, 모두 프레지던트가 잘하셨기 때문이죠. 제가 특별히 도와드린 것도 없지 않습니까?”
[북한의 핵 문제 해결, 종전 선언, 거기다 시베리아 개발까지 연이어 치적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당선된 겁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든 바라는 바가 있으면 연락주십시오.]“그래요, 빌. 좋은 동지가 되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네. 킴 회장님, 세 번 울리기 전에 꼭 전화받겠습니다.]완전히 종속되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시혁과 맞설 생각을 접었다. 그의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고 과실도 절로 생긴다. 괜히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시혁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부시 대통령 부자와는 가족이지만, 당신은 아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울타리에 넣지 않아. 그저 숟가락인 거지.’
숟가락은 밥을 다 먹으면 놓는다. 이걸 계속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다가올 공포의 순간.
그 시기에 부시 주니어를 백악관에 두고 싶지 않았던 시혁이 선택한 방안은 빌 클린턴의 재선.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당신이 공포의 밥이 되어 줘, 빌’
“좋은 아침!”
“네, 회장님.”
대답과 동시에 손목에 낀 호출기로 연락을 하는 김보성 수석비서. 여전히 충성스럽다. 단 한 발도 시혁의 앞에 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회장님 나오셨습니다.
-오케이!
-라저 댓!
인이어로 대답이 돌아왔다. 시혁의 활성화된 청력에 그 소리가 다 들렸지만 모른 척 캄퐁이 잡고 서 있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어디로 모실까요?”
“응, 쌍둥이 빌딩으로 가지.”
“월드 트레이드 센터 말입니까?”
“응, 누굴 좀 만날 일이 있어.”
“따로 수행할 참모는 필요 없습니까?”
“이현 실장만 같이 가는 것으로 하지.”
“모시겠습니다.”
김보성은 회장님과의 대화는 대원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채널을 오픈한다. 이렇게 하면 일일이 지시할 필요가 없다.
이미 회장님이 말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가자는 음성을 다 들었을 터, 한발 앞서 마크의 3선 경호 팀이 출발했을 것이다. 전원 데브그루나 델타포스 출신의 미국인. 뉴욕 지리는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으니 걱정 없다.
시혁과 김보성, 캄퐁이 102층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그림자처럼 캄퐁의 나머지 팀원 8명이 따라붙었다. 종전과 달라진 점은 체첸 전사들이 절반 섞여 있다는 것.
구르카 전사들의 특징은 쿠크리를 이용한 백병전이다. 물론 총기를 다루는 것도 뛰어나지만, 특기는 역시 쿠크리를 앞세운 대인전 아니던가.
여기는 미국이다. 총이 공깃돌보다 더 흔한 곳.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나라. 원거리에서 쏴 대면 쿠크리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 공백을 총을 다루는 귀신, 체첸 전사로 메운 전술이었다.
로비를 나서자 바로 앞에 롤스로이스 팬텀 Ⅵ 6세대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현 실장이 차 문을 열고 시혁을 맞이했다.
팬텀의 전면부, 판테온 신전을 형상화했다는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 그 보닛 위에 붙어 있는 환희의 여신상과 길쭉한 차체. 거의 미니버스만큼 높고 크다.
몇 년 후에 현대적으로 페이스 리프트한 7세대 팬텀이 나오기 전까지 22년이나 생산되었던 고풍스러운 차다. 시혁은 롤스로이스 팬텀을 방탄으로 5대나 특별 주문했었다.
시혁과 공사홍, 박하송, 이현까지 외출할 때는 각기 자신의 팬텀을 탄다. 마지막 한 대는 엘리와 미리내용이다. 그 정도는 이제 사치가 아닌 것이다.
시혁과 이현이 뒷자리에 탑승하자 선두 차량과 후미의 경호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쉐보레 서버번과 막 선을 보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였다. 차체가 워낙 단단해서 경호에는 딱 맞춤 차량이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어떤 분을 만나려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 사전에 말 안 해서 미안. 경호 때문이라면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영감님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모른다. 경호의 기본은 끊임없는 의심이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그 순간 당한다. 아무리 영감이라도 방아쇠는 당길 수 있으니까. 김보성이 조수석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회장님 목적지는 다 들었겠지만 월드 트레이드 센터, 맨해튼 다운타운 중심부로 진입하면서 트래픽이 심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라저 댓.
-카피 댓.
-마크 선발대, 도착.
이미 시혁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다.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혁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1WTC 로비로 들어서자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길을 내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감히 당신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듯.
몇 발 앞서 캄퐁이 엘리베이터를 누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봐도 구르카 전사들은 귀신처럼 움직인다. 그들에게 시혁은 신이었다.
네팔의 척박한 환경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영국이나 프랑스의 용병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구르카족. 고산지대에서 뛰고 자라서 선천적으로 높은 폐활량을 가지고 있는 신체는 쉬이 지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 중 한 명만 용병으로 취업하면 마을 잔치를 열 정도라 자연스럽게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극히 일부만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국과 프랑스 외인부대에 취업한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영국군과 잘 융화되지 못했다. 어렵게 취업을 했으면 참아야 함에도 항명을 하거나 지휘관을 폭행하는 일들이 잦았다. 그러면 이들은 즉시 군 형무소에 갇혀 형기를 마친 후 바로 추방되는 혹독한 처벌을 받아야 했었다.
윌슨은 이들의 습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힘든 훈련은 다 참을 수 있으나,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리면 폭발한다는 사실도.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고?
누가 그래?
따져 보면 그들만큼 야만적인 족속도 드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졌던 나라다.
노예 밀무역으로 떼돈을 쓸어 담은 나라다.
상아 때문에 인도를 먹어 치우고, 아편으로 청나라를 물들인 후 홍콩을 삼킨 나라다.
자기들 맘대로 그어 놓은 국경선 때문에 오늘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로 죽이는 전쟁을 하도록 만든 원흉이다.
점잖은 척하는 그들의 속성 역시… 섬나라 아닌가?
또 내심으로는 인종차별 짱인 나라가 영국이다.
비록 자국민으로 받아들인 흑인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차별할 수 없지만, 용병으로 고용해 월급을 지급하는 네팔의 구르카족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건 용인되는 희한한 문화가 영국군에 만연했던 것이다.
윌슨은 군 형무소에 구금되어 있는 구르카족들의 보석금을 지급하고 석방시켰다. 처음 석방되었을 때 영혼 없는 절망의 눈동자를 보였던 그들은… 완벽한 시혁의 그림자가 되었다.
지금은 모두 부자다. 고향에 집 안 사 준 이가 없었고, 은행 잔고에 몇억 없는 이도 없었다. 절망의 눈동자는 이제 반짝이는 희망의 빛으로 가득했다.
그런 구르카에게 시혁은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켜야 하는 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마워, 캄퐁.”
“아입니더, 회장님.”
“지금도 사귀고 있나?”
“…예, 흐흐흐.”
“언제 결혼할 거야?”
“가스나가 잘 안 넘어오네예, 콧대가 높아서.”
“하하하, 그래도 잘 어울려. 언제 밥이나 같이 먹자.”
“…넵, 영광입니더, 회장님.”
캄퐁은 한국에 있을 때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아름아름 찾은 한국어 선생님이… 하필이면 갓 서울로 상경한 마산 토박이 여대생.
사투리까지 그대로 배운 캄퐁과 한국어 선생님은 티격태격하면서 10년을 사귀는 중이다. 싫다면 캄퐁을 따라 뉴욕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시혁은 캄퐁이 결혼을 한다면 야무지게 챙겨 줄 생각이었다. 10년 세월 변함없이 김보성과 함께 곁을 지킨 충직한 사람이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 중 1WTC 110층, 꼭대기 층이다.
왜 이곳에서 보자고 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시오, 마이다스 킴.”
“차로 10분 거리도 안 되는 곳이고 슬슬 걸어오면 저희 빌딩인데, 여기에 뭔가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모양이죠?”
“…여기가 더 높지 않소?”
오기를 부리는 영감.
이렇게라도 자존심을 챙겨 보겠다는 고약한 영감이다.
“그렇다고 워런 바핏 회장님 소유는 아니죠. 남의 빌딩이 더 높아 본들… 훗! 커피 맛은 어떤지 한번 볼까요?”
“…….”
부시를 만나기 직전 워싱턴에서 조우했던 워런 바핏. 당시 시혁이 먼저 엔바디아를 인수해 버리자, 스스로 시혁을 찾아왔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광장 앞의 핫도그 가게 벤치에서 둘은 만났고, 그의 요청으로 인근의 레스토랑으로 옮겨 비수가 가득 찬 대화를 했었다.
시혁은 워런 바핏과의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당신은 위대한 투자자입니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투자자가 훌륭한 사람과 동일시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당신의 행위는 시쳇말로 양아치나 다름없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나도 합니다. 그러나 대가는 정확해야 합니다. 당신의 방식이 투자자의 덕목일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악마예요.
-말을 가리는 게 좋을 거야, 애송이.
-아뇨, 당신을 만나기 전에 늘 궁금했어요. 이제 의문이 해소되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비슷한 길을 가지만… 우리는 동지가 아닙니다. 워런 바핏 회장.
-허허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몇 있었다. 그런데 다들 지금 뭐 하는지 아나?
-굳이 알아야 합니까?
-나도 궁금해. 그들이 뭐 하고 사는지. 하나같이 패가망신했거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시혁은 웨이터를 불러 계산서를 요청했다. 그리고 계산서 위에 자기가 먹은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값을 정확히 올려놓았다.
동전의 짤랑거리는 소리가 이질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 위에 100달러 지폐 한 장을 더 놓으며.
-이건 팁입니다. 타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러셨더군요. 100달러 팁을 거침없이 주는 멍청이는 돈을 벌 자격이 없다고.
-…….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이 멍청이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오늘 잘못 왔군.
-네, 차라리 구름 속에 그냥 계셨으면 좋았을 것을, 저도 안타깝습니다. 이 순간부터 회장님은 저의 적입니다.
맞다. 시혁에게 워런 바핏은 적이었다. 나오는 말이 고울 수 없는 까닭이다.
“그때의 멍청이가 여기까지 올 줄 상상도 못 하셨죠?”
“흐음… 인정하네, 내가 너무 성급했네.”
“아뇨, 당신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당신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미르 빌딩으로 방문해 주셨다면 당신의 진심을 조금은 믿겠지만…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
“제가 많이 까칠합니다. 쉽게 가시죠. 왜 찾아오셨습니까? 오마하의 현자, 워런 바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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