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06
6화 속고 속이고
“이봐, 마이다스 킴. 우리는 프로 아닌가? 너무 그렇게 아마추어처럼 날 세우지 마시게.”
“바핏 회장님, 저는 말이죠. 아무것도 없는 대학교 1학년 때도 당시 한국 굴지의 재벌이었던 삼송 회장을 향해 적의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발톱을 감추는 게 맞을 수 있지만 저는 성격상 그렇게 못 합니다.”
“…….”
“당신은 엔바디아를 향해 온갖 공작을 다 했어요. 그들의 은행 대출을 막고, 그들이 임대하고 있던 건물까지 매입해서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겨우 백만 달러에 먹기 위해서 말입니다.”
“…….”
“저는 엔바디아에 3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것도 대표이사 젠슨 홍과 부사장 둘의 지분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요. 지금 엔바디아의 전체 시총이… 대충 3천억 달러를 넘었군요.”
“자랑, 그만하시게. 충분히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뇨, 당신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겁니다. 왜 뼈아프게 생각합니까? 아직도 그걸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게 아니라 아깝다고만 보는 거죠. 아닌가요?”
“…좋아,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니 다 수긍하지.”
그제서야 시혁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맛을 봤다.
“별로네요, 커피.”
“내가 부탁이 있어서 왔네, 마이다스 킴.”
“부탁이라… 우리가 그만큼 친한가요?”
“거래라고 수정하지.”
“오! 그렇다면 경청하겠습니다, 거래니까.”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었다.
시혁의 말대로 되고 말았다. 워런 바핏은 치욕감에 몸을 떨었지만… 이미 균형추는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오늘 딜을 성공시켜야 한다. 더불어 이 꽉 막힌 궁금증, 이놈만이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다.
“5자 회담은 잘 봤네. 과연 황제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딜이었어.”
“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극동 시베리아 개발 건 말일세. 도저히 이해가 안 되거든?”
“뭐가 그리 궁금합니까? 이면에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 문제는 사람이지. 겨우 몇백 만, 아니 천만이라고 해도 극동지역에 뿌리면 보이지도 않을 거야. 턱도 없거든.”
“중국의 동북 삼성 인구가 대거 유입될 겁니다. 발표 보셨잖아요?”
여기서 바핏은 고개를 저었다.
“이봐, 내가 아무리 감이 떨어졌다고 해도 오마하의 현자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중국도 동북 삼성을 소멸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 대충 10%? 그 이상은 막을 거야.”
“…….”
“동북 삼성의 전체 인구가 1억 명 정도, 그중 10%면 천만 명, 극동 지역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그 열 배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네.”
“글쎄요?”
“허허허. 나를 너무 물로 보는군. 북한에서 100만 명의 군대를 용병으로 쓰기로 했지? 겨우 천만 명을 통제하기 위해서 100만 명의 군인이 필요하다고? 소가 웃을 일이야.”
시혁도 일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영감탱이, 어디까지 알고 온 것인지 조목조목 파고드는 모양새가 만만치 않았다.
“탐색전은 됐고, 이제 본론을 말씀하시죠. 커피도 맛 없는데.”
“일본 총리 전화를 받았네.”
“그래서요?”
“자기 재산, 물론 대부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는 걸 달러로 좀 바꿔 달라고 부탁하더군.”
아무리 총리의 재산이 많다 해도 고작 환전 수준일 것이다. 워런 바핏이 움직일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내가 왜 여기서 보자고 했겠나?”
“자꾸 퍼즐 맞추기를 하자면 저는 일어날 겁니다.”
“허허허, 알았어, 시원하게 말해 주지.”
“그러시던가.”
“일본 총리는 도쿄 구 도심에 엄청난 지분을 가지고 있어. 그걸 몽땅 팔려고 내놨지. 총리는 이를 담보로 미국 부동산을 사 달라고 하더군, 내 보증으로 대출을 일으켜서.”
“여기였군요, 총리가 사 달라는 그 부동산이.”
“그래, 여기일세, 그 부동산.”
이건 좀 많이 놀랐다.
쌍둥이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뉴욕 뉴저지 항만청이 주인이다.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공항과 항만 시설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이다.
이걸 산다고?
일본 총리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최소한 50억 달러 이상은 줘야 살 수 있을 것이다.
가만, 가만……!
시혁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둘 다 병신 만들기 딱 좋은 기회다.’
우선 이 너구리 같은 영감의 속내를 좀 더 깊이 알아야 한다.
“그런 기밀 사항을 저에게 털어놓는 이유는 뭡니까?”
“일본인가?”
“……!”
벌써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말? 물론 워런 바핏 정도면 거미줄 같은 정보망이 있겠지만… 너무 빠르다.
설마 총리가 토설했을 리 만무한 일. 자기 나라가 물속에 잠긴다 고백하면 바핏이 거래에 응할까? 죽어도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바핏의 감이다. 놀라운 촉이다.
“맞구먼.”
“노코멘트! 알아서 상상하십시오.”
“혹시… 후지산이 터지나?”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맞았군, 놀라워.”
제기랄, 이 영감 오늘 날 잡았구나.
“언제 시작될까?”
“내놔 보세요.”
“…….”
“딜을 그렇게 합니까? 지금까지 너무 어리숙한 상대들만 만났나 봐요?”
너구리에게는 더 느긋하게 해 줘야 한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너구리가 여유만만한 동물, 느린 동물로 생각하는데… 천만에 너구리는 의외로 참을성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함정에 더 잘 걸린다.
“이건 대충 알고 들어가면 개털리는 판입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없을 경우, 제 입은 안 열려요. 바핏.”
“허허허, 잘 안 걸려드네.”
“워낙 큰 겜블이라서 말입니다. 제 카드를 보려면 먼저 판돈을 올려놔 보세요. 그걸 봐야 받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망설인다.
시혁이 가진 패가 궁금해 죽겠지만… 이놈과 겜블로 붙었던 놈들, 다 북망산천을 헤메고 있거나 먹혀서 영혼이 없는 노예가 되지 않았던가.
잠시 머뭇거리던 워런 바핏, 결심한 듯 입이 열렸다.
“내 전 재산의 절반을 극동에 박아 주지.”
“90%.”
“너무 많아, 나도 노후를 보낼 비상금은 남겨 둬야지. 60%로 하세.”
“80%.”
“절충선이 나온 것 같군, 그 중간 70% 어떤가?”
시혁이 먼저 손을 내밀고, 바핏은 그 손을 잡았다. 일시지만 동맹이 성사되었다.
“일본은 2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제 20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이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는 시점은?”
“앞으로 11개월 후, 전조 증상이 시작될 겁니다. 그때는 정부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겠죠.”
“흠… 11개월이 남았다. 그 이후부터 일본은 대혼란에 빠지겠네? 자네는 그 혼란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할 거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 일본은 시베리아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런가?”
“네, 앞으로 11개월 후면 선택해야 합니다. 어차피 일본 사회는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아무도 정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시 9개월이 흐르면 열도는 아틀란티스처럼 영원히 물속으로 잠깁니다.”
바핏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일본에 투자해 둔 지분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엔화가 아니라 달러나 미국 국채, 또는 골드로 받아야 한다.
“총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겠군. 쌍둥이 빌딩을 사 줘야겠어.”
“50억 달러 보증을 서야 하는데, 일본의 부동산을 떠안을 생각입니까?”
“아니, 킴 회장이 그러지 않았소? 11개월의 시간이 남았다고. 나는 그동안 총리의 구 도심 부동산을 담보로 파생 상품을 만들어 월가에 팔면 되네.”
이 지독한 영감, 한 푼도 손해 볼 생각이 없다.
그런데, 당신 모르지?
11개월이 되기 전에 먼저 터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오늘 계약에 대해서 문서로 남기고 싶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좋지. 나도 킴 회장이 말한 시점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필요한 참일세.”
-워런 바핏은 전 재산의 70%를 극동 시베리아에 투자한다.
-일본열도가 계약일로부터 11개월 후 후지산의 분화를 시작으로 20개월 안에 침몰한다는 사실을 마이다스 킴이 보증한다.
이게 전부다.
그러나 여기 서명한 두 사람의 이름을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건 계약서라기보다 두 사람의 명예를 건 서약서와 다름없었다.
12월 뉴욕의 날씨는 추웠다. 워낙 변덕스러운 것이 뉴욕 날씨다. 한겨울에도 훈풍이 부는가 하면 오늘처럼 영하 15도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시혁은 먼저 빌딩을 나섰다.
그의 눈에 쌍둥이 빌딩이 들어왔다. 한눈에 담기에 힘들 정도로 높고 거대한 빌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마천루.
그 웅장한 빌딩 위로 뉴욕의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크리스마스네. 왜 이렇게 성탄 캐롤이 서글프게 들릴까?’
* * *
[총리, 내가 보증을 섰어요. 50억 달러입니다. 쌍둥이 빌딩은 이제 당신 거요.]“감사합니다, 바핏 회장. 나도 약속대로 당신이 일본에 투자한 모든 자산, 미국 국채로 바꿔 주리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혹시 급히 집이 필요하다면 그건 서비스로 하나 사 드릴 수 있습니다.]“아닙니다. 아들 둘이 미국에서 유학 중이오. 그 아이들 명의로 집은 마련해 두었습니다.”
총리는 대답을 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살 집을 사 주겠다고……? 이건 일본에게 닥칠 재앙을 모른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왜 미국에 살 집이 급하게 필요할까?
“바핏 회장님, 당신… 알고 있었습니까?”
[허허허, 이상하게 늙을수록 귀가 밝아집니다. 그래선지 듣는 이야기도 많아져요. 앞으로 11개월 남았죠?]“…그럼에도 거래를 수락한 이유가… 뭡니까?”
[총리의 도쿄 구 도심 지분을 파생 상품으로 만들어 월가에 뿌리면 단 하루 만에 완판할 수 있습니다. 그 준비 기간이 딱 11개월 정도 걸리더군요.]“헉! 후지산이 분화하는 시기까지 알고 있었단 말이오?”
[네, 총리께서 아는 만큼은 나도 알지요. 하여튼 11개월만 버텨 주면 저는 손해가 없습니다. 월가의 몇 개 은행이 상처를 많이 입겠지만.]“만약, 11개월이 채 되기 전에 터지면?”
[그것도 걱정 없어요. 백 퍼센트 물어 줄 것을 담보한 사람이 있으니.]전화를 끊고 총리는 약간 찝찝했으나 다 잊기로 했다. 일단 자신은 살아남게 되었으니… 된 거지.
1억 2천만 명의 일본인이 이주할 땅? 꿈 같은 소리다. 어떤 나라가 받아 줄까?
내각 조사실장이 죽을 힘을 내서 은밀히 동남아 국가들과 호주 같은 땅 넓은 나라를 상대로 간을 보는 모양인데… 턱도 없다는 걸 자신이 더 잘 안다.
모르겠다. 나는 살았으니까.
“됐어.”
“여보,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어요.”
“입 닥치라고 했어, 안 했어?”
“왜 이렇게 무리하는 거예요?”
“아이고, 이 여편네야.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고.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 집안 대대로 풍족하게 살 수 있어.”
“그래도 구 도심이 개발되면 그까짓 뉴욕 빌딩보다 훨씬 더 많이 손에 쥘 텐데, 하필 이럴 때 모리 국토부 대신은 장기 출장을 가고 난리인지… 아휴! 나는 모르겠어요.”
일본의 총리대신은 지난 몇 달간 은밀하게 전문가를 시켜 나가노 교수의 보고서를 검증시켰다. 후지산이라는 사실은 감춘 채.
결과는… 나가노 교수가 맞았다.
후지산은 무조건 폭발한다. 그 밑에 겹겹이 쌓인 판들과 사가미 해곡, 난카이 해곡까지 한꺼번에… 300년 동안 웅축한 힘을 토해 낼 것이다.
마그마는 부글부글 끓어오른 용암을 지상으로 토해 내고, 화산재는 일본 전역을 덮게 된다. 문제는 북서쪽의 유라시아판, 북동쪽의 북아메리카판, 남서쪽의 필리핀판, 남동쪽의 태평양판들이 후지산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
끝장이다.
이 불의 고리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일본 땅은 견디지 못한다.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떻든 소멸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무슨 도쿄 구 도심 부동산이 필요하다고…….
총리는 미국 순방길에 올려다보았던 쌍둥이 빌딩의 모습을 떠올렸다.
‘흐흐흐, 아무리 일본이라는 나라가 없어져도 이 정도 자산을 가진 나를, 미국 정부가 거부할 이유가 없지. 남은 생은 미국인으로 살면 되는 거야.’
항상, 꿈은 꿀 때 행복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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