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
결혼적령기 무림교관
글———–독고솔로
서장 (序章)
따뜻한 날이었다.
취걸개는 언제나처럼 식당 담벼락 아래 자리 잡았다.
이 자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절묘하게 비켜 드는 햇빛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자리인 탓이다.
“어이쿠.”
오늘도 마찬가지다.
해가 중천에 걸리자, 머리는 그늘에, 다리는 햇볕에 걸린다.
지저분한 수염을 쓸어 넘기며 취걸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고 푸른 가운데, 솔개 한 마리가 유유히 비상하고 있었다.
“좋은 날씨로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딱 한 가지.
그의 앞에 놓인 바가지가 텅 빈 점만 빼면.
‘자리를 다시 잡아야 하나?’
고민을 할 때였다.
떨그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가지가 흔들렸다.
시선을 내리자 안에는 누렇게 번쩍이는 황금괴가 놓여 있었다.
“개방의 장로 취걸개. 맞소?”
고개를 들어 보자, 역광 아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나이는 채 약관(이십 세)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몸에서 풍기는 기세는 나이답지 않게 묵직하다.
취걸개가 대답했다.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제대로 찾은 것이 맞는군.”
취걸개는 입맛을 다셨다.
“꼴을 보아하니, 거지가 아니라 의원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오?”
“괜찮소. 내 피가 아니니까.”
피칠갑을 한 사내는 말했다.
아무래도 쉽게 빠져나가기는 어렵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궁금증이 도졌다.
“나를 찾는 이유가 무엇이오?”
“의뢰를 하고 싶어서.”
“살수를 찾으려면 흑시(黑市:암거래시장)에 가셔야지.”
“누굴 죽일 것이면 굳이 다른 사람 손을 빌릴 필요가 없소. 내가 움직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니까.”
이 자는 진심이다.
취걸개는 조금 곤란해졌다.
‘어쩐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은데.’
냅다 장법을 갈기고 튀어볼까?
‘내키지 않는다.’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자를 건들지 말라고.
개방의 절기인 항룡십팔장조차 이 자의 발길을 잠시도 잡아두지 못할 것이라는 직감이었다.
결국 취걸개는 이야기나 들어볼 셈으로 물었다.
“어떤 의뢰요?”
“새 신분을 만들고 싶다.”
“가짜 신분을 만들 것이면 굳이 개방이 아니라도, 좋을 텐데.”
“보통의 신분으로는 곤란해. 무림맹 신무학관에 교관으로 취직할 수 있어야 하거든.”
“지금 개방의 장로인 나에게 무림맹을 배신하라는 말이요?”
“배신이 아니라, 나를 추천해달라는 뜻이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군.”
“또 다른 조건도 있소.”
사내의 말이 이어졌다.
“출신은 너무 눈에 띄어서는 안 돼. 그래도 이왕이면 실제로 존재하는 문파 출신이면 좋겠군.”
“문파는 정사 중간이면 좋겠어. 정파는 답답하고, 사파는 질색이거든.”
“무공실력은 적당히 일류 정도로. 특출나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아.”
“가장 중요한 점은….”
서늘한 기세에 취걸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이는 꼭 스물다섯 살.”
“…….”
“무조건. 절대. 꼭 나이는 스물다섯이어야 해.”
“그건 왜 그렇소?”
“내가 꼬시고 싶은 사람이 스무 살이거든.”
“그게 무슨 이유가 되오?”
“그녀는 연상 취향이야. 심지어 한두 살은 연상으로 보지도 않아! 스물네 살도 아슬아슬하다고!”
수상한 사내가 수상쩍게 울부짖었다.
“꽤나 까다로운 처자로군.”
“내 목표가 오빠 소리 듣는 거요. 또다시 동생이라고 불리느니 혀를 깨물고 말지.”
취걸개는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소.”
“말해봐.”
“보아하니 처자와 꽤 친분이 깊은 것 같은데, 굳이 신분을 만들어 만나려는 이유가 뭐요?”
사내가 피식 웃었다.
“지금의 그녀는 나를 모르니까.”
“방금 그녀와 꽤 친분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떨그렁. 떨그렁.
핏발이 선 눈으로 황금괴를 마구 떨어트리며 사내가 주장했다.
“알 것 없어. 스물다섯. 무림교관. 내가 원하는 신분이야.”
멋대로 황금을 퍼붓고 사라지는 이를 보며 취걸개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그냥 가면 어찌하오?”
“뭐가 문제지?”
“귀하의 이름이 뭐요? 이름을 알려줘야 신분을 만들든 뭣하든 하지 않겠나?”
그에 사내가 돌아서며 말했다.
“초운휘.”
그리고 덧붙였다.
“결혼적령기의 무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