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70
제44장 남궁세가 (3)
‘질책을 예상했거늘.’
뜻밖에도 돌아온 것은 남궁찬의 대소였다.
“핫하하하! 정녕 그리 말했더냐?”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 남궁무산이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을 했다.
“아버지. 웃을 일이 아닙니다.”
“웃을 일이 아니라니.”
“아비가 불렀는데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사적으로도 불효한 일이요, 가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처사입니다.”
“허허. 아직 어린아이 아니냐.”
웃음을 멈춘 남궁찬은 오히려 다른 쪽을 지적했다.
“매사에 흐리멍덩하고, 둔하기만 하던 녀석이다.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니 좀 사내다워진 것 같군.”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제야 네가 한 말을 믿을 수 있겠구나. 변하긴 변한 모양이야.”
남궁일준을 문전박대한 것이 오히려 남궁찬의 흥미에 불을 끼얹은 모양이었다.
“심기가 단단하니 어디에 써먹어도 쓸모가 있을 터.”
“확실히 말재간이 남달랐습니다.”
남궁일준은 자신을 향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품위를 잃지 않고, 또박또박 받아치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니더군요.”
“허허. 그럼 무공 쪽이 문제인데….”
시선에 남궁일준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분명 동년배들보다 위입니다.”
“오랜 시간 방황을 했다. 무공을 익히기 너무 늦은 나이였어.”
“그럼에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 되었군.”
만족스럽게 말을 한 남궁찬이 고개를 돌렸다.
“가주는 이 일을 어찌 해결하려 하는가?”
반공대의 어조. 자신을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가주로서 가르침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남궁무산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간단합니다. 녀석이 응할 때까지 불러낼 겁니다.”
“후후. 나쁜 방법은 아니오. 하지만, 때와 시기가 좋지 않군.”
“때와 시기라….”
그제야 무림맹이 부탁한 혈류석의 일을 떠올린 남궁무산이 말을 바꾸었다.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강공 일변도를 고집하는 모습에, 남궁찬이 슬쩍 실마리를 던졌다.
“일준 장로. 가주께서 윤호를 원하시는데,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공적인 언사에 역시 몸가짐을 바로 한 남궁일준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워낙 완고하여 일반적인 방법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대 남궁세가 가주의 명령이 허투루 돌아갈 수는 없으니, 방법이 없는가?”
“그게…. 녀석이 크게 의지하는 자가 있습니다. 상당히 재간이 있는 자인데….”
이야기를 듣던 남궁찬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주억였다.
“사람을 바꾼 것이 사람이었나?”
그럼 그 사람도 바꾸면 되겠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남궁무산이 아! 탄성을 내질렀다.
“혹 그 자를 포섭한다면.”
“얼추 감을 잡은 것 같군. 그럼 어찌할 생각이오?”
“신무학관의 교관이라지만, 어차피 임시교관. 상급자를 통해 언질을 넣어두지요.”
이야기를 듣던 남궁일준이 불가를 외쳤다.
“장철심 상급 교관은 상당히 완고한 자입니다. 그가 초운휘 임시 교관을 비호하고 있는데 쉬울지…”
“이 내가 부탁을 해도 말인가?”
“그게…”
남궁일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신무학관의 일은 무림방파가 개입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지 않습니까? 분명 어떤 형태로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습니다.”
“번거롭기 짝이 없군.”
고작 자식 놈 하나 데려오려고 가문의 체면이 상할 수는 없지.
중얼거리고 있자니, 곁에서 지켜보던 남궁찬이 웃음을 흘렸다.
“돌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바꾸면 그만이지.”
허나 가주가 되어 고작 교관 따위와 드잡이질을 하면 격이 맞지 않는 법이라오.
“가주가 이곳에서 부족한 사람들을 만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시게.”
“돌로… 써먹기 위함인 겁니까?”
“후후.”
남궁찬은 대답 대신 의뭉스레 웃어 보였다.
“가주는 돌을 고름에도 격이 있고 신중해야 하니.”
반공대를 거둔 남궁찬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번 일을 잘 처리해보거라.”
***
“왜 갑자기 호출을?”
최근 잇따른 사건으로 정신이 없던 와중이다.
최근에는 남궁세가에서 검성과 가주까지 방문한 탓에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았으니, 의아한 것이 당연했다.
벌컥.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익숙한 묘광의 집무실의 문을 연 장철심은 안쪽에 모인 이들을 보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찰부가 이곳에는 왜?’
서옥랑의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거늘.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감찰부와 함께 최근 합류한 교관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소호의 강호행을 책임지는 상급 교관은 자신.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은 대소사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자신은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을 결단코 듣지 못했다.
‘누가 이런 짓을.’
묘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문득 감찰부와 교관들 사이에 앉아있는 이를 본 장철심의 눈에 불꽃이 튀겼다.
“후후. 이제 왔군.”
상대는 같은 상급 교관 어정근.
정치와 이간질에 능한 인물이다.
사람이 좋지 않아 꽤 멀리하며, 언제나 소 닭 보듯 하던 존재가 뻐기는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강 상황이 그려졌다.
“어 교관. 자네가 벌인 일인가?”
“글쎄?”
“이 일이 규율과 체계를 흔드는 일임은 명백히 알고 있겠지?”
으름장을 놓았지만, 의외로 어정근의 신색은 평온했다.
“설마. 상급 교관인 내가 법도를 해치는 일을 할 수야 있나.”
“강호행을 나선 순간, 모든 판단은 담당 교관이 한다. 이 간단한 규칙도 기억 못 하는 건가?”
“글쎄. 잘못을 하고 있는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이제 알아봐야겠지.”
손짓을 하자, 뒤편에 앉아있는 감찰부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상급 교관 장철심. 그대에 관해 고발이 들어온 것이 있소.”
장철심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
“이건 또 뭐야?”
묘진문에 돌아온 초운휘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묘난행의 성세로 사람이 바글거리던 묘진문에는 찬바람만 날리고 있었다.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은 묘진문을 엄중히 둘러싸고 호위하고 있는 이들.
“이놈들은 또 뭐고?”
청색 무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검을 비켜차고, 주변을 향해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으니, 세 명의 청의무사들이 다가왔다.
“정지. 누구인가?”
앞을 막아서는 이들을 살피던 중, 어깨에 수놓아진 푸를 창(蒼)자가 눈에 들어왔다.
‘창천백검대?’
기억을 더듬어 상대의 정체는 알아냈지만, 도통 이들이 묘진문을 둘러싸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자신을 보며 슬쩍 검집에 손을 올리는 청의무사들에 초운휘가 제 어깨의 견갑을 툭툭 쳤다.
“왜 이러십니까? 저 교관입니다.”
신무학관의 낡은 견갑을 본 청의무사가 위협적으로 물었다.
“누구지? 교관은 한동안 출입이 금지된 것을 모르나?”
“꽤 오래 다녀온지라.”
“이름을 말하라. 인명록을 확인하고 문제없다면 들여보내 주지.”
“초운휘 임시 교관입니다.”
“초운휘 임시 교관이라.”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청의무사들 너머로, 한 무인이 인명록을 펼쳐 들고는 팔락팔락 넘겼다.
“초운휘…. 초운휘…. 여기 있습니다.”
“그런가?”
그제야 검에서 손을 뗀 청의무사들이 물러서며 말했다.
“실례했군. 들어가도 좋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벌한 겁니까?”
남궁세가의 방문은 전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남궁세가라고 하더라도 다른 문파에서 주인처럼 행세하는 일은 쉽사리 볼 수 없는 일이라 물었다.
이에 돌아오는 대답이 뜻밖이었다.
“오래 떠나 있었다니 모르겠군. 근래에 변고가 발생했다는군.”
“변고요?”
“신무학관의 일이라 우리들은 알지 못하네. 부탁받은 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은지, 물러서는 무사를 보며, 초운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이상한 것은 안쪽도 마찬가지.
마인의 출몰로 강호행을 떠난 조원들이 임시로 몸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새로운 얼굴이 너무 많았다.
“다들 보이지 않네?”
심지어 관도들마저 낯선 얼굴들이다.
흡사 묘진문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뒤바뀐 느낌이었다.
“일단 보고부터 하고 올까?”
귀환을 보고하고, 어찌 된 상황인지 적당히 알아볼 심산이었는데.
***
“그쪽이 초운휘 임시 교관인가? 이야기는 대충 들었네.”
장철심이 철야를 하던 집무실에 앉아있는 것은 웬 쥐꼬리 같은 수염을 매단 인간이었다.
하관이 얇은 것이 몹시 얍삽해 보였는데.
“이딴 것을 보고서라고 써왔는가?”
휙.
하는 짓도 쥐새끼처럼 짜증이 났다.
‘한 대 쥐어박을까?’
싶었지만 상황 파악도 못 한 중에 사고부터 칠 수는 없어 떨떠름하게 물었다.
“근데 그쪽은 누굽니까?”
“그쪽? 그쪼-옥?”
허헛 헛바람을 삼킨 쥐상의 중년인이 눈매를 좁혔다.
“상급 교관에 대한 예우가 없는 작자로군.”
“제가 원래 좀 그래요.”
“허. 듣던 대로 위아래도 교관으로서의 무게감도 없는 것 같군.”
알면 적당히 넘어가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면서 귀환 신고서와 보고서를 좍좍 찢었다.
찌이익. 찌익.
속을 긁을 요량인지 눈앞에 잘 보라는 듯 천천히 찢어내고는.
촤악.
얼굴을 향해 흩뿌렸다.
‘이 X발 놈이?’
주먹이 나가려다 말았다.
필사적인 인내심이 오늘 사람 하나를 구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쥐꼬리 수염을 배배 꼬며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는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정근 상급 교관이야.”
“상급 교관이었군요.”
신무학관. 사람 보는 눈 없네.
“상급 교관의 권한으로 자네의 귀환은 불허하겠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나?
약고 얇은 못생긴 눈으로 묻는 그에 ‘아뇨?’라고 대답하자, 입꼬리에 역시나 얇고 못생긴 미소가 매달렸다.
“귀환이 정식 승인되지 않았으니, 직무에 복귀하지 못한다는 뜻이지.”
아량을 베푼다며 쥐꼬리 수염이 한 마디를 더했다.
“자네는 직무정지야. 맡고 있는 일에서 손 떼.”
일에서 손을 떼라고?
‘놀면서 돈을 벌고 싶긴 했지만, 이런 식은 생각 못 했는데.’
요구 조건은 하나가 아니었다.
“동시에 넌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별채 연금이야.”
***
“감찰원!”
어정근의 일갈이 있기 무섭게, 문이 열리며 포승줄을 든 감찰원들이 들이닥쳤다.
“공력을 폐하겠네. 잠시.”
공력까지?
무인에게 있어 내공은 피와 생명 같은 것.
이것을 금하겠다는 뜻은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말이다.
‘하, 이 새끼들.’
어째서인지 상황이 너무 극으로 치닫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반항하면 후회할 텐데.”
스릉.
이것을 반항의 기색으로 생각했는지, 감찰부 무인 하나가 목 아래 검을 가져 대었다.
“흐흐. 그냥 좀 놀라서.”
“놀란 사람이 왜 웃는 건가?”
“놀란 것도 우울한데, 웃는 것도 안 되는 겁니까?”
한 마디를 지지 않자, 등 뒤로 돌아간 감찰부원이 빠르게 혈도를 두들겼다.
툭. 투투툭.
몇 번이고 혈도를 두들겨 공력을 금한 교관이 물러섰다.
그제야 안심이 된 어정근이 실실거리며 말했다.
“가둬. 조사가 끝날 때까지 나올 생각도 못 하게.”
***
끌려간 곳은 별채의 고양이 숙소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서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예상했던 업무에 찌든 모습은 아니었다.
대신 다른 것에 찌들어 있었다.
‘무력감 같은 거?’
이런 모습은 예상 못 했는데.
“흠흠.”
인기척을 내자, 한쪽에 울적하게 앉아있던 여인이 반색했다.
“초 교관님!”
여매홍이 세차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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