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72
제44장 남궁세가 (5)
“분명 공력을 은폐했다고!”
“근육에는 공력이 필요 없어!”
“멈춰라!”
뒤이어 상황을 파악한 교관들이 검을 빼 들었지만, 이미 바닥에 엎어진 이를 향해 무참한 발길질이 이어지고 있었다.
“으하하하! 유령각법이다!”
“유령주먹에 처맞아라!”
“쉭! 쉭! 내가 보이지 않지? X발 놈아!”
순식간에 곤죽이 되는 모습에 검을 들고 달려들려 했지만.
“뭐야! 내가 보이는 거야?”
얼빠진 듯 중얼거린 초운휘가 발끝으로 어정근을 찍어 올리며, 뒷덜미를 잡았다.
스릉.
이내 축 늘어진 어정근의 손을 잡고, 그의 검을 뽑아 들며 위협적으로 흔든다.
“유령에 쓰인 상급 교관의 칼맛 좀 봐라.”
덤벼!
어찌나 날렵한지 공격하려고 하면, 어정근을 방패 세워 막아내는 통에 도통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런 미친 개꼴통!’
모두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세를 탄 초운휘는 조금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쉬익!
한 손으로 어정근의 뒷덜미를 잡고, 한 손으로 그의 손에 쥔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무척 살벌한 데다 날쌔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엄청난 용력이로다.”
공력을 금제 당했음에도 몸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파아앗!
심지어 뒤로 돌아가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흙까지 차올리는 터라, 속이 까맣게 타들었다.
스삿!
결국, 허둥대던 어린 교관의 허벅지에 혈선이 번졌다.
“개자식!”
눈에서 불꽃을 튀긴 교관이 작정하고 검법을 펼쳤다.
하지만 오히려 기다리고 있던 초운휘다.
쉬익.
독사의 머리처럼 영민하게 펼쳐지는 초식은 과연 은천관의 교관을 자인할만한 실력이지만.
“교관방패!”
애석하게도 상대가 인질을 던질 줄은 몰랐다.
“헉!”
헛바람을 삼키며, 검을 회수하려 했지만, 워낙 시기적절하게 어정근을 밀어낸 터라 손쓸 틈이 없었다.
푸욱.
복부를 관통하는 검에 기절한 와중에도 어정근이 끄르륵 피거품을 물었다.
“저, 저는.”
교관이 자신의 검에 꿰인 채 늘어지는 어정근의 몸을 얼른 받쳐 들었다.
하지만 그가 잊은 것이 있었다.
“유령빙의!”
기회를 노렸다는 듯 달려든 초운휘가 재차 상대의 점혈을 찍은 것이다.
“컥!”
뻣뻣이 몸이 굳은 교관의 뒷덜미를 잡은 초운휘가 재차 인질을 방패로 세우며, 어깨너머로 웃었다.
“자. 이차전이다.”
들어와 X벌 롬들아.
교관이 교관을 인질로 잡은 초유의 사태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
“뭐라고요?”
소식을 들은 모용선야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반대편에 있던 사람도 제가 들은 것을 믿지 못하겠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리선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내,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초운휘 임시 교관이 상급 교관을.”
들어온 묘진문의 문도가 황급히 정정했다.
“상급 교관 외 교관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니, 왜!”
이 부분은 문도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본인이 유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하이고.”
역시나 이마를 덮은 모용주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안 그래도 골치가 아픈 통에, 또 이 인간이 사고를 쳤구나.”
“이럴 때가 아니네. 더 이상 사고가 커지면 감당할 수가 없어.”
다른 것도 아닌 하극상이 벌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문득 모용선야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얼마 전 제갈탄이 찾아와 물었던 것이 있었다.
– [교관 직무서]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자신은 교관 직무서에 관해 알려줬고, 그 중 ‘직무정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했었다.
‘설마 이 일을 노리고.’
가슴이 철렁한 모용선야가 고개를 저었다.
“어서. 가세. 자칫하면 적당히 끝나지는 않을 거야.”
“가세나!”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모용주와 백리선호를 따라 그녀도 헐레벌떡 방을 나섰다.
그리고 별채에 도착한 그녀가 본 것은.
“드루와! X벌 롬들아!”
엉망이 된 채, 더욱 엉망이 된 인간을 인질로 잡고, 위협적으로 검을 휘젓는 초운휘와.
“뭐 하는 거냐! 고작 한 명이지 않느냐!”
주춤주춤 대치하며, 한쪽으로 초운휘를 몰아가는 광경이었다.
“아아. 망했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모용선야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느냐?”
묘광이 내어준 접객실.
귀빈을 맞아 화려하게 꾸며진 이곳이 남궁윤호에게는 무척 숨이 막히는 공간이었다.
“생각해보니, 자식과 술 한잔한 기억도 없군.”
쪼르륵.
전에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잔을 채워주는 아버지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아버지.
단순히 조손간의 만남이면 좋겠지만, 이 자리는 편할 수 없는 자리였다.
“용호야. 너도 먹거라. 숙수가 꽤 애를 썼어.”
역시나 같은 자리에 불려 나온 남궁용호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 모르지 않을 진데.’
장내에 자리를 채운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말만 던져왔다.
“하하.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군.”
“부자간에 저리 사이가 좋다니, 과연 남궁세가입니다.”
모두가 남궁세가와 친한, 혹은 남궁세가에 잘 보이려는 무리들.
심지어 절반은 남궁창천대와 신무학관의 교관들이었다.
하나같이 자신의 편이 아닌 자들.
저들이 몰아가며 만들어가는 상황들.
찌릿.
은근히 시험하듯 기감을 건드리는 기세에 남궁윤호는 숨이 막혀왔다.
‘이제 포기하라는 건가?’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동료를 비롯해 교관에게 마저 손을 쓴 이상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형님.”
곁의 남궁용호가 아니었다면, 아마 무너지고 말았을 테지.
“잔을 받아라. 허락의 징표로 알겠다.”
스윽.
눈앞에 내밀어진 잔에서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귓가에 나긋한 목소리가 압박해왔다.
[알지 않느냐? 내가 결정한 것은 얻고야 마는 사람이다.]아버지의 감정 없는 목소리.
[더 시간을 줄 수 없다. 이제 포기하고 아비를 따라라.]으득.
은연중에 압박하는 기세가 더해지자 남궁윤호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교관님.’
떨군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시선을 맞추지 않자, 남궁무산이 피식 웃었다.
“아직도 포기를 하지 않은 것 같구나. 뭐, 그도 멀지 않았지.”
“…무슨 뜻이십니까?”
“슬슬 기별이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창천백검대원이 정원 너머에서 날 듯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이제 왔군.”
마지막 보루에 대한 처우가 들려올 터.
‘제가 믿고 따르는 것이 아비 앞에 머리를 조아려 벌벌 떠는 꼴을 보면 한 가닥 미련마저 버리지 않을 수 없을 테지.’
생각하며 남궁무산이 희소식을 기대할 때였다.
“가주께 전합니다!”
“고하라.”
들려온 것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어, 어정근 상급 교관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더냐?”
황급히 고개를 숙인 대원이 외쳤다.
“아, 아닙니다. 어정근 상급 교관을 인질로 잡은 초운휘 임시 교관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라!
남궁무산은 물론이고.
잠자코 있던 남궁찬의 표정에도 균열이 일었다.
***
챙! 챙챙챙!
고즈넉하던 정원이 엉망이 되었다.
“덤벼! X벌 롬아!”
웬 교관을 방패 세운 인간이 십여 명의 교관들을 달고 난입한 탓이다.
슥슥.
뒷걸음질 치며, 동료를 인질로 잡은 채 악을 쓰는 인간은 가차가 없었다.
“뭐야! 여긴 또 뭐야!”
고즈넉한 정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축 늘어진 교관을 휘둘러 엉망으로 만든다.
더욱 미친 것은 다음이었다.
창천백검대가 엄중히 지키는 이곳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건지.
“어휴. 진짜.”
철퍽.
손에 들고 있던 교관을 내던지며, 성큼성큼 들어온다.
‘이게 대체.’
흙발로 계단과 문턱을 쿵쿵 밟으며 올라서는데, 깨끗하던 장내가 온통 지저분한 발자국에 더러워졌다.
“멈춰라!”
보다 못한 백검대원 몇이 멈춰 세웠지만.
“댁들도 내가 보이쇼?”
이건 난감하네.
“날 보고 분명 유령이라 했는데 말이야.”
유령이 이렇게 막 보여도 되는 거야?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니까.
투덜대는 양이 기가 막혀 남궁무산이 운을 떼려 할 때였다.
“들여보내라.”
어지간해서는 잠자코 있던 남궁찬의 말에, 대원들이 물러섰다.
그제야 휘우 숨을 내쉰 이가 장내를 돌아보더니 떠들었다.
“뭐야,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네.”
아, 몇은 안면이 있군.
슬금슬금 시선을 피하는 교관들을 보더니 남궁윤호를 보고는 팔짝 뛰었다.
“이야. 윤호. 넌 여기서 뭘 하냐?”
턱턱.
한층 더 방정맞은 걸음으로 걸어들어온 이가 냉큼 옆자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옆구리를 찌른다.
“새끼. 어디 갔나 했더니, 숨어서 혼자 좋은 것 처먹고 있었구나.”
“…교관님.”
방금 전까지 허물어지던 안색이 다시 단단해지는 것을 보며 남궁무산은 이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자가 초운휘인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동천관 출신에 운 좋게 임시 교관이 된 작자라 유약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끔 그런 자들이 있다.
무공에 대한 이론과 지식만으로 교육자로서 대성하는 이들이.
하지만, 직접 보니 이자는 전혀 다른 부류였다.
‘막 수풀에서 뛰쳐나온 멧돼지 같지 않은가.’
머릿속에서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쪽이다.
‘이름 없는 무가 출신이라 들었는데.’
이럴 수가 있나?
긴가민가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야. 우냐? 우냐?”
“…안 웁니다.”
“사내새끼가 찔찔 짜기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사였다.
하지만 한 자기 확실한 것은.
‘이자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서는 위험하군.’
하여 입을 떼려 할 때였다.
[싸움을 아는 자다.]모든 일을 자신에 맡겨두고 지켜만 보던 아버지, 남궁찬이 말을 걸어왔다.
[저자가 찍은 발자국들을 보거라.]조언에 다시금 난장판이 된 정원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지저분하게 찍힌 발자국을 본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하게 이어진 발자국. 그것은 놀랍게도, 작은 원과 큰 원이 어우러진 집합체였다.
‘막무가내 개싸움을 하면서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나?’
이자가 소란을 피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급 교관을 패퇴시킨 것이 우연이라 생각했거늘.’
어쩌면 상급 교관이 당한 것도 아주 우연만은 아닐지 모른다 그는 생각했다.
비록 무공과 공력은 일천할지 모르나, 싸움을 아는 자는 까다롭다.
새로운 사실에 경악하는 사이 상대는 상황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아잇. 씨! 깜짝이야! 왜 귀에서 목소리가 들려.”
귀신이 쓰였나?
“웬 영감님이 내 귓가에서 떠드는 것 같던데.”
“전음이 아닙니까?”
“아, 맞다. 그런 것도 있다고 들었어. 우리 동천관 짜바리들은 모르는 고급기술.”
전음도 모른다는 말에 결국 지금껏 신비한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궁찬이 입을 열어야 했다.
무려 당대의 검성이자, 창천신군이 일개 교관과 말을 섞게 된 것이다.
“자네 괜찮은가?
“뭐가 말입니까?”
아-.
이마를 친 초운휘가 말했다.
“몸이 왠지 찌뿌둥하네요. 영감님 귀신이 어깨에 달라붙었나…”
“…….”
남궁찬의 침묵에서 중인들은 검성이 무려 이자를 향해 기파를 쏘아낸 것을 알았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이 작자가 멀쩡히 떠들어댄다는 사실이고.
“제가 원래 좀 둔한 편이라.”
쩝쩝.
입에 닭 다리를 욱여넣으며 초운휘가 체신머리없이 물었다.
“그나저나 영감님은 누굽니까?”
“…나를 모르나?”
“알면 묻겠습니까?”
“…….”
이 얼간이를 어찌해야 하나, 남궁찬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제멋대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아선 것은 남궁일준이었다.
“초운휘 임시 교관.”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만큼, 상황을 이대로 흘러가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나섰지만.
“여어. 잘 있었어요?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속을 긁는 인사에 말을 조심해야 했다.
“본 가의 가주와 태상가주시네. 격식을 차려주게나.”
“태상가주? 와아아.”
으적. 으적.
닭다리를 잡아 뜯으며 초운휘가 눈을 빛냈다.
“할배가 그 유명한. 거… 뭐였더라?”
시선을 받은 남궁윤호가 얼른 대답했다.
“창천신군.”
“맞다. 천장신군이었구나.”
창천신군입니다.
곁에서 정정하는 손자 녀석이 무척 눈에 밟힌다.
“킥킥.”
웃던 남궁용호도 시선을 주자 입을 틀어막았다.
“강호의 선배 앞에서 예의를 차릴 줄도 모르는군.”
“예우요?”
손을 쓸 명분을 내비치는 그에, 초운휘가 새삼스러운 것을 들었다는 듯 우뚝 목을 세웠다.
그리고는.
“우웨에에에에에-엑!”
성대하게 시뻘건 피를 게워 내었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식탁 위를 보며, 초운휘가 뒷머리를 긁었다.
“이런 미안할 데가. 배에 빵꾸가 나서 그런지, 좀처럼 참기가 힘드네요.”
쿨럭. 쿨럭.
피를 게워 내는 불쌍한 모습에 남궁찬은 슬쩍 손을 내려놓고 있었다.
“끙. 몸도 좋지 않은데, 빡빡한 자리에 있을 수는 없고.”
탕.
반쯤 뜯어먹던 닭다리를 내려놓더니, 혀를 찬 초운휘가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가시는 겁니까?”
“새끼야. 너도 따라와. 다 죽어가는 교관을 부축도 안 해줄 셈이냐?”
이어지는 대화에 상대가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을 안 남궁무산이 탁! 탁자를 쳤다.
“초운휘 임시 교관!”
장내를 쩌렁쩌렁 울리는 노성에도 상대는 남궁윤호에게만 소곤댔다.
“아, 이상하네.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해.”
“방금 전까지는 잘 듣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너 눈치 없다는 말 자주 듣지?”
“자주 듣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보다 못한 남궁무산이 눈짓을 했다.
대 남궁세가의 가주가 직접 신무학관의 사람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교관이라면 다르지.’
타탓.
눈짓을 받은 교관이 문턱을 넘으며, 유려한 신법을 펼치며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휘릭.
이내 두 사람 앞에 내려선 교관이 검을 가로 세웠다.
“허락 없이 돌아갈 수 없네.”
움푹 패인 눈으로 엄중한 경고를 하는 상대에, 어우야 초운휘가 엄살을 떨었다.
“동료 교관을 또 팰 수는 없고.”
“방금 전까지는 잘만 패시더니.”
“다음 수업 내용은 눈치 챙기기로 하자.”
그보다 윤호 너.
“교관 사냥꾼 한번 되어보면 어떻겠냐?”
“교관 사냥꾼 말입니까?”
치링!
정원에 굴러다니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든 남궁윤호가 웃었다.
“못할 것도 없지요.”
나뭇가지가 느릿하게 움직인 순간.
똑.
교관의 검이 반 토막이 나며 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