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02
제51장 생태계 교란종 (1)
“율아. 이번에 합류하는 교관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어.”
“맞습니다. 죽은 교관들을 대신할 인재들을 구파일방에서 충원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들을 곧바로 교관으로 써먹는 것은 힘들지 않겠어?”
예상대로 독고율의 목소리도 회의감이 가득했다.
“막 하산한 인간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당장 써먹기는커녕,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응. 그럼 결국 정식 교관이 되기까지 시간이 있다는 거네?”
“…그건 그렇습니다.”
“살아 있으면 정파 강호에 큰 도움이 될 놈이야. 망천회의 싸움에 딱 특화된 작자거든.”
이전과 달리 망천회를 절단내려 마음먹은 지금이다.
가만두면 실력 좋은 망천회 전용 칼받이가 될 인간을 석둑 제거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나와 색시의 운명을 믿어. 오래지 않아 금방 사랑에 빠지고 말걸?”
“그렇다면야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겠군요.”
물론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마냥 방심할 수는 없다.
“물론. 놈이 성가셔질 경우를 대비해 죽일 방법도 고민해야겠지.”
“시간만 주신다면야 철저히 준비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좋은 명분도 있으니까요.
“혹 승진 시험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승진 시험?”
“승진이 확정된 교관을 실제 임무에 내보내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입니다.”
“뭐야. 박봉으로 부려 먹으면서, 가르치는 것도 모자라 공짜로 부려 먹기까지 하는 거야?”
“언제나 쓸데없는 곳에 돈을 왕창 쏟아부으면서, 돈 없다고 징징대는 곳이 무림맹 아닙니까?”
“그건 그래.”
사천동 습지나, 개봉부 같은 모의훈련소 한두 곳만 줄어도, 은자 대신 금자로 봉급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최근 강호행의 참사로, 신무학관을 후원하던 문파들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신무강호행은 단순히 관도를 강호 유람시키는 것이 아니다.
소정의 지원을 하면, 대가로 관도들이 후원문파의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골자.
“묘진문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불만이 나오는 탓에, 승진 대상자에게 급한 의뢰를 맡기자는 말이 나오고 있더군요.”
묘한 어조에 초운휘가 웃었다.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자유롭게 외출하실 수 있는 쪽이 편하실 것 같아 손을 써두었습니다.”
확실히 유능한 가신이다.
명령을 내리기 전에 정확히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먼저 움직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천관의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려야겠지만요.”
“걱정 마라. 장철심 상급 교관이 사문의 이름까지 걸고 약속했거든.”
물론 단서 하나가 붙긴 했지만.
초운휘가 얼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
“허나. 자네가 총관주님에게 주먹질을 한다면 없던 일로 할 걸세.”
“제가 왜 총관주님을 때립니까?”
“그보다 명망도 높고, 위엄도 높은 남궁가주님을 때렸으니 하는 말 아닌가?”
신무학관 내에서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백의판관 선인혁이지만, 강호 내에서의 끗발은 아무래도 남궁가주에 미치지 못한다.
아무래도 창천제일가라 불리는 남궁세가의 수장이니까.
장철심이 걱정하는 것은 이 부분인 듯했다.
“특히 이번에 총관주께서 친히 불러 모은 구파일방의 인재들이 교관으로 합류할 예정이네.”
“일이 줄어들어 다행이겠네요.”
“원래 자네는 놀랍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 않은가?”
뼈아픈 사실로 공격하며, 그가 경고했다.
“그들과 난투극이나, 전과 같은 하극상을 일으킨다면 나도 더는 막아줄 수 없네.”
굳이 청성파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고도, ‘거의 승진이 확실시되는 자’라고 그가 칭한 이유였다.
***
상념에서 빠져나온 초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확실한 승진 대상자야.”
“이것은 기회입니다.”
독고율이 독안을 음침하게 빛내며 입맛을 다셨다.
“눈엣가시 같은 놈들의 명단을 만들어 주십시오. 한꺼번에 묶어 강호에 내보낸 후 죄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통쾌하네.”
“하지만, 부디 바라건대, 주군께서는.”
쿵!
한쪽 무릎을 꿇으며 독고율이 비장하게 외쳤다.
“정실부인 님의 마음을 필히 얻어 주십시오!”
“후후후.”
그건 걱정 마라. 율아.
[나와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었다면, 다시 나를 찾아주세요.]“비로소 다시 만난 여인이다. 멸망한 세상에서도 사랑을 쌓아갔거늘, 평화로운 세상에서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 생각하냐?”
자신만만한 이유는 단지 기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아끼는 것. 원하는 것! 모두 알고 있는 나다! 취향을 알고 있으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연상의 교관.
치렁치렁한 앞머리.
다소 헐렁하지만, 정의로운 성격.
심지어 폭력을 극도로 증오하는 마음까지.
최근에는 운이 좋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관계까지 나아갔다.
“이제 운명이 절로 사랑의 결실로 인도하는 일만 남았으니까!”
***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회식이 있던 날로부터,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갑작스레 불려간 교관 회의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하여. 당분간은 혼성 수업은 금지하고, 남녀 관도의 구분을 철저히 할 예정이네.”
‘혼성 수업을 금지한다고?’
찰싹 달라붙어 가르치며 색시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기회를 노리던 와중에 들려온 장철심의 선포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것이었다.
‘어째서! 왜! 지금!’
예전처럼 남자 관도는 남자 교관이, 여자 관도는 여자 교관이 맡아 가르친다는 소식에 초운휘가 책상을 쳤다.
“이의 있습니다!”
쾅!
벌떡 일어나자 심드렁한 장철심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무언가? 자네가 질문하는 것은 처음이군.”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이 내려온 것입니까?”
“몰라서 묻는 겐가?”
꾹꾹 미간을 누른 장철심이 피곤한 듯 대꾸했다.
“자네도 알지 않은가. 일전에 일어난, 서 관도의 불미스러운 일을.”
“그건 잘 해결된 것 아니었나요?”
“감찰부의 의견은 다르다네. 남녀 관도들 사이 연분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야.”
“…그건.”
“가만. 자네 좀 이상하군. 설마….”
장철심의 눈매가 무서워졌다.
“어른인 주제에 어린 관도와의 친분을 꿈꾼다던가, 발칙하게도 둘이 입관해 셋이 되어 나가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억울합니다.”
너무 정곡을 찔려 억울했다.
그에 장철심이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자네같이 매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 묘하게 적극적으로 나와 의심했지 않은가?”
“…….”
잠자코 자리에 앉아, 이 사달을 만든 인간을 떠올렸다.
‘서옥랑. 요 발랑 까진 녀석이 훼방을 놓는구나.’
어떻게 이 결정을 뒤집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니, 다행스럽게도 동조하는 교관들이 나타났다.
“상급 교관. 감찰부의 의견도 이해는 하지만, 규정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다소 위험은 있을지언정, 장점도 못지않음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매번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규정을 번복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수 있습니다.”
무척 정론에 가까운지라, 장철심도 이번에는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독안신검을 비롯한 총교두께서도 그 점을 지적하셨고.”
“다시 재고해보심이….”
“허나 안타깝게도. 이미 결정된 사안일세. 준비 없이 강행한 변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야.”
무엇보다.
짝짝.
장철심이 박수를 치자, 교관실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새로 합류한 이들이 학관에 적응할 때까지만이라도, 다소 말미를 두자는 의견일세.”
“이분들은….”
교관들의 시선이 들어서는 이들에게로 향했다.
번쩍번쩍 각이 잡힌 교관 정복을 걸친 아홉 명의 사람들.
놀랍게도 그들이 나타난 순간, 교관들 사이에서는 묘한 침묵이 퍼져나갔다.
새로 들어온 이들이 하나같이 풍기는 묵직한 기도 때문이다.
“전에 말했던 구파에서 보내온 분들이라네.”
“구파에서….”
“막 하산을 한 탓에 속세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야. 아니 그런가?”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개중에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어깨까지 짧게 자른 단발에, 표독스러운 인상이 돋보이는 여인.
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좌중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미파의 금정이라고 해요.”
외모만큼이나 냉랭한 목소리였다.
“속세의 개방적인 부분은 인정하지만, 남녀가 유별한데 혼성 수업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심지어 이곳은 정파의 요람.
“어린 관도들에게 방탕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함에 교관들은 하나같이 합죽이가 되었다.
상대는 다른 곳도 아닌, 문규가 빡빡하기로 손꼽히는 아미파에서 온 고수.
그녀 뒤에서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던 깡마른 사내도 나섰다.
“조, 종남파의 야소곡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금정 여협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꼴을 보아하니, 여자는커녕, 사람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여하튼 더는 반박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하아. 정말 빡빡하기도 하지.”
“능 소협!”
“능 교관이라고 불러. 이제 한 식구가 되었으니까.”
금정의 뾰족한 목소리를 유들유들하게 받아치고는 능풍운이 나섰다.
“다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소간 불편하더라도 좀 이해해 주십시오.”
간신히 휘어잡은 분위기를 풀어내는 능풍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금정이 입을 비죽였지만, 능풍운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산중 생활에 지친 데다, 풀 쪼가리만 먹다 성격이 까칠해진 탓이니, 너그럽게 넘어가 주시죠. 교관님들.”
장난스레 그가 포권을 흔들어 보이자, 교관들 사이에서 킥킥 웃음이 새어 나왔다.
“능 소협. 당신 진짜….”
“자자. 금 교관도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좀 웃어보라고. 어제 무림맹 구경하고 싶다고 조를 때처럼 웃어보란 말이야.”
“어휴. 정말….”
간단히 분위기를 환기하는 그에 금정이 못 말리겠다는 듯, 경직된 얼굴을 풀며 물러났다.
“…이런 상황이니, 자네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바이네.”
탁탁.
공문을 만 종이로 책상을 친 장철심 상급 교관이 짧게 덧붙였다.
“이상일세. 그럼 각자 인사들 나누도록 하고.”
본관은 이만.
***
와글와글.
평소 외지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은천교관들이었지만, 새로 합류한 이들에게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종남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구…. 신지.”
“영광입니다! 저는 종남파 속가문파 장흥문의 제자입니다!”
“오오! 종남의 맥을 함께 하는 분이셨군요.”
구파일방의 무공은 긴 역사 속에 수많은 문파들에 영향을 주거나 퍼져나갔다.
비록 속가문파의 제자라지만, 언제나 무공의 원류에 자긍심을 가지던 이들이, 무려 본산의 제자를 만났으니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개중에는 이미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심의 사숙. 이곳에 계셨군요.”
“허허. 심현 사제가 제자 자랑을 그토록 하더니, 실로 멋지게 성장했구나. 헛되이 나이만 먹은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야.”
“제가 어찌 사숙에 비할 바가 있겠습니까?”
“오행검수가 되었으니, 몹시 대견하다. 무당의 복인 것이야.”
여기저기 화기애애하게 시작되는 대화에 소외된 것은 그런저런 문파 출신 교관들뿐.
이를 보던 초운휘가 혀를 찼다.
“이게 신입을 받는 자리인지, 상전을 모시는 자리인지 모르겠네.”
“쉿. 조심해요. 고수분들의 귀는 무척 예민하다고요.”
“사실이잖아요. 우리 때는 텃세나 부리며 찬밥 신세 하며 구박하더니.”
“어쩔 수 없죠. 구파일방 본산에서 나온 분들이시니까요.”
“구파일방이고 나발이고, 제가 선배 아닙니까?”
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신입들이.
작게 으르렁거리자, 곁에서 양대철 교두가 만류하며 나섰다.
“제발 좀 참게. 다른 사람들도 아닌 구파일방 분들에게 무례를 범해서야 쉽게 넘어가지 못할 거야.”
“제가 뭘 또 참습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다짜고짜 싸움을 걸지 말라는 말일세.”
쏘아붙인 양대철이 주위를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충원이 이뤄졌으니 한시름 덜지 않았나?”
“빈자리를 채워줄 교관분들이 오셨으니 야근도 줄겠어요.”
“하나같이 구파에서 엄선해 고른 인재들이라니 기대가 되는군.”
모두가 웃으며 반색할 때였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놈이야.’
사람들 사이를 익숙하게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던 능풍운을 보며 초운휘가 몸을 돌렸다.
“어? 초 교관님. 벌써 가세요? 인사라도 하지 않으시구….”
“일 없습니다.”
어깨를 으쓱인 초운휘가 쌩하니 장내를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