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23
제55장 접선 (2)
[암존은 멈추시오.]이변을 눈치채고 풍객이 전음을 보내왔다.
대기를 떨려 음성을 멀리 보내는 것은 풍객이 익히고 있는 풍신결의 공능.
이 공능의 까다로운 점은 바람을 진동시켜 음성을 전하기에 위치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뭐, 풍객의 성격상 먼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니나 다를까.
둥둥둥둥.
조금 전 악기를 연주하던 악사들이 물러서고, 새로운 악사들이 단상에 오르고 있었다.
살랑. 살랑.
각자 금과 피리, 작은 북을 들고 있는 무리들 사이로 장님 노인이 비척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익숙한 기파에서 초운휘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자자! 기다리던 연주 시간입니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님 악사 신곡자께서 신율을 선보이실 시간입니다!”
“빈객 여러분께서는 환상의 음악에 취해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띠링. 띠링.
무릎 위에 칠현금을 올려두고, 장님 악사가 음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풍객.]금을 조율하던 장님 악사의 손이 잠시 멈췄다.
“스승님?”
청년 악사의 재촉에 다시금 손을 움직이는 노인.
[암존께서는 나를 어찌 알았소?] [변장을 하면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나?] […노부의 변장이 손쉽게 간파당할 줄은 몰랐군.]띠리링. 띵띵. 띠리링.
곧 젊은 악사들이 음율을 타기 시작하는 가운데, 풍객을 향해 다시 전음을 날렸다.
[나름 머리를 굴려 장소를 잡은 것은 인정해주지. 혼자 만나기는 무섭고,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나?] [아주 노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었구려.] [허나, 틀렸어.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난다는 말이지.]경고를 보냈지만, 노인 악사로 분한 풍객은 다시금 칠현금을 조율하며 합주를 시작했다.
띠리링. 띠리링.
몹시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장내에 퍼지며 취객들의 얼굴이 몽롱하게 물들었다.
하지만 초운휘는 알 수 있었다.
‘동요하고 있군.’
전생에 몇 번이나 풍객의 음(音)을 들어본 바 있는 자신이다.
아름다운 음율 아래 감추어진 떨리는 감정 정도는 대번에 간파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시험이오. 약속하오.] [한 번 더 속아주지. 말해봐.] [이곳에 망천회와 연관된 이가 한 명 있소.] [망천회의 졸자 말인가?] [그렇소. 팔천사도를 따르던 인물이지. 암중에서 보좌하던 이요.] [재미있군.]빙글 고개를 들어 한쪽을 쏘아보자 관진문의 무인들이 보였다.
[관진검문.] [역시 알아보시는군.]그들은 가운데 젊은 청년 둘을 호위하며 서 있었는데, 청년 둘은 사이가 좋지 않은지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있었다.
풍객의 전음이 다시 날아왔다.
[관진검문의 문주 백강표가 바로 팔천사도의 수하였소. 암중에서 점조직을 관리하던 인물이지.] [놈을 족치면 남은 찌끄레기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겠군.] [그는 상당히 조심성이 많은 인물인지라,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소. 워낙 중요한 자리라 열양지공도 익히지 않아 나 또한 최근에야 그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기 앉아 있는 두 청년이 바로, 관진검문의 대공자와 이공자요. 둘 중 하나가 조력자요.]풍객의 마지막 시험은 간단했다.
[둘 중 망천회와 연을 맺은 이가 어느 쪽일 것 같소?] [둘 중 하나를 골라라?] [대공자와 이공자는 문주 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소. 적을 견제하려면, 다른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좋지 않겠소?]관진문의 권력 싸움을 이용해, 망천회를 축출하겠다는 뜻이었다.
[일을 참 번거롭게도 하는군.] [은밀히 잔당을 처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소. 자칫 흉수임이 드러나면 암존이나 나나 횡액을 면치 못할 테고.] [굳이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아.]탁.
탁자 위에 올린 젓가락에 손을 얹자, 당황한 풍객이 외쳐왔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뭐긴 뭐야. 굳이 두 놈 중 고를 것 없이. 다 죽이면 된다는 거지.] [맙소사! 설마 당신!]진심을 눈치챈 풍객의 연주가 격해졌다.
띠리링!
목 놓아 구슬피 우는 통곡처럼.
띠리리-링!
때로는 즐거워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위아래로 변화무쌍하게 오락가락하는 칠현금의 격한 음율이 터져 나왔다.
‘감이 좋군.’
손을 쓰려는 것을 알아채자, 어떻게든 주변의 이목을 음율에 집중하도록 고음의 연주를 몰아치는 것이다.
‘괜한 짓 같지만.’
격한 연주가 장내를 울리는 사이, 손에 든 젓가락을 거세게 튕겨 냈다.
퉁!
쉬이이익!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두 개의 젓가락이 시립하고 있는 관진문 무인들의 빈틈을 헤집고 들어갔다.
“헉!”
“컥!”
대공자와 이공자가 억눌린 신음과 함께 번뜩 몸을 굳혔다.
띠리리리리링!
격한 연주로 시선을 모으며 풍객이 일성 노성을 외쳐왔다.
[암존! 무슨 짓이오! 두 명 다 격살하다니! 한 명은 포섭할 인물이라 하지 않았소!]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야. 네 역할은 나를 돕느냐 아니냐일 뿐. 방식까지 간섭할 수 없어.]절대 착각하지 마라.
[네가 나를 시험하는 것처럼, 나도 너를 시험 중이니까.]풍객의 전음이 멎었다.
“대공자님!”
그사이 연주가 끝나고 비로소 대공자의 죽음을 눈치챈 관진문의 무인들이 악을 쓰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흉수가 잠입했다!”
“모두 다루를 봉쇄하고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흉수로 여기고 베어 버리겠다!”
스릉. 스릉.
졸지 간에 주인을 잃은 관진문의 무인들은 서슬 퍼런 검을 뽑아 들며 살기등등하게 외쳤다.
하나같이 퍼렇게 질려 오들오들 떠는 가운데 화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공자님!”
“이공자님께서 무사하시다!”
“어서 이공자님을 댁으로 모셔!”
절반은 다루를 봉쇄하고, 다른 절반은 부상을 당한 이공자를 부축하며 우르르 다루를 빠져나갔다.
[어쩌나? 죽은 줄 알았던 이가 살아 있는데.] [귀…. 귀하는 처음부터 대공자를 의심하고 있었군.] [마공을 알아보는데 나보다 박식한 사람은 없을걸?]그런데 어쩌나?
[넌 내 시험에서 탈락했으니 말이야.]스르륵.
마지막 잔을 비운 초운휘의 신형이 스러지듯 사라졌다.
***
‘역시 따라오는군.’
이공자를 쫓는다는 것을 알아챈 풍객은 바로 쫓아왔다.
파파파팟!
바람을 타고 비조처럼 날아오는 속도는 과연 풍신결이라 할만했다.
‘언제 봐도 신법 하나는 천하제일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니까.’
그럼 슬쩍 장난을 쳐볼까?
저 앞에 호위를 대동한 채 다급히 신법을 펼치는 이들 가운데, 이공자가 보였다.
“우선 숫자부터 줄이고.”
쉬익.
인가에 내려서기 무섭게, 발끝으로 기왓장 몇 개를 찍었다.
파파파팍!
발끝으로 차낸 기왓장에 공력이 더해지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관진문도들을 덮쳤다.
퍽!
“컥!”
퍽퍽!
“커흑!”
순식간에 다섯 명의 호위가 나뒹굴자 습격을 눈치챈 관진문도들이 돌아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먼저 가십시오! 이공자님!”
“이곳은 저희가 막아보겠습니다!”
“어느 고인이시오! 썩 모습을 드러내시오!”
꽤 충성스러운 모습이로군.
웃으며 재차 손끝을 튕기려던 때였다.
“암존!”
바람처럼 다가온 풍객이 쌍수를 펼쳤다.
펑! 펑펑!
묵직한 쌍장을 받아내자, 서 있던 기왓장이 퍽퍽 터져나갔다.
‘보통이 아니라니까.’
비록 경공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신결로 이어지는 장법도 가히 일절이라 칭해 부족하지 않았다.
휘익! 퍽퍽퍽!
눈앞에서 어지럽게 일렁이는 강력한 장영에 초운휘가 슬쩍 상체를 기울이며, 쌍장을 엇갈렸다.
퍽! 펑펑펑!
목을 때리는 장법을 손목을 밀어내 걷어내고, 관자놀이를 치는 조법을 간단히 턱을 들어 피해냈다.
쇄애애애액!
바람처럼 이어지는 장세가 거센 풍압과 함께 앞머리를 흔들었지만, 초운휘의 신색은 여유로웠다.
“팔방풍우장. 과연 명불허전이군.”
“노부의 장법마저 알고 있는 것이오?”
“말했잖아. 난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퍽! 퍽퍽!
연거푸 이어지는 장법과 권법을 장포를 휘둘러 감아내며, 일순 공력을 끌어 올렸다.
펑!
“크-윽!”
흐느적 양손을 묶은 장포가 빳빳하게 펴지며 신형을 밀어내자, 주르륵 기왓장 십여 개를 깨트리며 풍객이 밀려났다.
“저기다! 흉수가 저기 있다!”
“어서 가서. 컥!”
풍객과 손을 섞는 사이에도 재차 기왓장을 차 날린 탓에 관진문의 무인들은 채 셋도 남지 않았다.
그들마저 마저 쓰러트리자, 풍객이 이를 갈아왔다.
“어디까지 노부의 계획을 망칠 거요!”
“하하. 계획을 망쳐? 꼴사납게 도망치는 얼간이를 이용한다는 계획 말이야?”
“팔천사도의 비밀 장부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오! 점조직마저 일망타진할 유일한 기회였소! 유일하게 대항마로 키울 이를 해한다면 모든 일이 어그러지오!”
“쯧. 나를 어디까지 실망시킬 셈인가, 풍객.”
“…귀하를 실망시킨다고?”
“따라와라. 네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보여주지.”
다만, 해답을 보여주게 된다면.
“그때는 두 번 다시 이런 장난 따위는 그만둬야 할 거야.”
번거롭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
“헉헉헉헉!”
이공자는 신속하게 신법을 펼쳤다.
‘분명히 지풍이 내 심장을 때렸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도 쓰지 못하고 비명횡사할 뻔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았어. 옷 안에 엄심갑을 받쳐 입은 것이 목숨을 살렸군.’
최근 문주 위를 둘러싼 대공자와의 다툼이 격해져, 혹시나 싶어 입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안도할 수는 없었다.
‘뒤따르던 이들 모두 당한 건가?’
더 이상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 이라고는 없었다.
무엇보다 기이한 것은 사달이 났으면 나와보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유독 소란스럽던 거리가 을씨년스러웠다.
‘도대체 왜!’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목표는 저 멀리 아른거리는 관진문의 대문.
오늘따라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문파의 대문을 보며, 그는 진기가 마르도록 신법을 펼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이.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는 거냐.”
파라락.
회색 장포가 흔들린다 싶더니, 길가 위에 한 사람이 훌쩍 날아내렸다.
‘흉수다!’
상대의 정체를 짐작한 이공자가 어깨를 튕겼다.
스릉!
한때 은천관에서 상당한 실력자라 평가받던 그다.
졸업 후 가문으로 돌아와 절치부심하며 수련을 한 지금은 한 명의 무인이라 칭해 절대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
파파파팟!
검광이 번쩍이며 벼락처럼 팔자(八)와 회(回)자를 그렸다.
한번 검신이 흔들리면 열여덟 개나 되는 검영을 쏟아내는 관진문의 검법.
촤촤촤촤!
검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전력으로 살초를 펼쳐냈지만, 상대의 대응은 단촐했다.
“다짜고짜 살초라니. 요즘 애들이 이렇다니까.”
따앙.
중지에 건 검지를 튕겨 검신을 때리자, 손목이 꺾이며 묵직한 압력이 초식을 비틀었다.
“큭!”
소에 치인 듯한 거센 역도에 허공에서 회전하며 재차 초식을 펼쳐냈지만.
땅. 따당.
상대는 검신을 들어 가볍게 검신과 손목, 어깨를 찍었다.
퍽!
“컥!”
눈앞이 아득해지는 충격에 검을 떨군 이공자는 그제야 상대를 직시할 수 있었다.
회색 장포를 밤바람에 펄럭이며 여유로운 신색의 청년.
흔들리는 장포 사이로 익숙한 무복이 눈에 들어왔다.
“신무학관 교관?”
“뭐야. 이제 알아보는 거냐?”
“어째서 학관의 교관이 저를 공격하는 겁니까?”
간신히 신색을 회복한 이공자가 몸을 일으켰다.
‘잘만 하면 살 수 있겠다.’
관진문에서도 대공자와 우열을 가릴 수 없던 자신의 검법을 순식간에 파훼한 인물이다.
‘십중팔구 상당한 고수일 터. 이 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살 수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생각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탓. 타타타탓!
벼락같이 손이 움직이며 점혈을 당한 탓이다.
순식간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글쎄.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신무학관의 교관이라도 내게 이럴 수는 없소! 나 또한 신무학관을 나온 몸! 귀하는 어느 상급 교관 소속이요?”
“아차. 마혈을 집는 것을 잊었군.”
탓. 타탓.
순식간에 마혈을 집혀 혀가 마비된 이공자는 당황했다.
‘이런 무식한 작자가!’
관진문에 돌아와서는 물론이고, 신무학관에서도 이렇게 우악스러운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본문이 이 일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오!’
외치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우악스러운 손길이었다.
퍼억!
까무룩 그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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