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19
제97장 화산파 입산 (1)
짧은 외유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는, 화산파가 드디어 문을 개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덕분에 화산파의 도사들이 산에서 내려와 귀빈을 모시기 시작했고.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에 초운휘도 격리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와아. 초 교관님. 고생하셨어요.”
여매홍이 두부를 선물했지만, 우선은 확인할 내용이 있었다.
“망검곡?”
누구보다 화산파에 대해서 잘 아는 자.
삶이 화산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자.
하지만 능풍운은 미간을 찌푸릴 뿐 좀처럼 기대했던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망검곡이라. 화산에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 금시초문이야.”
“못 들어 봤다고?”
“금시초문일세. 누가 화산에 그런 곳이 있다고 말하던가?”
오히려 능풍운은 의아해 되묻기까지 했다.
표정에서 진심을 읽은 초운휘는 내심 입맛이 썼다.
‘빌어먹을. 역시 쉽게 풀려주지 않네.’
빌어먹을 천마.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지도 신경 쓰이는데, 숨바꼭질까지 하고 있네.
“잘 좀 생각해봐. 정말 몰라?”
“흐음. 나로서는 모르네. 어쩌면 옛날에는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옛날에 있었다니.”
“팔십 년 전의 일로 본문은 많은 곳이 불에 타 소실되고 말았거든. 새로 증축한 곳도 있지만, 동시에 새롭게 단장하며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곳도 있단 말일세.”
어쩌면 과거에 존재했으나, 이제는 기억되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그럼 망검곡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어?”
“아마 본문의 어른들이라면 잘 알겠지. 하지만, 화산에는 수많은 수련동이 있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에 무학자들이 각자 거처를 삼아 수련을 하는 곳들만 해도 수백 곳이 넘지. 그런 곳을 다 아는 분은 오직 한 분뿐일세.”
“그게 누군데?”
“종리매 사백일세.”
“그 사람을 좀 만날 수 있나?”
“그건 어려울 걸세.”
능풍운이 우울하게 덧붙였다.
“이제 화산파에서 쫓겨날 처지에 처했다고 하시거든.”
***
화산에서 내려온 도사를 만난 것은 그날 저녁의 일이었다.
“종학 도인께서 직접 내려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인솔자를 자처하는 금정은 붉은 도사복을 펄럭이며 어깨 너머로 비죽이 솟아난 검을 찬 도사를 보고는 꽤 놀라고 있었다.
비록 험상궂은 얼굴에,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반쯤 덮은 입매무새는 골이 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매화삼존이 있었다면, 당금 화산파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무공을 직접 가르치는 일곱 명의 고수들로 화산칠검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개중에서도 이 종학 도인은, 험상궂은 생김과 다르게, 상당히 공명정대하고, 호협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흥. 밖을 떠돌던 제자가 돌아왔으니, 이 노구를 움직일 수밖에.”
틱틱대는 언사는 짜증스러워 보였지만, 의외로 능풍운을 바라보는 눈빛은 무척이나 따뜻해 보였다.
‘요게 바로 속과 겉이 다른, 흥헤롱이군.’
사람 앞에서는 흥흥! 콧방귀를 뀌지만, 속마음은 어떻게 감싸주지 못해 헤롱헤롱 대는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천마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난 지금은, 밤송이같이 생긴 인간이 성질을 돋운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그에 반해 그의 등장은 능풍운으로서도 꽤 기꺼웠던 모양이다.
“종 사숙을 뵙습니다. 강녕하셨습니까?”
“젊은 녀석이 흥취에 돋아 돌아다니는 꼴을 보다 보니, 심사가 꼬여 좀처럼 강녕할 수 없었다.”
“못난 제자가 식견을 쌓으러 속세에서 고행을 겪는데 심사가 꼬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넉살 좋은 웃음에 몇 번 입을 우물거린 그가 툭 내뱉듯이 대꾸했다.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인사를 나누자 심의 상급교관이 나섰다.
“다른 도장들께서는 오지 않으셨습니까?”
덜렁 혼자만 온 그를 보며, 이상함을 느낀 탓이었다.
무려 화산파를 대표하는 신진 검객들의 대표주자, 매화검수의 수장으로 낙점된 능풍운이 아닌가.
장문인이 직접 걸음을 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다른 어른이나 최소한 매화검수들이 환영을 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던가.
“…그게.”
민망한지 산적 같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종학이 겸연쩍게 대답했다.
“다들 바쁜지라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다오.”
“그러하군요.”
내심 당황을 감추면서 심의 상급교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
“어쨌든 본 학관의 교관이 사문에 돌아가는 일입니다. 모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련히 잘하시겠으나.”
“…노력해보겠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초운휘는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거짓말 더럽게 못 하네.’
화산파의 제자가 돌아왔음에도, 좀처럼 긍정적인 대답을 내어놓지 못하는 구석에서 얼마나 화산파가 개판으로 굴러가는지 알 것 같았다.
더하여 걱정도 생겼다.
‘종리매 이 인간을 만날 수 있긴 할까?’
아무래도 천마가 화산파에 장난을 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
매화대제전을 보기 위해 모여든 무림명숙들이 많아, 순번을 받아 입산을 해야 할 정도였다.
시간이 좀 생기자, 장철심 상급교관이 심의 상급교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말했다.
“능 교관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잠깐 귀동냥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질문을 받은 복마신니는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문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명백히 상급교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에요.”
“장철심 상급교관. 그대의 발언이 자칫 화산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오?”
화산파의 행사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처우에 의문을 가지고 뒤를 캐는 것은 명백히 화산파의 권한에 의심을 한다는 증거.
하지만 장철심은 강직했다.
“비록 헤어짐을 번복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그는 학관의 동료입니다. 동료를 위한 일이니, 그로 인한 뒷감당도 오롯하게 받아내야 하겠지요.”
복마신니의 시선의 그의 등 뒤에 선 상급교관들을 훑었다.
그들 또한 하나 같이 포권을 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합심해 나눈 의견입니다.”
“교관의 어려움을 발견하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상급교관의 일.”
“결례되지 않는 선에서 능 교관에게 도움이 될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신니.”
열띤 목소리에 그제야 복마신니가 냉랭한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웃었다.
“능 교관은 좋은 동료들을 두었군요.”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마음을 담아 시선을 맞춰오는 상급교관들을 보며, 복마신니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대들의 각오를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마인에게는 나찰이라고 불리지만, 정파 강호에서는 진짜 협녀라 불리는 여인답게 대답이 호쾌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단순히 허락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혹여 문제가 되거든. 본녀가 요구한 일이라고 대답하세요.”
철저하게 상급교관들을 보호하기로 마음먹은 것.
“뿌헐. 그럴 것까지 없네. 뒷구멍을 파는 것은 거지들이 하는 일이기도 하니, 내 이름을 팔게나. 그쪽이 형편이 좋을 것이네.”
가장 어른인 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자, 독안신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식 공무로서 임무를 배정하겠습니다. 이의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시오.”
공무로 임무를 내리겠다는 것은, 독안신검 또한 한 팔 거들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능 교관은 오랫동안 사문에 돌아오지 않아, 산문 안의 소식에 어두울 것이네. 떠나기 전 최대한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알아보게.”
그 말에, 상급교관을 포함, 듣고 있던 교관들 모두가 세 거인의 배려를 깨닫고는 울컥하며 머리를 숙였다.
“존명!”
동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준다.
이런 맛에 사는 강호가 아니던가?
***
“마지막까지 신세를 지는군.”
상급교관들의 결정을 들은 능풍운은 상당히 감동한 모양이었다.
금정과 여매홍은 가장 열정적으로 소문을 듣고, 개방도를 만나 묻기를 거듭하고는 돌아와 말했다.
“최근 들어 한층 더 무맥과 무학자들 사이의 대립이 심해진 것 같다고 하네요.”
“대립은 거의 끝이 났다고 하더군요. 애초에 결정된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에요.”
모두가 가지고 온 소식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유서 깊은 화산파 내에서, 대립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의 화산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바로 이것.
“무학자들은 외문제자로 취급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외문제자.
보통 도가는 제자를 내제자와 외제자로 구분한다.
화산파의 무공을 익히려면 일단 도적(道籍)에 이름을 올린 제자, 즉 기명제자가 된다.
기명제자가 되면 또 내제자와 외제자로 구분이 되는데, 내제자가 비학을 아낌없이 익힐 수 있는 반면, 외제자는 내제자의 어느 한계까지만 무공을 익힐 수 있다.
외제자는 보통 언젠가 가문에 돌아가야 할 이들이나, 인연이 닿아 무학을 전수해준 인물 등으로, 산문에 속할 수 없는 외인(外人)을 주로 삼는 것이 관례였다.
“외제자라면 완전히 남으로 여기겠다는 뜻 아냐?”
“그건 아닐 거야. 화산의 품은 넓어 속가제자라고 따로 차별하지 않으니까.”
능풍운은 애써 현실을 부정해봤지만, 현재 들려오는 상황을 정리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종리매라는 사람이 왜 축출되었는지 알 것 같군.’
안 그래도 무맥 위주로 재편되는 화산파다. 그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것도 좋지 않으니, 단호하게 정리하려 했을 터.
반면에 무학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무학자들은 화산의 토굴에서 도경을 읽으며 도를 닦던 이들이다.
실전을 통해 무공을 연마한 무맥에 비해, 학문으로 무공에 접근한 도사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들이 오랫동안 화합하며 화산파의 무학을 정립해 왔을 테지만, 경쟁이 격화되면 결국 힘을 가진 쪽이 이기는 법이다.
‘약육강식이 통용되는 것은 마도나 정파나 마찬가지군.’
다만, 외제자로 남기겠다는 말은, 내쫓지만 않을 뿐, 철저하게 문 내의 일에서 배제하겠다는 뜻.
글이나 읽을 줄 알고, 무공은 연구 삼아 익힌 이들이 어딜 가겠는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테니. 속이 타들어 가겠지.’
특히 능풍운의 경우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바로 그가 무학자 출신의 사부에게 주워져 길러졌으니까.
‘사부를 업신여겨 분노하다 못해 대사형까지 들이받은 녀석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그가 술에 취해서 한 말은 더욱 심증을 굳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불만은 있었어. 내 사부님은 무학에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셨지만, 덕망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분이셨어. 또한, 진짜 부모님이 있다고 한들, 그분처럼 사랑을 주시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네.”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사부가 어린 제자들에게 괄시를 받고, 노구를 편히 쉬지도 못했다.
마지막까지 업신여김을 받고도 화산을 위해 무학을 연구하다 생을 달리했다고 들었다.
‘자.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솔직히 초운휘는 화산파 따위는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천마와의 일이 걸리긴 하지만, 어차피 능풍운이 관여되지 않는다면 뒷생각 않고 이곳을 엎으면 될 일이다.
‘너는 무슨 결정을 할 것이냐?’
솔직히 말하자면 능풍운이 매화검수네 뭐니 때려치우고 신무학관에 정착했으면 좋겠다.
천마가 화산파를 박살 내든 말든, 그는 상관없이 가진 재능을 발판으로 또 다른 정파의 영웅으로 자라날 재목임이 분명하니.
‘어쩌면 그편이 더 나아.’
전생에서도 화산파가 몰락하고, 어떻게든 자하신공을 익혀, 다시금 강호에 등장했던 능풍운이다.
매화검수의 수장이 되는 영예를 잃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능풍운의 성장을 위해 꼭 나쁠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똑똑한 놈이니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할 테지.’
지금이야 굳이 잔소리를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터.
고민에 빠진 능풍운은 내버려 두고, 임무를 기회 삼아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도통 원하던 소식을 찾는 것은 실패했다.
“그러니까! 망검곡은 어딘데!”
화산파에 불을 지르면 천마가 뛰쳐나와 알려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확 저질러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