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18
제96장 화산파로 가는 길 위에서 (10)
대담한 악당 수하들은 화산파에서 코 닿을 거리에 뭔가를 만들었단다.
“무화촌은 평화로운 마을이야.”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진세현 그놈은 여전히 천하통일의 꿈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마도통일을 하자고 해, 덜컥 성공해 보였더니, 다음날부터 말이 바뀌었다.
– 주군. 마도일통을 했으면, 천하 정도는 노려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딴에는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눈빛이 무시무시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고 머리야.’
단야의 설명을 들을수록 추측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무화촌은 화산파 바로 밑에 있는 작은 마을이야.”
“화산파에 먹을 것이나 약재를 대기도 한다구?”
“진짜 감쪽같아! 다들 무방비하게 방문한다니까-?”
단야의 말을 요약하면 간단했다.
– 화산파 턱 밑에 비수를 숨겼다.
– 물자를 댈 때, 독을 쓰거나, 살수를 심기 편하다.
– 정파무림은 결코 이곳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무림정복의 교두보다.
들으면 들을수록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적당히 해주면 좋으련만.’
냉철한 독고율이 한마디 해주기를 바랐지만.
“무림정복의 교두보가 될 만하군요.”
마음고생만 더해졌다.
비록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만, 실제로는 적의 목에 이빨을 박아 넣는 것을 즐기는 마인에게 무엇을 바랄까?
어쨌든 반쯤 포기하고 무화촌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화산의 준봉들이 아스라이 보이는 가운데, 수백 개의 가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락이 나타났다.
“멋-지지?”
“정말 아름다운 곳이군요.”
경관을 본 초운휘의 평도 같긴 하다.
“목가적인 곳이네.”
작은 마을이었지만,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하고,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밥 짓는 냄새는 영영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은 평화로움이 느껴지거든.
하지만, 마을에 들어선 순간, 불길함은 한층 더 확신으로 다가왔다.
“마을 사람 모두가 교의 간자 교육을 받은 녀석들이냐?”
“응!”
강아지랑 천진하게 뛰어노는 아이도, 곰방대를 뻑뻑이며 한가롭게 졸고 있는 노인도 모두 수라혈교의 교인이란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던 잠입자들로 아예 마을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이건 완전히 허를 찌르겠네.”
참고로, 이 마을의 정체를 알게 되면 세상을 염세적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목가적인 마을이 사실은 알고 보면 악당의 마굴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협객이 느낄 심정이 얼마나 지독할지 모르겠거든.
“대체 이런 발상은 어떻게 한 거야?”
“응-. 주군이 해준 신무학관의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아 만들었대.”
“…….”
곁에서 속도 모르고 독고율이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돈이 넘쳐난다고 학관 안에 산도 만드는 놈들입니다. 이 정도는 해줘야 속일 수 있겠죠.”
아무래도 정파무림의 요람은, 마교의 중원침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말았던 모양이다.
“예전처럼 교에서 은밀히 지원해봤자 의심만 산다고, 마을을 만들고 자급자족하게 만들었어.”
“호오. 하긴, 주군에 호의적인 북해빙궁을 이용하면, 충분하겠군요. 자체적으로 자금을 수급할 수 있으니 자생하기도 어렵지 않을 테고요.”
밤 산책이 무림정복을 위한 전략으로 흘러가자 도대체 어디서부터 딴죽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무림정복 안 한다니까?”
“알아-. 그래도 미래는 모르니깐.”
“미리 대비해둬야 무림맹주 목도 따고, 철사련주 골도 깨는 겁니다.”
너희들 제대로 듣고 있는 것 맞니?
내가 진짜 걱정돼서 그래.
***
마을 입구를 들어가니, 본격적으로 인가가 밀집된 지역이 나왔다.
“오랜만에 산책도 좋네.”
“주-군. 함께 하는 것은 백귀야행 쪽이 더 좋지 않아-?”
“화산파가 걱정되신다면 돌아가서 고수들부터 암살하겠습니다.”
대화 내용도 문제지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도, 들리지 않는 듯 평화로운 일상을 연기하는 간자들이 더욱 충격적이다.
“호호. 이쪽이야.”
“누나. 같이 가!”
강아지와 동네를 내달리는 사내아이와 어린 소녀가 잠깐 멈춰서더니.
– 마도천하!
– 강호일통!
묵직한 눈으로 그렇게 속삭이고는 다시 스쳐 지나갔다.
“…….”
각자 장작을 나르고, 동네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목가적인 모습과 마을의 진정한 존재의의 차이에서 오는 극명한 거리감이 어쩐지 세상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기분이다.
“어이구. 난 모르겠다.”
이 맹랑한 수하들을 어떻게 타일러야 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주-군! 바로 저기가 본진이야.”
단야가 길 끝에 위치한 거대한 장원을 가리켰다.
[북풍표국]화려한 장원은 얼마나 돈을 처발랐는지 짐작할 만하고, 화려한 현판은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일반적인 상인들은 감히 발길을 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설마. 내가 북해빙궁에서 받아온 황금상 여기에 묻었냐?”
“흐흐.”
얄미운 대답을 하는 단야를 쥐어박고 막 나아가려는 순간.
“!”
발걸음을 떼던 초운휘의 안색이 매서워졌다.
“주군?”
“왜애-?”
초운휘가 손을 들어 막으며 속삭였다.
“피 냄새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혈향을 눈치챈 것.
“적이다.”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오십 장 거리를 두고 간신히 눈치채게 할 정도라니.
파앗!
신형을 날린 순간, 허공의 경물이 이지러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법입니다!”
단야와 독고율이 붕대와 검을 휘저으며 허공을 빛살처럼 베어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마기를 일으켜 천갑처럼 둘러 진법을 부숴버린 것이 먼저.
콰드득!
“윽! 주술이야!”
진법이 깨진 순간 안에서 흘러나온 불길한 기운이 단야가 쏘아낸 검은 붕대를 무력화시킨다.
“내 귀갑철극이!”
단야의 귀갑철극은 혈교의 주술로 만들어낸 강력한 신기다.
그런 것을 한순간에 부숴냈다면, 혈교의 어떤 주술사들도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비술이 이곳에 행해졌다는 뜻.
“물러나라.”
한걸음 나선 초운휘가 오른손을 들어 한쪽 눈을 덮었다.
동시에 왼쪽 안구가 실금이 가듯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지존의 마안.
모든 마공을 꿰뚫어 보는 눈빛이, 깨지고 흩어지는 사기의 정체를 꿰뚫었다.
퍽!
“쳇!”
고개를 흔들어 충격을 상쇄한 초운휘가 빠르게 신형을 튕겼다.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경치 속에서 바람이 칼날처럼 옷자락을 흔들어댔다.
쾅!
우장을 뻗어 거대한 정문을 후려치자, 경첩이 흔들리며 넘어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표국에 낙엽처럼 흐드러진 수십여 구의 시체들.
하나같이 피 웅덩이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는데, 강하게 풍겨오는 시취에서 그들이 죽은 지 시간이 꽤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주군. 살해당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서로 죽고 죽였습니다.”
“아무래도 환술의 일종에 당한 것 같다. 서로 적으로 인지하는 부류의 것이겠지.”
주변을 맴도는 악기에서 어느 정도 사정을 짐작하고 있던 초운휘다. 다만 그도 놀라는 부분이 있다면, 마을 한복판에서 이런 참극이 벌어지는 동안, 고도로 훈련받은 간자들이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
‘정확히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일을 벌였다는 뜻이다. 마공에 능한 자다.’
이런 짓은 보통의 인물이 가능할 리 없다.
“짐작 가는 놈이 딱 하나 있군.”
엄중한 표정을 지으며, 정문에서 이어진 돌바닥을 걸어, 시체를 넘어 나아갔다.
향한 곳은 표국의 가장 가운데 위치한 전각.
성세를 과시하듯 졸부 취향이 강하게 배인 그곳에 찾는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쾅!
문을 부수고 나아가 가장 큰 전각의 문을 부수자, 그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나자빠진 이들 가운데, 오로지 깨끗한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곳의 책임자야-.”
“지금은 아니야.”
마안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분위기에 한순간에 그가 죽음을 얻은 채, 꼭두각시처럼 조종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시체가 허리를 세우더니 딱딱 턱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었다.]죽은 자는 성대를 울려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가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것은 시체에 건 강력한 주술 탓일 테지.
“망자환혼술. 본교에서도 실전된 비술입니다.”
끄덕.
고개를 흔든 초운휘가 뒷짐을 진 채, 사내에게 나아갔다.
우드득. 우드득.
지나간 걸음 뒤에 한 박자 늦게 청성바닥이 굉음을 내며 부서졌다.
동시에 시체에 다가갈수록 고조되는 압력.
이런 기괴한 술법에, 막대한 기운을 남겨 불쾌하기 짝이 없는 환대를 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잘 있었나? 오랜만이군. X새끼야.”
[끌끌끌. 존장에 대한 예우가 없는 놈이로고.]“그 몸이 죽고 죽어, 수백 년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고 넋만 남은 X새끼야. 세대가 지나가면 적당히 후인을 위해 은퇴해줘도 모자를 마당에, 벽에 똥칠하다 득도해 되살아난 망령 자식아.”
[즐거운 후손이군. 패기 또한 즐거우니, 다시 만남을 위한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도다.]바로 참극을 벌인 주인공은 바로, 재회를 약속했던 천마였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가 달리 누가 있을까?’
마공의 시초를 열고, 영원한 절대자로 남은 마도의 사조.
초대 천마 그가 아니고서야!
[어떤가? 내 선물이 마음에 드나?]그는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초운휘는 더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런 같잖은 수법에 당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시체에 손을 얹자 소름 끼치는 사기가 흘러들며 손목을 욱신거리게 만들었다.
사기(邪氣).
정제되지 않은 죽음의 기운이 손바닥 안에서 휘몰아치며 날뛰기 시작했다.
사기는 어둠의 기운 그 자체로, 혼탁하기 짝이 없는 어둠의 힘이다. 이를 정제해 마기를 쌓는 것이 마공을 익히는 시초.
까딱 실패하면 사기가 골수에 치밀어 광인이 되거나, 폭주하게 되는데, 이지를 잃은 마인들이 생겨나는 것이 바로 이 사기를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천마는 자신을 놀리기라도 하듯, 마기를 정제한 오직 순수한 사기만을 시체에 남겨 두었다.
그것도 악의만 뭉쳐놓은 기분 나쁜 기운을. 어지간한 정신력을 가진 인간은 손을 대는 순간 미쳐버릴 정도로.
“존장이 되어 대접받고 싶으면 삼 초는 양보한다던가, 바둑을 둘 때 석 점은 양보한다던가 있잖아. 이런 짓을 하면서 어른 대우를 받으려 하면 안 되지.”
만약 대화에 정신이 팔려 지체했다면, 사기는 주변에 일정한 배열로 늘어진 시체와 반응해 폭발하며, 일대를 날려 버렸을 터.
우드득. 우드득.
선수를 쳐 시체에 건 주술을 끊어내고, 흩어내자, 사기가 비명을 지르며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큭큭큭큭. 크하하하하!]짜증 나게도 천마는 이마저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후후. 이 정도는 해야 나를 넘어 최흉, 최악의 존재로 거듭날 존재라고 할 수 있지.]“싸물고. 할 말 있으면 얼른 해주세요. 존나 오래된 할아버지야.”
[끌끌끌. 내가 펼쳐둔 지옥마폭진을 한순간에 무력화한 너라면, 내 걱정도 기우가 아니었겠군.]뚝.
시체에서 흘러나오던 무거운 존재감이 사라졌다.
[화산파. 망검곡에서 보자꾸나. 후손아.]“쳇!”
재빨리 마안을 일으켜 놈의 기척을 역산하려 했지만, 이미 그쯤은 알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존재감이 지워지고 말았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어. 괜찮아.”
초대 천마의 존재감에 난전을 고민하는 수하들을 돌아보며 초운휘가 물었다.
“아무래도 우리 종사 영감님이 초대장을 보낸 모양이다.”
진세현이 만들어둔 비장의 패를 간단히 무력화시킨 대가로.
X새끼가-.
초운휘가 몸을 돌렸다.
“망검곡에 대해서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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