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45
제102장 화산쟁투 (1)
쿠당탕!
“관 사형! 큰일입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제를 보며, 관우검은 눈가를 찌푸렸다.
“소장주와 이야기할 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번 사제가 당했더냐? 검괴가 움직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줄 알고, 손을 써두었다. 너는 걱정 말거라.”
무력으로 막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상대하면 될 뿐이다.
“본문의 경고를 저버리고, 금역에 침범해 화산의 제자를 상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빈객들이 본다면, 놈을 무림공적으로 칭해도 변명할 말이 없을 테지.”
무력을 제외한 방식으로 철저히 고립시킨다.
그러나.
“관 사형.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 겁니까? 검괴는 갑자기 왜 나오고, 금역은 또 무슨 뜻입니까?”
“음?”
곁에서 술잔을 들던 기천길의 미간에 한기가 어렸다.
‘뭔가 잘못되었다.’
역시나 돌아온 것은 가슴 철렁한 소식이었다.
“마인입니다! 마도의 악마들이 본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마… 인?”
“종학 사제에 종리매 사형까지 필사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무학자분들까지 나서 막고 있지만, 적의 기세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벌써 다섯 개 산문이 격파되었고, 제자들이 수도 없이 다쳤습니다!”
“!”
경악한 관우검이 입술을 잘끈 깨무는 사이, 거대한 앙천광소가 터져 나왔다.
“핫하하하!”
기천길이었다.
“용맹한 범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우의 계략까지 갖추었던 모양이군.”
그가 폭사시키는 검은 안광은 저 멀리 화광이 충전해가는 화산의 전각들과, 그 너머로 다가오는 거대한 마기를 담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불청객의 등장이다.
***
챙! 채채채챙!
검격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검기 위에 검기를, 그 위에 또 다른 검기를 쌓았다.
삼중첩의 검기.
흩날리는 꽃잎 같은 검광을 세 번이나 중첩하여 펼치는 것은 매화검법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다 평가받는 매화삼릉검(梅花三凌劍).
번양은 평생 어떤 난적을 만나도 매화삼릉검을 펼쳐 쓰러트리지 못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검법을 펼치는 그는 언제나 든든한 승리를 가져다주던 검예를 펼치면서도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언제 오는 거지? 이러다가 곧 당하고 말겠다!’
콰작!
역시나 믿었던 매화삼릉검마저 종잇장처럼 찢겨 버리고 말았다.
“쿨럭.”
검기가 박살 나며 진기가 뚝뚝 끊겼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재차 초식을 펼쳤다.
부드러움으로 강맹함을 제압하기가 화산검법 중 제일이라는 옥청검법(玉淸劍法), 펼치면 푸른 구름과 붉은 강이 흐르는 것 같다는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
심지어 워낙 변칙적이라 익히기가 금지된 구궁반천검(九宮反天劍)마저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주먹은 무슨 무공이든 상관없이 어김없이 검법을 부수며 다가온다.
‘초식이라 부를 것도 없는 단순한 주먹질이거늘!’
맞고도 왜 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금 검예가 찢겨나가자 번양은 황급히 암향표를 펼치며 도망치려고 했다.
“손잡이가 여기 있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놈이 주먹으로 턱을 갈기는 대신 수염을 잡아 쥘 줄은 몰랐던 것이 문제였다.
찌이익.
“으아가가각!”
신법을 펼치며 가속도에 몸을 맡겼던 번양은 수염이 생으로 뜯기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야. 손잡이, 일회용이잖아?”
“이, 극악무도한 놈!”
아무리 검괴라지만 수염을 잡아 뜯을 줄은 몰랐다.
“괜찮아. 상급교관이 그러는데, 털들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대.”
머리채를 휘어 잡힌 번양은 두려움에 덜덜 떨다 사색이 되어 외쳤다.
“내, 내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소?”
“너는? 화산은. 무사할 것 같아?”
턱이 돌아간 번양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뭐야. 풀만 먹고 살았냐? 왜 이리 뼈마디가 부실해?”
‘네놈의 주먹이 이상한 거다!’
악을 쓰고 싶지만, 명치에 돌주먹을 한 대 맞으니 눈앞에 별이 반짝이고, 귓가에는 벌떼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거 알아? 화산파 검법이 가진 유일한 장점 하나.”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묻고 싶었지만, 말을 걸며 옆구리를 걷어차는지라 번양은 마땅히 대꾸할 수도 없었다.
“방향제 대용으로 쓰기 좋음.”
– 그게 뭐냐.
– 미친 것 아니냐?
– 대(大) 화산파의 검법을 방향제 취급을 해?
할 말은 많았지만, 반대쪽 옆구리를 때리는 각법에 번양은 옆으로 몸을 말 뿐이었다.
방향제 취급해도 좋았다.
그냥 지금은 그만 좀 했으면 싶었다.
“근데 넌 유일한 장점 하나도 없네. 향기는커녕 구린내만 나는데,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으아아아!”
필사적으로 남은 힘을 모아, 검지에 공력을 일으켜 매화오품지를 튕겼다.
품이 넓은 도복 자락 아래 손가락을 감춘 채 은밀히 쏘아낸 지풍인데, 이 미친놈은 간단히 피했다.
“깜짝 놀랐잖아, X새끼야!”
조금도 놀란 것 같지 않은데, 놀랐다며 사정없이 발길질을 한다.
‘크, 크윽.’
욕을 할 사이도 없었다.
순식간에 곤죽이 된 번양은 축 늘어지고 말았다.
***
번양을 순식간에 곤죽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우선은 육엽이었다.
‘미친. 저놈 뭐야.’
검괴가 이상한 작자라는 것은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만 했지, 저렇게 고수라는 말은 못 들었다.
난화검자 번양이 누군가.
화산칠검 중에서도 세 손에 꼽히는 검객이다.
그가 펼치는 매화삼릉검은 어떤 강자도 쩔쩔매게 했고, 강력한 무공은 많은 화산 제자들이 선망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바닥에 개구리처럼 뻗었다. 눈을 까뒤집고, 뻣뻣하게 뒤로 누웠는데 발끝이 부르르 경련하는 것을 보니, 화산파의 자존심은 어디 가고 몸이 덜덜 떨렸다.
“육 사형. 어쩌죠?”
다른 매화검수가 물었지만, 육엽은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X발.’
화산파 금역에 당당히 침입해서는 화산칠검을 피떡으로 만든 인간이다. 성격도 지랄 맞은데 무공은 더 지랄 맞은 것이 무섭기 짝이 없다.
놈이 이쪽을 보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
또 다른 일행은 선망을 하는 쪽이었다.
“아. 저게 되네.”
“언니. 갈비뼈를 우상향으로 요렇게 올려 치면 되게 아플 것 같지 않아요?”
“…흠흠.”
죽을 고비를 넘긴 주제에 손을 꼼지락거리거나,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관도들을 본 윤섭은 침묵하는 쪽이었다.
솔직히 끔찍한 장면을 보고 실실거리며 습득을 시작하는 모습도 질색이었지만, 왜 다들 저렇게 변했는지 알 것 같았다.
‘초운휘 교관이 저 정도의 고수였나? 나를 제압한 것은 식후 해장거리도 안되었겠군.’
암중화로부터 남궁윤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던 그다.
화산파의 숨은 칼이라는 이름답게, 하나하나가 매화검수에 뒤지지 않는 이들은 모두가 강했고, 윤섭은 상당한 피해를 예상했다.
하지만, 저 인간이 날뛰기 시작하자, 어째서인지 조금 전까지 도깨비 같던 강자들이 죄다 강아지풀을 엮어 만든 인형이 된 것 같았다. 너무 압도적이라 지켜보고 있자면 ‘푸흐흑’하는 헛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어린아이 가지고 놀 듯이 하는구나. 압도적인 격차. 그것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런 압도적인 신위를 보이려면 얼마나 높은 경지를 개척해야 가능할까?
‘최소 입신경.’
존재만으로 강호의 정세를 뒤흔들고, 일인군단이라 불리는 천하고수가 입신경의 고수다.
신격에 발을 들인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의지를 투영해 기적을 현현(泫泫) 시키며, 그들은 강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그런 엄청난 존재들이 입신경의 고수이거늘, 윤섭은 그것도 최소한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들으면 웃기지 말라고 할 테지만, 어쩌겠는가.
“다음은 너희들이다.”
번양을 짓밟고는, 암중화들 사이에 뛰어들어 바람처럼 움직이는 저 모습이 어디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좌수가 움직이면, 속절없이 누군가의 팔이 부러지고, 발이 움직이면, 머리가 돌아간다.
“에라이!”
추임새를 넣고 겅중 몸을 날리더니, 허공에서 각법을 쭉 뻗는데, 간단한 일격 뒤로 퍽퍽퍽퍽 무수한 타격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뒤따른 소리를 듣고 윤섭은 한 번의 발차기가 아니라, 그가 워낙 빠르게 각법을 펼쳐낸 탓에 자신의 안법으로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미친. 완전 괴물이군.”
순식간에 암중화 삼십을 바닥에 꽂아버린 그가 어깨를 들썩인다.
“휴식 충분히 취했지? 자. 복수의 시간이다.”
‘초운휘 교관에게는 화산파의 숨은 칼들마저 고작 수련에 쓸 교보재에 불과한 건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 종잡을 수 없는 일을 벌인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보니, 할 말이 사라졌다.
“남궁아. 물러나지 말라고 했지, 직진만 하라고 했냐?”
“백리설. 힘이 너무 들어갔어. 옳지 그렇게.”
“소혜야. 쟤 갈비 다섯 개 나갔다. 좀 살살 쳐.”
“당애희. 너무 은사를 빡빡하게 조종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기세에 맡겨둬.”
“청수. 당간. 너희 어서 얘들 묶어라.”
“아. 향이는 잘하고 있어. 옳지 그렇게. 일단 손에 익숙해지게 사람 대신 저 사당부터 썰자.”
순식간에 성장하고 있다.
특히 체력이 바닥일 녀석들이 하나 같이 힘을 회복해, 순식간에 허술한 부분을 바로 잡는다.
‘놀랍군. 이것이 바로 초운휘 교관이 보인 실적의 정체였나?’
아무리 고수라지만, 순식간에 부족한 부분을 잡아주는 교관과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가르침을 흡수하는 관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경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과연. 형님. 아니 검성께서는 저자의 진면목을 알고 계실까?”
천하제일을 논할 때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이 검성의 이름이지만, 어쩐지 윤섭은 자신이 없었다.
***
“제길!”
원래라면 강호의 명숙들을 이끌고, 검괴를 사회적으로 말살할 생각이었건만, 이변이 속출했다.
결국 그는 수염을 흩날리며 달려와 별실에 소집된 면면을 돌아보았다.
“왜 이것뿐이지?”
“다른 사형제들은 장문인을 따라 화제를 진압하러 나갔습니다.”
“으음….”
“제자들도 모두 본궁 쪽에 모여있습니다. 장문인이 비상소집을 명령하여.”
“…….”
갑작스러운 습격 덕분에 남은 것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 뿐이라는 것이다.
칠검 중 하나인 불요검자 복양흥과 암중화 오십여 명. 그 외 도움이 되지 않을 이, 삼대 제자 열 명이 전부였다.
‘빌어먹을.’
오랫동안 꾸며온 일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에 관우검은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리만이라도 움직일 수밖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소장주. 아니, 우리뿐이니 구태여 말을 고를 필요가 없겠군.”
스산한 안광을 번뜩이며 그가 말했다.
“존후께서는 망검곡을 열고자 하신다. 한시라도 빨리 장문인의 비를 털어라.”
“열쇠의 정체를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화산파의 보물을 전부 가져와! 화재로 인해 감시 또한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있는 대로 확보해! 열쇠를 찾아내는 것은 이후다.”
지금까지 숨죽이고 계획을 진행했던 이유는 장문인이 열쇠에 대해서 절대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길. 구슬려서 기회를 만들려 했는데.’
상황의 여의치 않았다.
“열쇠를 얻어도 장문인의 협조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습니다. 이것은 어찌합니까?”
“흥! 간단하지 않으냐?”
관우검의 미간에 살기가 어렸다.
“학이를 제압해 데려오거라. 같은 혈족의 피라면, 문을 열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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