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60
제105장 남해에서 온 소식 (4)
“와아. 반가워! 교관!”
“이게 얼마 만이야?”
시끄럽게 떠드는 적소일, 적소이 쌍둥이에게 두부를 내밀었다.
“이건 뭐야?”
“원래 감금되었다가 나올 때는 두부를 먹는 거야.”
“주니깐 먹겠는데.”
두부를 으적이는 두 골칫덩이를 임소정과 언호승에게 맡기고 나오자 관내 이동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임시교관님. 어서 타십시오.”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함께 가주실 곳이 있습니다.”
‘?’
당최 무림맹의 무인들이 왜 몰려왔는가 싶었더니.
“꼭 입니다.”
열기가 줄줄 흐르는 눈빛으로 시위를 하는지라 저도 모르게 따라나섰다.
‘왜 저러는 건데?’
장난하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화려한 마차에 푹신한 베개가 마음에 들어 일단 참았다.
이내, 마차는 금천관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리더니, 두 시간이 지나서는 뒷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묵묵히 기다리니, 저 멀리 거대한 전각의 숲이 빼곡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
검을 거꾸로 박아 넣은 고루전각의 지붕 위에는 용사비등한 필체로 한 글자가 적혀있었으니.
– 맹(盟).
바로 무림맹을 뜻하는 맹기(盟旗)가 아닌가.
‘진짜 무림맹에 들어간다고?’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하고 있자니, 문득 진세현의 언질이 떠올랐다.
– 주군.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이것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정중한 편지와 함께 동봉된 것은 한 권의 책자.
– 무림맹주를 암살하는 열두 가지 방법.
– 무림맹주! 약점 십팔 선.
– 이렇게만 하면 나도 맹주가 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심란해지는 소제목이 가득한 책이었다.
‘빌어먹을. 오히려 역효과잖아.’
마음을 가라앉히며 가까워지는 맹기를 노려보고 있자니. 육중한 성문을 다섯 번이나 통과한 마차가 비로소 도착지에 도달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무사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알겠네.”
기별을 받은 건지, 잔뜩 긴장한 무림맹의 무인 다섯이 전각의 앞마당에 서 있다가 마차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달려와 마차의 문을 열었다.
“경천검괴를 뵙습니다.”
“드시지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각 잡힌 안내를 하는 그들을 보자, 이런 것이 명성의 힘인가 하는 마음이 든다.
전각에 들어서니, 장내에는 문사복을 입은 이들 서른 명 가량이 붉은 융단 양쪽에 시립해 있었다.
“경천검괴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썩을.’
별호만 아니었다면 꽤 기분이 째지는 상황이었을 텐데 말이다.
***
안내를 받아 올라온 곳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흐흐흐. 다시 만나 반갑군.”
“취걸개 영감님.”
역시나 취걸개였다.
화산파에서 꽤 무리한 그는, 맹에 돌아와 요양을 했는데, 안색이 파리한 것이 여전히 내상이 낫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낯빛이 좋지 않은데 괜찮은 겁니까?”
“별수 있나. 노구라도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으니,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굴러야 하지 않겠나?”
“거참. 불쌍한 인생이네요. 정년이 훌쩍 지났는데 은퇴해서 쉴 생각도 좀 하시지.”
“내 뒤를 맡길 놈들이 없어서 문제다. 요즘 것들은 영 매가리가 없어서, 에잉.”
“꼰대 할아버지. 일 욕심 좀 버리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세요.”
사선을 함께 넘은 탓인지 취걸개와는 농담을 나누기 편할 정도로 꽤 가까워졌다.
“왔군. 기다리고 있었네.”
뒤이어 나선 것은 또 익숙한 얼굴이다.
“어?”
“후후. 맹에서 보니 또 기분이 새롭군. 그렇지 않나? 초운휘 교관?”
단정한 학사의를 입은 채 포권을 해 보이는 사내는, 제갈탄의 숙부 제갈양소였다.
한때, 제갈이 놈을 잘 부탁한다며, ‘강호백팔사’라는 양장본을 건넨 솜씨 좋은 중년 학사였다.
“강호백팔사는 잘 팔아먹었습니다. 덕분에 쏠쏠했어요.”
“…촌지를 찔러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굳이 면전에서 그런 설명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아차.”
“하하. 어쨌든 도움이 되었다니 잘 되었네.”
그는 취걸개를 슬쩍 보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를 보고 싶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네. 해남검각에 대한 일은 들었겠지?”
“어느 정도는요.”
“자네가 임소정을 위해 나선다는 말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르네. 사실 이런 일은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말을 들으니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먹고 싶어지는데요.”
“참아주게.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네. 맹의 감찰도 문제지만, 황실로 향하는 공납선을 탈취한 것이 더 큰 문제야. 원래 관부와 무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네.”
속칭 관무불가침(官武不可侵)이라 불리는 불문율이다.
관부는 어지간한 일로 무림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림 또한 관부의 사건에 위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문(文)과 무(武)라는 전혀 다른 이념으로 살아가는 이들 간에 서로 반목을 피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하지만, 공납선이 탈취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필시 관부도 개입을 해올 거야.”
곁에서 취걸개가 설명을 덧붙였다.
“황실로 향하던 진상품이 사라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최대한 막아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아.”
드물게 취걸개가 약한 소리를 했다.
“특히 사라진 진상품 중에는 어렵게 구한 영약과 기물들이 포함된 모양이거든. 가치도 가치지만. 당금의 황제 폐하의 병세를 위해 어렵게 구한 천년설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네.”
오늘내일하는 황제의 목숨을 구할 영약을 털다니,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구족(九族)이 참형을 당해도 부족할 일이었다.
“무림맹은 이럴 때 뭔가 방법이 없습니까?”
“부끄러운 일이네만.”
제갈양소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맹이 직접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이런 때 중재하는 것이 맹의 역할이 아닌가요?”
“맞지. 솔직히 맹주께서도 해남검각에 대한 관부의 공격까지는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시네. 나름대로 선처를 받으려 하셨지만, 문제는 맹 내부일세.”
그가 한 켠에 있던 비단 두루마리를 풀어 책상에 펼쳐냈다.
“천마의 신위를 목도한 혼원벽력도를 위시한 고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혼원벽력도라면 팽가도 할배 말입니까?”
“맞아. 무력함을 느낀 그분께서는 팽가에 돌아가는 즉시, 격문을 돌려 신비인의 주살을 주장했네. 틀리지 않은 대응이지. 천하제일의 악인이 사도를 자칭하는 한, 강호는 힘을 합쳐 그를 상대해야 하니까.”
“문제는 의외의 인물들이 그에 반응한 모양이야.”
취걸개가 골머리가 썩는다는 듯 미간을 누르며 말을 보탰다.
“검성이 움직였네.”
“…검성 할배가요?”
“또한, 다른 강호십대검객과 도객들이 들썩이고 있네. 독왕은 알고 있지?”
“에엑!”
“당금 천하제일에 가장 가까운 이가 아닌가. 그를 죽인다면 누구보다 천하제일의 이름에 가까워질 수 있을 테지.”
각자 강호 최고의 강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강호의 초강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이라면 문제가 아니었지만.
“철사련 또한 사군들을 움직였네.”
역시 정파가 움직이면, 사파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특히 망천회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철사련주 철무혼은 절치부심 설욕할 기회를 벼르고 있을 터.
“강호의 강자들이 난입하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어. 자칫하면 정사 간의 충돌까지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이야.”
“…저 괜찮은 겁니까?”
생각보다 더 귀찮은 일에 말려든 것 같아 은근슬쩍 발을 빼려는데, 결정타가 날아왔다.
“자네가 직접 일을 맡아주겠다고 나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 솔직히 검성과 독왕은 자네와 꽤 친분이 깊지 않은가? 다른 이도 아니고 자네가 나선다면,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을까 싶었건만.”
“제게 너무 기대가 큰 것 아닙니까?”
“자네이니까 기대를 하는 것이지. 천하에 누가 자네와 같은 어린 나이에 경천검괴의 이름을 얻고, 천하 강자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할 수 있겠나?”
“잘났다고 칭찬하는 거죠?”
“칭찬 맞네. 정말 자네가 해남검각의 일을 알아본다고 했을 때, 얼마나 걱정이 심했는지.”
“너무 부담을 주지 마십시오. 초운휘 교관이 당황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갈양소의 질책에 취걸개가 장난스레 눈을 찡긋거렸다.
“걱정 마라. 너 혼자 큰 짐을 짊어지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제갈양소가 바로 말을 이었다.
“초운휘 교관. 자네는 최대한 해남도의 일을 알아봐 주게. 강호의 강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어….”
뭐지? 왜 갑자기 코가 꿴 것 같지?
***
“초 교관님! 어떻게 된 거예요?”
혼이 나간 듯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자니, 여매홍이 달려와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왜 무림맹의 무사분들이 학관에 들어온 거죠? 설마 무슨 사고 치신 것 아닌가요?”
“…아아.”
혼이 나간 대답을 하고 있자니, 한쪽에서 혼이 나간 한 마디가 들려왔다.
“어떤 사고인지 말이나 하게. 난 마음의 준비를 했으니. 결국 내 머리가 다 빠지는 것보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 더 빠를 모양이군.”
이미 득도한 장철심은 허허 웃고 있었다.
반면에 괴로운 비명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모용선야였다.
“왜! 제가! 여기 있는 거죠?”
갑작스러운 맹의 소집에 당황한 그녀는, 협박 같은 소환 명령과 함께 맹주의 직인이 찍힌 소환장을 흔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는! 왜! 끌려가는 건데요!”
“…뒷처리나 뒷수습, 보고서 잘 쓰는 사람을 추천하라길래 저도 모르게.”
그녀가 머리를 부여잡고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이를 갈아붙였다.
“대수림에서 일 이후, 초 교관님과는 절대 외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거 꽤 상처 되는 말입니다.”
“지금 그쪽이 실시간으로 상처를 주고 있잖아욧!”
소집 명령을 받은 이가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심의 교관이었다.
“…상급교관. 걱정 마시오. 딱히 사고를 쳐서가 아니라, 맹이 초 교관을 중히 쓰려는 것뿐이니.”
“제갈군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지.”
문득 치솟는 입꼬리를 하던 장철심 상급교관은 심의의 어깨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욕보게. 안 보면 좋겠지만, 그럴 인간이 아니지. 초 교관은.”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딱히 저 인간을 한동안 안 봐서 속이 시원하다던가,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 든다던가 하는 이유는 아니네.”
“그런 기분이시군요.”
말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장철심 상급교관이십니까?”
무림맹의 정복을 입은 무인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가운데, 가장 앞에선 정광이 뚜렷한 사내가 나서며 말했다.
“맹주전의 요청입니다. 은천관 정식교관. 경천검괴 초운휘 교관의 신속한 조력에 협조 부탁한다는 부탁입니다.”
말이 부탁이지, 맹주의 도장이 찍혀 있는데, 어떤 간 큰 인간이 거부를 하겠는가?
“허허. 이것 참. 어쩔 수 없군.”
웃는 낯을 보니 장철심 상급교관도 거절은커녕, 완전히 반기는 분위기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쿵쿵!
그가 인장에 이어 지장까지 낼름 찍으며 자애롭게 말한다.
“천천히 다녀오게. 신속히 일을 끝내고, 돌아올 때면 느릿느릿 걸어서 돌아오도록 하게.”
“이럴 때는 빠르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바랄 것을 바라게. 어차피 자네는 있어도 딱히 업무에 도움도 안 되는 데다, 항상 열외가 아닌가? 굳이 일찍 올 필요 없네. 조심해서 천천히 돌아오게.”
손을 흔드는 장철심 상급교관을 보니, 벌써부터 그만두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