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
4. 황룡단의 관심 종자(2)
[보상 50금 당첨!]“금?”
잠이 덜 깨 잘못 본 건가 싶어 소종천은 눈을 비비고 다시 글자를 확인했다.
숫자가 50밖에 되지 않지만, 다시 봐도 금이 맞았다.
‘일일 보상으로도 금이 나오는 거구나. 그럼 어쩌면 청강석이란 것도?’
보물 뽑기에서 100금으로 지급 보물을 뽑을 수 있다.
직접 해봐야 알겠지만, 지급이 인급보다 더 높은 등급의 뽑기일 것이라 예상되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꼬박꼬박 보상을 받으니 편하긴 한데, 빨리 좀 강해지면 더 좋겠네.’
[임무 발생!]“오?”
소종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시기적절하게 임무가 발생했다.
마침 딱 알맞은 임무였다.
‘그렇지 않아도 반야신공을 익히는 중이었는데. 그런데 보상 차등 지급? 흠…… 반야신공이 여기선 그림의 떡 같은 취급받기는 해도 대단한 무공인 것은 맞으니, 좋은 보상이 나오려나?’
신공절학이라 불리는 무공이니 분명 상위의 보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근데 어디 쉽게 익혀져야 말이지.’
이미 5살 때부터 익힌 청명토납공으로 만들어진 기단이 있으니, 새로운 기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 반야신공을 운용해 모은 기운을 합쳐야 한다.
‘기존 내공의 성질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반야신공을 익히는 것도 어려우니, 이게 언제 성공하게 될지 알 수가 없네.’
소종천은 일정표를 확인하고 필수교과의 시간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당분간은 다른 강의는 들을 새도 없이 반야신공을 1성이라도 익히는 데 주력해야 할듯하다.
‘병시(丙時)에 있을 마교무공 파훼 기초편, 그리고 내일은 안법(眼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수련? 이것만 참석하면 되네. 일단 운공(運功)이나 조금 하다가 아침밥 먹으러 가야겠다.’
“그럼 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해 볼까.”
“종천. 매번 뭘 그리 혼잣말을 하는 거야?”
자리에 앉아 있는 소종천에게, 같이 방 안에 있던 장자군이 말을 걸어왔다.
“아…… 그냥 혼자 생각을 좀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오네.”
“하하하! 별종이라니까. 그러고 보니까 친구는 어떤 무공을 익힌 거야? 무기가 없는 것 같은데, 권법인가?”
“뭐 그렇지.”
“오오! 정통 권사는 꽤 드물다던데, 혹시 무공의 이름도 알려줄 수 있나?”
“추영권이라고, 별거 없는 기초 무공이야.”
“음…… 식견이 짧아서 처음 듣는 무공이네. 언제 한번 견문할 기회를 주겠어?”
유명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모를 것이다.
애초에 가문에서 일류 소리를 듣는 무인이 나온 적도 없었다는 듯하니 말이다.
“기회가 되면.”
“하핫, 기대할게.”
장자군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방을 나섰다.
다른 두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일과를 시작하러 간 듯했다.
‘특이한 녀석이네.’
어제 이후로 소종천은 황룡단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괜히 눈에 띄고 싶어서 기행을 저지른 광대 같은 놈이란 인식이 퍼진 것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녀석이 아니니 엮여서 좋을 것 없다고 여겨진 건지, 지나가다 마주치는 단원들은 하나같이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얼굴로 소종천을 지나치곤 했다.
‘근데 저 녀석은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처럼 계속 살갑게 대한단 말이지.’
아예 타인과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한사혜는 그렇다 쳐도, 초영호처럼 업신여기거나 무시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호인인 건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사실 별 관심은 없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반야신공을 익혀 임무를 완료하는 것뿐.
‘성취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으니 1성만 이루면 익힌 거로 되는 거겠지?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하네.’
단숨에 고수가 될 수 있는 그런 보상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종천은 반야신공의 수련을 시작했다.
* * *
“엿 같네. 진짜.”
수련에 매진한 지 3일.
반야신공의 진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운기에는 딱히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기존에 내공이 쌓여 있던 기단과 새로운 기운이 전혀 융화되질 않는다.
고작 3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좁쌀만큼이나마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호흡을 통해 기를 끌어와도 축기가 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빠져나가 버리니 내기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골치 아프네.’
몸의 기억을 읽어본 결과, 청명토납공을 수련할 때는 조금씩이나마 단전에 내공이 모여, 열흘이 지나기 전에 기단을 형성했었다.
3일쯤 매진했으면 개미눈물만큼이라도 변화의 낌새가 있을 법한데, 바뀐 것이 없어 조바심이 일었다.
‘그냥 어려운 무공이라 익히는 속도가 느린 거면 차라리 다행인데, 아예 하나도 변화가 없으니 내가 맞게 수련하고 있는 건지 영 불안하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댄 소종천은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아직 반야신공의 구결을 다 외우지 못했기에 매일같이 만룡각에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는 처지.
‘역시 구결을 계속 떠올리면서 심법을 수련해야 되는 건가? 아직 정확히 암기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은데…… 청명토납공은 딱히 뭘 외울 것도 없이 단순하던데, 이건 꼴에 신공이라고 뭔가 어려운 글자들이 잔뜩 붙어 있으니 원.’
비급을 외우는 것과 심법의 수련으로 하루를 꽉꽉 채우고 있자니,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 듯 답답하기만 한 기분이다.
기분 전환 삼아 뽑기라도 한번 돌려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일일 보상으로 모인 재화는 겨우 800은.
아직 뽑기를 돌리기에는 모자란 금액이다.
‘반야신공은 언제 1성을 이룰지 모르겠고, 자연스럽게 임무도 깨질 못하고 있으니 성장이 계속 정체되네.’
고작 3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미약하게라도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데, 그런 것이 없으니 영 조급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소종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새로운 임무가 내려왔다.
[임무 발생!]“오우?”
[배움의 길] [필수 과목을 제외한 수업에 한번 참석하시오.] [보상 : 300은]게다가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다.
‘아무 과목이나 참가하기만 하면 300은이라니 꿀이잖아? 지금 800은이 있으니 오늘 바로 뽑기를 돌릴 수 있겠네.’
대놓고 가져가라는 듯한 쉬운 임무에, 기분이 좋아진 소종천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정표를 확인했다.
‘가장 가까운 수업이…… 진법 총론 입문? 이건 좀 머리 아픈 과목 같은데 다른 거 없나? 아!’
일정표를 훑는 소종천의 눈에 실전형 권법 지도라는 과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몸이 기억하는 권법 쪽의 수업을 듣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소종천은 마음을 정하고 강의가 이뤄지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금세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네 녀석이 여길 들어올 줄이야. 그래, 그러고 보니 너도 권을 익혔었군.”
‘이런 시불!’
실전형 권법 지도.
그 수업의 지도 교관은 삼절권호 추오명이었다.
‘담당이 누군지 제대로 확인 좀 하고 올걸! 하필 이 아저씨냐?’
생각해 보면 권법 수업의 교관이 권사일 것은 당연한 이치.
권을 쓰는 교관이 하나뿐은 아니겠지만, 이런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한 건 본인의 실책이다.
‘어우, 내가 내 발로 무덤을 찾아왔구나.’
흉흉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씩 웃는 모습이, 곱게 벗어나긴 그른 듯하다.
이제 와서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해봐야 그냥 보내줄 것 같지도 않았다.
‘할 수 없지.’
소종천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억지로 수강자들의 대열에 들어섰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조를 짜라.”
추오명의 실전형 권법 지도는 참가자들이 대련을 벌이고, 이후 문제점과 보완점을 지적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멀뚱멀뚱 서 있는 소종천에게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봐, 소종천! 나랑 조를 짜도록 하지.”
돌아보자 비웃음이 분명해 보이는 미소를 입가에 띤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지만 어째 상당히 간사해 보이는 인상이다.
“상관은 없는데, 그쪽은 내 이름을 아는데 나는 그쪽 이름을 모르네?”
“뭣? 역시 웃기는 놈이군. 대주인 나를 모른다고?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냐?”
대주라는 말을 듣고 잘 생각해 보니 확실히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첫날에 대주로 뽑혔던 네 명 중 한 사람.
“아아! 모용설훈이었나?”
“모용설호다!”
“아, 비슷했는데.”
“큿…… 이상한 짓거리로 이름 좀 알렸다고 아주 건방을 떠는구나.”
“딱히 나는 그런 식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아무튼, 마지막의 사번대주였지?
별 의미 없이 뱉은 말.
하지만 모용설호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이놈…… 너 같은 놈이 날 우습게 보는 거냐!”
“……?”
입관 심사의 성적순으로 올라선 대주직.
1등부터 순서대로 선출한 것이라면, 4번이라는 번호는 대주 중 가장 떨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소종천이 사용한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모용설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어디 어떤 실력인지 보도록 하지!”
눈을 부라리며 말하는 모용설호의 모습에 소종천은 살짝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지랄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대주로 뽑힐 정도니 나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겠지. 그런 녀석이 굳이 나를 지목했다는 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이라도 주려는 속셈인가?’
주변을 보아하니 다른 인원들은 다 조를 형성한 것 같다.
교관인 추오명을 포함한 전원이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으니, 몸을 뺀다는 선택지는 없다고 봐야 할 듯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시선이 모용설호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집에 가서 멈추었다.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건 아닐 테니 분명 검을 익혔다는 의미.
‘검을 쓰는 놈이 권법 수업은 왜 듣는 거야? 쩝! 그래도 주력이 검이라면 권법까지 잘하진 않겠지?’
권법을 보조 무공으로 관심을 두는 정도라면, 대주로 뽑힐 실력자라 하더라도 겨룰 만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쪽은 10년간 권법을 수련한 몸이 아니던가.
“그러던가.”
어차피 상대가 누구라도 소종천보다 약한 생도를 찾긴 어려울 터.
보상이 걸려 있기도 하니 수업을 포기하고 물러나긴 싫고, 일단은 하는 데까진 해보기로 한다.
‘당장은 쥐뿔도 없는 몸이니, 쪽 좀 팔리게 되도 어쩔 수 없지. 맨손으로 하는 대련이라면 크게 위험하진 않을 테고.’
권법은 생도들 사이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지 고작 16명의 인원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전원이 동시에 비무를 벌일 수는 없었다.
추오명의 지목에 따라 조별로 차례가 정해졌고, 소종천과 모용설호는 맨 마지막 순서였다.
“교관님 어째서 제 순서가 마지막입니까?”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모용설호가 불만을 표했고, 추오명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가장 재미있어 보이니까.”
“예?”
“난 제일 맛있는 부분은 마지막에 먹는 유형의 사람이다.”
“…….”
교관의 취향이 그렇다는데 따질 수는 없었다.
“제한 시간은 반 각(刻)으로 내가 중지 신호를 보낼 때까지. 꼭 승부를 가려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서로 최선을 다하도록.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내가 제지하겠지만, 실력이 확연히 가려진다 싶으면 본인들이 알아서 항복해도 좋다.”
추오명의 말이 끝나고 비무가 시작되었다.
“타합!”
“찻!”
생도들 간에 실력 차가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지만, 전원이 15살에 불과한 만큼 아직은 그 격차가 엄청나게 크진 않다.
비슷한 수준대의 타인이 하는 비무를 눈으로 보는 것도 나름의 공부가 되는 법.
물론 그게 아니어도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긴 했다.
‘으아…….’
다만 소종천은 마음 편히 구경에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애들 싸움이라기엔 너무 격렬한데?’
가볍게 생각했던 그런 대련이 아니었다.
무기를 쓰지 않는다 해도, 엄연히 사람을 상하게 만들기 위한 무공.
비무를 지켜보던 소종천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그냥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7화